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늦여름 같은 가을 더위가 길기도 했다…….
좀처럼 식지 않는 더운 날씨에 일찌감치 만재 도를 잘 다녀왔다고 자찬(自讚)을 했지만
그 피로가 풀리고 지긋지긋하기도 했던 고생스러웠던 고기잡이 놀음이
다시 그리워지니 별일이다…….
서 씨 아저씨는 늦더위를 피하여 소양 댐으로 몇 일간 머리를 식히러 갔다는데
어느 쪽으로 갔을까?
갔을만한 곳으로 짐작이 되는 부근으로 하룻밤 일정으로 쏘가리 잡이를 갔지만
차가운 수온 탓인지 자잘한 쏘가리만 서너 마리 구경을 했기에 방생을 하고 돌아섰다…….
(헐, 쏘가리낚시에서 내가 공탕을 칠 때도 있구나……. )
일찍 털고 돌아섰으니 시간이 난 김에 동두천까지 가보기로 했다.
미군부대가 철수를 했다며 예전보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
열댓 개의 가게를 달, 달, 뒤져서 모기약 열다섯 통을 구했고,
몇 십 년 전통의 평양냉면집을 찾아 물냉면 한 그릇을 시켰지만
면발도 정리하지 않고 나온 꼬락서니를 보니, 방송 좀 탔다고 이미,
초심을 잃었기에, 앞으로는 동두천 쪽을 찾아올 일이 없을 것 같다…….
통신이 시원치 않은 강원도 깊은 산속 물가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식히고 왔다는
서 씨 아저씨가 7자 쏘가리를 잡은 사람을 만났다는 귀가 쫑긋해지는 소식을 전하기에
익숙한 지형의 그 자리에도 언제고 가보긴 해야겠는데 수위가 마땅치가 않아
파로호 쪽으로 방향을 잡아 다시 한 번 쏘가리 낚시를 갔고, 한밤중에 수달과의 싱갱이로
호통을 치는 밤 시간을 보냈지만 스무나무 마리를 잡아올 수가 있었기에 지난번의
빈손을 채울 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텃밭에서 일을 본다던 서 씨 아저씨가 어찌 낌새를 챘는지,
어디쯤에 있는 가고, 연락이 왔고 트렁크속의 쿨러에서 힘차게 기포기가
돌아가고 있다고 했더니 번개처럼 달려와서는 열두어 마리를 회를 떠서는
몇 점씩 먹다가는 마나님께 바치겠다고 두 접시를 가져갔고
남은 열둬마리는 저녁나절에 후배 놈들이 달려와서 회를 치겠다며 가져갔는데
동내근처의 치킨 집으로 자리를 잡았다기에, 별일이다 싶었지만, 치킨 집 아줌마가
가거도출신이란다. 무심히 지나치던 ‘신안치킨’이란 상호에 그런 뜻이 있는 것이었구먼?
치킨 집 아줌마가 회를 뜨는 방법을 보니, 역시 가거도 스타일.......
어쩌다 가거도의 여인이 뭍의 남자를 만나, 여기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을꼬?
탐라에서는 예년보다 늦게, 갈치낚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거도며, 추자도며, 갯바위 낚시를 즐기던 후배 하나가, 모든 낚시행각을 접었는지
오래도록 안보이다간, 탐라의 갈치 낚싯배에서 다시 만난 것이 십 수 년만이었다.
재작년에 탐라로 갈치낚시를 갔을 때, 같이 간 일행들에게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이런저런 낚시 이야기를 늘어놓기에, 어딘지 눈매도 익다 싶었고, 목소리도 설지가 않았기에
잠시 후에 서로 알아보게 되었는데 가거도며, 추자도며 오래도 다니던 갯바위 낚시를 접고는
연중 50회 정도를 갈치낚시만 다닌다니 사람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
그 후로는 동내근처 낚시점에 올 때마다 연락을 했기에 자주 보게 되었는데
이어도(離於島)에서, 며칠간의 선상낚시 일정을 계획했다며 함께 가보자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를 않아 같이 가볼 수가 없었다…….
구십년 대에는 자주, 탐라의 관탈도로 바삐 돌돔낚시를 다녔는데,
하루는 낚시점주가 이어도(離於島)로 선상낚시를 계획했다고 했다.
배 두 척을 끌고나가 한척에서는 낚시를 하고, 한척에서는 숙식을 하기로 한 것이
그때만 해도 마땅한 낚싯배가 없어서 두 척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취소가 된 후로는, 쌍용 낚시점의 점주는 작은아버지와 함께
제주 흑돼지를 키우러 간다고 했었던가?
