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만추(晩秋)의 만재도 나들이(가을은 짧았지만......) by 찌매듭 2015. 11. 5. 꿰매야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던 손바닥의 상처는 그런대로 버틸만했기에 매니큐어처럼 바르면 투명한 반창고처럼 굳어 버리는 응고제를 몇 번이나 도톰하게 발랐으니 크게 무리만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며칠쯤 더, 만재도의 가을을 질리도록 느끼다가 가고 싶었지만 내일, 낚시점의 배가 들어오면 철수하기로 마음을 편히 먹었기에 일찍부터 짐 정리를 해두었다……. 느낌대로라면 서쪽의 조용한 부속 섬이나 동쪽의 끝 쪽으로 가서 귀한 반찬거리 고기를 많이 장만해야겠는데 선장의 아들과, 민박집 아저씨는 엉뚱한 곳을 추천하며 일행을 부추겼기에 이미, 마음이 흔들린 일행은 그쪽으로 가자며 앞장을 섰다……. 낮 낚시라면 몰라도 밤낚시를 하자면 발판이 미끄러운 곳이라 아래쪽으로 내려가기가 위험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큰 고기를 걸었다면 뜰채를 사용하기도 불편한 곳이라 밤낚시를 하려면 평소에도 선호하는 곳이 아니었지만 작년에 돌돔을 마릿수로 끌어내는 재미를 본 일행이 입맛을 다시는 것이 이미, 그 자리로 낙점을 찍은 모양이다……. 바람이라도 불고 이차저차 시원치가 않다 싶은 느낌이 들면 넓고 편한 자리가 많은 곳이기에 텐트를 쳐놓고 잠이라도 편히 청할 수 있겠기에 다친 손을 봐서라도 마다하지를 않고 있으니 젊은 선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건네다 본다. “오늘은 거기가 아니 지라? 왜, 거기를?????” “됐네……. 관을 보지 않고는 슬퍼하지를 않는다고 한밤중에 물이 내려앉고 새벽에 이슬이 내리고 나면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는 후회를 하게 되겠지......“ 수십 마리의 돌돔을 잡았다고 목청을 높이는 만재도 출신 낚시점주의 무용담을 들었기에 그 자리를 탐을 냈겠지만 나흘정도후의 만조시간이 되어야만 똑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가 있을 텐데 아직은 물높이며 흐름이 맞지가 않는 날일게다……. 앞에서 낚시를 하나, 뒤쪽의 안통에서 낚시를 하나 비슷한 씨알의 작은 참돔들이 몇 마리 물려 나왔고 크지 않은 돌돔도 서너 마리 모습을 보였지만 어두워지면서는 생명체의 흔적이 묘연해 졌다……. 또, 수온이 곤두박질을 친 모양이다....... ‘후드득~~~~!!!!!!’ 우비를 꺼내 입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게 하는 비가 두어 번 내리다간, 훈풍이 섞여 부는 느낌이 들면 또 한두 마리씩 고기가 낚여 주기를 반복했는데 늦게까지 낚시를 한다면 몰라도, 일찍 철수를 하겠다면, 그물을 놓고 거두는 어업을 시작하기전인 새벽 다섯 시여야만 한다고 했었던가? 어차피 물색이 맑을 내일 아침에도 낚시가 될 것 같진 않겠기에 일찍 오라하였으니 텐트를 치고 들어앉았을 새도 없을 것 같으니 그대로 날밤을 새워보기로 했지만 수온이 차다거나, 고기가 안 잡힌다고 주저 앉아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 무슨 짓이라도 해봐야겠다. 가장 빨리 부대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농어를 잡는 것이겠지……. 낚시 중에 가장 자신 있고, 고기의 습성을 잘 읽고 있는 것이 농어낚시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못 잡을 리가 없을게다……. 방향을 짚어서 몇 마리의 청갯지렁이를 푸짐하게 끼워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곳에 있음을 쉽게 짐작이 되는 곳으로 힘껏, 채비를 던졌다가 끌어다 놓으니 아니나 다를까, 전지 찌에 느낌이 왔다……. 막대찌였다면 더욱 쉽게 입질을 간파할 수 있었겠지만 채비를 바꾸기가 귀찮아 그대로 사용하면서 부력을 줄여주기 위하여 필요가 없을 성 싶은 것들은 모두 떼어냈으니 그런대로 손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입질을 받아낼 수가 있을 테지..... 농어 낚시를 위하여 서해안의 섬들을 샅샅이 뒤져보던 때가 있었는데 인천 쪽은 너무나 간만차이가 심하고 시간대가 짧고, 강화도 쪽은 출입이 까다로웠다. 