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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쏘가리와 산나물

쏘가리와 산나물 3 (우체부 아저씨)

by 찌매듭 2008. 7. 4.

 

험했던 험했던 호랑이 고갯길이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로는 절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던 
태산리(泰山理)의 산속 마을 앞까지 찻길이 뻥~! 뚫리게 되자 낚시군은 물론이고 
얼치기 나물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나물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곳으로 찾아가는 길을 묻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었다.
아무리 사람이 늘어난다해도 저마다 선호하고 비밀스레 간직된 곳이
있다 보니 차를 세워놓고 찾아드는 곳도 각자가 달랐다.
우리야 나물만을 찾는 그네들과는 달리 쏘가리라는 
목적이 하나 더 있다보니 호랑이가 들끓었다는 호음고개를 
더 자주 넘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
쏘가리를 잡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동참하는 권 씨는  
나물 보는 눈도 밝고 종류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미심쩍은 나물을 보면 
먼저 맛을 보기도 하기에  우리야  잠시 숨을 죽이고 기다리며 
저 사람이 쓰러지나, 안 쓰러지나? 만 확인하면됐다...... ^^;;
“에~퇴~퇴~~ 이건 먹으면 안될 것같아~!!!”
“이건 달착지근하니 예전에 울엄니가 무쳐주시던 그맛이야~~~”
무리한 생체 테스트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몸부림 열정에 감동이 파도를 치니
매번, 나들이에는 꼭 끼워주는 편이다.  ^^;;;;;;
(저 양반은 틀림없이 임금님 수라상에 독이 들었는지 안들었는지를 확인하던 
 기미상궁이 환생한 것임이 틀림없을 꺼야~~~~ 아멘~!)
산 정상에 도달하니 오늘도 포사격이 있는 날인지 빨간 깃발을 든 병사가 
길을 막았는데 그동안 계속했던 사격훈련이 오늘, 끝나는 날이란다.
(오호~! 사격이 끝나면 한동안 접근을 못했던 주변에 나물들이 제법 자랐을 테니
 오늘은 우리들도 정부미 쌀부대 가득, 나물을 채워보자꾸나~~~~~~ 야호~~~~!!)

통제가 생각보다 빨리 풀려 물가에 당도하니 시간도 넉넉하다. 
물가에 낚싯대부터 차려놓고 산행을 시작하려하는데 
헬리콥터 한 대가 어디에선가 급히 날아오더니
낚싯대를 펼쳐놓은 바로 앞에서 커다란 두레박을 내려 호수의 물을 퍼갔고,
잠시 후에 또 한 대가 날아와선 물을 퍼가더니 잠시후에는 아주 잠자리 떼 같이 덤벼들어
호수의 물을 퍼 가기 시작했는데 흙먼지가 일어나고 물보라가 흩날리고…….
머리에 쓴 모자가 날아가 버렸고 텐트도 흔들리고 정신이 없다…….
(아니??? 이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나? 사람까지 날아가겠네?…….)
큰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손가락을 세워가며 삿대질까지 하다간 
굵직한 주먹감자까지 날려 보았지만 시그러운 소리와 먼지속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텐데 잠시 후에는 군용 찦차 한 대가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려 오는 것이 보였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점잔을 떨어야했다.
(틀림없이 조종사가 보고는 헌병대에 일러바쳤나보다...... -_-;;)
‘저, 아래 민간인들이 우리 헬리콥터를 향하여 삿대질에 감자까지 먹여대고 있는데 
  기껏해야 작대기 네 개짜리 병장으로나 제대했을 인간들일게얏~! 
 헬기를 조정하는 우리네 조종사들은 모두가 밥풀떼기 두세 개 내지는 
 말똥가리 한두 개짜리들인데 까불고 있다~!!!
 빨리 가서 체포해오라 오버~!!! ‘
(뭐 이런 거 아니겠어??????  큰일 났네…….―_-;;)
달려온 찦차에서 내린 장교 하나가 거수경례를 붙이더니
“잠시 저희들하고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가 아닌,
“불편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포사격 훈련 중에 불똥이 튀어서 산불이 났는데
 아마, 늦도록 진화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닷~!!!
 일찍 철수를 하시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주심이 어떠할런지욧~! “
“아~ 네, 네, 네, 네~~~~~~~~ 그러죠~~~~ (*ㅡ_(#ㅡ_ㅡ)_-)
(짜식이 말끝마다  시옷이야...............  -_-;;)
번개같이 짐을 꾸려 산등성이를 되 넘었지만 어디로 가야 한다니…….

