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나선 시간이 목요일 오후 4시. 떠버리 총무의 낚시점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준비를 몇 일 전부터 했다지만 빠진 것이 또 있는지 여러 차례 여닫던 버스의 화물칸이 드디어 입을 닫는다. 각성(各姓)의 많은 인원이 움직이려면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다른 행사와는 달리 낚시 행은 출발시간이 잘 지켜지는 편이다. 좌석을 가득채운 포만감에 젖었는지 가득이나 말 많고 목청 큰 천연기념물적인 총무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높아만 간다. 팽목 항에서 당기지 않는 새벽밥을 목구멍으로 흘려 넣으면서도 이렇게 먹는 밥이 한 번도 탈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어지간한 낚시인이라면 승선의 경험이 있을 남해 2호……. 지금, 배들에 비하면야 15노트의 평속을 어디에 내 놓을 수도 없겠지만 30톤에 가까운 듬직한 체구에 잘 닦고, 기름치고 조여서 윤이 반질반질한 엔진, 을 보면 기관장의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배다……. 또 여러 팀을 모아 한몫을 챙기려는지 날이 밝았는데도 배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여럿의 지청구에 못 이겨 느릿, 느릿 나가던 배가 다시 항으로 되돌아간다. 막, 입구에 들어 왔다는 승합차의 연락을 받았단다. 삼 일간 대를 담글 수 있다는 여유로움에 마음이 부처를 닮아갈까나? ‘그래~~· 저 사람들도 오노라 얼마나 똥줄이 탓겠어?!’ 한 배를 탔으니 모두 한 형제가 된 기분이었을까?!
- 사람이 제법 많아 70 여 명은 되었는데 해가 오르고 후지근해지자 하나, 둘……. 밖으로 나가 지붕위로 자리를 잡는다. 잔잔하다지만 바다에서의 어떤 사고를 염려해서 보다는 해경배에 마음이 쓰여 선실 안으로 들어 오라는 선주와 선장의 안달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쓸어주는 맛에 찜통선실을 마다한다……. ‘사람을 적당히 태워야지 초만원이니 누가 안에 들어가겠어?’ 입맛을 다시는 선주의 눈가에 체념의 빛이 올랐나 싶었는데 갑자기 배의 속도가 줄어든다. 멀리서 지켜보던 해경 배에서 연락이 왔다는데 큰 배가 움직이려면 기름이 많이 들어서인지 어느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오면 꼭, 기다리고 있겠노라 무전이 왔단다…. 일천하고도 한 톤이나 되어 1001호라는 목포에서 왔다는 해경선 에는 높은 양반이 타고 있었다는데 낚싯배치고는 큰 축에 드는 남해 2호였지만 고목나무 매미라는 소리가 이래서 나왔나보다…….^^;; “선장~! 선~주~!! 위로 올라 온나~!!!!!!!!!!!!” 무려 세 시간이나 걸린 진빼기 조사 끝에 벌금 3백만 원에 한 달간 운행 정지라는 상장을 타고 돌아온 선장의 짜증난 목소리가 높아간다. “그러기에 선실 안으로 들어오라니까 말을 안 듣고……. 목포에서 나오는 배를 만나기전에 이 근처를 빠져 나갔어야 했는데… 니네 어미 보살~!! 배 돌릴 껴~~~~~~!!!!!“ 쌍시옷의 원색적인 문구가 길게 이어지자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일단의 무리들의 눈매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제대로 출발을 했으면 벌써 만재도는 갔을 게고 당신이 돈 좀 더 벌려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 누굴 탓하는 겨? 정원 지키고 제시간에 출발했으면 누가 지붕위로 올라가겠어? “ 싸움도 싸움이지만 3일의 시간활용에 더 걱정이 되는 현자(賢者)가 뛰어나와 어차피 벌금에 정지는 되었지만 오늘은 운행이 되니 어디든 행선지를 정하고 생각하자는 달램에 만재도를 종착으로 정하긴 했지만 가거도를 가려던 많은 인원이 작은 만재도에서 어찌 궁핍(窮乏)을 떨까? 머리 잘 돌아가기로 유명한 떠버리 총무가 무게 실린 소리를 낸다. “에~또, 가거도로 연락을 해서 관광선을 만재도로 나오라 벌써 연락을 해두었으니 우리는 틀림없이, 가~! 거~! 도~! 를 갑니다.!!!”
