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며칠이냐?”
“오늘이, 다섯물이네요!”
“????? 오늘이 왜 5일이야? 그건 지난 월요일이고 오늘이 12일 아닌가?”
“ ?????!!!!! 그러네요....... 오늘이 12월 12일 월요일....... -_-;;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노모(老母)를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요양원으로 모신지가 열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이 익숙지 않겠기에 하루, 이틀걸이로 들러보다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싶자, 요양원 측에서도 다른 노인 분들의 안정을
우려하여 잦은 방문을 삼가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이기에 차차, 찾아가는
시간간격을 조정해 보게 되었는데, 신체의 불편함은 있을지라도
인지능력은 아직, 연세에 비하면, 뛰어난 편이라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찾아가보게 되었는데 정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점심식사시간 때를 맞추어
평소에 입에 맞아했던 찬 한두 가지를 한두 끼에 먹을 분량만큼만 가지고 가서
한두 시간씩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 외에는 딱히 할일이 없었다.
수십 번도 더, 반복해서 들었던 옛날이야기지만 노모는 생전 처음 비밀을 털어 놓는다며
옆에서 누가 엿듣기라도 할세라 잔뜩, 목소리를 낮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들려주곤 했는데
그날도 장단을 맞추다가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면서 잠시 딴생각을 했었나 보다......
글씨 큰 달력을 갖다 걸어달라고 했던 것이 하필이면 낚시점 달력이었을 건 또 뭐람?!
12월 달에는 크고 작은 약속들과 주말마다 있을 예식장 청첩장들이 가득했는데
누구네 는 가보고 누구네 는 안 가볼 수가 없었기에 17일까지의 시간을 비워 놔두곤 있었다.
다른 해 보다 이르게 송년모임들이 월초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초등학교 송년회를
시작으로 몇 건의 송년회를 연거푸 치렀고, 11일 일요일에는 오천의 선장이 딸내미를
여윈다기에 먼저 가보고는 중복되는 되는 다른 집 예식장 건으로 바삐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도 걸러 버렸기에 집에 와서야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는
이상한 배고픈 예식장 다님의 날이었다.
17일, 18일까지의 일정을 모두 끝냈으니 19일, 월요일에는 노모께서 부탁한
소형 라디오와 간식을 챙겨다 드리고 나서 별 이상이 없다면 잠시,
잠수를 탄다고 해도 26일의 월요일까지는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질 수 있을게다....
성탄절인 25일까지만 돌아오면, 26일 월요일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
노모 앞에 앉아서 귤도 까드리며 말동무를 하고 있자면 여름철 같이
얼굴을 검게 그을리고 온 흔적도 없을 테니 완전범죄가 아닐쏘냐?! ^^;;;;;;;;
마침, 한주간의 일기예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파고가 1~2미터로 잔잔하겠다는
예보를 하고 있었으니 만재도를 다녀오는 데는 이상이 없을 것 같았다.
목포, 만재 피싱점의 최 사장이 연락이 되질 않다가, 오후에야 통화가 되어서는
철수손님이 있기에 화요일 새벽 배를 띄우겠다며 오는 데로 출발을 할 테니
부지런히 내려오라기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서게 되었는데 해가 짧은
겨울날이다 보니 고속도로에 차를 얹기도 전에 어두워지고 말았지만
자정 전에 목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평일이다 보니 다른 손님은 없었고 배가 들어가는 김에 만재피싱의 점주는
직원과 함께 낚시를 하고 나와야겠다며 밑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나 혼자 라면 삼일은 써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밑밥을 담은 통이 너무 무거워
밑창이 빠질 정도였다.