구만리 다리를 건너고 오음리 고개를 넘으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생각나는 곳이 있어 
소양 댐 밑의 세월교를 건너고 느릿재 고개를 넘어 소양호 중류에 있는 
또 하나의 비밀 포인트로 향했고 도착을 하자마자 해가 딸까닥~! 넘어가 버렸다.
이곳 또한, 수 없이 왔던 곳이라 헤매일 필요가 없었으니 나물작업은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어 놓고 물가의 돌밭을 따라가며 천천히 더듬다 보니  
먹을 만큼의 쏘가리를 몇마리나 낚아들게 되어 회 몇 점을 장만하고 
라면을 끓여가며 살점을 추려낸 뼈다귀를 넣어 쏘가리 매운탕 흉내는 내었기에 
내 할 일은 다했다며 나물 팀에게 엄포를 놓아가며 남은 이슬을 흩뿌리다보니
새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에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뱃사공을 불러 한두구비를 돌아가서
제대로 쏘가리를 낚았겠지만 차길이 닿는 편한 곳에서는 날이 밝으면
고기 구경이 어렵다보니 일찍, 낚시짐을 꾸려놓고는 산나물 장만에나 신경을 써야겠다.
한구비를 더돌아야 갈수있는 다른 골짜기에는 소양댐의 물이 얼만큼이나 차있을까
살펴보기 위하여 다른쪽의 산길을 올랐는데 대체, 차들의 통행이 언제 있었을까?
길은 길이로되 근래에 차들이 다닌지 오래되어 바퀴자국 흔적도 없는 산길을 따라 
사륜구동차를 굴리다 보니 호수 절벽 쪽으로는 두릅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팔을 길게 뻗어, 쇠지않은 연한 것만을 골라서 꺼어가며 이동을 하다간
어느 산길 모퉁이를 돌아서서는 취나물 밭도 만나게 되어 한보따리씩
뜯게 되었기에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으로, 앞으로~ 나가다보니 
이름모를 절들을 차례로 만나게 되었는데 커다란 암석이 깔려있는 앞으로는  
거울같이 맑은 물이 흘러가는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십 년 전, 중학생대에 도봉산으로 소풍을 간적이 있었는데 계곡 물속에 
발을 담그어 놓고 돌 하나를 뒤집어 보니 가재가 뒷걸음을 치고 있기에   
신기해 한 기억이 났기에 큼지막한 돌 하나를 뒤집어 보니 역시,
그대와 같이 가재 한마리가 보였기에 감동의 물결이 파도를 쳤으니 아직도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다니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까보냐..... ^^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절도 있겠다만 부처님도 감동하실게다.....

거울같은 차디찬 물속을 한번 더 휘젓고는 출발을 하여, 차의 뱃바닥이 닿는 패인 길을 따라 
조심스레 앞으로 나가다 보니 제법 높은 고개를 만나게 되어 정상에서 잠시 쉬려고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는데, 한 사나이가 숲길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허수레한 옷차림새와 운동화, 짧은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베트콩이나 무장공비가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우리 일행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놀랐기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같은 생각을 했던가보다.
저쪽의 남자도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의외였는지 잠간,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간 약간 떨어진 곳에서서 
손에 들고 있던 싸릿가지대로 땅을 긁으며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별다른 짐이나 가방도 없었고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있는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까짓것, 숨겨놓은 흉기가 있다면, 원초적인 쌍방울 권총 한 자루 밖에 더 있겠어? ^^;;;;;;
“참, 이런 험한 곳에 길이 나 있을 줄이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포사격으로 산불이 나서 저쪽에서 이쪽으로 쫓겨왔지만 그 덕에 두릅도 따고 
 취나물도 뜯고,  그런 대로 괜찮았는데 더덕구경만 못했군?!! “
“거기……. 댁들이 앉아있는 바위 밑에 있는 게 더덕인데.......”
“??????????????????????”
“그 바위 뒤로 줄기가 뻗기 시작했는데 내가 몇 년째 본것이니 꽤나 굵을 게요…….”
돌아보니 정말 줄기가 뻗기 시작한 더덕이 있었기에 차에서 땅을 후벼팔 수 있는 도구를 내려
캐내어 보니 굵직한것이 제법 나이배기 같다.
“아니……. 그렇게 알면서 왜 안 캐고 내버려 두셨수?!” 
“나야 매일 보는 것이 더덕이고 약초며 나물인데……. 
  연장을 갖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많이 뜯다보면 짐이 되다보니
  캐기 쉽고 뜯기 쉬운 것이 아니면 손도 안댄 다우.............“
“그나저나 뉘신데 이 깊은 산속에 계시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길이시우?”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원도하고도 춘천 우체국에 몸을 담고 있는 우체부인데
이 산길 끝에 있는 화전민이 사는 집에 편지 한통을 전하려고 
가끔씩 이 산을 넘는단다.
소양 댐이 생기며 뭍길이 끊기자, 물길만 남은 마을의 주민과 학생들을 위하여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정기 운항선이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편이 있는데
소양 댐 선착장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첫배를 타고 오다가 저 아래 
골짜기 동내에 물가에 우체통이 있는 곳에는 배가 잠시 멎는 순간을 이용하여 우편물을 
넣으면 되지만 산 속 깊이 있는 화전민의 집에는 직접 우편물을 전해야하기에 
한 두통이 고작인 편지를 호주머니에 넣고는  등산 옷차림에 편한 신발만 신으면 되니 
속세의 율에 따라 굳이 제복을 입어야할 이유도 없을세라.....
천천히 걸으며 이름 모를 들꽃위에 앉은 나비도 희롱하고 
산새와 노래도 하다보면 편지를 전해야할 집에 12시쯤이면 도착하게 된단다.
산속의 밭으로 일을 나간 부부가 집을 비웠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찬밥이라도 한술 뜨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때를 맞추어야 편지도 전하고 시원한 물도 한 모금 얻어마실 수 있고
찬 없는 밥도 한술 얻어먹을 수가 있단다…….
힘들게 산길을 넘어왔으니 시장이 반찬이라 찬이 없어도 꿀맛이지만 
매연에 찌든 시꺼먼 폐부를 지닌 인간들만 들끓는 도시에는 있을 수가 없는
무공해 나물반찬이 더 맛있고 훌륭할 뿐만 아니라 
넉넉한 인심과 정이라는 찬이 더 오르다보니 
어느새 찬밥 한 그릇이 뚝딱, 넘어간단다.
처음에는 매번 내어주는 점심밥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험한 산길을 다니다보니 짐 덜어 좋고
이제는 습관이 되어 친척집에 다녀오는 기분이란다.
점심을 먹고 빈집의 툇마루에 잠시 누워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며
산림욕을 겸한 낮잠을 잠시 즐기다보면 오슬오슬, 한기(寒氣)에 
절로 잠이 깨어 이제는 가야할 시간이라 는걸. 산이 몸에게 알려준단다.
화전 밭을 일구는 부부는 해가 질 무렵에야 다시 집에 돌아올 터이니
주인 없는 빈집에 인사를 하고 배터로 돌아가 오후 배를 타고
우체국에 돌아가면 퇴근시간이라니 신선놀음이 저러할까? 
부럽기도 하다만...................

