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디단 몇 시간의 휴식을 마치고 뜨겁고 달콤할 오늘 밤의 일정을 꿈꾸며 도시락과 이온 음료 몇 개와 밤을 지새우데 큰 도움을 줄 커피도 챙겨들고 또 나서본다. 체질이 이상해선지 오후시간대에 커피 두어 잔만 마시면 말똥하니 잠이 달아나버리기에 평소에는 커피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마나님도 같은 체질인지 서로가 이상스레 잠이 안 온다, 싶은 날에는 영락없이 밖에서 커피를 한잔이라도 마셨기 때문인데 이제는 젊은 날도 아니니 긴, 밤 시간 동안 무얼 해야겠노? -_-? 볼 것도 없는 티브이 채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간 새벽녘이 되어서야 풋잠이 들곤 하지만 낮잠이라는 것도 모르는 판이라 낚시라도 와있다면야 기쁜 마음까지 더 얹어져서 밤을 꼬박 새우기는 일도 아니다……. ‘도망가라, 도망가라……. 잠이여 도망가거라......’ 해가 지기 전에 벌써 설탕이나 밀크도 섞이지 않은 시꺼먼 캔 커피를 두어 개나 마셔 두었으니 하나쯤 더 마신다면 날밤 지새우는데 는 전혀 지장이 없을게다……. ^^;; 남쪽방향에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졌으니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정군은 검은 여에 가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런 날에는 어림도 없을 터이다. 억지를 부리자면 못 가볼 것도 아니지만, 밤새워 선장이 잠을 못 이룰 것이고 바람에 휘둘리고 파도에 쫓겨 가며 제대로 낚싯대를 쥐고 있기도 힘들 터였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항상, 선장에게 먼저 묻곤 했다……. “어디로 갔으면 좋겠다요????” “글쎄, 바람이 이러니 마땅한 곳이……. 어디로 가실 라요?!” “가고 싶은 곳이야 많지만 갈수나 있겠어요?” “가도 낚시를 못하니 문제제......” “할 수 없죠……. 잔잔하니 바람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십시다요......” 오래도록 만재도를 다녔어도 한 번도 고집을 내세워 본적이 없었다. 고기 욕심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보니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는가를 선장에게 먼저 물어서 정했지, 내 고집만 내세워 본적이 없었다. 중간 간여 같은 곳에 내린 날이라면, 밤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기상을 살폈을 선장이 “오늘밤에는 괜찮겠소.~~! 나, 이제 한숨 잘라요~~~!! 내일 일찍 갈 테니 고기 잘들 낚으소~~!!” 전화를 해오곤 했다. 어느 날인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날이었는데 만재도에서 최초로 낚시 손님을 받고 안내를 시작했던, 손님도 많고 배도 큰 아랫집의 선장이 벌써 어딘가에 손님을 내려 주고 올라오는 길이었다나 보다. 인사를 건네며 어디에 손님을 내려줬는가 물으니, 간여를 끝끝내 고집하는 손님들이 있어 할 수 없이 내려 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고기도 좋지만 저들 죽을 줄 모르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내려 주고 오는 중인데 간여만 내린다면 모두가 고기를 잡는 줄 아는 모양이오......“ “저런, 저런……. 어서 올라가 쉬시오~~~” “쉬기는……. 아마, 조금 있다가 살려달라고 전화가 올 텐데 쉬긴, 뭘 쉰 다요…….” 바람이 의지되는 자리를 골라 자리를 잡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급히 달려가는 배가 보였고 잠시 후에는 내가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간 어디론가 가버렸다. 유명한 포인트에 눈이 멀어 몇 시간을 먼저 나가고서도 아늑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셈이었는데 그날 밤, 내가 낚은 고기를 보았다면 가슴을 치고, 땅도 쳐가며 후회를 했을 게다……. 그저, 선장이 먼저, “오늘은 어디든지 갈 수 있응께 말만하시오~~~” 이런 날이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갈수가 있는 날인데 복 받고 은혜 받을 날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께 빌고 또 빌어보면 좋겠는데 간단한 기도도 까맣게 잊어버리니 이 나이 들어가는 어린양을 그저 굽어 살펴 줍시기만 간절히 기도하나이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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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의 밤낚시는 날씨 탓으로 돌리고 돌돔이나 볼락은 잊기로 했기에 그저, 바람의 심술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이곳도 농어와 참돔이 곧잘 나오는 곳이고 옆에 작은 골창에서는 볼락이 곧잘 나온다며 민박집 아저씨는 새빨간 말을 건넨다. (자기가 낚시를 해봤어? -_-?) 겨울에는 등짐을 메고 산을 넘어가 큼지막한 감성돔을 깜짝 놀라도록 잡아오기도 했지만 더운 것도 싫고 모기는 더 싫다며 여름 낚시는 아예 하지도 않는걸. 내가 더, 잘 알고 있는데……. 또, 도깨비에게 한번 혼이 난후부터는 밤낚시는 절대로 하지 않질 않는가?! 볼락이 노닐기에는 턱도 없이 작은, 홈통도 아닌 곳 이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뚫린 곳이 두 곳 보였는데 낚싯대 두 대를 열시 십분, 방향으로 설치하자면 눈이 꽤나 돌아가야 할 텐데 쌍가자미 눈이 되는 것 아녀???? 