격렬비열도는 드나들기가 쉽지가 않았고, 어청도도 크게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기에 다음에 찾아 나선 곳이 위도였던가? 그놈의 페리여객선 사고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아직도 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만큼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곳이었지만 정나미가 떨어져지는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고, 군산 권을 다니다가 낙점이 잡힌 곳이 외연 도였다. 무창포구와 대천 항을 통하여 백여 번도 넘게 드나들며 농어 잡이에 심취했었기에 농어만큼이야 손바닥 눈금보기보다도 쉽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 돌돔이나, 감성돔 잡이 보다는 그 아니 쉬울까보냐……. ‘스르르......’ 잠기는 전지 찌를 보면서 뒷줄견제에 들어가니 바로 손에 느낌이 왔고 불편한 손을 보아서라도 정확한 움직임 몇 번으로 끝을 내야겠기에 바늘을 좀 더 깊숙이 삼키도록 늦장을 부리다가 낚싯대를 세워보니 작지 않은 크기의 농어가 틀림없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자 앉아 있던 일행이 어느 쪽에 농어가 있는가를 물어왔다.... 보려도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바다 속을 직시(直視)하려고 하지 말고 곁눈질이나 홀 눈질 같은 방법으로 위쪽을 보면 농어의 움직임을 알 수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무슨 뜻인지를 이해를 못하는가 보다……. 비행기 조종사의 헬멧과 비슷한 원리겠는데 내가 잠자리가 되어 본다면 쉽지 않겠는가하니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은지 고개를 돌렸는데 한때는 프로낚시꾼이 되어 보려는 생각까지 했었다니 되물어 보기가 어색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쪽만을 공략하는 갯바위의 지형만 보다가 앞뒤좌우로 넓게 벌어져 있고 물 방향 갈래가 복잡한 곳이다 보니 몇 번, 던져보다가 포기한 일행은 그만, 갯바위에 벌렁, 누워 버렸다. 컴퓨터가 관련되어있는 IT 기기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보니 라면 끓이는 법부터 포토샾 이용법까지 세상사는 거의 모든 것들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안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 왔다보니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읽는다기보다는 그저 대충 보고 넘어가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실지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차분하게 두툼한 책 한권이라도 읽지를 않고, 자극적이고 빠르게 명멸하는 인터넷에서의 정보에만 매달려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 온 것 같다. 낚시만 해도 새로운 방법이나 포인트를 개척하려 하지 않고 이미 알려져 있는 곳으로만 몰려들어 몇 마리 고기구경이나 하려다 보니 확실한 보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면 차례를 숨 가쁘게 기다리며 선장이나 가이드에게 애걸하듯 말을 걸고 있다……. 원하는 고기를 꼭 낚아보려거든, 또 여러 마리를 잡아보려면 낚시잡지나 인터넷에 장황하게 올라와 있는 기법이라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전을 겪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요리나 음식을 만듦에 있어서도 스마트 폰에서도 쉽고 편하게 래시피를 찾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어머니나 제대로 된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 신비한 비법은 결코 말 몇 마디나 글 몇 줄로 된 단어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김치 같은 것은 집집마다 같을 수가 없다보니 똑같은 김치는 이 세상에 없다질않는가?! 