출조를 전문으로 하는 낚시점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자주 낚시를 하는데도
이번에는 감기몸살로 일주일 정도 낚시를 다녀오지 못했었다며
자주 다니는 나도 틈틈이 바닷바람을 쐬어야만 한동안, 가슴속이 시원한데
모처럼 시간을 내어 다니는 손님들은 오죽하겠냐며, 이제는 제법,
낚시경력이 묻은 티를 냈다..... -,,-
당일치기 손님까지 다섯 명이 전세 낸듯한 배를 타고 널찍하게 누어 뒹굴 거리면서
만재도에 도착했지만 뱃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작은 아저씨나 경록이는
뱃전에 보이지도 않기에 새벽전화통을 울려대고서야 작은 아저씨가 뛰어내려왔다.....
그제는 산을 넘어 가서 열댓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는데 6호 바늘이 부러지기도 했고,
낚은 마릿수만큼의 손 실수도 했다는데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순진했던 섬사람이 외짓바람을 타면서 조금씩 허풍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어느 해의 이른 겨울날,
학공치를 잡고 있었는데 손에 비늘을 묻는 것이 귀찮아 거센 챔질로 그대로
머리위로 날려선 멀찌감치 떨어뜨려놓았다가 한꺼번에 모아 오기로 했다는데
학공치 잡이도 만재스럽게 잡곤 하는 것이, 학공치 전용 바늘로 라면 몇 마리를 잡으면
바늘이 펴지는 귀찮음 때문에 감성돔 3호 바늘정도를 사용하면 힘껏 채어서
머리위로 날려도 되기 때문이란다....
몇 십 마리째의 학공치를 날려 보냈었을까?
만재도 특유의 학공치 채비인 0.5호 찌가 부력을 무시하고 쏜살같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기에 또 한 번, 힘껏 채어 머리위로 날려 보내는데
이상하게 허옇고 넙적한 것이 날아가더란다.
“쿠당탕~!!!! 철퍼덕~!!!!!”
육짜에 가까운 감성돔이었기에 아저씨도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벌써 몇 번째인지 반복해서 듣곤 했지만, 매번 거품을 물어가며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니 통박을 주기에는 진작에 글렀고,
장단을 맞추자니 자존심이 허락치를 않고…….
“그놈의 육자배기 감성돔이 모든 감성돔 망신을 다 시켰소 그랴~~~~~쩝....”
“글쎄, 꼭, 육짜는 아니고, 크기는 매우 컸었소.....험, 험.......”
“나도 글쎄, 조물주가 낚시꾼의 거짓말은 용서한다는 말은 믿소이다....험, 험....”
그제의 호황이 동내에 소문이 났는지 어제는 두 사람이 설 자리에 여덟 명이나 서서,
낚시를 했다는데도 모두가 몇 마리씩 나누어 잡았다며 늦게야 낚시를 끝내고
산을 넘어왔더니 고단했었는가, 뱃소리를 못 듣고 잠에 취해 있었다며
손수레를 힘차게 끌기 시작했다.
요란하게 발을 끌며 짐을 내려놓는 소리에 아줌마도 잠이 깨었는지
급히 아침밥을 차렸는데 밥상위에 튀겨 올린 생선반찬이 살짝 마른 감성돔이 맞긴 맞으니
작은 아저씨가 몇 마리를 잡긴 잡은 모양이다.......
서울에서라면 오전 열시가 되어서야 먹던 아침밥이었기에
당기지도 않는 아침밥을 한술 떠 넣으니 어서 내려가서 배를 타고
낚시를 다녀오라는 떠밀음에 채 밝지도 않은 뱃터로 내려가니
두 번째의 출발조로 보이는 낚시꾼들이 몇 팀 있는 것이 이른 시간에
다투어 나서기가 싫은 느긋한 팀들이었는가. 본데, 급히 들어온 배의 젊은 선장은
세 번째 나가는 중이라며 어디로들 가겠는가며 물어오니, 들은풍월은 있는지
간 여 쪽을 가보고 싶다는 대답을 어느 낚시꾼이 하자
갑작스레 높아진 파도로 간여쪽은 어림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갔다.
