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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밤도깨비 6.(다시, 제 자리에......)

by 찌매듭 2015. 8. 7.




힘들 내시라고 점심밥상에 특별히 곁들여진 돼지고기 한 접시를 비우고, 
한 접시를 더 청해서 먹은 서 씨 아저씨는 어제의 설욕전을 해야 한다며 
마지막 날을 위하여 남은 진기를 끌어 올리나본데 냉동고에서 밑밥이며 미끼며 
간식까지 든든히 챙겨 들고 선착장으로 나가니 젊은 선장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기에 
전화를 하니 발을 질질 끌며 나타나서는 볼멘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정신들이 있다요? 없다요?!!!!!!”
“지금, 태풍여파로 오늘밤은 파도가 제일 높을 텐데 갈 곳이 어디가 있다고 나왔어라???!!!!!”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래도 집에서 뒹굴 수는 없으니 고기가 안 잡히더라도 
물가에 나가서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가장 안전한 곳에 가서 놀고라도 오자니, 
낚시꾼이 우럭과 노래미만 나오는 방파제 앞 골창을 갈수는 없지 않느냐며 
일단 나가는 보자고 수그러졌다…….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물골을 지나, 마지막 그럴싸한 보루인 안통을 택했으나
내일 아침에 파도가 더, 높아진다면, 철수를 할 수가 없을듯했다. 
배의 접안이 쉽지가 않을 테니 차라리 건너편의 더 깊은 곳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젊은 선장도 그쪽은 안전하고 어떤 상황이 있어도 배를 댈 수가 있겠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만재 도를 오래도록 다녔어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깊어도 너무 깊은 바람도 
안 통할 것 같은 홈통 안이었다……. 
안쪽으로 내려 들어 갈 수도 있는 곳이었지만 너무 비탈진 부분이 있기에 예전에도 
노(老)선장은 볼락이 있긴 하겠으나 지형이 비탈이 져 있으니 밤에는 제발, 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던 곳의 옆이었는데 오래도록 만재 도를 다녔어도 처음 내려 보는 자리였다…….
안전한 자리였기에 서 씨 아저씨와 그 일행을 내려 주고 약간 험하지만 
바깥자리로 가려고 했는데, 험한 자리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서 씨 아저씨가 
고집을 세우기에 선장의 아들과 잠시 망설임의 눈빛을 교환하다가 이미, 소귀신이 쓰였으니 
막을 수가 없겠기에 두어 번의 접안 끝에 짐도 들어 내려주고 같이 포인트에 내려서 
잠시 설명을 해주며, 몇 번이고 안전을 다짐을 받고는 경록 군과 안쪽으로 내릴 수밖에…….
배가 접안한 안쪽으로 먼저 자리를 잡았고, 바깥쪽으로 선장의 아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왜이러니? 오늘은 거창한 보냉쿨러 45리터짜리를 두 개나 가지고 나왔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고기 욕심이 생겼는지 자기가 바깥쪽으로 자리를 잡겠다기에 심상치가 않은 날씨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을 것같이 쾌히 자리를 양보하고 안쪽자리를 택했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 온 것이 아닐까?
비교적 높은 지형이었기에 7미터 장대를 꺼내 들었지만 아래로 숙여야만 
수면에 닿았는데 그래도 발밑 수심이 9미터가량 나왔으니 물이 들어오면 
더 넉넉하게 유지가 될듯하여 어두워지기 전까지, 장대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수심이 넉넉해서였을까?
바로 돌돔의 입질이 들어와서 쏠쏠하니 큼지막한 것을 낚았기에 줄을 내리고 
꿰미도 채워볼 수가 있었지만 더욱, 예민한 입질들이 이어져 바싹, 신경을 쓰고 
챔질을 해보니 큼지막한 우럭들만 줄을 섰다…….
깊은 골을 옆에 두고 있기에 우럭 굴에 잘못 내렸다고 잠시 후회를 해보았지만 
좋지 않은 날씨에 이어지는 손맛이 끊이지를 않으니 이런 복된 날도 없을 것이라며 
좀 더 먼 곳을 공략해 보려고 찌낚시도 던져 보게 되었는데 얼마 멀지 않은데도 
수심은 곱절이나 깊은 것 같았다…….
