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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이 여름이 가기전에 다녀온 만재도

by 찌매듭 2019. 9. 15.


 

여객선의 손님을 옮겨놓고는 바로 낚시를 간다고 했기에 몇 시간의 잠에서 깨자마자 얼굴에 물 칠도 안하고
점심밥도 안 먹고 빠르게 미끼와 간식거리를 챙겨들고는 냉동고에서 밑밥을 꺼내고 보니 여객선이

와 있는 것이 보였다.

 

스무 명도 넘는 단체 관광객이 찾아왔기에 두 번에 걸쳐서 도선 일을 마친 배에 올라타고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늘이 먼저 생기는 자리에 빨리 내리고 싶었기에

해가 가거도 쪽으로 내려앉을 때까지 뜨겁긴 하지만 초행자에게 초 만족을 줄 수도 있는, 너무도

잘 아는 자리를 마다하고 건너편의 시원하고 편한 자리를 택했는데 낚시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텐트를 펼칠만한 편한 자리가 있는 곳에서 시원하게 잠이라도 자고픈 생각뿐이었다.

 

또 발밑의 깊이가 20미터나 되는 자리에서는 하룻밤에 두어 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물이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기도 하기에 초행자의 간을 콩알만 하게 만들어 줄 수가 있겠기에

그런 고기를 한번 걸어 보고는 얼굴도 못보고 보내버린 후엔 두고두고 침을 튀겨가며

키우고 또 키우겠기에 그 자리를 양보하고 우측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솔직히 속내를 말하자면

잡지도 못하고 채비만 망가뜨릴 것이 뻔 할 테니 좀 더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고는 물이 올라갈 때에는

참돔을 몇 마리 잡고 포말이 일적마다 달려드는 농어 마릿수가 확실한 곳이기에 자리를 양보했다는 것이

맞겠는데 만재 도를 처음 온 저 촌뜨기는 그 속을 알리가 없을 것이다…….ㅎㅎㅎㅎ

오늘 아침에는 흔적이 없었다던 농어들이 다시 들어왔는지 갯바위에 멸치들이 튀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었기에 가장 자신 있고 만만한 농어 다루기의 진수를 몇 수 초행자에게 보여주면

아마 나를, 토르(Thor) 의 형으로 알지도 모르겠다.... ^^;;

 

가거도로 해님이 내려앉을 때까지 타 죽을 듯이 고생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장인과 사위 팀은

네 번째 저 자리를 내리는 것 같은데 물속지형 파악을 다했는지 모르겠다.

시간에 맞추어 구석구석 뒤져보면 온갖 어종이 난무하는 아쿠아리움 보다 더 많은 물고기들이

물속에 들어 앉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을까???

 

비어 있던 서쪽자락으로 본적이 없는 외짓배가 갯바위에 직접 사람을 내려주는 것이 보였는데 글쎄나?

 

초행자는 일러주었던 자리보다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처음에 일러준 자리가 물속 지형이

기가 막힌 자리였음에도 다소 높아 보이는 지형 탓에 뜰채가 닿지 않을 것 같다며 황금방석같은

자리를 마다했는데 만재도 첫 방문에 초행자티를 벗을 수는 없겠지?

노 선장의 아들이라며 먼저 그 자리로 달려갔을 테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해우소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낚시를 했을 텐데 두리안을 입에 물려주었는데도 초행자는 마다하고

망고를 먹겠다고 더 편한 아랫자리를 고집했다........

 

왼쪽 멀리의 안쪽에는 민박집 아저씨가 어릴 적에 자기의 아버지와 호롱불을 밝혀놓고 볼락이며 열기며

쏨뱅이를 밤이 깊기 전에 잡았다는 추억의 장소가 엿보이는데 작은 나무배를 타고 어떻게 저곳까지 노를 저어 와서

고기를 잡았을까는 아직도 궁금하다.......

 

물론 물때를 맞추어 흐르는 물살을 타고 왔겠지만 그때는 물때표 같은 것도 없었을 테니 경험에만 의지하여

왔다가 다음날 바뀐 물살을 타고 집으로 되돌아갔겠지만 잘 상상이 되지를 않는다.