두시간전, 들어올 때만 해도 잔잔했었는데 그사이에 날씨가 변했다는 가보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둘러보는 곳마다
제법 높은 파도가 보였고 가볼까 했던 주변의 부속 섬마다 접안이 어려워 보였는데
바람과 파도에 의지가 되는 곳을 찾아가서는 이미 내린 낚시꾼이 있는데도
엎쳐 내려주고, 덮쳐 내려주며 옹기종기 서 있는 것이, 내만권이 무색할 지경이니
어디로 가야할까?
젊은 선장의 등을 쿡쿡 찔려가며, 여름날의 해맞이 자리가 비어 있는가를 물으니
비어 있다기에 그리로 가기로 했다.
한여름도 인기가 없는 자리인 것이, 날씨가 좋다면 더 좋은 자리가 얼마든지
있기도 하거니와 마주해야하는 뜨거운 태양 때문에 뒤로 돌아 앉아서는
우산을 어깨위에 걸쳐놓고 기다렸다가 수평선 아래로 해가 내려앉기 시작하면
재빨리 움직여서 준비를 해야 하는 곳으로 공략하는 방법과 각자의 숨은 비법에
포인트에 대한 믿음을 약간 더 얹어 주면 얼마든지 빛을 발 할 수 있는 자리로
탈바꿈하는 것이 물속일인지라 한여름에 돌돔이며 참돔이 낚이던 자리에
겨울철에 감성돔이 안 들러 줄 리가 없다는 고집도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외면당하는 자리지만 복잡하게 모여서 시끌한 것 보다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또 나을 수도 있을게다…….
지난 가을날의 다녀 감 이후로는 아무도 찾지를 않았는지 깨끗한 갯바위의
상태에 만족하며 주변을 둘러보곤, 물이 얼마만큼 내리 찼는가를 보며
채비를 골라 첫 번째의 미끼를 끼워 던져 놓고 숨을 골라 봤다…….
지난번의 가을 나들이 후로 꼭 석 달 만에 만재도를 다시 찾은 셈이다.
삼일간의 짧은(?) 다녀감이 아쉬웠기에 지루한 기다림을 시작하며
오천 항과 무창포로 연이어 바다구경을 다녀 온 것이, 주꾸미며 갑오징어 잡이였겠는데
같은 바다를 보는 것이지만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이 목마름까지 유발하기에
늘,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천 항이나 오랜만에 찾은 무창포구로 주꾸미나 갑오징어 잡이를 다녀오곤 했는데
점점 변해 가는 포구의 모습들이 놀랍다 못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십년 전부터 찾았던 오천 항은 쥐 한 마리도 안돌아 다니던 적막한 곳에서
강남의 밤거리 보다 더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뜩 거리게 되었고 해마다 주차전쟁은
점점 심해져서 작은 동산 넘어 멀리에다 차를 세워놓고는 작은 손수레에
낚시 짐을 싣고 넘어와야 했고 무창포구에는 전쟁 통에 옥수수 죽이라도 한 그릇
배급을 받으려는 듯한 피난민 비슷해 보이는 무리들로 아수라장이 된 것 같았다.
숨통을 틔워보려다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더 막힐 것 같았으니
무창포, 오천, 외연도를 찾아다니던 개척기의 이십여 년 간의 시간이
얼마나 호사스러웠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해마다 두세 번이면 족한, 주꾸미와 갑오징어 잡이를 끝내곤 맛도 들고
마릿수며 씨알도 커졌을 갈치낚시를 몇 번 다니게 되었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수년전부터 벼르기만 하다다가 처음 따라나선 친구 놈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첫 번째의 갈치 잡이 놀음에서 두 박스를 잡는 횡재를 하고 와서는 큰 고민에 빠졌다.
또, 갯바위낚시를 그만두고 년간 오십번 이상을 갈치낚시에만 집중하는 또 다른 후배가
낚은 팔지급의 갈치를 보곤, 큰돈을 들여 장비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나 보다.....
