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밤도깨비 5.(해우소/解憂所 에서의 네번쨋날)

by 찌매듭 2015. 8. 6.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노모(老母)에게 전화를 안 드렸군?!
공자께서는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멀리 놀러가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놀러 갈 때에는 반드시 부모님께 갈 곳을 알려드려야 한다." 했고
( "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소학의 한 구절에서는 부모 앞에서는 결코 늙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서 하는 낚시놀음에서 고되다거나,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는 말은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
장자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효행은 쉬우나, 부모를 사랑하는 효행은 어렵다.’ 고
했는데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은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공자는 공양(供養)은 짐승도 하는 일이라고 하였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의무감에서라도 
부모를 내팽개치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 그래서 낀 세대 쉰 세대라던가?
하지만 부모를 진정 공경하고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것이다. 
밥을 떠먹일 수는 있어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딸들과는 달리, 어머니를 제 몸 씻듯이 
깔끔히 목욕시킬 수 있는 아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거래처 사람 중에서 병든 노모를 모시는 사람이 있었는데 젊은 시절에는 문학소녀였고 곱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었다고 한다.
그런 분이 말년에 병으로 눕게 되자 아들내외가 병수발을 들게 되었는데 젊은 아내는 자기의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기저귀 일을 어려워했었기에 나가서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 오겠다며
제발, 시어머니 기저귀일 만큼은 시키지 말아달라며 울면서 사정을 하기에 아들인 자기가 나섰다고 했다.... 
“엄마~?! 창피할 것 없어~!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것을 지금 내가 하는 것뿐이야~!!”
자존심이 강한 어머니가 아들이 이불속으로 들이민 용기에 일을 보기가 쉬울 리가 없다보니 
그 다음 부터는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다던가? 처음에는 입맛이 없는 가고 쟁반에 놓고 나가면서 
천천히 입맛이 당기면 자시라곤 나갔지만 그대로 있자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보니 이를 악물고 
음식 먹기를 거부했단다.....
물 한 모금 넘기지도 않는 시간이 일주일…….열흘.....
결국, 세상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주위에서는 독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정신이 맑은 사람이라면 능히, 그럴 수가 있는 것을........
그런 정신을 잃은 사람이 행하지 못하게 되는 그 순간이 더 두려운 것 아닐까?



누이가 어버이날이라고 보내온 봉투에는 간단하게 쓴 편지와 곱게 접은 
달러 한 장이 들어있었다. 간단한 메모였지만 모친에 대한 그리움과 
불효한다는 효심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기에 괜히 울컥해졌을까?!
특별한 날이라니 무어라도 보내고팠나보다....
어머니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은 57세에 혼자가 되셨다. 어쩌면 엄하셨던 선친에게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자유를 맞자 그동안 한스러웠던 
폭풍의 언덕을 넘어 너무 달린 것이 탈이라면 탈일까? 일제 강점기때 선친을 만나서
여자도 배워야한다며 밤이면 등불을 켜놓고 신시대의 공부를 하며 애수(哀愁)니, 애천(哀川) 같은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가 공연한 시대의 명화를 보면서 워털루 브리지에서의
애잔한 눈빛 교환이야기를 남진, 나훈아, 오빠부대 세대인 집사람을 앉혀놓고 늘어놓으면
어찌 이해를 할 수 있을꼬?!
어린 시절부터 어떤 착한 아들이라도 어머니의 가슴을 졸이게 하지 않은 아들은 없겠는데
"어머니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진짜 사랑해요!"라는 말을 아직도 제대로들 못하고 있다.
노모께서 병환이 난지도 오래되었기에 좀 더 편안하게 모셔 보자고 편의 시설이 되어있는 곳도 
알아보았지만 수구초심(首丘初心), 내 집에서 죽어야 한다는 명분이 강하다 보니 마땅한 곳을
찾기도 어려워서 집에 계시기로 했다…….




노모(老母)는 짧게 통화하는 중에도 그저 몸조심하고 얼른 잠을 좀 더 자라며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뭍에서의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니 알 수 없는 그 무거운 통증을 치료하고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왔다.
뭍에서는 그 무엇도 나를 위로해 주지 못하니 골방에 들어앉아 벽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터~!
정신없이 짐을 꾸려 달려온 곳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걱정거리가 하나둘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온갖 걱정에 매달려서 나 자신을 옭조이고만 있다 보면 피폐해져가는 육신을 어쩐단 말이냐……. 
뭍에서는 어디엔들 편히 마음 둘 곳이 없다……. 
사회라는 굴레에서의 체면과,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표출 못할 괴로움을 
속으로만 삭이고만 있다가는 종내, 어떤 큰 병이 나도 날 터였다. 
