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에는 늦게, 만재 도에 매료된 대전의 안 박사님이 이틀 전부터 차지하고 있었는데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서 씨 아저씨와 한방을 쓰게 되었는데 ‘푸~, 푸~, 씨~, 씨~!’ 이상하게 숨을 몰아쉬고
‘뿌드득~!!!!’ 이도 갈아 대던데, 나도 잠이 들면 잠꼬대도 하고 소리도 지르다간,
심한 욕도 한다고 마나님이 짜증을 내던데 알 수 없는 것이 각자의 잠버릇이기에
잠든 사람이야 알리가 없으니 거짓말을 한다고 항변해볼밖에…….
서 씨 아저씨가 마릿수의 고기를 잡아서 체력소모가 많았기에 떡 실신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언젠가 내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는 탄식을 하긴 했다.
‘사진은 속일 수가 없다니까?! 거울을 보면서는 자기최면에 걸려 아직은 그런 대로
쓸 만한 것 같은데 사진에서는 나이 먹은 것이 그대로 들어난다니까? ‘
(자기가 무슨 백설 공주 의붓엄마라고 거울을 들여다 보노~?!)
억지로라도 일찍 청한 잠과, 캔 맥주도 방광에 영향을 주었는지 새벽 두시에 정신이 들었다.
이젠, 괄약근도 강도가 시원치 않아졌고 전립선이 문제가 된지도 오래됐으니 ㅜㅜ
음식이며 물이며 이슬 들이붓기를 자제해야 한밤중에 화장실 갈일이 없겠기에
집에서도 신경을 쓰곤 했는데 남이 낚아온 회 몇 점에 발화된 술자리에 이어
캔 맥주 까지 맛을 봤으니 그것만으로도 요기를 강하게 느껴서 잠이 깨고 말았겠지…….
방문을 열고 화장실을 가려면 민박집 아저씨부부가 잠들어 있는 방문 앞을 지나야하니
살그머니 발끝으로 걸어가서 또 하나의 문을 열어야하는데 조심스레 열어본다지만
알루미늄 테두리의 유리문은 유격이 많아 그런지 금속성의 요란한 소리를 낸다…….
네 개의 문을 열어야 일을 볼 수 있는 어촌의 화장실 구조야 말로 지금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그대로였다.
‘에그나~ 추워라~~~~ ’ 잠시 일보는데 두터운 옷을 걸치고 나오기는 귀찮고…….
볼일을 보고 부르르, 몸을 떨며 마당에 서서 하늘을 보니 서울하늘에서는
실종 된지가 오래인 별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 있는지 또롱하니 가득찬 밤하늘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온 사방에 별빛이 살금살금 내리는 조용한 밤, 몽돌 밭을 훑어 내리는 소리도
귀를 기울여야만 들리는 것을 보니 바다도 잔잔한 것 같았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 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은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집에서라면 생각지도 못할 아침 여섯시에 아침밥을 한 술 뜨고는
가로등불빛에 움직이는 내 그림자를 보면서 밑밥 통까지 둘러메고는 첫날의 낚시를 위하여
배터로 걸어가, 배에 올랐지만 아직 밝지도 않았고 두터운 옷들과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을 했기에 차례대로 갯바위에 내렸어도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정원을 초과했는데도 규제가 될 리가 없는 이 먼 섬에서의 한철 장사 같은 난리 통 속을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부지런한 임 선장은
몇 번이고 나누어서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기에 손님이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벌써 갯바위에 손님을 내려주고 들어온 지가 한참이었다.
아저씨의 친척뻘이기에 옮겨가지도 못하고 이용을 해보지만 매번 불만스럽기만 하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기에 한번만 더 참고 이용하고 보면 내년부터는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다른 배를 이용할 수가 있겠으니 견뎌보기로 하자…….
썩, 마음에 닿는 자리는 아니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비어있는 자리를 조용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맑은 날씨지만 강한 바람으로 갈만한 곳도 없었기에 그런 대로 오늘의
자리가 최상의 선택일 것 같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고기를 낚았다는 서 씨 아저씨가
‘빨리 오지 않고 뭣혀~????? 고기가 이렇게 쏟아져서 주체를 못하는데~?! ’
풀무질을 세차게 해댔으니 어디에선들 고기 몇 마리 못 잡겠냐는 보장성이 강했다보니
아직 고기도 잡기 전에 물을 길어서 물통부터 채워놓고 보니 몸도 후끈해졌으니
여유 있게 뜰채도 펴놓고 여벌의 채비까지 준비해 놓고 늦게까지 이 자리에서
낚시를 해야 하는 물때까지 걸렸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물색도 지나치게 탁하고, 쎄한 느낌에 미끼를 쥔 두 손가락의 느낌을 신중하게 느껴보니
바늘까지 차디찬 것이 너무 수온이 낮은 것 같았다…….