 

밤이 깊어 고기가 더 물리지를 않으면 이제는 고기도 잘 시간이 됐으니 우리도 쉬었다가 아침나절에

또 잡고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는데 밑밥이 없었던 시절이니 부르거나 붙들어 놓을 수가 없었기에

나와 돌아다니는 한정된 고기를 잡으면 더 잡을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초행자가 부지런히 밑밥을 뿌려가면서 낚시를 했기에 그곳에서는 약간 먼 이곳까지 볼락들이

홀려 나왔었을 텐데 큼지막한 왕사미를 열댓 마리를 낚아 들긴 했지만 저 자리에서는 돌돔이며

뭔지도 알 수 없는 고기를 걸었다 놓쳐야 하는 곳인데 볼락이 또 웬일일까?!  

 

어제와 달리 초행자는 도시락도 펼쳐 놓았고 프라이팬을 꺼내어 오늘은 아줌마네 부엌에서 집어 온

계란 네 알을 익혔다……. 그 넘에 계란……. 또 자랑 질이다.……. -,,-

      

한참 추자를 다닐 때인 구십 년대 어느 날, 민박집에서 일을 돕는 가이드 겸,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오신다면서요??? 부탁을 좀 하려고요……. 빵 좀 몇 개...... -_- ”

 

, ???? 추자도에도 마트가 있고 가게가 여럿인데 보름달이고 단팥빵이고 곰보빵도 있던데?“

 

그런 빵 말고 예..... 제과점에서 만든 보들보들하고 야들야들한 빵 안 있습니까?”

여기 아지매들이 그런 빵 한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카더예.....“  

 

