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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쏘가리와 산나물

쏘가리와 산나물 5 (천자골의 비밀)

by 찌매듭 2008. 7. 18.

나비 아저씨 같은 기인을 만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장마철의 큰 비로 소양호의 수위가 불어올라오는 것이 멈추기 전에 
몇 번을 더 다녀왔는데 매번, 기대이상의 수확을 올렸으니 
도깨비에게 얻은 화수분 지갑이 아닌
쏘가리와 슈퍼붕어의 화수분인 셈이다.
물론, 더덕이니 산나물도 빠트릴 수는 없었지만…….
낚시를 다녀온 다음날 늦잠을 깨운 것은 청구님의 전화였다.
오랜만에 점심식사나 하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늦게 
낚시를 배운 청구님에게 소양호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비아저씨……. 쏘가리……. 산나물……. 슈퍼붕어........
(에그머니, 이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거래처, 목재상의 사장인 청구님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운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시는 분인데 원래, 낚시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었다.
워낙, 성격이 급하고 끈기가 좀 떨어지시는지 오래 참고 견디는 일은 딱, 질색이었다.
난을 길러본다고 매장 안, 빈 공간에 난화분이 
가득 차나 싶으면 어느새 없어져 버렸고
승용차도 형식이 바뀐 차가 나오면 갈아치우고…….
디카도 제법 비싸고 수준 높은 고가의 별도 장비까지를 마련해 
금고에 가득, 가득 채워나갔다.
'아…….저 취미는 오래도록 가는구나?…… 싶었는데
근간에 와서는 한계에 도달했는지 하이엔드 급의 준, 똑딱 이급으로 
급선회를 하려는지 하나를 더 구입하더니 어안렌즈를 사용한
사진들을 보니 니콘 D300은 오래도 간다.
무엇이든지 오래가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휴대폰만은 바꾸지 않고 
2년을 넘기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다…….

워낙 성격이 급하다 보니 낚시를 몰랐던 때에는 낚시하고는 
거리가 멀기만 한 정도가 아니라 낚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을 비웃기까지 했는데 ‘확~!!!’ 그물을 던져 한 번에 잡으면 되지, 
쪼그리고 앉아 청승을 떤다며 면박이 심한 편이었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 주위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목재상 근처에 실내 양어장이란 간판이 하나 붙었고 개장을 했다며
떡도 한 접시 돌렸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길에 간판이 눈에 뜨여, 별 할일 없는 사람들 낯짝이나 본다고 
들른 것이 화근이 되었는데
"구경만하시지 말고 한번 해보시죠?!"
"그깟, 목욕탕에서 무슨 청승을....... 미치지 않고서야........"
"돈은 안 받을 테니까 그냥 놀러왔다 생각하시고 30분만 앉았다가 가셔요~~~~"
주인의 권유에 못 이겨 넘겨받은 짧은 낚싯대가 앞으로 
엄청난 시련을 줄 줄이야 꿈에도 몰랐을 게다…….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팔뚝만한 향어와 잉어의 몸부림들.......
끝도 안 보이는 깊고 깊은 나락의 끝으로 끌어들여 
초보를 미치게 하고 그 초보의 탈을 벗기 위하여 시작되는 모든 고행은
낚시뿐 아니라, 사진, 여행, 산, 골프, 도박 같은 모든 것으로 연결된다.
왜, 초보자가 낚시를 가면 그에게만 대물이 물고 늘어지는가?
왜, 처음 들어본 디카를 들고 나가면 희귀한 광경이 걸려들고
초보자가 화투라도 배워 고스톱이라도 치면 돈을 딸 수가 있는지…….

실내낚시터에서 몇 번, 손맛을 톡톡히 본 청구님이 
낚시의 덫에 걸려들어 근처의 낚시점으로 달려가 장비일습을 구입했고
저수지며, 댐이며 시간만 나면 달려가게 되었고 시간이 정 안 되는 날에는
근교의 양어장이라도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극성 꾼이 되어있었는데
이미 그 늪속으로 몇 걸음을 깊숙이 내디딘 그 분과의 식사자리에서 
슈퍼붕어 이야기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종이와 연필을 들고서는 몇 번이나 그려가며 묻고 또 묻더니
내일이 마침 일요일이라며 식사가 끝나자마자 또 한사람의 꾼과  떠나 버렸다.
마침, 배를 태워주었던 총각의 아버지가 차를 이용하여 
장을 보러 다닌다는 산속 길을 일러 주었기에 
댐 쪽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모터보트를 이용하기 보다는 
승용차로 가기로 한 모양이다.
일요일인 다음날 정오쯤, 청구님의 매장 전화번호가 떴다.
가고 오는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아도 늦게나, 돌아 올 수가 있었을 텐데
이 시간에 벌써 돌아왔다면 현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밝자마자 떠나왔다는 모양인데 벌써 이 시간에 
매장에 돌아왔다면 그건, 분명히..........
대박의 메시지가 분명했다~!!!!!!!!!!!!!!!
전화를 해볼 것도 없이 바로 청구님의 매장으로 달려가 보았는데
입이 귓가에 까지 걸린 청구님이 물기도 가시지 않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쿨러에는 38cm의 토종붕어와 큼지막한 잉어며 월척급 붕어들이 가득, 차있었다.......
"나……. 황사장덕에 원 풀었어~!!!!"
"낚시를 오래도록 한 사람도 월척을 못한 사람이 많다는데 1년 만에
 헤비급 월척을 여러 마리 낚다니……. 너무너무 고마워~~~~~~~~“
 이 기쁨을 함께 하기위하여 대낮부터 한잔 합시다~!!! “  ^^