빌려 쓰는 장비보다는 좋은 장비를 장만하면 더 많이 잡을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져,
금물을 발랐다는 낚싯대와 큰 메론 덩이만한 크기의 전동 릴을 가격이며 성능을 따져가며
밤잠을 설쳐대다 신중하게 골랐다는데 내일부터는 갈치를 많이 잡아 경비조달도 하고,
낚시도 즐기겠다며 엄처시하에서의 탈출을 선포했지만 두 번째의 나섬에서는,
‘에게 게~~~~~,’ 서른 마리도 못 잡고 돌아왔다.......
세 번째의 나섬에서부터는 수심이 더 깊은 겨울철로 접어든 우도골창에서의 낚시였으니
마릿수는 점점 더 줄어 들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초보가 다, 겪어야할 과정 아니겠어?
(갈치낚시의 세계로 끌어 들인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다우~~~~ ^^;;)
서로간의 삶의 패턴이 다르다 보니 노모를 찾아뵙는 월요일만 아니라면
시간내기가 자유로운 편이기에 친구 놈의 쪽박과는 달리 연거푸 대박의 행진을
이어가던 어느 날, 낯익은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한동안 누구일가? 생각을 더듬다가, 추자도에서 자주 만났던 육짜배기 감성돔 킬러였던
이 사장님이라는 생각에 인사를 건넸더니 잠시 후에 알아보고는 이제는, 이른 다섯이 넘었기에
갯바위 낚시는 어려워 선상낚시만을 다닌다며 옛 이야기를 꺼냈는데
큰 다리미로 다린 듯이 온 바다가 주름 한 점 없는 잔잔한, 생전 처음 보는 날씨였고
조황은 크게 좋은 날이었는데도 한 박스를 잡아 놓고는 피곤해서 쉬었다가 해야겠다면
선실로 들어 가 눕는 것을 보며 십여 년 후에는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울적한 느낌이 들었다.
통영이나 여수, 탐라에서 갈치낚시를 하다 보면 추자도, 거문도에서의 갯바위 낚시는
입에 올리기도 간지럽다며 가거도 에서의 무용담을 말하는 노익장의 선임자들을
가끔 보곤 하는데 옆자리의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영감님이 낚싯대의 움직임이
있는데도 반응이 느리기에, 입질이 있었고, 아마도 서너 마리의 갈치가 물린 것 같은데
왜? 채비를 올리지 않으시는 가고 물으니 힘이 부쳐서 팔이 안 올라가서 쉬는 중이라고 했다.
서로의 채비가 엉킬까봐, 달려가서 채비를 올려주고 내려주고를 몇 번 했는데
팔십 삼세라는 영감님의 말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특별한 손맛이 없는 갈치낚시라는 것이, 낚싯대의 끝만의 움직임이 주는
묘한 여운이 매력인지, 마력인지와, 집에서 환영받는 일등 반찬감 장만이라는
이상한 사명감과 24시간 정도면 집으로 돌아오는, 그다지 길지 않은 집 비움으로
마나님도 매번 묵인이 쉬운 편이다 보니 자주 나서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즐기는
밤 시간대의 낚시라는 것이 제법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도 긴 편이기에 만족스럽기도 하다.
갈치낚시배의 선주가 낚시라는 것의 끝이 아마도 갈치낚시가 아니겠는가고 생각한다던데
그 아마도의 끝인 갈치낚시라는 것이 코끼리 무덤이 아닐까 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나이든 선임자들을 자주 보게 되면서 부터인 것 같다......
물이 빠지면서 멀리 있던 간출여의 형태가 파악이 되었고 여름날의 밤낚시에서도
그 부근까지 흘러갔던 채비를 붙들고 있노라면 뒤에 숨어있던, 큼지막한 열기며
쏨뱅이들이 다투어 물어주곤 하던 자리에서 크지 않은 볼락과 우럭, 노래미들이
연거푸 물고 나왔기에 조금 더, 띄워서 붙들고 있었더니 조금 더 당찬
당김이 느껴지기에 낚싯대를 세워봤더니 묵직한 달림이 있었다.