깊고 아늑한 곳이다 보니 모기의 극성이 한 극성 더했는데, 덥다고 웃통까지 벗어던진 
경록 군에게 몰려들었기에 맨살에 모기약이나 뿌려대고……. ㅜㅜ
어종을 짐작할 수 없는 이상한 입질이 보였기에 잘 맞추어 챔질을 해보니 바닥이 
통째로 걸린 듯 했지만 고기임은 분명한데 무슨 고기일까?
색깔도 이상한 커다란 우럭이 힘도 우럭답지 않게 차고 나갔기에 한동안 힘겨워하다간, 
뜰채에 담을 수가 있었는데 무척이나 큰 놈을 끌어냈다고 옆에서 혀를 내둘렀다.....
어두워졌어도 더 이상의 돌돔은 모습을 보여 주질 않았고 이상한 입질이 
장대 끝에 나타났기에 눈이 빠져라고 쳐다보다간 챔질을 해보니 우럭들이 
걸려 나왔는데 미세한 입질에도 챔질을 해주어야만 걸려들었지 잠시 라도 놔두면 
빈 바늘만 나왔으니 무슨 우럭들이 이런 미세한 입질을 배워왔을꼬?
겉 입술도 아닌, 목속 깊숙이 바늘이 걸리기에 바늘 위 목줄을 끊고 새로 매야했는데 
이러다간, 바늘통이 텅~! 비어버리게 생겼다......
(그래, 수백 개나 가지고 다니는 바늘통을 오늘, 한번 제대로 비워보자꾸나......)
옆에서 청갯지렁이를 이용하여 드문드문, 고기를 낚던 경록 군이 무슨 미끼를 물더냐고 묻기에
크릴을 사용한다니, 바꾸어야겠다며 지렁이 통을 치우는 소리가 났지만 야물거리는 입질로 
끝이 나는 이상한 입질에 빈탕을 치다간, 확인을 하려는지 다가왔다.
“왜 같은 미끼를 쓰는데도 고기가 안 잡힐까요?”
원인은 한 가지....... 미끼의 끼움이 달랐을 것이다…….
“아???? 그렇게도 미끼를 끼우는구먼요? 여태껏, 듣기만 했지 직접 보지를 못했었는데 그런 방법이????  알았어...욧!!!!!”
(괜히 가르쳐 줬나???? 그럼 여태껏 이렇게 끼는 방법을 몰랐단 말이지???!!!!)




만재피싱 점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씨도 나쁘지만 손님도 없었기에 벌써 며칠째 배가 들어오지를 않았기에
우리도 내일 나가려면 여객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내일은 선상과 갯바위 손님이 몇 명 있는지, 현지상황을 알아보려고 한 모양이다.
“수고가 많으십니당~! 지금 낚시를 하고 계시는 지용~?!”
“그럼, 낚시를 하러 왔으니 당연히 낚시를 하고 있지.....”
“날씨는 어떻고, 고기는 잡히는가요???“
“날씨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좋소~~!!!”
“멀리 수평선에 무엇을 잡으려는지 어선들이 많이 있는데 불빛이 훤하구먼?!”
“지금 씨알 좋은 우럭들이 줄을 서서, 벌써 쿨러가 넘치고 있고 미끼도 바닥이 날 지경이요~~~!”
“알았습니닷~!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닷~!!!!!”
가거 도에서 산행을 하고 만재도로 넘어와서 간단한 산행과 고기잡이를 하겠다던 
초등학교 친구들 열 명이 해무로 극성을 부리는 거머리 때문에 산행을 중단했다며 
내일도 여객선이 안 들어온다니 어쩌면 좋겠는가고 울먹거리는 통화가 있었기에 
잡는 데로 꿰미에 걸어 나가던 고기들을 보냉백으로 편하게 집어넣어도 되게 생겼다.....
(어차피, 만재도로 오지도 못하니 싱싱하게 살려 놓은들 먹어줄 사람도 없겠기에....)
옆에서 갯바위가 가라앉도록 무엇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는데 보냉백 하나를 채웠다며 
두 번째의 보냉백을 채우겠다며 노선장의 아들이 승부욕을 긁어대기에 저녁 도시락을 
자정이 넘어서야 먹게 되었다.....