무엇이든지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고 다듬어야 완성이 되듯이 낚시도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무엇인가를 잘 아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것이다. 물 흐름의 번짐에 따라 농어가 다가오는 방향도 달랐기에 자리를 옮겨가며 잡아내야했는데 이쪽에서 한 마리, 저쪽에서 한 마리를 잡다보니 지렁이가 담긴 통도 멀리 떨어져있어서 새로 미끼를 갈아 끼울 때마다 걸음을 많이 옮겨야했는데 그러다간, 기어코, 둥글고 비에 젖어 미끈한 곳을 밟았는지 중심을 잃었다. 낚싯대를 먼저 생각하면, 옆으로 쓰러지겠기에 그대로 무릎을 내리 꿇으며 낚싯대를 든 손으로 갯바위를 짓눌렀지만 오른쪽 무릎에 와 닿는 통증의 정도를 보아서는 피부가 상했지 싶다……. 그래도 몸이 먼저지 낚싯대가 먼저겠나..... 찬찬히 살펴보니 손잡이 부분에만 흠이 났을 뿐, 릴뭉치나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어느 후배 놈을 보면 뻘건 줄이 있는 제법 값이 나간다는 낚싯대를 들고 다니면서 제 부모보다 더 위하는 꼴값을 떨어대기에 여러 차례 핀잔을 주었지만 좀처럼 갑질병은 고쳐지지를 않았다……. 새벽에 갯바위에 내려서 보면 행여, 흠집이라도 날세라 가방을 끌어안고 쪽진 곳에 처박혀 있다가 날이 밝아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까지는 좋다만, 잠시라도 쉴라치면 어깨에 걸치고 앉아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 처먹질 않나, 라면하나 끓일 생각도 않는다고 이어지는 구박이 길어지면 아예 낚싯대를 접어놓고, 어기적거리니, 저렇게 신주단지 모시듯이 쓸고 닦다보면 낚싯대의 요정이라도 나타나서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 주려나 보지? (지니야, 빨리 나와서 고기 있는 곳 좀 알려 주렴~~~~) 집구석에서는 깍두기 한 톨도 제대로 담가먹지 못할 놈이 유난을 떤다고 구박을 해도 묵묵부답이다……. 사실, 깍두기라는 것을 매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는 것이 잠간만, 맛이 있는 시기가 있다 보니 며칠이 지나면 시고 절은 맛에 젓가락이 잘 안 가게 된다.... “난, 너무 익은 것이 싫은데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깍두기를 좀 자주 담그면 어떨까?” “그것이라도 먹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 좀 하시는 게 좋지 않겠어? 단무지를 사다가 고춧가루만 묻혀내면 나야, 뭐 땡큐지……. 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마나님이 고양이를 넘어, 승냥이를 넘어, 호랑이가 된 것까지는 이해가 되겠다만 여기에서 더 이상, 발전을 하면 보통 큰일이 아니지 싶어 말 방향을 바꾸어 보긴 한다만…….쩝.... 바지를 걷어 올려보니 살짝, 핏기가 서리고 피부 허물이 벗기어졌는데 확인을 하니 더 아프기 시작한다……. 또 한 번, 상자를 열어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는데 이번에는 왜이러시나????? 급한 길 잠시 쉬어나 가려고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찾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생각해 보니 이번이 금년의 마지막 밤낚시가 될 판국이 아닌가? 이제 영롱한 전지 찌의 불빛을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으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건너편의 부속 섬으로나 갔었으면 발판도 좀 더 편하고 농어나 참돔도 더 많이 만났을 수가 있었을 텐데 괜히 작년에 왔던 각설이패 같은 돌돔을 못 잊어 꿈을 꾸는 일행을 따라 이곳에 내린 내가 잘못이려니 누굴 탓하겠나?! 벌서 자정이 넘어 가는 시간이니 서두르지 않으면 물이 더 내려가서 고기를 걸어도 끌어올리기가 쉽지가 않을게다……. 마지막 진기를 끌어 올려가며 한 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겨가며 농어를 한 마리씩 낚아 올릴 때마다 기어서 내려가듯, 엉덩이를 갯바위에 붙여가며 신중하게 뜰채 질을 했기에 고기 담는 부대가 그들먹해졌다……. 