큰, 노래미? 우럭?
곧이어 밖으로 나가며 뻗대는 것이 잊은 듯 했지만 알 수 있는 느낌,
제법 커 보이는 감성돔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뜰채를 사용해야겠기에 뒤를 돌아보니
너무 멀리에 뜰채가 있었기에 줄을 풀고 멀리 돌려 당기며 끌고 다니다가
빠른 물살에 뜰채의 망이 돌곤 하여 몇 번 헛손질을 해댔는데
이젠 손이 녹이 쓸어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아 보이는 듯 했던 감성돔이 오짜급이 돼 보이기에 물통에 물을 담아
혹시나 해서 가져왔던 기포기를 역시나 하고 틀어대 놓곤,
몇 번의 밑밥 품질을 열심히 하곤 열중하고 있는데 도시락을 가져 왔다며
도움도 안 되는 짓을 젊은 선장의 배가 휘젓고 가 버렸는데 도우미가
만날 가게를 비워놓는다는 만재슈퍼의 주인이군?!
밥이 따뜻할 때 먹어 치워놓고 중들 물때부터 집중을 해봐야겠다며 도시락을 풀었고
믹스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간장물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보낸 아줌마가
오래도록 광팬으로 있어 주길, 바랄뿐이다......
적절히 밑밥의 뿌림을 조절하며 연실 시계를 보면서 오후의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가거도에서 달려 온 여객선이 뒤편에서 도선을 하는 것이 앞쪽의 파도가 심하겠기 때문일 게다.
아직도 해가 높지막한데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배를 보니 너무 일찍
철수를 하자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걸까?
삼십분만 있으면 입질이 시작될 것 같은데?!
낚시점의 배를 타고 급히 목포로 일을 보러 갈일이 생겼다며 내일 부터는
옆집 배를 타시던지, 날씨가 나빠진다니 걸어 다니던지 해야 할 것이라며
젊은 선장은 휑하니 사라졌다.
새벽까지도 확인했었던 바다날씨가 급변하였다기에 확인을 해보니
비소식도 있고 파고가 높아져서 여객선의 결항도 예상되는데 이러다간,
성탄절까지는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틀어지겠기에 마나님의 거센 항의야 크게
두렵지는 않겠다만, 26일의 월요일에 노모에게 가뵙지를 못한다면 큰 걱정을
하실 텐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비싼 슈퍼컴까지 장만해 준 기상청이 이번에도
낚시꾼을 농락하는 갑질을 해댔으니 촛불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닐 게다…….
몇 안 되는 도보 포인트도 물때 시간이 맞지를 않아 가보았자 공탕만 칠 테고
작은 아저씨의 신나는 음주가무 시간에 휘말려 동무를 해주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낚시점의 배 한척은 이미 목포로 나갔다는데 남은 빨간 배 한척은 어쩌겠다는 걸까?