크림빵, 도넛, 소라빵, 카스텔라, 곰보빵이며 종류별로 쿨러 하나 가득, 제과점 빵을 담아가서

건네주었는데 감격의 소리가 들린 것 같았고, 다음날 표시를 해둔 도시락을 꼭, 가져가라기에

전복이라도 하나 구워서 곁들였나 했더니 계란 프라이가 일행과는 달리 두개가 얹혀 있었다.…….

~~~ ~~~~~!!!! ^^

 

그 다음날은 김밥을 싸서 돌린다던데 별도로 받은 검은 봉지에는 두 줄의 김밥이 담겨 있어,

또 한 번의 차별대우가 있었지만 뱃고래 큰 정 군에게 넘겨주었다.....

계란? 김밥? 정말 자랑 할 것이 되나? 못되나?!  

 



물살이 거세기로 만재 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인데 또 물이 안 흐른다.....

무언가가 잘못된 기이한 현상에 낚시가 시들해 졌고 졸음은 또 왜 밀려오는지 텐트를 꺼내들고

한숨을 자보려고 위쪽으로 올라간 시간이 자정도 안되서였다.

 

짧게 잔 토끼잠이 새벽 두시에 도망이 가버려서 낚시를 해보려고 내려와 보니 이것저것 모든 것이

아깝고 억울한 초행자는 눈을 밝히고 있었다. 집에서 색시가 나누어 줄 곳이 많으니 큰 고기보다는

마릿수를 생각하며 낚시를 하라는 전달이 있었기에 볼락도 반갑다며 꿋꿋하게 서 있었는데

그 순간에 물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빠른 물에 채비를 태우고 정렬의 순간이 있자, 바로 전지 찌가 물속으로 사라졌기에 참돔 세 마리를

낚을 수가 있었는데 네 번째의 채비를 던져 넣자 흐름이 딱 멈춰버렸다.

 

아래쪽으로는 내려가는 물이 있겠기에 다시 던져 넣었더니 약한 흐름 속에서 미약한 입질이 있기에

농어일까 했더니 참돔 한 마리가 더 물려 나오고는 더 이상 입질이 없었고 갑작이 너울이 일어나기에

빨리 몸을 움직였지만 등줄기를 적셨고 신발도 젖어 버렸기에 짐을 더 위쪽으로 옮겼고 설치한 받침대도

물에 잠기다시피 했기에 아침에 물이 빠지면 되찾기로 하고 두어 걸음 더 높이 올라섰다.  

 

아침에 날이 밝을 무렵에야 크지 않은 돌돔 두 마리를 낚을 수가 있었기에 몇 마리 더 낚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초행자의 자리를 보니 일러준 것을 잊었는지 가지고 나온 크릴덩이를 밑밥 통에 한 번에

담아놓고 녹아서 색도 변한 상태로 생각나면 주걱 질을 하고 있었는데 누렇게 달뜬 색갈이며 짓이겨진 형체며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었다…….

 

동내꾼들이 모여서 가는 주말낚시를 어쩌다 한 번씩 동행해보면 밑밥을 많이 사용하면 고기구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하는지 완도까지 밤새워 달려가서 너댓시간의 낚시를 하는 동안 7~8장의

크릴덩이에 두 봉지의 파우더와 보리쌀까지 퍼 담아 비벼서는 아무리 팔 아프게 밑밥질을 한들

절반이나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남은 대부분을 고기밥을 주러왔다면서 돌아갈 시간이 다되면

쏟아 버리고 마는 헛짓들을 하니 폼만 허우새인 주말낚시꾼들의 모임이 분명하다…….

 

 

발밑낚시 장소가 많은 만재 도에서라면 석장으로도 밤을 충분히 새울 수가 있는 것이 한 덩이를

쿨러에서 내놓았다가 녹아내린 부분을 훑어서 좋은 크릴은 미끼로 바늘에 끼워 쓰고 손에 남은 것은

~!’ 하고 밑밥으로 뿌려주면 세 시간은 족히 사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다 녹아서 사용하는

시간에 맞추어 두 번째의 크릴덩이를 꺼내고 또 세 번째의 크릴덩이를 꺼내면 충분하게 밤의 낚시시간을

채울 수가 있는데 성에 차도록 좀 더 많은 양을 사용하고 싶다면 두 덩이씩 꺼내 놓으면 될 터인데

저 놈의 초행자도 일러준 대로 하지를 않고 곱지도 않은 손 아낀다고 저 짓이니 싱싱한 밑밥의 효과를

극소화해가며 밤을 새웠나보다……. 일러준 대로만 했다면 왕사미도 잡은 것의 곱이 넘을 텐데........  

 

날이 밝자마자 경적을 울리면서 이르게 배가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동쪽 자락에 있는 손님부터 실을 테니 그쪽 사람들이 더 바쁘겠고 투덜거리는 초행자를 달래어 꾸린 짐을

모아놓자마자 배를 디밀어댔다…….

 

실려 있는 두 틀의 그물이, 걸려든 고기와 엉켜서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것이 아침작업을 하다말고 온 것 같은데

급히 실은 듯한 낚시 짐들이 그물위에 올려져 있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무슨 일이 있었나 본데

끝끝 간여에 혼자 있던 낚시꾼이 너울물이 허리까지 올라왔고 짐들이 휩쓸려 내려가기에

높은 곳에 있던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해서 그물을 걷던 젊은 선장이 급히 달려 갔던가보다.

 

기상이 돌변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멀리 있어 행로를 짐작하지 못할 태풍이 물속으로 너울을