물러나고 흐르는 물이니 이러다가 다시 수온이 변하겠거니, 일찍 갖다 준 도시락을
펼쳐 놓다가 아직 시간도 넉넉하니 기왕이면 따끈한 국물을 곁들이는 것이 좋겠기에
가스버너의 불을 당겨봤는데 동계용 가스를 사용하는데도 화력이 시원치가 않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석유버너를 사용하던 때에는 예열을 위하여 박카스 병에 알코올을
담아 가지고 다녀야 했었고 자칫, 노즐을 설 잠그면 석유가 새어나와 번지는 소동도
여러 번이었는데 동대문의 산악용품 취급 점에서 가스버너라는 걸 처음보고 사가지고 오니
산이며 낚시며 등산을 다니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구경을 해보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구경하자는 사람들에게 매번 불이 켜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틀어대다 보니
아깝고 비싼 가스가 동이 나서 또 한통을 사려고 버스를 타고 동대문이나 남대문을
다녀와야 했으니 귀찮은 마음에 고장이 나서 버렸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니까~?!
어느 저수지로 낚시를 갔던 날,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선배가 허접하게 보이는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이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고무호스로 라이터용 가스통을 연결하여
불이 붙는 헤드를 어찌저찌 붙인 수제품이었는데 혼자서 라면 세 개는 거뜬하다고 했다. 허~~~!!!!!
점심을 먹고도 물방향이 바뀔 시간까지, 지루하지만 지루하면 안 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부족할지도 모를 밑밥통속의 분량을 계산하고 안배해가면서 가끔씩 노래미가 걸려들면
뒤따라오는 고기가 있을게라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는 예민하게 움직이는 찌를 보면서
수온이 내려갔기에 입질도 그러했겠다고 신중하게 견제를 해보다가 느낌이 있어
챔질을 해보니 좀 이상한 당김........
(그래~!!!! 서 씨 아저씨가 농어를 그리 많이 낚았다니 이것도 농얼 게야....!!!!!)
길쭉한 모습을 보이던 고기가 물위에서 부터는 날뛰고 설쳐대는데 농어가 아닌 숭어였다.
뷔페나 시장에서는 숭어만 해도 고급횟감이 분명하지만 이미, 돌돔이며, 참돔이며
볼락 등의 고급 진, 회맛을 알아 버린 꾼에게는 반갑지가 않은 천덕꾸러기였기에 물 밖으로 끌어 올려지면
비싼 물통속이 아닌, 쪽진 갯바위 한구석이 제 차지였다.
건너편의 누군가를 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오후까지의 시간이 지나갔고
배에 올라타는 사람마다 말수가 없는 것을 보니 고기를 잡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찬 수온 탓이었을까?!
고기도 잡기전에 물통에 물을 길어 놓는 깨방정때문이었을까?!
모두가 내탓이로소이다....ㅜㅜ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뜰채로 퍼 올렸을 학공치를 그득하니 담아 놨던데
실속 있는 낚시를 한 사람들이 부러운 날이었고 크지 않은 감생이 세 마리를 낚았다는
서 씨 아저씨의 회나 얻어먹는 날일까 했더니 돼지고기가 접시에 올라왔다.
‘이상하네~?! 갑작이 수온이 내려갔나? 여태껏 쏟아지던 고기가 입을 다물었는데~? ’
수도 없이 낚았다는 감생이 한 마리 썰기가 그렇게도 아까울까, 짠내 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랬는지
묻지도 않는 소리를 하더니 살림망에 담아서 모아놓은 감성돔 열댓 마리는
처남들에게 보내 주었고 낚시를 다닌다는 고향친구 하나를 불러들였다는데
처박기 채비만 가자고 왔기에 낚싯대를 빌려주고 채비해주고 뒤에서 봐주다 보니
그 친구만 고기를 잡기에 뜰채까지 도와주다보니 이틀을 낚시를 못했다고 했다.
일요일 아침배로 나가야 하는 친구에게 또 담아 갈수 있는 만큼을 보냈다는데
가만히 듣고 보니, 언젠가 여름 낚시 철에도 만재 도에 왔던 사람이었는데 자기 동내에서는
제법 한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며 자기를 소개했는데 갯바위에서 신는 신발이 아닌
빤짝이는 구둣발로 나타났기에 북항에서 배를 타려고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쇼크를 줬던 친군가 본데, 회진 쪽에서 간단하게 낚시를 즐기는, 그 고장 말대로라면
또랑, 똘창?! 낚시꾼이었으니 만재도 에서 사용하는 바늘크기와 채비에 놀라워하다간,
하루 만에 보따리를 싸가지고 줄행랑을 쳤던 그 아저씨 였는가 보다.
