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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건강&정보

"포화지방, 심장병과 무관"… 60년 이어진 '나쁜 지방' 오명 씻나

by 찌매듭 2015. 2. 1.

 

英 박사, 세계적 학술지 발표 - 18개국 논문 78건 분석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 안 높인다"

 

노릇노릇 군침이 돌게 구워진 삼겹살, 고소하고 바삭한 치킨, 쫄깃한 라면….

맛있어서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먹으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포화지방이 많이 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1950년대부터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을 좁게 만들어 심장을 병들게 한다고 알려졌다.
심장병이 많은 미국은 1970년대 미국심장협회 등을 중심으로 '포화지방이 많이 든 육류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포화지방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毒)이라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같은 통념을 깨는 주장이 의학계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포화지방과 심장병은 무관하며 오히려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기·달걀·우유 등 동물성 식품에 많은 ‘포화지방’은 지금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포화지방이 심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가 새롭게 나오고 있다. /

지난해 3월 영국 캠브리지대학 공중보건대학 라지브 초우두리 박사팀은 "포화지방이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학설은 충분히 입증되지 못한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회지 '미국내과의학저널'에 실었다. 초우두리 박사팀이 '지방 섭취와 심혈관 질환'에 관련된 논문 78건(18개국 66만5884명 대상)을 분석한 결과, 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에 든 포화지방(스테아르산)이나 코코넛 오일 속 포화지방(팔미트산)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히려 유제품 속에 든 포화지방(마르가르산)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초우두리 박사는 이를 근거로 "기존의 영양소 섭취 가이드라인을 재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그동안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너무나 당연시했던 이론에 의문을 제기한 충격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2010년에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34만 7747명을 5~23년 동안 추적조사한 21건의 연구를 분석했더니 포화지방 섭취량이 가장 높았던 그룹과 가장 적었던 그룹의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이 똑같았다는 것이다. 이는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한 게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을 높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두 연구 모두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기존의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연구)을 바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편이다. 물론 포화지방이 심혈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생리학적 작용과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식품과 영양소는 사람마다 몸 속에 흡수되는 정도, 각 장기·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성미경 교수는 "사람은 유전적·환경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포화지방 섭취 정도에 따른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화지방에 대한 상반된 주장]

"포화지방 무조건 나쁘다"


―혈액 속에서 잘 응고돼 혈액순환 방해

―호르몬 작용 관여해 혈관에 염증 유발

―혈중 콜레스테롤 높여

"포화지방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지방 응고될 정도로 체온 변화 크지 않아

―포화지방은 혈관에 잘 안 달라붙기 때문에 염증 안 생겨

―좋은 콜레스테롤 많아지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혈관에 안 붙어 혈액순환 이상 없어"

'포화지방 괜찮다'는 주장의 근거

포화지방이 건강에 나쁘다는 기존의 의료·영양학계 주장은 '포화지방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포화지방은 녹는 점이 높아 혈액에 흡수된 뒤에도 체온이 낮아지면 응고되기 쉽다"며 "혈관내 응고된 포화지방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포화지방이 세포 사이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쳐 혈관에 염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포화지방이 몸속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이는 것도 심장병을 일으키는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지면 혈액이 끈끈해지고, 결국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포화지방이 무조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논리는 있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이태호 명예교수는 "포화지방은 혈액에 많이 흡수돼도 리포단백질이라는 물질에 의해 계속해서 운반되기 때문에 혈관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는 등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포화지방을 자유롭게 섭취해도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의과대학 시티븐 시나트라 심장 전문의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라는 책에서 "포화지방을 먹으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입자의 밀도가 낮아져 혈관의 염증 반응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포화지방이 다른 영양소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높이는 것은 틀림 없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점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