먼저 보내는지 쉼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일 부터는 낚시가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섬에 있어도 갯바위로 실어다 주지 않을 테니 집에서 놀지 않으려면 오늘 객선으로 나가시라고 했는데

몇 마리 안 되는 고기를 손질해놓고 먼저 집으로 올라갔다.

 

이곳까지 와서 깨끗하게 씻는 깔 끔을 떨 필요도 없기에 대충 물 칠만 하고 창문에 서니

서망에서 온 낚싯배는 아홉시도 안 되는 시간에 사람들을 휘몰아 싣고는 출발을 했다…….

 

아따~!!! 저 배를 이용 했었으면 어둡기 전에 서울 집에 도착하는 일이 생겼겠소만.......-,,- ”

 

마릿수의 볼락을 잡았다는 초행자는 손질시간이 길었기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아침밥을 같이 먹게 되었고

기상이 급변한 것 같으니 일정을 줄여서 오늘 나가야겠다니 몸부림을 칠 기세였지만 만약에 묶여서

출근을 못하게 된다면 더 큰일이기에 방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몰아쉬면서 심통을 부려댔다…….

(지 팔자가 똥 묻은 개 팔자로 타고 났는데 누구한테 앙탈이야? )

 

어제의 여객선편으로 서 씨 아저씨가 지렁이를 들여보냈다는데 남은 것까지 1.5키로는 되겠는데

소고기 값보다 비싼 지렁이를 다 버리게 생겼다…….

원도 권으로 낚시를 다니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생기곤 하는데 없어서 발을 동동 거리는 것보다는

남겨서 고기밥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미끼는 여유가 있어야하나 소고기를 사먹어야 하는데……....

 

늦어도 아주 늦은 아침밥이었으니 점심밥은 거르기로 했고 잠시 더 누워 있다가 여객선 시간에 맞추어

짐을 들고, 끌고, 내려가니 막 고기 손질을 끝내곤 품삯고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노 선장인 양식이 파()에 소속된 할머니&아줌마가 8명이니 상품으로 골라낸 고기 외에 남은 고기를

골고루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품삯으로 받은 고기들을 또 한 번 골라서 상품과 뭍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낼 것을 나누곤, 볼품없는 고기는 자기들의 반찬으로 남겨 둘 것이다…….






  

어제 몰려 왔던 하루치기 관광객들도 나가야하기에 여객선을 붙들어 가며 두 번째 도선을 타고

여객선에 오를 수가 있었다.

 

태풍이 다가 오는 느낌을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저항은 너무도 미약하기에

빠른 대처만이 안전의 지름길임을 이제는 잘 알기에 그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수밖에.....

 

초행자티를 내려는지 심 실장이 가방에 남은 컵라면이 있다면서 배의 매점에 가서 더운 물만

부어 달라면 안 될 까고 가보았지만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고 통박을 당하고 돌아와서는 야박한

인심이라고 입을 내밀었지만 너라면 퍼부어 주겠니? 그것도 뜨거운 물을?????

 

서 씨 아저씨와 함께 목포에 나갔던 노 선장의 작은 아들이 여객선이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왔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가라며 썩어도 맛있다는 준치회를 잘한다는 집으로

안내를 하였는데, 매콤, 달콤, 새콤한 것이 입맛을 돋궈주는 손님 많은 집이었다.

 

고속도로로 들어 서기전에 있는 만재 도를 전문으로 다닌다는 낚시점 간판이 바뀐 것이 보였다.

내가 낚시를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가게 운영을 잘해서 만재 도를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기원했던 낚시점이

문을 닫고 주인이 바뀌었나 보다. 만재도 출신의 점주는 솔잎대신 갈잎을 탐하다가 탈이 난 모양인데

석 달 전만 해도 카톡으로 연락이 되었는데 그놈의 촌뜨기가 결국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보지?!

 

 

이번에는 언제 오는 가고 딸아이가 전화를 했는데 뒤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마나님에게 들리도록

당장 오늘 밤에 도착하겠다고 하니 웬일인가고 환호를 하는 것 같았는데 아직 써먹을 데가 있고

인기도 식지를 않았나 보다…….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주말의 고속도로에서 휴게소를 두 번 들렀다가 자정 전에 도착을 하여

짐을 휩쓸어 싣고 떠났던 휑한 공간에 다시 채워 넣었고 가지고간 비닐봉지를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기에 당연히 고기를 채울 냉동고의 칸도 넉넉하게 남게 되었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을 정 사장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서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갈치낚시를 가게 되었는데 잔뜩 잡아다가 추석선물로 써보겠다는 좋은 목적이 또 있으니