언제고 다시 낚시를 하는 자리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
그나저나, 작년부터 갈치낚시를 간다하면 좋던 날씨도 급변하니 참으로 별일이다…….
주간날씨와, 물 건너 나라에서 예측하는 해상날씨며, 미군 기상도까지 샅샅이 뒤져서
얼마 전에도 좋은 날을 골라서 예약을 해보았는데, 날틀의 날개가 돌아가는 순간부터 갑자기
날씨가 나빠져서는 탐라에 도착을 해보니 이미, 바다는 주의보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지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출항을 막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추자도의
낚시선박사고로 예전과는 다르게 확인을 꼼꼼하게 했는데,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 아니겠어?
굵은 빗방울까지 곁들여서 바람까지 점점 거세어졌는데 방파제를 벗어나면서 부터는
과연, 오늘밤을 무사히 버텨낼 수가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가 자리를 잡자마자 실신상태의 손님들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같이 한 일행들도
한 시간을 버티지도 못하고 쓰러져 갔다......
19번 자리를 차지하고는 채비를 내리기만 하면 은빛갈치들이 줄줄이 물고
올라올 판국이었지만, 파도는 이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상태였다.
바람도 거세고 굵다란 빗방울이 우에서 좌로 일직선으로 유성같이 흘러가고 있었으니
참, 희한한 일이다…….
휘날리는 목줄에 달린 바늘이 팔을 뻗어도 닿지가 않게 저만큼, 날아다니고 있었으니
채비 몇 번 내리지도 못하고 갈치가 어찌 생겼나 구경만 하곤, 두 시간도 채 버티지를 못하고
릴 뭉치를 끈으로 묶어 놓곤, 선실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십여 년전 거문도로 갈치낚시를 가서는 어부들도 혀를 내두르는 험한 날을 만나
몇 시간 만에 두손 발을 들었을 때보다 더, 바람이 더 거센 날이었으니 선장도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19번, 사장님?! 철수 할테니까 장비 거두세욧~~~~~!”
“나, 나가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내 채비 좀, 거둬주소……. 싫으면 바다 속으로 그냥, 던져버리던지…….”
선실 안에 누워서 간신히 진정을 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한 발짝이라도 밖으로 나갔다가는
저녁밥도 안 먹긴 했지만 그래도 볼썽사나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꼼짝도 하기가 싫었다…….
자정을 넘기자마자 철수를 했으니 다음번에는 반값으로 할인해준다는 말이 그나마 위안이 된 날이었을까?
항구로 돌아와 보니 다른 갈치 낚싯배들에서는 인적(人跡)이 느껴지지도 않는걸 보니 진작 철수를 했던가보다…….
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친 십여 명의 손님으로 찜질방의 주인이 눈이 휘둥그레졌고
저녁밥도 안 먹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배도 고파져 온다…….
(그래, 잘 살아서 왔으니 또 먹어야지…….)
캔 맥주, 컵라면, 삶은 계란, 식혜,,,,,, 늦은 시간대의 찜질방에서 보이는 데로 이것저것 주워 담고
천원지폐를 한 장 넣으면 잠간, 주물럭 거려주는 의자에도 앉아보다가 날이 밝자,
아침밥 한 그릇을 또 먹곤, 떠나간 자리로 24시간 만에 되돌아 왔는데, 배터리 잔량이 87%…….
집으로 돌아온 오후에는 평소와 같이 올림픽공원을 두 바퀴 돌아오는 옆지기와의 운동…….
가만???? 열 시간 전만해도 지옥을 넘나들지 않았었던가?
추석선물을 넙데데한 갈치로 해볼까 꿈을 꿨는데, 꿈에서 깨고 보니 진짜로 꿈이 되었었나?
추석연휴부터 이어지는 매년 시월 초까지는 중요한 행사가 있으니 자리를 비울수가 없기에
가을 만재도 나들이를 그 후로 점찍어 놓고 시간이 나는 데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는데
기온이 많이 내려갈 테니 적당한 크기의 침낭과 점퍼까지 챙기려니 좀처럼 짐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지난번 여름철 보다 밤 시간이 길 테니 모기약과 배터리나 케미라이트, 전지 찌의 전지도 넉넉히 챙겨야겠다…….
어떻게 아는지, 낚시를 갈 때쯤만 되면 열심히 간식거리를 챙겨다 주는 친구 놈이
이번에도 쿠키며 진공 포장된 찐 계란을 박스째 던져놓고 갔다.…….