여태껏 걸어온 길과 앞으로도 가야할 먼 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지친 내 육신을 나만의 행복한 시간이 있는 먼 섬으로 들어와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내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 보기 위함이 아닐까......
어제 보다 더 너울이 강하기에 깊숙한 안쪽에 서 씨 아저씨를 내려주고 
나만의 편안함이 있을 해우소로 갔다.
오늘이 나흘째...... 
잠까지 설쳤으니 고기가 잡히던 안 잡히던, 여차하면 편히 라도 드러눕기도 편하거니와 
널찍하고 편편한 공간에서 마구 뒤엉킨 짐정리도 할 생각이었다.
서 씨 아저씨가 두 개나 가져왔다는 벽돌 쌓는 조적공이 사용하는 건축용 망치를 건네주었기에
든든하게 낚싯대를 걸어 둘, 받침대부터 설치했다만 어제, 세트중 하나를 물속에 수장했으니
한 번에 설치하지 못하고 불편한 위치에 따로 세워야 했다.
잠시 짐 보따리 속의 모든 것을 쏟아놓고 재빨리 정리정돈을 마치고 단단히 얼어 있는 
크릴 덩어리를 녹여내려고 두레박에 물을 길어 담가 놓고는 겉면에서 떨어져 나온 
실한 놈을 골라 바늘에 끼워서 발밑에 넣었는데 자리도 그러하기도 하지만 1미터의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7미터자리 장대부터 뽑아 들었다.....
너무 편하고 지나치기 쉬운 자리다 보니, 제법 낚시를 한다는 꾼들로 부터는 
외면을 받는 자리이긴 하지만 뚝배기 보단, 장맛이라고 여러 종류의 고기가 
심심치 않게 물려주는 곳이다.
안쪽으로 물이 흘러드는 시간이 짧고, 멀리 캐스팅을 하기가 불편한 불리한 자리지만 
채비 운용만 잘 하고, 공략하는 시간대에 따라서는 이름난 포인트에서 공탕을 치는 것보다는 
실속이 있지 싶다....
채비가 안착되자마자 덤벼든 작은 참돔.......
아무리 안쪽이라도 그렇지.... 작아도, 너~~~~~~~무, 작다.
세 번째 네 번째의 고기를 놓아주고서야 반찬거리는 될 만한 크기의 고기들이 걸려 나왔는데 
크기의 기준이 얼마일까? 
애석한 위도의 페리선 침몰사건으로 절친했던 몇 명의 조우(釣友)들을 잃었기에
얼굴을 익혀 나가던 위도의 선장과의 연락도 끊었고 어청도를 잠시 다니다가
외연도로 다니게 되었는데 지금 서해 중부권에서의 폭발적인 조과를 보이는 참돔 떼를
그때 처음 발견하게 되었다. 근처에서 배를 빌려 농어 잡이를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어선의 물칸에 기울어져 누워있던 크기를 알 수 없는 참돔을 보자, 대천 어항에 쏟아져 나오던 
크고 작던 참돔의 실체를 짐작하게 되었고 먼, 원도 권으로나 가야만 한두 마리 구경을 
할 수 있었던 참돔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희열에 
외연도의 갯바위에서 마릿수의 수확을 시작했지만 노련한 어부의 말대로 육지와 
더 가까운 안쪽에서도 잡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호도와 녹도에서 빌린 어선을 타고 
화사도와 외점도의 갯바위에 올라, 만재도 에서보다 더 많고 극성스런 모기떼와 싸워가며
몇 마리씩 구경을 하게 되었기에 혼자서 십년도 넘게 참돔낚시를 오롯하게 즐겨 보았다.....
무창포에서 배를 이용한 선상루어낚시를 외연도 권으로 다니면서 눈치를 챈 점주가 
참돔낚시를 가르쳐 달라는 말을 하기에 할 수없이 한두 가지씩 가르쳐 주게 되면서
결국에는 조용했던 서해 바다가 오늘날 참돔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으니 그 많은 자원에 
놀라울 따름이다.
선상낚시를 쾌적하게 하려면 외닷줄을 놓고 물살에 따라 방향을 저절로 잡아 가며
두 명만 하는 것이 좋겠지만 경비절감이라는 미명아래 네 명, 다섯 명에서 이제는 
열 명까지 배의 한편에서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너무도 복잡한 낚시가 되어버렸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여러 명이 타고 하는 선상낚시라는 것은 서로 얽히고설키는 
불편함에 네댓 명 정도가 적당하겠다고 선을 그었었는데 이 천 년대 후반이 되자 
홍원 항에서 가장 큰 배가 열 명이나 태우고 나와서는 한편에 일렬로 늘어서서 
열 짝의 밑밥을 손 품질로 뿌려가며 낚시를 했는데 선장의 입장에서야 돈이 우선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 낚시꾼이라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다고 입도 가리지도 않고 
흉을 보았지만 이제는 온 바다가 참돔을 잡겠다고 쏟아져 나온 배들로 가득하니 
포인트 개척에 앞장을 섰던 선두주자만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 되어버렸다. 