나서본다만, 마나님의 눈길이 썩 좋게 느껴지질 않으니 또 어쩐다니????  

 

이동 없이 단번에 자리를 잡으면 좋겠지만 열다섯 번째의 맨 아랫단의 바늘에 달랑 걸려나온 갈치 한 마리를

쿨러에 담자 이동을 한다기에 또 삼십분을 달려서 1시간 정도를 소비하고야 늦게 저녁밥을 먹었는데

옮긴 보람이 있었는지 심심치 않게 갈치가 올라왔다.

 

에구구……. 고기도 귀찮고 선실에 들어가 눕자니 심술 많은 사무장이 들들 볶아대고.....

엉거주춤하니 자세가 잡히는 것이 초특급 프리미엄급으로 변신을 했다는 12인승의 갈치낚시배가

간격은 넓어져 좋다마는 기둥이 걸리는 자리를 차지했다보니 채비가 어중되게 건너가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틀을 하다 보니 하루는 도민으로 변신을 하여 입에 맞는 아침밥을 따로 먹어야 하는데 도새기 족탕을

즐기는 정 사장님과 소맥 두 잔을 거푸 마시고는 편한 잠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마릿수가 많은 날이었기에 바늘을 쥐고 흔들다 보니 손가락이 저리고 아파오기에 새로운 날의

밤을 위해서는 파스 한 장의 처방이 필요했고 자는 듯 만듯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배에 오르게 되었다.

 

오늘은 다른 자리를 골라야겠기에 번호가 적힌 젓가락이 담긴 통을 흔들어 대는 야바위가 전문인 듯한

사무장의 손놀림을 유심히 보면서 원하는 번호를 뽑아 들게 되었는데 물속도 보는데 그깟 통속 못 보겠어?? ^^;;

 

편하게 밤 시간을 보내겠다고 맨 뒷자리를 꿰어 찼고, 기둥이 걸리는 자리는 아직 서툴기에

한 벌 채비를 다루는 서 원장을 세워놓고 예전의 18석 자리라면 누구나 기피하던 자리가

세 자리를 합한 자리로 변했기에 어떨까 했는데 물골까지 맞아 떨어진 건지 차지한 정 사장님은

쿨러를 일찌감치 가득 채워놓고는 옆 사람에게 인심을 써가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씨알도 큰 것들만

달라붙는 금싸라기 자리로 탈바꿈하였다.

 

포장까지 따로 맡겨놓은 갈치박스를 다음날 보내 달라하고 돌아와 보니 만재 도에서 반찬으로

농어와 열기상자를 보냈다고 연락이 왔다.






  




금년부터는 오래 보관하지 않고 바로바로 나누어 주기로 했기에 혼자 사용하던 오래된 냉동고를

얼마 전에 치워버렸었고 집에 있는 여러 대의 냉장동고에도 무엇을 넣을 공간이 없었다…….

어느 집이나 할 것 없이 마나님들이 고춧가루며 알 수 없는 온갖 것들이 담긴 검은 봉지로 가득 채웠기에

무엇을 갖다 넣으려고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에 아예 생각도 안하는 것이 편하고말고......

 

급히 배송이 될 수 있는 냉동고를 찾아서 하이마트며 전자랜드도 가보고 총알배송을 한다는 곳도

기웃거렸지만 며칠이 걸린다기에 새로 생긴 대형마트에 가보니 내일 배송해줄 수 있는 냉동고가 있다기에

배달장소를 일러주곤 급히 돌아와서 놓을 공간을 만들어야 했는데 도대체 어쩌자는 걸까?

 

다음날, 냉동고보다 생선박스들이 먼저 들이 닥쳤고 조바심이 날 즈음에야 주문한 냉동고가

도착하여 한숨을 놓았는데 만재도의 아저씨가 팔아 달라고 부탁한 미역덩이가 또 들이닥쳐서

정신없이 전화기를 돌려야 했다.

 

큰 태풍이 들이 닥친다기에 뱃길이 끊길까 걱정이 되어 평소보다 일찍 섬의 주민들이 목포로

명절을 쇠러 나갔는데 가거도의 마무리 공사 중인 방파제가 유실되어 여객선이 접안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하고 홀로 남아서 만재 도를 지키던 경록이는 바깥을 나갈 수가 없는

공포의 밤을 보내곤 날이 밝아서야 섬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피해 소식을 전해왔다.

 

새로 지은 이장 댁의 지붕이 통째로 날아갔기에 명절도 포기하고 되돌아가서 수리를 한다는데

용케도 인부들과 자재를 구했다니 다행이다…….

 

서울은 멀리 태풍이 지나갔기에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간 편이지만 영향권에 든 곳은 큰 피해를

입었다니 다 함께 걱정을 해본다.

 

늦은 가을장마로 맑은 하늘을 본 날이 언젠지 기억이 안날 정도인데 추석명절 기간이 지나고

조용한 시간이 되면 가을 나들이를 가볼까 는 생각도 해보니 이 또한 별난 병일게다.

 

만재 도를 갔었던 초행자가 가성비 최악의 낚시를 했었다고 툴툴대는 통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는 참돔 손맛이 강하고 짜릿했었다니 그 알 수 없는 속마음에 정신이 혼란해졌다.

 

틈만 나면 다녀오는 올림픽공원으로의 이 만보 가량을 걷는, 운동을 하는 목적이 마나님이

뱃살을 줄이라는 들볶임에서의 피함이 아니라 체력단련으로 또 다시 나서볼 낚시여행이

목적임을 알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