낚시놀음에 빠진 낚시점주가 어느 곳에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는데
오전의 조과가 없었기에 오후시간 늦게까지 열중하겠다며 오후 다섯 시 경에나
철수를 할 예정이라며 자기의 시간에 맞추고 있었는데 한 시간 안에
어찌 할 건가를 결정해야겠기에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결국, 모든 짐을 그대로 놓고 나가기로 하곤, 서둘러 내려가니 늦도록 낚시를 하였지만
공탕을 쳤다는 낚시점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낚시점의 주인이면 손님을 위하여 포인트 개척이나 안내를 하여야 할 터인데
제 낚시놀음에만 바쁘다 보니 매번 낚시를 하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2번 자리, 3번 자리, 중간자리, 오동여 같은 고기를 잡아본 익숙한 자리나
작은 종선의 키가 닿지를 않는 신여나 검은 여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곤 낚시를 하던데
남들이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는 높직한 자리에 키 큰 배를 이용하여 혼자 내리니
잡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늦게 출발하는 배를 타고 함께 나갈 몇몇의 손님들이 어제까지 잡아
물칸에 간수해 두었던 고기와 오늘 잡은 고기들을 여유 있게 갈무리 하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다른 해와 달리 고기가 풍년인 것이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다윈의 진화론을 지지했던 어느 과학자는 어느 수산박람회에서 바다의 어류자원은
무한하기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던 물고기는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그가 말한 것은 완전히 틀렸다. 싹쓸이 저인망 어업 같은 무분별한 방법과
작은 물고기 한 마리까지도 잡아내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행동으로
무궁무진할 것 같은 물속자원도 언젠가는 없어지고 말 것 같은데......
태도의 손님들을 함께 태워 나가려고 했지만 오늘의 조황이 좋기에 내일까지 낚시를 하겠다는데
주의보 상황에 내일은 배를 들여보낼 수가 없으니 오늘, 철수를 하도록 종용했지만 여객선을 타고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낚시를 꼭 더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주의보면 여객선인들
어찌 다니겠는가며 낚시점 최 사장의 입이 한발이나 늘어졌다......
태도를 들르지 않고 목포로 나올 수가 있었기에 오후 9시가 안되어 북항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이 적어 편히 누워 나오는 호사를 누리긴 했다만.
만재도를 다니면서 당일치기로 출발점으로 되돌아 온 것이 만재도를 처음 찾은
이십 여 년 전에 ‘조성스타’나 ‘태양호’ ‘남해2호‘를 타고 한 번씩의 당일치기 낚시를 해본 후로는
네 번째 인가보다.
짐도 없으니 몸 또한 편했지만 언제 실어주었는지 만재도의 고구마 한 박스와 돌김 두어 톳,
다시마 한부대가 있었는데 아줌마가 급히 꾸려 내려 보내 두었을 게다.
집집마다 손바닥만 한 밭뙈기 정도나 있는 만재도에서 얼마나 수확이 있었을 게라고
만재도의 특산물이 고구마라고 알량한 소개가 되어있는 관광책자나 안내문구들을 보면
정신 나간 행정이 미처 닿지를 못하는 작은 섬이기에 무심코 넘겨버리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던 시절에는 그곳은 무심한 잊힌 곳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하여
구황작물(救荒作物)로 고구마를 심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섬이라 무성하게 자라지도 않는 1년 초의 마른풀을 베어다가 불을 지펴서
간신히 불기만 쐬어 삶은 작은 고구마 한두 개로 끼니를 때우는 어려운 시기를 넘겨야 했는데
큰 밭을 가진 집은 고구마 소출(所出)이 좀 더 있어 다른 집에 팔기도 했다는데 목숨부지에
큰 공을 세웠을 고구마가 만재도의 특산물이라니 잘못 소개된 것이 아닐지.......
큰 파도가 있는 다음날 아침에 일찍 바닷가에 내려가면 떠밀려 온 다시마들이
몽돌 밭에 올라있기에 부지런하고 손 빠른 사람들이 먼저 주울 수 있는 다시마는
두텁고 험해 보이지만 국물 맛은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양식 다시마와는 달리 맛이 제법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치 거무튀튀한 종이쪽을 네모지게 잘라서 봉지에 담아 놓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시마 쪼가리는 두어 쪽씩 꺼내 사용하기에는 편하지만 냄새나
간신히 풍길뿐, 깊은 맛은 나지를 않는다.