언젠가는 이 많다는 자원도 고갈이 될 것이 분명하니 지금, 부지런히 벌어두어야만 
다른 업종으로 전업을 하던지 벌어놓은 돈으로 노후를 편히 보내야 할 터인데 
섣부른 참돔꾼들은 그것도 모르고 어제도 오늘도 아부성 찬가를 노래한다던가?!
이렇게 만재도 같은 먼 섬까지 온다면 꼭, 대물구경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갯바위낚시와 선상낚시에서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발밑까지 다가왔던 같은 크기의 고기가 초반에 달리는 스퍼트 함을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이, 
선상낚시는 스크린 골프랄 수가 있고 갯바위에서의 낚시는 불편 하긴 하나 여러 가지 이상이 
발생하는 야외에서의 실전 골프와도 같을 것이다. 
직접 잔디를 밟아가다 보면 어떤 것이 진정한 나이스 샷~! 일지는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



아늑한 곳이다 보니 모기의 덤빔이 제법이기에 종류대로 준비한 것 중에 어떤 것이 잘 들을까? 
편한 곳이지만, 몸이 쉬지 못하도록 물속에 있는 생명체들이 들볶는 바람에
잠도 도망가 버렸다..... 용기에 담긴 맛없는 라면보다는 끓여 먹는 라면이 더 
맛있는 법이니 버너에 불도 당기시고~~~~~~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머리위에서 부터 불어내리자 온몸이 시원해졌지만
'섬~뜩, 하니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몸이 그만, '오~싹~!' 해졌다.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며 제일 강력한 손전등을 꺼내어 비추어 봤지만 부스러기 돌하나 떨어질 지형도 아니고....
낮에 혹시나 제 둥지를 건드리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던 황조롱이가 가까이 다가 온 것도 아닐테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지고 온, 묵주를 꺼내 들었고 성수병을 열어 성호를 그으며 뿌렸으니
제까짓, 몹쓸 것들이 가까이 다가 오지는 못할게다......ㅜㅜ
(어쩌다 가 초강력한 무신론자가 이렇게 됐을까? ㅠㅠ)
건너편에 내린 서 시 아저씨 팀은 벌써 고기를 많이 잡아 진이 빠졌기에 채비를 거둬놓고 잠들이
들은 모양이다...... 여기보다 캐스팅 자세도 잘 나오는 툭~! 트인 자리이고, 양족으로 흐르는 물도 
볼 수 있는 자리니 얼마나 좋은 자리일까, 했지만, 나중에서야 생각보다 고기가 안잡히기에 잔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깊이 들어 간 탓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젠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적이 생각났다.
볼락이 많다고 노선장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람에 기대를 갖고 낚시를 했었지만
달랑, 노래미와 작은 우럭 너댓마리로 밤을 새우게 되어, 황당하고 조급한 마음에
밤을 '딸~깍~!' 새워가며 근방을 샅샅이 뒤져 봤지만 무성한 몰밭속에서 전패를 한 적이 있었다.
입질 세 번이면 날밤을 세운다는 낚시속담 있는데 이미 그 열곱을 넘겼으니 당연히 또 한 번
불면의 밤을 보내고 민박집 아저씨의 손을 얻어서 고기 손질을 돕는 척 하다간,
아침밥을 먹고 잠시 혼절~~~!!!
특별식으로 육고기를 구웠다며 흔들어 깨워대니 동면에서 벗어나서 점심 밥상 앞에 앉아본다.....
(이건 또 무슨 국일까?)
배말 더하기, 거북손, 더하기 갯바위에서 크릴을 훔쳐 가던, 방개까지?
맛이 오묘한 된장국이네?!
방파제에서는 방송을 보고 찾아왔다는 손님들이 작은 고기들을 낚고 있었는데
만재 도에 무슨 닭이 한마리라도 있으며 당근이 어디 있다고 방송용 연출만 보고 
꿈을 안고들 찾아 왔을까?
어쩌다 찾아왔다가 실망, 절망만을 안고 갈지도 모르는데도 이장님은 방송을 한다.
“산책길에 풀이 너무 자라서 정리를 하려고 하니 한집에 한 사람씩 나오소~~!!!!”
(몇 명이나 찾아 올 산책길이라고.... 곧, 호랑이 나오것소~~~!!!!)
자~~~ 마지막 밤의 향연만이 남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