추석명절에 생긴, 알약도 몇 알 챙겨 가면 도움이 될까?
노모(老母), 이(李) 마리아의 묵주와 예전에 못된 것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되라고
고모님이 갖다 주신 성수 한 병과 묵주도 짐 보따리의 한쪽을 차지하게 됐는데
어쩌다 내가, 저런 것들의 도움을 갈구(渴求)하는 나이가 됐을꼬?…….
줄여도, 줄여도, 좀처럼 줄지가 않는 짐 보따리들을 끌어안고 점심도 먹지 않고
길을 나선 것이 해가 머리위에 있는 한낮이었다…….
몇 시간 더, 집에 있어 봤자, 젊은 날의 애정이 식어버린, 아니, 가라앉은 것뿐이겠건만,
꺼풀만 멀쩡한 존재라며 손을 휘둘러댄, 옆지기에게 내쫓긴 탓도 있겠다만, 이미,
곁에 와있는 가을을 충분히 느껴보기에는 어두운 길을 서둘러 달려가기 보다는,
이런 밝을 녘에 길을 나서보는 것이 마음도 넉넉하겠기에 이른 출발에 여유가 있었다…….
입추(立秋) 만 지나면 한풀 꺾일 거라는 더위는 좀처럼 꺾이질 않았고
추분(秋分)도 지났는데 한낮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창문을 닫고, 얇은 이불이라도 걸쳐야 잘 수 있는
서늘한 밤이 거짓말같이 찾아온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것이 계절의 바뀜이다.
가는 여름이 실감이 나기에. 그 여름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도 바다로 향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목포에 도착하여 선장의 아들인 경록이와 선창가의 횟집에서
낙지 몇 마리를 곁들인 이슬이, 약간, 과했나 보다…….
더 이상, 지나치게 이슬을 품었다간 배의 흔들림이 멀미를 유발할지도 모르니
적당한선에서 끝을 내고는 노선장이 목포에 마련해 놓은 집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시간에 맞추어 북항(北港)으로 향해야겠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았다가, 누웠다가, 잠시 졸기도 했나본데 늦게 출발한 일행이
근처, 낚시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기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겠다고
설핏, 든 잠을 떨쳐내고 일어섰다…….
목포의 북항에서는 밤을 잊은 사람들이 간간히, 낚싯대를 펼쳐 놓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어떤, 낚시 대상어가 있을지 궁금하다…….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원도권 낚시점의 출조 횟수가 뜸하다 보니
들어가는 날만 맞추면 불편해도, 나오는 것은 여객선을 이용할 수가 있는데,
기존의 원도권 손님들이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겠고, 경기도 한몫을 할 테고,
낚시의 패턴도 다운 셧, 같은 당일치기 선상낚시로 점차 바뀌는 점도 있을게다…….
야영을 겸해야하는 원도권 낚시에서는 만만치 않은 체력소모와, 여러 가지 준비물과,
항상, 조물주의 창조가 원망스러운 모기와의 전쟁도 큰문제이기에
편한 것만을 찾는 세대에서는 고단하고 고달픈, 여러 날의 야영 낚시는
점차, 사라지고 말지 싶다…….
약간의 과음으로 긴, 여정의 뱃시간이 걱정스러웠지만 바다가 평소보다 잔잔했는지
크게 속도를 높이지도 않던 배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만재도의 방파제에 도착했다니 잠시 정신없이 잠이 들었던가 보지?
또, 이슬이 뿌려댄 최면의 효과도 단단히 본 모양이다 ^^;;
도선일과 어촌계장일을 맡고 있는 젊은 선장은 어업도 겸하기에 제 어미와 함께
그물작업을 해야 하는 시간대와 겹칠 것이기에 바로, 갯바위로 가지 않으면
오전 11시나 되어서야 데려다 줄 수 있을게라며 새벽에 도착하면 아침 도시락을
싸가지고 내려오겠다던 민박집 아저씨가 보이지를 않는다…….
잠시 기다려 보다간, 짐정리를 하고, 약간 늦게…….
여름보다는 이르게……. 갯바위로 나가기로 하고
집으로 올라가 보니, 뱃소리를 못 들었다는 부부는 막, 잠이 깬 모양이다…….
매일같이 날이 밝기도전에 일어나, 고기잡이 그물질과 손질로 고단하기도 하겠지…….