- 만재도에 도착하니 가거도에서 왔다는 시커먼 배 한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배의 형태만 보고 역시, 경험 많고, 노련한 총무라며 칭찬을 했지만 짐을 옮겨 싣고 보니 중국의 정크 선을 빌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제법 크기는 하지만 목선에 선실도 없고 어제까지도 작업을 한 흔적이 또렷한 것이 분명 작업선일터인데 관광선이라니???? 가거도 초행이 대부분인 사람들은 불평도 없이 가거도를 간다는 기쁨만으로도 따가운 햇빛아래, 여기 저기 주저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행이도 바다는 잔잔한 호수 같고……. 배당받은 도시락을 들고 좁은 조타실로 들어가니 간신히 세 사람이 엉덩이를 기대고 있을 공간뿐! 조종간을 넘긴 선장이 예쁜, 아낙이 싸주었다는 점심 보따리를 풀어 제친다. 서너 가지 찬 중에 눈을 잡는 홍합무침....... 익히지도 않은 생홍합을 오이, 도라지를 넣어 새콤, 달콤, 맵싸하게 무쳤다지만 더운 날, 선뜻, 손이 가지를 않는다. 비브리오 소리는 들어보도 못했기에 없어서 못 먹는다는 선장의 권함보다는 코가 주저앉고 위로 뻥~! 뚫린 기괴한 모습에 눌려 ‘에라~! 모르겠다.’ 소독삼아 막소주를 한 모금 곁들여 몇 점을 먹었다만 무슨 맛인지 모르겠네?~~~~! -_-;; 몇 번째 꺾어든 대접 너머로 가거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배위에 널려 있던 이들의 환호성이 짧게 끝이 난 것이 저리 보여도 세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이 배의 최고 속력이 6노트란다……. 여자 일행도 몇이 있었는데 모두가 시꺼멓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눈빛에는 ' 그래~!!! 가기만 한다면............'
- 3구 가까이 이르러 엔진의 소리가 이상하다 싶더니 꺼지기에 몇 번을 들락이던 선장이 호스를 물고 빨고 시동이 걸렸다 꺼졌다를 반복하더니만 아예 멈춰버렸다. 별다른 요동이 없었던 배도 물 흐름에 걸리자 발버둥 치기 시작했고 한명이 시작한 멀미가 전염병 같이 번져 나가며 괴로운 화음의 세레모니가 퍼져난다..... 마침 멀리서 보던 배 한척이 다가와 밧줄을 걸고 끌었지만 둔탁한 음을 내며 터지기가 여러 차례. 마지막 남은 가느다란 줄이 기적을 발휘하여 서서히 끌려간다. 2구의 마을 앞에 도착하여 여러 척의 종선에 나누어 타고 급한 대로 대충, 내린 곳이 방죽개 부근, 다른 이들도 깨밭에서 신간 여 쪽으로 멀리 벗어나지를 못했다. 김대성님, 후배와 짐을 옮기고 흔들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가만있어라........ 집 떠난 지 25시간이라? -_-;; 밤만 지새우고 날이 밝는 대로 제대로 된 포인트를 찾아 나서리라. 체력을 아껴야만 남은 이틀을 버틸 수 있겠다 싶어 편한 자리를 택했는데 고생스런 입성이었으니 집에서 편히 쉬자는 선장의 말을 뿌리치고 저녁밥에 곁들여 나온 장어구이를 곁들인 곡차를 즐기고 있었는데 어두움 속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 팔뚝만한 장어가 물렸느니 허벅지만한 놈을 보았다가 떨구었느니.. 장대를 잘 다루는 일행도 먹을 만한 돌돔을 두어 마리 잡았고 후배 놈도 잡고기 사냥에 잠을 잊었으니 홀로 잠자기에 익숙지 않은 몸이 어찌 가만 있을쏜가?! 멀리 돌아나가는 조류를 찾아 집 나온 참돔이라도 잡아볼 요량으로 청개비를 듬뿍 끼운, 6호찌라지만 10호 봉돌을 채워도 가라앉지 않는 전지 찌의 움직임이 시원치가 않다. 가끔씩 자잘한 전갱이가 물려 지겨움에 몸을 떨만하면 그 보다는 큰 고기가 잠을 쫓곤 하다 만난 전쟁 같은 소나기 입질이 끝난 새벽, 공복으로 쓰린 위를 달래려고 차디찬 소주를 두어 모금 퍼붓고서. 여기 저기 나뒹구는 고기를 그러모아 훌륭한 모둠접시를 만들어 또 한잔…….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어 새벽으로 와있었고 살폿, 잠이 들고 말았다.