하긴 또, 손톱만한 한 쪼가리가 들었을 뿐이지만 다시마 냄새가 나긴 난다는
굵은 라면 봉지에 들은 것도 있기 하기에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별 차이가
크게 날것도 아니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마나님은 만재도 다시마가 떨어진다면
큰일이라며 만재도 다시마 마니아가 되어 버렸는데 한두 쪽이 아닌, 한웅 쿰씩 털어 넣어도
1년도 더 먹을 한부대의 다시마를 가장 반길 것이다.
(저 빨간 풍차는 스무 시간 전에 본 것 같은데 -,,-?)
그나저나, 밤 아홉시에 목포에서의 출발은 처음인 것 같은데 새벽에나 집에 들어선다면
하루 만에 돌아왔다고 반겨줄까? 왼 일이냐고 깜짝 놀랄까?!
딸내미에게 문을 잠그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놓고 틈틈이 짙은 안개가 깔린 고속도로를
기어보기도 하고, 달려보기도 하다가 집에 도착 한 것이 새벽 두시 경이었다.
제대로 잠이나 올는지, 전지찌 같이 붉은 빛을 연상케 하는 전자 벽시계의 시간을
한참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는가, 어느새 훤히 날이 밝아 있었다.
몇 번이나 기포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했었던 감성돔 한 마리는
다음날 오후에 딸아이가 퇴근해 돌아올 때까지 싱싱함을 유지할 수가 있었기에
두 번에 걸쳐서 썰어 먹여 가며 맛이 있을 거라는 강요를 강조한 것이 또 다른 흑심(黑心)이
있다는 것을 꿈엔들 알리가 있을까 보냐만, 그 또한 하늘이 허락하여 바닷길이 열려야만
가능한 겨울철이기에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성탄절의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 노모가 계신 요양원을 찾아가
앞에 앉아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오늘이 또 몇 물때인가를
어림하고 있었으니 나이가 들어가는 이 어린 양이 언제 철이 들지 걱정이다.... ^^;;;;;;
엊그제는 젊은 선장이 한 손님이 스무 마리를 잡았다며 사진을 보내오며
얼른, 오시라는 문자도 보냈는데 연말이 내일인데 왜, 약을 올릴거나?
또 늦은 막둥이를 본, 철이 안 들었을 낚시점의 최 사장도 물고기가 가득 담긴
사진을 보내오며 비장의 자리에서 정신없는 손맛을 보았다며 염장을 질러대더니
늦은 밤 시간에는 작은 아저씨가 오후 한 물때에 낚았다며 멘트도 없는 카톡사진을 보내왔기에
전화기를 집어 던져 박살을 냈더니 깩, 소리가 없다.
(못된 넘에 영감같으니라구........)
어제 아침에는 물살이 거센데도 어느 손님이 이상한 방법으로 많은 고기를 잡았다며
그러한 낚시방법을 묻는 전화가 작은 아저씨와 경록이가 번갈아 해왔는데
그런 방법도 내린 장소에 따라 적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아야지
아무 곳에서나 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느냐며 여름철의 낚시를 응용해 보라했지만
이해가 안가는 눈치이기에 간단할 채비 법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보내니
지난해의 여름 철날 어느 자리에서 했던 방법이라는 걸 알아채곤 무릎을 쳤다며
당장 내일 응용해 보겠다는데, 또 내 배를 아프게 할 것이 틀림없다…….
(괜히, 가르쳐 줬나??????? -,,-? )
올 한해도 이제 사흘이 남았다.
발음하기에는 약간 민망한 구석이 있는 병신년을 보내며 다음 주면 또 새해인데
이맘때면 꼭 해보는 것이 새해에는 꼭 어떠어떠한 것을 해보겠다는 맹세인데
대부분이 작심삼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맹세나 다짐은 해볼 만한 것이다.
2017년 정유년은 닭의 해라니 부지런한 새벽닭같이 또 무엇인가 다짐해 볼일이다.
어려웠던 가운데, 모두가 최선을 다한 삶이기에
서로 위로하며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17년 새해도 희망을 품고
서로가 함께 잘 살아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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