아줌마는 또 물일로 더 고단하겠고…….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촬영 팀이 들어와 방을 모두 점령했기에
일단, 부부가 쓰는 방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날이 밝아서야
늦은 아침밥과 이른 점심밥을 한 번에 먹고는, 저녁도시락을 꿰어 차고
민박집을 나설 수가 있었는데 돌담 골목길에는 만재도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었고 외지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방송이란 것이 흥미 위주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신기해하던 섬사람들도 점차 무덤덤하니 대하는 느낌이다…….
옥수수라도 수확하는 산속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이런 먼 섬에서,
화덕에서 만들어낸 피자가 당최, 어울릴 리가 없을 텐데,
만재 도에서는 구경 할 수가 없는 잎사귀 달린 당근이며
계란을 낳는 닭이며, 도대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일까?
닭이란 것이 자리를 옮기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産卵)을 멈추기도 하는데
그리도 먼 섬까지 차를 타고, 배도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알 낳기를 멈추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리듬조정을 하게 되어
제 털을 뽑아내며 털갈이까지 하는 예민한 짐승인데 하루에 한 알씩
알을 게워낸다니 특이한 품종의 슈퍼 닭이거나 아니면 오랫동안의 길 여행이
습관이 되어 무감각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재 도에서 닭이라는 것은 이미 십오 년 전에 사라져 버렸다.
돼지와 닭을 몇 마리씩 길러선, 가끔씩, 생선 아닌, 고기 맛을 보겠다고
뭍에서 사료를 구해 와서 길러 보았지만 문제는 돼지가 먹은 만큼 내놓는 똥이 문제였다…….
손바닥만 한 밭뙈기도 집집마다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거름으로 만들어서 쓸 곳도 없으니
몽돌 밭이 있는 마을아래 바다로 그대로 흘려 내려 보내니 큰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보였기에
바로, 돼지의 사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기르던 닭들도 들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다보니
살자면 집안으로 우기고 들어와야 목숨부지를 할 수가 있기에 돌담안 집 마당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구십 년대 말경에 만재도 붐을 일으키게 된 ‘강남낚시’의 회원들이 감성돔 낚시를
왔었다간 주의보에 갇히게 되었다…….
기름진 맛있는 것을 먹어봤던 입들을 가진 사람들이 섬 집안에 갇히게 되자,
밥은 흰쌀밥이었지만 반찬이라는 것이 매일같이 말린 생선 한토막이요,
짜디짠, 김치 한쪽뿐인지라 혓바닷의 돌기가 곤두서고 헛헛증이 치솟아 헛것이 보일지경이었다.
마침, 눈에 뜨인 닭들을 후한 가격을 쳐주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잡아먹은 것이
벌써 십오 년이 지난 옛일이 되어버렸기에 만재 도에서 닭울음소리를 들었다면
가거도에서나 바람을 타고 들려 왔을 환청(幻聽)이었을 게다…….
몇 일전에 들어왔던 손님들이 일정을 끝내고 우리가 새벽에 타고 들어왔던 배로 철수를 한다는데
잡은 고기가 많기에 여분의 스치로폼 박스에까지 고기를 가득 담고 있었는데
내일 아침에는 우리도 똑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의 풍선이 부풀고 있었는데
얼마만큼 크게 불어야할까? ^^;;
오전의 어업을 끝낸 젊은 선장이, 여객선의 도선일 을 하기 전에 포인트를 찾아가야했기에
한여름이라면 나서볼 생각도 못했을 정오시간이었지만 햇살이 따갑긴 해도
모자그늘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 정녕, 가을 속으로 들어 온 것이 분명했다.…….
선장의 아들인 경록군(君)이 노선장과 함께 어디론가 그물을 놓으러 간다며
일을 끝내고 찾아와선, 해가 지기 전까지 낚시를 같이 해보겠다고 한다.
지겨울만한 어업과 손바닥을 통해 끝없이 오르가즘을 전해주는 낚시는 별개의 재미가 있겠지만, 두어 해전부터 부쩍, 찌낚시나 장대낚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 청년을 처음 본 것이 언제였을까?
구십 년대 중반에 섬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사람이 어업과 만재도라는 섬으로
갓, 찾아들기 시작한 낚시손님들을 돕고 있기에 누군가 했더니 그때는 중년이었던 노선장의
아들이라는데 짧게 깍은 머리를 보곤 고등학생일까?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장병이었을까?!
궁금해 하며 그때만 해도, 짧은 시간의 휴가나 방학기간에 친구들과 놀지를 않고
집의 일을 도우러 왔으니 참으로 착실하고 건실한 청년이라고 동행자들이 엄지를 세워가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되어가는 노총각이라니
어디 마땅한 색싯감이 없을지…….