- “철~~~~~~수~~~~~~~~~~~~~!!!!!!!!!!!!!!!!” 잘 떨어지지 않는 눈에 희끄무레 날이 밝아온다. 일찍이도 포인트를 옮겨주려나보다.......... 가까이 있는 일행들을 그러모아 놓고는 선착장으로 가서 여객선을 타고 목포로 나가란다. “why~~~~ ?????????????? ” 갑자기 발생한 태풍이 급속도로 올라온다는데 섬사람의 오랜 경험으로 봐서는 모레쯤에는 이 곳에 상륙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상륙하는 쪽으로 보자는구나……. 허접스런 작업선을 타고 힘들게 만재도까지 가서 또 한번, 옮겨 타고 나가는 고생 보다는 마침, 다니기 시작한 호화 쾌속선도 한번, 타볼 기회도 생겼고 고기야 언제고 또 잡을 수 있으니 안전이 제일 아니겠냐는 선장의 말에 어느 누구도 대꾸를 못하고 1구 쪽으로 몰려갔는데 버린다는 비싼 지렁이 7~8kg을 그러모아 염장 질을 하다 보니 빙~! 둘러선 이들은 마치 제 가슴에 염장을 하는 심정인가보다 ^^;; 오랜, 방파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조금도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배를 기다리다 지쳐 몇 걸음 떨어져나가 미끼를 끼워 던지니 손바닥만한 우럭이 곧 잘 물고 나왔는데 기다림에 지친 몇이 따라하는걸 보곤 떠버리 총무의 입이 방정을 떨어댄다. “어디를 가면 방파제에서 대낮에 팔뚝만한 우럭이 물고 늘어지겠소~~?” “집에 맨손으로 갈 생각 말고 쿨러들 채웁시다~~!!” 생전 처음 가거도의 꿈을 꾸었다가 개꿈으로 끝나버려 밸이 꼬여버린 직장인이 팔을 걷는다. “야~! 이 쑤봉아~! 가거도의 관광선은 중국 정크선 같이 만들었냐? 관광선이 나온다더니 작업선이 나오질 않나, 미끼만 끼워 던지면 돌돔, 참돔, 금고기, 은고기가 줄줄이 나온다더니 무슨 놈의 태풍이 생기자마자 코리아로 달려 온다고 구라빵를 치고 이거 순 사기 아냐? 내가 처음부터 종친 줄 알아봤다고~~ 종도 한두 번 쳤으면 말도 안 해~~!!! 당신 종 잘 치는건 서울시민……. 특히 강동구민이 다 알아~~~~~~~!!!!! 난, 못가~!, 못가니까 내 비용 다 내놔~~!!!!!“ 직장인이 모처럼 시간을 내어 25시간 만에 꿈에 그리던 가거도에 발을 딛었건만 12시간 만에 철수를 결정하고 방파제 앞에 모여 앉아 지렁이 염장질까지 보더니 그만, 사람이 이성을 떨구고 말았나보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복잡한 회로와 같은 보편성을 지녔다지만 똑같은 환경과 자극에도 사람마다 다른 변화를 겪는다.
- 떠버리 총무와의 멱살잡이 끝에 낚시가방이 던져지고 돈이라는 열댓 장의 종이가 휘날렸지만 같은 일행의 만류로 가라앉았고 드디어 물위를 날아다닌다는 호화여객선이 도착하여 새 것임이 분명한 카펫이 갯바위 신발에 상할까 조심하며 자리를 잡고 나니 밀렸던 피곤이 쏟아져 온다. 목포항에 이르러서야 눈이 떠졌는데 의자 틈 사이에 굴러 떨어져 볼썽사납게 잠이 들었나보다……. 입가엔 마구 흘린 침자욱이 얼룩졌을 테고……. -_-;; 목포항 앞에 늘어선 그러한 식당에서 이른 저녁밥을 먹고 나니 진도 쪽에 있던 버스가 도착했다. 대충, 꾸렸던 퍼진 짐을 어렵게 짐칸에 싣고 나니 땀줄기가 흐른다……. (떼 그럴~~~~~!!! 분명, 낚시는 미친 짓이야~~~~~~~~!!!) 뉴스에서는 벌써 주의보를 발령한다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왔고 으쓱한 떠버리 총무와 달리 한판 붙었던 이는 어느 구석에 앉았는지 보이질 않는다. 예정했던 일정이 하루가 당겨졌으니 집에서는 의아해하면서도 반기겠지만 몇 마리 안 되는 고기에 또 다른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 인간은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땅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헤밍웨이 소설의 제목이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3백 년 전쯤에 그런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존 던' 이라는 영국의 시인이며 성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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