“에고 졸려서 한숨 자고해야겠어요..... 아직, 절반밖에 못채웠넹~~~ ^^;;”
또 절반이나 채워진 보냉백을 옆에다 던져 놓고 뒤편에 누워 금방 잠이 들어 버렸는데, 
(하하, 저 신발 좀 보소~~~~~?!)
압착 스펀지 재질로 된 신발을 신고 험한 갯바위를 뛰어 다니다니.....
만재민국 사람들은 염소나 산양의 발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
할머니나 아줌마들이 갯바위의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싸구려 슬립 퍼나 고무신 같은 것을 신고 다니는데 오랜 경험으로 쪽진 부분만을 
골라서 밟고 다닌다지만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바깥쪽에서 미끼를 바꾸어가며 가로막고 있던 길목이 트였는지 잦은 입질이 있었기에 
팽팽하도록 보냉백이 부풀어 올랐으니 더 이상 고기를 잡아보았자, 손질이 걱정이기에 
바빴던 손놀림이 둔해졌고 쓰레기 정리며 짐정리를 해가며 아침의 밝음을 맞았는데 
낚시점의 배가 엔진소리를 높이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으니 오늘, 만재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이 들끓는 바깥쪽을 차지했던 서 씨 아저씨와 일행도 그런대로 고기를 잡았던데 
마지막 날이라고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했을까? 흔들림이 많아 쉽지가 않았을 텐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들 잡았으니 다행이다......
젊은 선장은 걱정한 것과 달리 너울이 덜했다며 다행 이랬지만 만약에 건너편에 
억지로 내렸었더라면 배를 대기가 힘들 정도로 파도가 쓸어 대고 있었기에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아무도 내려 보지도 않은 자리에서 많은 고기를 잡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건너편 방파제 옆의 널찍하고 지형도 편한 곳은 잔잔하고 너울파도도 없었는데
가거 도에서 올 초보 친구들을 위하여 만재도민들이 다른 손님들도 안 넣으며 아껴 두었다는데 
오래도록 만재 도를 다닌 나를 위하여 섬사람들이 배려를 했다고 민박집 아저씨는 목청을 높여가며 몇 번이나 강조를 했다.......
“하~~!!!! 저 자리는 큰 고기나 돌돔 같은 것은 없지만 서도 우럭이나 노래미는 
많은 자린데 동내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여 그물도 내리지 않고 건드리지를 않고 있었소~~~”
“근데, 이번에 써먹지를 못했으니 아쉽네...... 미역공동작업이 끝나면 가서 고기를 잡아야지....!!! 
참돔도 농어도 들어오는데......”
아쉬워하면서도 생색나는 말을 꺼냈던 민박집 아저씨가 잡아온 고기를 담은 보냉백을 
거꾸로 쏟아내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고기 손질이 힘들다 이거지????!!!!  ^^;;)
더 이상 담아 갈 곳이 없으니 오늘의 수확물은 며칠, 냉동고에 넣어서 땡땡하니 얼려서 
택배로 올려달라고 부탁을 하곤 찬거리용으로 챙겨 놓은 고기, 세 박스만 가져가기로 했다. 
절반도 넘는 고기를 마나님이 동네방네 나누어 주며 생색을 낼 것이다....
평소보다 두어 시간 가량 늦게 나왔고 고기 손질에 시간을 보냈기에 아침밥도 열한시에나 먹었으니 
선상낚시와 당일치기 갯바위 낚시손님들이 끝내고 들어오는 오후 두시경의 철수다 보니 
잠시라도 눈 부칠 사이도 없었다.
여객선이 결항이니 어제 방파제에서 시간을 보내던 두 명의 젊은 손님들도 낚시점의 
배를 타기로 했기에 옮겨 싣는 많은 짐을 거들어 주어 편했는데 쿨러 몇 개를 열어보며 
벌린 입을 쉽게 다물지를 못했다…….
만재도 에도 파견 나온 청원 경찰이 두 명 있었는데 그 중에 낚시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 
지나칠 때마다 보면 낚시 장비가 늘어나던데 걸어서 다니다 보니 고기의 크기가 잘다며 
불평을 했는데 자기도 배를 타고 나가서 낚시를 하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그럴 순 있지만, 밤을 새우고 오면 근무태만 아닐까요???!!!!!”