드디어, 만재도의 어느 갯바위에 오를 수가 있었다. 억척같이 내 발목을 붙들고 있는
여인네들의 손길을 벗어나서 집을 나선지 무려 이십여 시간 만에 낚싯대를 펼치고
찌를 시퍼런 바닷물에 담가보게 된 셈이다.
만재도에 오면, 한번은 들렀다 가야, 섭섭함이 없을 감초 같은 갯바위 포인트 하나가
가을나들이의 첫날밤을 보낼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이곳의 물속지형이 익숙해진 일행이 앞자리를 차지했기에,
몇 번이고 힘들여 짐을 날라야하는 뒤쪽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땀을 흘려야했지만 평소보다 두덩이의 짐을 줄인 덕분에 예전보다는 수월하지 않았겠어?!
선임자중 한분이 개척하여 큰 재미를 보았기에 ‘주 사장님 자리’로 불리는 곳은
어두워지기 전까지만 낚시를 하기위하여 찾아올 경록군을 위하여 비워두었었는데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1시간도 안되어 노선장의 택택이 배를 타고 달려왔다…….
여객선이 다녀가는 것을 보며 시간대를 가늠할 수가 있었으니 지금이 오후 두시쯤이렷다?!
너무나도 물속지형과 물고기가 지나가는 시간대까지도 짐작을 할 수 있는 자리다 보니
곧바로 몇 마리의 물고기구경을 할 수가 있었는데 잡히면, 떨떠름하고 안 잡히면 섭섭한
큼지막한 노래미를 시작으로, 뺀찌급 돌돔, 쏨뱅이, 우럭, 작은 참돔이 계속 물려 나오다간,
갑자기 입질이 끊기었다…….
가을날의 물색이 너무도 맑다싶었는데 갑자기 심술 난 탁한 물이 흘러 들어와 수온까지
끌어 내린 것 같았고, 따가운 햇살에 이마에 베어 나오기 시작한 진땀에 두개만 갖고 온,
캔 맥주의 꼭지를 슬그머니 당기고야 말았다…….
바람 속에도 선뜻한 감이 있고, 수온도 따습지가 않으니 혹시나,
지루한 밤 시간이 될지 모르기에 작은 텐트도 어둡기 전에 설치해 놓고
이차저차, 해보다가 시원치 않다 싶으면 모기를 피해 편히 허리라도 눕혀 보는 것이 좋지 않겠어?!
텐트도 펼쳐놨고 다시 훈풍이 부는 느낌에 다시 낚싯대를 움켜쥐었다만,
지난번에 서 씨 아저씨와 같이 낚시를 했던 사람과 그 후로도 들렀을 사람들이
끊어먹은 낚싯줄들이 물속에 얼기설기 늘어져 있는지 자꾸만, 7미터자리 장대에
걸림이 잦았기에 이 자리도 이제는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먼 곳을
공략해야겠다고 찌낚시채비를 한대 더 펼쳤는데, 큼지막한 열기들이 설치는 곳이라
예민한 입질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막대찌가 유리할성싶어 톱이 길지 않은
4호 정도의 부력이 있는 찌를 달아맸고,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이기에 붉은색에
거부반응을 보일까싶어 왕방울 케미라이트를 한 알 꼽아 주었다…….
어두워지기도 전부터 맹렬하게 모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기에 몇 번이나
제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철썩거리는 이상한 짓을 몇 번 하다간, 안되겠다 싶어서,
모기약을 꺼내어 뿌리고 발랐는데 요놈의 영악한 미물이 어찌, 약이 제대로 안 발리운,
콧등이며 볼이며, 귓등으로 덤벼드는지, 손등에다 약을 뿌려 이곳저곳 발라 보니,
신기하게도 안달라드니, 약발 한번 제대로 먹히긴 한다....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을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소리라도 왱,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이하여 뼛속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베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머리처럼 돼버리고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다네.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인가
생각하면 그 옛날 대 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다산 정약용이 쓴 '얄미운 모기(憎蚊)'다.
어둠이 내려앉자, 노래미의 입질이 물러났고, 가까이에서, 우럭이며 쏨뱅이가
낚이기 시작했기에 돌돔이 있을만한 거리로 약간 멀리 던져 놓았더니 구멍 찌로는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민한 입질들이 있었는데 잘 맞추어 챔질을 해보니
연거푸, 열기가 물려 나오다간 갑자기 조금 더, 힘을 쓰는 고기가 있기에
신중하게 당겨보면 역시, 몸에 줄이 있는 고기였는데 갑자기 큰 당김 새로 힘을 쓰는 놈을
제대로 제압을 못했다가 어느 곳에 쓸림이 생겼는지 찌까지 통째로 물위로 떨쳐먹고 말았다.....