우체부아저씨와 헤어지고 산모퉁이를 돌다보니
이번에는 또 다른 화전민이 일구어놓은 더덕 밭을 만나게 되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 밑에 있는 집까지 좁은 길로 이어져있는 
길의 입구에 붙여놓은 허름한 베니어판 쪼가리에는 
아이가 쓰다 버렸음직한 크레용토막으로 쓴 서투른 글씨가 몇 자 적혀 있었는데
(더덕 필요하신 분은 전화 하세요~! 한관에 얼마, 반관에 얼마~!)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우려먹겠다고 별 희한한 상품 개발에만 바쁜
돈독이 잔뜩, 오른 이동통신사들이 이런 곳까지 송신탑을 
세울리가 없기에 휴대폰으로 걸어보아야 통화가 될 리가 없으니 
적어두었다가 집에 돌아가서나 전화를 넣어보아야 할 텐데 
당연히 택배문화가 미치지 않을 이곳에서는 어떻게 물건과 
돈을 주고 받아야할까?
해가지기 전에 비포장도로를 벗어나야하니 
다음 기회에 들러보기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다니는 차들이 없다보니 제대로 산길을 손질할리가 없기에
길 한가운데가 볼록~!~ 튀어 올라 승용차라면 배꼽이 닿을 테니
천상, 이 길은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다니기가 힘들 것 같다.
얼마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굴러가듯 달리다보니 
저만치에 포장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앞을 가로막는 작은 승용차를 만났다.
부부가 나물을 뜯으러 왔다는데 아줌마는 자기네 차로는 갈 수가 없다며
이 길을 따라 나온 우리들을 부러워한다.
“저 산길을 따라 넘어오셨죠?  예전에 우리도 넘어갔었는데 
  차가 빠져 단단히 혼이 난 뒤로는 가지를 않는 다우~~~
  두릅도 많던데 산나물도 많이 따셨겠지요.~~~~~!
  어머나~~~~!! 세상에나 마상에나~~~! “
아줌마는 우리네가 마냥, 부럽기 만한 모양이다…….
포장도로에 차를 얹고 느랏재 고개를 넘으니 어둑하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산 터거리에 화전 밭을 일구어 더덕 밭을 일구던 화전민.......
훠어이~~~~~ 싸릿가지를 흔들며 나비를 쫓던 우체부아저씨…….
맑은 물이 넘치는 이름도 정겨웠던 도솔사 냇가…….
줄을 타고 올라가는 더덕 줄기의 모습들....... 
그 때 묻지 않은 생경한 산속 풍경들이 
다음번에는 더욱,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올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