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과는 종씨라는 이유도 있지만 얼굴을 알고 지낸지도
몇 해가 되다보니 전화통화만으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물의 수위가 얼마만큼 되니 낚시를 와도 되겠다거나
이때쯤이면 어느 골짜기가 낫겠다고 의견을 나누고
며칟날 몇 시쯤 도착하겠노라 일러 놓으면 배를 가지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통화료에 목숨을 건 돈독이 오른 이동통신사들이
수지가 맞을 리가 없는 강원도 깊은 산골짝에 거청한
시설을 할 리가 없으니 유선전화로 전날 연락을 해두어야 했다.
담수된 물의 높이에 따라 적당한 지형의 골짜기를 한군데 골라내어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부터 설치하고 낚싯대를 조립하곤 웜과 스픈을
잔뜩, 쑤셔 넣은 여행사에서 공짜로 나누어준 가방을 허리에 차고
차분히 이동을 해나가다가 세 번째의 던짐에 적당한 크기의 쏘가리가
한 마리 걸려 나왔다…….
뒤편의 작은 돌무더기 속에다 압사하지 않을 정도로
돌멩이 몇개로 꼼작도 못하게 눌러놓고는 한 발짝 또, 전진…….
크고 작은 쏘가리들이 심심치 않게 걸려들었는데
매번, 이정도의 수확을 올리다 보니 심심치 않다는 마음과
무덤덤한 자세를 유지할 수가 있다지만 하루 종일 루어를 던져도
쏘가리를 한 마리도 구경 못하는 루어 꾼이 대부분일텐데
너무 호사스러운 건 아닐까? ^^;;
몇 십 미터의 거리를 걸어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형에 이르렀으니
두어 번 더, 던져보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겠다.
‘짜르르륵~~~~~~!!!’
갑자기 드랙이 풀리며 대단한 힘이 전해져 왔는데
메기나 멍짜 눈치가 걸려들었을까?
뜰채가 있는 텐트 있는 곳까지는 너무 멀다보니
큰소리로 일행을 부른다 해도 돌 가닥 산비탈을 언제 달려올 수 있을까?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얼굴이나 봐야겠다는 생각에
자세를 낮추고 신중하게 릴링을 하니 서서히 끌려 나오는 것이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쏘가리였는데 살살 힘을 빼가며 놀라서
튀지 않도록 완만한 경사지역으로 자리를 옮겨가다가 모래와 작은 돌이 있는
얕은 곳에서 천천히 끌어올렸는데 완전히 지쳤는지 요동을 치지 않았다.
목에 둘렀던 수건으로 눈과 몸체를 덮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수건에 둘둘 말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보니 50cm가 훌쩍 넘어가는 크기였다.
늦게 달려온 일행이 뜰채에 담더니 살림망에 담아 두겠다며
되돌아 간지가 오랬지만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위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되돌아가며
무심하니 루어를 날려봤지만 더 이상, 저렇게 큰 놈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을거란 생각에 간간히 물려 나오는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쏘가리에도 반가움이 덜하니 이, 간사한 인간의 본성이여.......
텐트가 있는 근처에 오니 완전히 어두워져서 한걸음도 옮기기가 어렵게 되었다.
일행에게 헤드랜턴을 갖다 달라 하곤, 그 자리에 서서 던져보니 얕은 물가로
잘못 날아가 떨어졌는지 어딘가에 걸려서 스푼루어 하나를 뜯기었기에
손가락에 잡힌 웜 하나를 끼워 던지고 보니 무게감이 바뀐탓인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떨어졌는데 너무 얕은 곳이라 바닥에 걸려버릴 것만 같았다.
급히 핸들을 돌려 회수를 하려는데 이상한 당김이 있어
바닥에 걸렸나했더니, 분명 물고기 같은 것이 힘을 겨루며
버티고 있었는데 당김 새가 약간, 이상하다…….
곧 이어 모습을 보인 넙데데한 모양새의 물고기는
진주 남강에 있는 진양호에서도 낚은 적이 있었던
병어만한 크기의 부루길 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클 수가 있는 걸까?