마릿수가 적어도 중량 채우는 데는 그저, 농어가 제일이여~~~~~~ ^^;; 물 바닥이 잔뜩 내려갔으니 더 이상 낚시를 하기도 어려워졌다. 벌써 새벽3시가 다되었기에 두 시간 후에 배가 와 닿을 곳으로 하나씩 미리 짐을 옮겨다 두면 서두르지도 않고 새벽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겠기에 몇 번에 걸쳐서 옮겨 놓았는데 스마트 폰의 배터리가 다되었는지 화면이 어두워졌다……. 배가 와서 닿는 곳은 그래도 수심이 깊은 곳이었기에 가만히 앉아서 노느니 장대 하나를 꺼내어 시간보내기용 간단 게임 삼아 담가 보니 반찬감 고기들이 줄을 지어 물려 나오니 편하게 고기 잡을 곳이 이곳에 있었구먼. 그래? 새벽 다섯 시에 올 배를 기다리면서 몇 마리의 고기를 잡다보니 근처에 있던 고기들이 다 잡혔는지 잠잠해졌고 시간을 알 수 없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다보니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란 단어가 있지도 않던 오래전에, 낚시를 하려고 어느 포구를 갔었는데 선장이 읍내에 갔다기에 잠시 근처식당을 찾아가 한잔을 곁들인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서너 시간쯤 지나서야 배를 타고 이름 없는 작은 섬에 내리게 되었고 기상에 이변이 없으면 삼일 후에 다시 배를 오라고 일러두었기에 친구와 단둘이서 ‘로빈슨 쿠르스’ 놀음이 시작되었다. 한참, 낚시를 하다가 시계를 보니 배터리가 다되었는지 바늘이 멈춰있었고 옆에 있는 친구의 시계도 마찬가지였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게 되었는데 해를 보면 낮인 건 알겠는데 어두워지고 나니 짐작을 할 수가 없는 거라....... 가방 속에 라디오를 하나 넣어두었던 생각이 났기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의 시그널 음악이라도 나오면 밤 열한시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지 싶어 찾아보았지만, 분명히 포구에서도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 라디오가 손에 걸리지를 않기에 가방을 뒤집어 가며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종적이 묘연했다……. (이상하다???? 배터리까지 새것으로 바꾸어 넣었었는데??????) 결국, 삼일동안을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먹긴 먹었고, 해가 뜨면, 하루가 시작됐고 해가 지면 하루가 갔다는 짐작으로 어림짐작으로 날수만 세어 보다가 해가 떠오르는 마지막 날 아침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미, 고기잡이는 뒷전이 되었기에 물려 나오는 고기도 반갑지가 않았다……. 날이 밝자마자 짐을 꾸려놓고 배를 기다렸다가 냉큼 올라타고 나와서 밟은 땅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면 이상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으나 하루 이틀을 그 상태로 더 있었다면 정신상태도 흐트러지지 않았을지 모를 상황이었으니 문명세계에서 벗어나기는 이미 글렀지 않았을까?! 선장의 집에 들어가 늦은 아침식사를 하며 그런 이야기를 하니, 우리 집에는 남에 물건에 손을 댈 사람이 없다며 펄~쩍~! 뛰었기에 무엇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흘리지 않았을까, 물어 보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사람이 죄가 있지, 가져간 사림이 딱히 있다는 것이 아니라며 되레 진땀을 흘리며 미안해했다...... 얼마 후에 다시 그 선장을 찾아 가게 되었는데 외면을 하면서 집의 아이가 사장님이, 라디오를 만지는 것을 보고 신기했었던지 식사를 하러 간 사이에 손을 댔던 모양이라며 라디오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그때만 해도 둘러메고 다니는 메주짝만한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있던 시절이었기에 지금의 스마트 폰만한 크기의 물 건너에서 온, 종이짝 같다는 페이퍼 라디오라는 건 아주 희귀한 물건이었을 게다……. 민족의 가장 큰 슬픔인 6.25 동란이 터지면서 선친의 삼형제분이 이북에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는데 남형제 두 분과 여형제들은 남쪽으로 같이 내려왔지만 막내 남동생 한분이 행방불명이 됐었다던가? 