“ -_-;;  ”




목포의 북항에 도착하니 가거 도에 묶여 있던 열 명의 친구들이 관광선을 빌려서 
흑산도로 빠져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빌린 값이 백......오십만 원.......
또 홍도에서 나오는 여객선으로 갈아타고 얼마쯤 왔다는데 목포항에 도착하고 짐을 내리면 
나는 대천쯤을 가고 있을 테니 서울에서 만날 수밖에.....
무사히 일정을 마쳤으니 점심도 걸렀겠다, 영양보충을 해야 한다는 서 씨 아저씨가 
떡갈비가 먹고 싶다니, 그려, 갑시다~!!! 떡갈비 대접하리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 갯바위에 내려서 누가 고기를 많이 잡는지 떡갈비 내기를 하자던 
선장의 아들이 말을 바꾸어 크기로 하자고 했는데 자기가 바깥쪽으로 차지했기에 
말을 바꾸었나 본데, 자리에 상관없이 결과로는 크기나 마릿수로도 뒤졌었기에 
하마터면 떡갈비 값이 날아 갈뻔 했다고 혀를 내두르곤 먼저 가버렸다.....
“거, 오랜만에 먹어 그런가, 맛있네~?! 떡~갈~비~!!!!”
먼저 핸들을 잡고 고속도로에 올라섰지만 졸음기를 느끼자 무리할 것이 없기에 
군산휴게소에서 서 씨 아저씨에게 핸들을 넘겼는데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성남톨게이트를 지나기에 깜짝 놀랐다~!!!!!!!!!
예정했던 것보다 하루를 당겨서 밤 도깨비놀음을 끝내고 왔기에 반갑기보다는 
놀라워하는 식구들을 보니 역시, 일정은 계획했던 대로 채워야하는 것이라는 
후회도 들었는데 이제 또 언제나 만재 도를 가보겠어????
말복을 지나고 더위가 살짝 꺼지면 다시 한 번, 더욱 좋은 계절을 맞을 만재 도겠는데.......
추석전후로 다시 한 번 뭉쳐 보자고 서 씨 아저씨가 말을 꺼냈는데 언젠가는
처갓집으로 고기 한가마니를 잡아 보내겠다는 계획을.... 아니, 꿈을, 아직도 꾸고 있는가 보다......
점점 솜씨가 늘고 있으니 반 가마쯤은 어렵지도 않을 테니까.....
케미라이트도 한번은 더 쓸 만큼 남았고 배터리도…….남았고.....
노모는 어찌해서 예정보다 하루를 일찍 왔는가, 의아해 하면서도 반가운 눈치다…….
고생은 안했느냐, 먹을 만큼 고기는 잡았느냐, 몇몇 친척들에게 나누어줄 고기는 있느냐, 
물으시다가, 고단 할 테니 어서 쉬고 내일 이야기를 하자며 손을 흔드셨다…….
마음이 놓였던지, 흔들어도,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니
뒷일거리가 또 많다……. 소금기를 제거해야할 낚싯대 똥짜바리를 열어 
수돗물에 닦아서 옥상에 늘어놓고 릴 뭉치도 담그고…….
에고나……. 릴에 줄도 다시 감아야 하고 장대 줄도 다시 매야겠고…….
한동안 정리에 시간을 보내겠구나…….
이번에 고생을 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태풍뒤끝의 너울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가볍게 넘겼고 이슬 같은 안개비도 잦았고 
해무에 갇힌 시간도 길어 오랜 시간 동안을 허리를 곧추세우고 며칠 밤을 새운 탓이 
가장 피로가 쌓였던 원인이겠고 첫날 아침부터 미역국을 먹게 된 것도 문제였을까? 
대엿새의 밤을 꼬박 새우다 시피하며 낚시를 했던 순간은 피로도 모르고 
잠도 잊었었는데 뇌속에서 무슨 물질이 분비됐기에 그런 고된 일을 힘들지 않다고 치루었을까? 
정말로, 모를 일이다…….
그저, 내가 진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곳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무사히 보낸 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몇 장의 사진이 
이번의 낚시여행에서……. 
내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추억으로 갈무리되어 
두고두고 반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