70년대에 처음보는 이상한 열대어 같은 물고기를 낚아들고 이름도 몰라
들여다보고 있자니 미 8군에 근무하는 일행 아저씨가 부루길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버터를 발라 튀겨 먹으면 맛이 있는데 양놈들은 환장을 한다나?
코펠뚜껑에다 두 마리를 대충, 튀겨먹어 봤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싶기는 했지만 무분별한 외래종의 영입으로
국내의 생태계가 파괴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었고 그저, 크기가 작다보니 수확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 귀찮은 어종으로만 생각했다…….
붕어낚시를 다니던 갑사저수지의 관리인은 돈이 되겠다 싶었는지
선두주자로 나서 치어를 방류했다간 아니다 싶었기에 퇴치를 하려했지만
저수지 전체에 퍼진 물속, 골칫덩이를 퇴치할 방법이 없다보니 곤란한 지경을 넘어섰고
명낚시터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으니 다시는 찾아갈 필요가 없는 외면당한
저수지가 되어 버렸다.
80년대까지 자주 찾았던 나주댐에서도 ‘부루길’이 극성을 부려
낚시가 어렵게 되었는데 현지인들은 ‘월남붕어’라 부르며
맛있는 물고기라며 ‘자리돔’만한 크기의 부루길을 잡히는 대로 모아가고 있었다.
소양호라고 부루길이 없었을까? 무지한 웃분의 명령으로
더 무지했던 아랫 것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양놈 것은
모두 좋은 것으로만 알고 방류를 하고보니 손가락만한 부루길의 극성으로
붕어낚시조차 제대로 될 리가 없었는데 한때나마 번성했던 외래종이
쏘가리나 메기 같은 국산 토종에는 이기지 못했었는지 오히려
개체수가 눈에 뜨이게 줄어든 유일한 곳이 되었는데 어쩌다 살아남은 놈은
이렇게까지 크게 자란 모양이다.
웜 하나를 떨구고 허리춤의 가방에서 다른 웜을 찾으려다
손가락끝에 걸리는데로 끄집어내고 보니 빨갛거나 흰색이 아닌
검정에 가까운 진보라색의 웜이었는데 낮이라면 몰라도
컴컴한 밤에 검은색이라?
쏘가리의 눈에 잘 뜨이게 하려면 밝은 색의 웜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미, 큼지막한 놈도 잡았고 먹고도 남을 정도의
마릿수를 낚았으니 다른 색의 웜을 찾는 다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사용하기로 하고 첫 투를 날리게 되었는데 신경이 무뎌지다 보니
또, 엉뚱한 곳의 얕은 곳으로 떨어졌고 황급히 채비를 거두어들인다고 했는데
쏘가리가 물고 늘어졌다. 한 뼘 깊이의 얕은 곳에서……. 웜이 수면에
떨어지자마자 물고 늘어지다니?
지형의 특성상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란 것을
몇 번을 더 찾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밤에는 어두운 색감의 웜에
물고기가 더 빠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람과는 정반대인가 보다.
밤에 모기를 피하려면 검은색의 옷을 입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얀 옷을 입어야 모기가 덜 덤빈다니, 갓난아기에게
흰옷을 입히는 것도 깨끗이 한다는 것 외에도 그런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옛날, 우리 어른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호기심에 붉은 색과 하얀색, 빤짝 이가 섞여 있는 각종 웜을
바꾸어가며 비교를 해 보았는데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어두운 색이
물고기에게는 밤에 더 잘 보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루어낚시에 관한 변변한 책 같은 것은 아예, 없던 시절이었고
루어낚시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지도 않다 보니 주변에는
제대로 된 루어 꾼도 없었고 낚시잡지를 들여다보아도
외국 것을 적당히 풀어서 인용했을 기사뿐이니 참고나 하며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겪어가며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
컴컴해졌는데도 연실 무엇인가를 잡아내는 것을 보고
일행 하나가 찾아왔고 옆에서 함께 번갈아가며 희한한 경험의 시간을 보내다가
더 이상의 수확이 없게 되자 텐트 쪽으로 모여서 오늘의 수확물을 세어보니
육십에서 두 마리가 모자라는 쉰하고도 여덟 마리였으니
쏘가리 루어낚시에서 또 한 번의 대기록을 세운 것 같다.