지형이 묘한 곳이라, 물밑까지 내려가기가 쉽지가 않기에 잠시 멀거니 쳐다보다가
뒤쪽으로 넘어가 뜰채를 펴들고 흘러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미,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돌돔이 다가왔으면 참돔도 들어오는 지형이었기에 구멍 전지 찌로 채비를 하여
물 방향에 맞추어 붙들고 있었지만 작은 뺀찌와 열기만 낚이다간, 어느새,
입질이 끊기고 말았는데, 모기들이 종적을 감춘걸 보니 서늘한 기온과 함께
수온도 곤두박질을 친 모양이다…….
뒤쪽에 있던 일행이 넘어온 시간이 자정쯤이었는데 그쪽도 입질이 끊기 운지가 오래되어
고기 잡는 구경이라도 하겠다고 넘어 왔다는데 이쪽이라고 별수가 있겠나.......
일찌감치 텐트 속으로 들어가 허리를 뉘여 봤지만 제대로 자세가 나오지도 않는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하다간,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고 보니
온몸이 결리고 쑤시는 것이 파스가 몇 장 필요할 것 같다.....
새벽이 조금씩 물러가는 시간이 되자 일행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척에 눈을 떴지만
바람소리에서 찬 기운을 느끼고선, 텐트 밖으로 나갈 생각도 안하고 뭉그적거리다가,
날이 완전히 밝아서야 나와 보니 바람이 거세어졌고 물결도 높아졌다.
(에그....... 이슬이 걷히면 바로 짐을 싸야겠구나.......)
그나저나 가져온 꿰미를 절반도 사용하질 못했으니 이를 어쩐담?!
이럴 줄 알았다면, 배라도 일찍 오라고 할 것을, 욕심이 파도를 치다보니
느지막이 오라고 했으니 버너에 불을 댕겨 허기짐에 대비나 해야겠구먼?
이번부터는 냉동고 사용료로 일만 원씩 내야한다는 새로운 징수법이 생겼다는데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으라는 걸까?!
예전에는 이런 냉동고는 커녕, 큼지막한 냉장고도 없었기에 한여름에 돌돔을 잡아서
왕소금을 뿌리는 염장 질을 하면서 ‘이 아까운 돌돔, 이 아까운 돌돔…….’ 하며 한탄을 했었기에
냉장고 값보다도 비싼 바퀴달린 쿨러를 구입하여 목포나 진도의 얼음공장에서 전기톱으로
치수를 맞추어 재단을 하여 소중하게 모시듯이 가져와선 잡은 고기를 손질하여 담아놓고,
조금씩 부수어선, 금(金)으로 만든 소금 뿌리듯이 냉장을 하였다간 가지고 나가야 했었기에
3일 이상의 낚시가 쉽지가 않았었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야 일만 원이 아니라
오만 원을 달라하여도 땡큐, 겠지만, 갑자기 여태껏, 안 받던 냉동고 사용 비를 받겠다니
약간, 밉살스런 마음이 드는 건 웬일일까?
늦어도 많이 늦은 아침밥을 먹고, 잠시 눈을 감았지만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 촬영 팀들이
철수를 하는 날이라고 부산을 떨어대는 바람에 잠이 들래야 들 수가 없다…….
해수를 담수로 변환하여 공급하는 수돗물이 고장이 났기에 졸졸거리는 수도꼭지에 매달려
간신히 모기약만 닦아내는 고양이 세수만 했기에 꿉꿉하기만 한 판국인데,
물통에 따로 담아 놓은 여분의 물까지 바닥을 내고 간다며 다음번에 와서 물 값을
더 드리겠다며 날카로운 소프라노 톤의 아가씨며 아줌마들이 짐을 꾸리며 고성과 기성을
질러대며 깔깔, 낄낄, 호호 거리니 잠이 올수가 있겠어?
건강한 정신은 그렇다 해도 육체까지 건강하다면 군침도 넘어갈만한 신선한
목소리들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정신 줄을 흔들어 놓다가 조용해진 것이, 여객선이 올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물색이 맑으니 오늘은 좀, 늦게 나가보아야겠다.
자~~~~~~~ 두 시간 더,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