그런데 정작 동행했었던 승용차의 주인인 강 사장은 울상이었다........
그려준 약도를 보고 묻고 물어 산길을 넘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험한 비포장도로쯤은 각오 했지만 길 가운데에 바위가 드러난 
험한 강원도 산길을 조심조심 가다보니 자동차의 밑 부분이 
긁히고 부딪는 건 그렇다 해도 트렁크가 걸리고 범퍼가 
찢겨져 나가 흔들거리고........
돌아가려해도 차를 되돌릴 공간도 없고…….
거의 온 것도 같으니 돌아간다는 것도 너무, 억울하고…….
'에라~! 모르겠다.' 물길이 나올 때까지 가다보니
깊은 강원도 산속에 그늘이 지더란다.…….
마침, 화전밭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총각의 아버지를 만나 
얼마 전에 다녀간 사람의 소개로 왔노라 며
그곳까지 배를 태워다 줍시사……. 부탁을 했고 
깜깜해지기 전에 낚시채비를 담굴 수가 있었다는데
담그자마자 시작된 소나기 입질에 청구님은 평생의 원을 풀 수가 있었지만
차주인은 저 험난한 산을 또 어찌 넘어갈까? 큰 걱정에 입맛도 날아간 판국에 
낚시인들 하고픈 마음이 있었을까…….
날이 밝기도 전에 쿨러를 가득 채웠으니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더 이상 고기를 잡을 필요도 없다싶어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었고
마침, 아침 농사일을 하기위해 배를 몰고 가던 아저씨를 만나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몇 가구 없는 산골마을에서 '이장' 직을 맡고 있는 총각의 아버지는 
고급 승용차로 저, 험한 산길을 넘어왔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는데
신남이나 홍천으로 장을 보러 다닌다는 '이장님'의 차는 
트렁크가 튀어 나오지 않은 앙증맞은 '티코'였던 것이다.
뒷 궁둥이가 없다보니 땅에 닿고 끌릴 것이 없어 
험한 산길을 다니기에는 제격이었던 것을 몰랐으니…….
승용차의 주인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거금의 비용을 들여 
차 수리를 하게 되었지만 산을 넘어가는 길을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
사륜 구동차를 이용한다면 쏘가리와 나물 밭을 쉽게 만날 수가 있게 되었다.
또 한 번 날을 잡아 갤로퍼에 짐을 싣고 산을 넘어가게 되었는데
파로호의 호랑이 고개보다 더 험해 보였는데 도대체 승용차로 
이 산을 어떻게 넘어갔을까?
이미 구면이 되어버린 이장님에게 드릴 선물로는 
회사 야유회 때 남은 수건세트 두개뿐이었는데
사람 구경만 해도 깊은 산속에서는 반갑다며 맞아주었는데
변변치도 않은 수건 서너 장이 ‘이장님’에게는 감동의 물결로 전해지는 가보다…….
"이 곳에서는 수건도 귀하지........."
나비아저씨에게서 알게 된 장소를 손짓으로 일러주니 정확한 명칭을 일러준다.
"저 곳이 천자 골 이라고 하는 곳인데……. 
얼마나 골짜기가 깊게 이어져 있는지 옛날에 우리 할아버지가 
길이가 천자나 감긴 명주 실타래를 풀었는데도 닿질 않아
그때부터 천자 골이라고 불렀지........"
골짜기 앞에 텐트를 치고 나니 깊은 골짜기의 위쪽에서부터 
불어 내려오는 바람 속에 더덕 향이 담겨져 있다.
자, 나물담당은 산으로 오르시고, 
물 담당은 낚싯대를 펼치시고…….
붕어나 잉어보다는 쏘가리가 우선이기에 스픈 루어와 웜만 챙겨들고 
큼직한 돌들이 듬성듬성 들어나 있는 물가를 더듬어 갔다.......
몇 번의 던짐도 안 되어 쏘가리들이 물려나왔고 
마릿수도 제법 채웠는데 절 벽 쪽에 다가가서는 
제법, 괴력의 손맛 끝에 50cm가 넘는 큼지막한 쏘가리도 서너 마리 끌어냈다.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온 권 씨의 배낭에는 
이런저런 나물들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는데
조끼 호주머니가 불룩하고 묘한 웃음이 입가에 보이는 것이
분명히 더덕도 몇 뿌리 캤는가 보다…….
계곡물이 내려오는 곳에 쪼그리고 앉더니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북어포 뜯듯이 손으로 쪽~쪽~! 찢어 그릇에 담아 
고추장을 곁들여서 앞으로 내민다.
‘바꾸어 먹읍시다.~~~~~~~~~ ’
‘그대는 산 더덕~! 나는 쏘가리회~~~~~~’
7월의 더위 속에서도 계곡물이 어찌나 차던지 발목까지 담그면
1분을 견디질 못했는데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해보았지만
아무도 1분을 넘기지 못하고 발을 뺐으니 얼마나 깊은 산골 속에서
얼음 녹은 물이 내려오는 것일까?
물가에만 앉아만 있어도 서늘한 기운을 느끼는 것이
냉장고 안에 들어 간다 해도 이렇게 시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슬 잔이 또 한 번 머리 위로 올라가며 깊은 산속 강원도 밤도 깊어져간다.
별은 또, 왜 저리도 똘망, 똘망,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