근 이십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선친의 친구 분이 일본 나고야 거리를 지나다가 선친께서 앞에서 걸어가고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어깨를 치며 언제 왔느냐고 물으니 뒷모습은 같은데 돌아선 앞모습은 아니더란다……. 당황하여 잘못 알았기에 미안하다는 말을 한국말로 했다는데 상대방도 괜찮다는 말을 한국말로 하면서 나도 원래는 한국 사람이라며 누가 뒷모습이 그리 비슷하냐며 웃더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게 되었고 통화를 해보니 헤어진 형제가 맞더라고 했다. 아직, 어머니까지 생존해계셨기에 그 다음날로 비행기를 타고 달려와서 어머니와 삼형제, 여동생까지 만나는 극적인 상봉의 자리가 이루어졌는데 1주일 기한으로 급히 왔기에 몇 일후에 돌아가서는 정식으로 한 달 짜리 비자를 받아서 딸을 데리고 나오셨다. 그런데 딸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한다……. 눈치를 챈, 고모님이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딸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 가고 물어 보니 한국의 생활이 어렵다고만 일본에 알려져 있었다기에 딸이 준비했다는 선물이란 것이 월남치마요, 인조 진주목걸이에 시대에 떨어진 옷감과 낚시를 즐기신다는 선친에게는 라면박스 절반크기의 트랜지스터라디오 같은 것들을 준비해 가지고 왔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도저히 내놓기가 부끄러워서 고민을 하고 있었던가? 기왕에 가져 온 것을 어찌 하겠느냐며 온 식구들을 불러 놓고 나누어주었는데 모두들 한두 개씩 받아들곤 기막혀했던 생각이 났다. 두어 달 후에는 아들을 데리고 나오셨는데 돌아간 일본 누이가 단단히 일러주었던지 한국에서는 못 보던 물건들을 선물로 준비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페이퍼형 소형 라디오였다……. 낚시터에 가지고 다니기 좋을 정도로 작고 예쁘장했지만 1년쯤 후에 금성사에서 더 좋은 라디오를 만들어 냈으니 전자제품의 차이가 1~2년 정도였을 게다..... 플라스틱으로 된 라이터도 한두 개씩 나누어 주며, 몇 달쯤 쓰고 버리면 되니 잃어버려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했던 1회용 라이터도 몇 달 후에는 ‘불티나’ 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 했으니 한일간에 격차가 크지도 않았겠건만 추석 성묘 단이 찾아오면서 한국에서는 배를 곯는 줄 알고 비행기에 쌀자루를 메고 탔다던가, 비행기가 밤중에 내리려면 유도등이 없어서 양쪽으로 촛불을 켜고 김포비행장에 내려야한다는 괴담은 물만 건너면 닿는 가까운 이웃나라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니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었을까?! 퇴계로에 있는 진양상가에 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었고 신세계 백화점에 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일본의 누이는 한국에도 이런 것이 있는 가고 놀라워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스마트 폰을 정신없이 들여다보면서, 만재도 에서도 인터넷을 접할 수 있다는 신기함에 빠져있던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가 올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확한 시간에 달려 온 젊은 선장이 고기를 잡았는가고 물어 왔기에 농어로만 부대를 채웠다고 하니 동쪽 끝이나 서쪽 끝으로 갈 줄 알았는데 이곳에 내린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혀를 찼다…….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알 수 없던 낚시점의 배가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오는 만재도의 방파제에 와있기에 반가우면서도 연락도 없이 들어 왔는가고 물어 보니 내일부터 날씨가 안 좋아지는 것 같기에 다른 손님들도 일정을 당겨서 철수를 한다기에 엊저녁에 들어왔다며 낚시점주도 같이 들어와서는 어느 곳에선가 밤낚시를 하고 있다며 오전7시에 철수를 하겠다고 한다. 