‘내가 웬만하면 놀라지도 않고 씩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인데 사흘쯤
낚시를 해볼까 했더니 하룻밤에 잡은 고기가 이렇게 많으니 사흘을 했다가는 가마니에
담아 가게 생겼으니 낚시에 의미가 없기에 먼저 나가봐야겠다. 던 그 아저씨 맞지?!
그 씩씩한 아저씨는 이번 겨울철에도 한 자루의 고기를 휩쓸어 갔다는데 괜히 불러 들여서
뒷바라지만 하느라고 고생만하고 고기만 얹어 주었다고 서 씨 아저씨는 싫지 않은 것 같은
볼멘소리를 하기에 ‘그러기에 옛 말에 귀신을 불러들이기는 쉬워도 내쫓기가 쉽지 않다고
그러지 않았수? 자기가 불러 들여 놓고서 뭔 소리를 하시는 게요?! 시방~?! ’
오늘은 사람이 많기에 제대로 된 자리에 가기가 쉽지가 않겠기에 첫날에 내렸었던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포인트를 다시 가서는 제로 찌를 사용하여 씨알이 약간
작긴 하지만 세 마리를 잡았다는 건데 이번에 두어 곳의 포인트를 확실하게 알아 두었다면서
어쩌면 그 시간대만 되면 정확하게 바다가 고기를 내주는지 신기하다 못해,
신통방통하다고 했는데, 그러면 왜 바닥을 긁어서 어느 세월에 바닥까지 내려갔을
제로 찌 채비에 끼웠을 미끼 달린 바늘을 어딘가에 걸어서 비싼 찌를 다섯 개나
떨어뜨려 먹었냐고 통박을 주니, 너무 앞으로까지 다가왔는데도 거둬들이지를 않아서
그랬다는 이해가 잘, 안가는 대답이었지만 꿩잡는게 매라고 저 아저씨 뒤를
따라 다니다 보면 뭔가 얻어먹을 것이 많게 생겼다.......
올라오면서 내일 사용할 밑밥을 꺼내 놓으려고 보니 박스째 없어졌기에 노 선장의 아들이
울릉도와 만재도 에는 도둑이 없는데 누가 집어 갔는지 찾아내고 말겠다고
온 동내를 뒤지고 다니다가 범인을 찾아서 끈으로 묶어 놓고 왔다고 달려 올라왔는데
자기 밑밥 박스를 찾지 못한 사람이 급한 김에 들고 갔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기에
그 솜씨면 중앙으로 올라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만재 도를 떠나보라고 했는데
과연 떠날지는 알 수가 없고, 늦게 꺼내 놓은 밑밥이 잘 녹도록 바닥에 몇 번
메쳐서 조각을 내어놨다니 내일 일정에는 이상이 없게 되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빨간 뚜껑이 달린 도수 높은 이슬 병이 나왔기에 무엇일까 했더니
서 씨 아저씨가 페트병에 담긴 삼홉짜리 빨간 이슬을 한 박스나 가지고 왔다는 건데
민박집 아저씨와 매일 같이 각, 각, 1병씩을 마시다 보니 몇 병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는데, 누군가 손님이 오면 아줌마가 음주가무를 허용해 주는 편이기에
생일날이 따로 없었다…….
예전에는 낚시를 오는 것을 알면 아저씨가 전화를 하여 아직, 고속도로 위라면 휴게소에서
담배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곤 했는데 목포도 그랬지만 진도라는 도시는 그때만 해도
깜깜절벽으로 새벽에는 담배를 살 편의점이라는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좋지도 않은 것을 뭣 하러 피우냐 ’ 며, 아줌마가 호통을 치는 것을 봤는데
바로 담배를 끊었는지 더 이상 부탁이 없었고 점, 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아줌마에게 짓눌리는지 술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는데 그때만 해도 자제를 못하여
주사도 약간 있었지만 아저씨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을 늦게나마 철이 들어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근래에는 그런 규제도 받지를 않는지 손님 대접차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핑계는 그럴싸한 것을 넘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서 씨 아저씨 혼자 있는 날이 여러 날이었기에 민박집 아저씨 혼자서만 상대를 해줬어도
신나는 날이었는데 사람이 늘었으니 민박집 아저씨의 신나는 만재도의 밤 시간이 더 늘어났다.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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