언젠가 해질녘의 오후에 화천댐의 방류장 앞에서 李 씨가
팔십 마리에 가까운 마릿수의 쏘가리를 혼자서 낚아내어
주위의 일행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의 얼굴표정은 환희에서 경악으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무아지경에 이르렀는지
무덤덤하게 변했고 물의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물속에서 걸어 나왔는데 고기에 대한 욕심도 없어졌는지
주위의 일행에게 대부분을 나누어 주고 말없이 담배를 피워 물고
한동안 움직이지를 않았었는데 그 때의 기분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았다…….
결코 작지 않은 대단한 크기로의 마릿수라니…….
李 씨는 다시는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그 즐겨하던 낚시가 시들해져가는가 했더니 결국에는 루어 낚싯대를
손에서 놓고 말았고 무엇으로 소일을 하는지 얼굴보기가 뜸해졌다.
천호동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홍어 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여놓고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내니 낚시는 모두 잊은 모양이다.
“생각을 해봐.......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생길 텐데…….
고기 욕심도 없어졌지만 그 후로도 가끔씩 물가에 가보면
그 때의 생각만 나니 무슨 낚시를 다니겠어?
내 평생에 잡을 고기를 그 때에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들고 무서운 생각까지 들더라고…….
기원이나 가고, 사진이나 찍고, 그러는 거지……. 낚시는 무슨 낚시.......“
몇 마리의 쏘가리를 골라 한 접시의 회를 떠내고 별도로
매운탕꺼리를 준비하지 안았으니 산나물에 쏘가리 회 몇 점으로
소주 몇 병을 비우고선, 회를 떠내고 남은 것을 라면을 끓이는
국물 속에 집어 넣은 얼치기 번개 매운탕으로 두병을 더 비우고서야
텐트 안에 들어가 누웠지만 잠이 오지를 않는다.......
새벽이 되어서야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인데 날이 밝자마자
텐트를 걷고 이슬을 털어가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어딘가에 있는 골짜기의 밭을 가려는지 지니가던 배를 불러 일찍 나가겠다니
잠간만 기다리면 어디를 다녀 오겠다기에 구경삼아 배에 올랐는데
어느 작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서는 산위로 올라간다.
골짜기에는 팔뚝만한 굵기의 쇠파이프가 두 개 세워져 있었는데
빙그레 웃던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와 보란다.
앞에 있던 한 쪽의 쇠파이프에 다가가 손을 짚으니
그런 식으로라면 담을 넘어 들어온 것이 된다는데
대문을 통하여 들어오지 않고 도둑같이 담을 넘은 월담 격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람?
이 근처의 산에는 개인적으로 장뇌삼을 심었다고 정식으로 허가를 얻었고
넓디넓은 산에 철조망을 둘러 칠 수가 없으니
두 개의 쇠파이프는 대문의 기둥을 뜻하고 그 바깥으로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이 둘러쳐져있는 것과 같다는 설명을 해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정기적으로 다니는 행정선이 물을 흐려놓고
간 뒤에야 짐을 꾸리곤 했는데 이슬이 채 마르지도 않은
텐트와 짐들을 차에 싣고 돌아오게 되었고 쿨러 안에 가득 담긴
쏘가리라는 귀한 수확물에 마냥, 기쁜 마음만 들지가 않으니
별스러운 일이다…….
'Bravo My Life~! > 쏘가리와 산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쏘가리와 산나물 9. (파서탕의 추억) (0) | 2009.06.01 |
---|---|
쏘가리와 산나물 8. (며느리 밑씻개의 전설) (0) | 2009.05.23 |
쏘가리와 산나물 6 ( 멧돼지와 함께 춤을......) (0) | 2009.05.01 |
쏘가리와 산나물 5 (천자골의 비밀) (0) | 2008.07.18 |
쏘가리와 산나물 4 (소양호의 나비아저씨) (0) | 2008.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