고기 손질까지 하고 짐을 꾸리려면 시간이 없겠기에 아줌마를 불러내려 급히 고기 손질을 해주어야겠다고 맡겨놓고 민박집으로 달려 올라가 짐을 꾸리고, 밥도 한술 퍼먹고, 냉동고에 있는 고기를 쓸어 담고, 정신없이 부산을 떨고는 내려오다 보니 마을 할머니 한분이 주낚 채비에 쓸 바늘묶음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잠시 들여다보며 말을 걸어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든 말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어디에서든 소외된 듯 한 노인들의 행동은 비슷한가보다. 집에 계실 노모도 방안에서 얼마나 적적하실까? 낚시점주도 얼마나 찌 맛과 손맛이 주는 즐거움을 잊지 못해 들어와서는 어느 곳에서 밤을 보냈을까? 욕심 많은 낚시점주가 하룻밤에 잡았다는 한가마니는 될 만큼 많은 고기를 뱃전에 쌓아놓고 손질을 하고 있었다……. “뭐여? 어디서 잡았데? 혼자서? 수심은? 수온은 괜찮았고?” “초보 손님 한명 데리고 어디에 내렸는데, 거의 나 혼자서, 수심 3미터, 수온 좋고 돌돔, 쏨뱅이, 우럭, 열기, 볼락, 참돔……. 그냥, 미쳐버렸지라~~~~~~" “거기가 어딘데?” “거기가 거기죠, 뭐......-,,-” “고양이 똥 감추듯 거기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거기가 어디냐고? 떨어진 여가 두개 있는 곳이지?” “???? 거기가 맞겠네요....-,,-;;” (참, 나쁜 낚시점주다......... -_-;; ) 넓지도 않은 같은 만재도 권역이었지만 동쪽과 서쪽의 수온 차나 물색이 달랐다니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는 자책과 함께, 낚시점주가 밤낚시를 했다는 곳의 지형이 눈에 확~!!!! 들어섰는데 좀처럼 사람들이 찾지를 않는 그곳을 점찍어 놓고도 왜 가지를 않았는지 때늦은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손질한 고기를 건네주고 아줌마가 급히 집으로 올라갔다 내려와서 건네준 큰 자루에는 일 년을 먹고도 남을 다시마가 들어있었다. 노선장과 민박집 아저씨와 경록이는 아침작업을 위하여 택택이 배를 몰고서 손을 흔들며 바다로 나갔고, 이십년도 넘게 이 섬을 다녔지만 아직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만재민국의 언어로 노선장의 부인이 큰 소리로 무어라했는데 잘 가라는 것으로 알아들으면 될게다……. 오전 8시에 만재 도를 떠나다니 이런 출발도 처음이지? 새벽에만 떠나곤 했기에 목포 북항의 풍경을 밝은 곳에서 보는 생소한 느낌,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낚싯대를 들고 있는 노인……. 산더미 같은 짐을 차에 싣기 위하여 또 한 번, 힘을 써보고..... 조기 철이 시작됐기에 모여든 사람들……. 아줌마들의 복장이 더, 컬러풀해졌다..... 이른 출발이었으니 점심을 군산의 간장게장집에서 해결……. 시간이 넉넉하니 이곳저곳 고기를 나누어 주고도 이른 도착……. 두고 먹을 고기는 한두 마리씩 포장하여 냉동고에 보관……. 딱딱하게 굳으면 손질이 어려우니 다시마도 토막질……. 짐 정리............. 집을 떠난 지 백여 시간 만에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또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어지겠지……. 이렇게 만재도 에서의 가을은 짧았지만 그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아듀~! 2015년 만재도 (노 선장의 저주) (0) 2015.12.28 1- 아듀~! 2015년 만재도.(늦은 출발......) (0) 2015.12.28 2. 만추(晩秋)의 만재도 나들이(뚜껑열린 판도라의 상자) (0) 2015.11.03 1. 만추(晩秋)의 만재도 나들이( 가을속으로......) (0) 2015.11.01 만재도의 밤도깨비 6.(다시, 제 자리에......) (0) 2015.08.07 관련글 2. 아듀~! 2015년 만재도 (노 선장의 저주) 1- 아듀~! 2015년 만재도.(늦은 출발......) 2. 만추(晩秋)의 만재도 나들이(뚜껑열린 판도라의 상자) 1. 만추(晩秋)의 만재도 나들이( 가을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