해가 지기 전에 사진이나 찍어보겠다고 디카를 둘러메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는 오동 여도 넘겨보고, 만재도의 포석정도 내려다보니 옆쪽에도 두 사람이 내렸고 아래쪽에도 한 팀이 내렸던데 바람이 제법인 날, 우리보다 일찍 나와서는 왜, 저 자리에 내렸을까들? 포인트로는 훨씬 좋긴 하지만 바람과 파도가 문제겠는데 밤이 되면 바람이 더, 거세질게다……. 나리꽃도 보고, 건너편의 본섬과 어제 낚시를 했던 곳도 건너다보며 주변을 돌아보며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디카 케이스를 찔러 넣었던 호주머니를 만져 보니 휑한 것이 어딘가에 떨어트린 모양이다. 근처, 어딘가에 있겠거니 가볍게 생각하고 찾아보았지만 보이질 않는 것이 참, 이상도 하네……. 어느 정도 부피와 무게가 있으니 호주머니에서 빠지는 순간, 소리라도 났을 텐데 이 조용한 섬에서 그 소리를 못 들었다니?????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보면서 두 바퀴, 세 바퀴를 돌며 헤집어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거라……. ‘가만있어라야…….케이스 안에는 여분의 배터리와 메모리, 리모컨까지……. 사만 원, 이만 원, 삼만 원에 케이스가 얼마더라? 잡힐지 안 잡힐지도 모르는 고기 몇 마리보다는 이걸 찾는 것이 더 수지타산이 맞겠기에 크지도 않은 부속 섬의 등성이를 몇 번이고 오르내렸더니만 흥건하게 흘린 땀으로 옷이 젖어 버렸으니 낚시도 하기 전에 힘만 빠지고, 옷 적시고, 금전적으로……. 낚시를 해야 할 시간도, 손해가 난 셈이다……. 정군은 벌써 낚시를 시작하여 무슨 고기인가 두어 마릴 낚았나본데……. 이래저래 큰 손해가 났다고 때늦게 포기를 하고 내려 가다보니 편편한 바위위에 얌전하게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는데 눈에 익은 것이 분명, 디카 케이스였다……. 안에는 내용물도 모두 얌전히 들어있었는데 떨어트렸다면 내용물도 흩어져야하고 이런 곳에 떨어지는 순간에는 무슨 소리라도 나야할 지형이었는데, 사람이 올려놨다손 치더라도 너무 얌전하게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리로도 분명히 몇 번을 지나다녔는데 갑자기 이것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이고?) 분명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이 분명했다……. 그러타면, 누가???? 도깨비? 본섬에는 나와 돌아다니지만 부속 섬까지는 안 나타난다고 분명히, 아줌마가 그랬는데??? ‘모르지~!!!! 낮도깨비라고 힘 좀 쓰고, 운동 좀 한 놈이라면 본섬에서 오동 여를 도움닫기로 내딛고는 겅중 하니 뛰어서 여기까지는 왔을지도 몰라’ 찾았다는 반가움은 뒤로한 채 허겁지겁, 정군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디카 케이스는 찾으셨어요? 벌써 한잔 하셨나? 얼굴이........ -_-?” 정군은 노래미를 몇 마리를 낚아내다가, 상사리급과 50정도 되는 참돔 두 마리를 낚았단다……. 자리로 돌아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냉커피를 또 한잔 들이키다 보니 우측에 놓은 장대에 입질이 왔다. 준수한 크기의 볼락,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고 뭐고 자리나 열심히 지키고 있을걸, -_-;;) 날이 어두워지도록 단, 한 마리의 볼락만 낚였기에 물이 휘돌아 가는 모습이 그제나 같으면 몰라도 오늘은 장대로는 안 될 것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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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에 있을지도 모르는 참돔이나 낚아보자고 릴낚싯대를 꺼내들었는데 손잡이에는 곰팡이가 가득 설어있으니 짐을 일찍 싸두어 장마 통의 습기에 이리 된 건지? 곰팡이가 슬도록 별 볼일이 없으려는지 마음이 허허롭다……. 두어 번 흘려 보면서, 물 방향을 파악하여 고기가 노닐만한 곳까지 찌가 흘러갔다 싶으니 시원치도 않은 것이 농어입질같이 느껴졌는데 견제를 해가며 후속입질을 기다렸지만 어째, 농어가 아닌 것 같았다. 채비를 거두어 바늘에 남은 지렁이의 상태를 확인하곤 두 마리를 덧달아서 다시 그 자리까지 흘려보았지만 유속이 느리다 보니 입질예상지점까지 흘러가는 시간이 지루하기만 했다. 또 다시 닿는 이상하도록 얕은 입질....... 챔질을 하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다가 전지 찌의 불빛이 보이지 않도록 되고서야 대를 세워서 느낌을 보다가, 두어 바퀴 감아 보면서 재차 확인을 하고서야 챔질을 해야 분명히 무언가가 물었다는 느낌이 왔으니 오늘은 이래저래 이상한 일만 생기는 날인가 보다. 상사리 급을 벗어난 애매한 참돔들이 연거푸 물어주긴 했기에 뜰채도 사용해 보고 그대로 들어 올려도 보니 고기의 크기가 뒤죽박죽이다. 워낙, 멀리까지 흘려야 하다 보니 점점 밖으로 태워서, 흘려야만 원하는 지점으로 보낼 수가 있었는데 입질을 할 만 한 거리에 도달하도록 기다리는 지루한 동안에 뒤에서 알 수없는 소리가 들려 깜짝, 깜짝, 놀라다 보니 뒤통수가 서늘한 것이 영, 기분이 꿀꿀하기에 정군이 있는 곳에 놓아둔 짐 가방 속에 있던 성수(聖水)와 묵주 십자가를 뒤에다 갖다놓고서야 안심이 됐는데 철저한 무신론자인데다가 담대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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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엔가, 낚시점 총무와 민박집 아저씨가 건너편에서 무언가에 홀려서 밤새도록 난리를 벌였던 때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이상한 현상이 종종 목격되고 들리더니 끝내는 국도의 홈통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까지 만나게 되질 않았었나?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야 긍정을 하는 편이지만 당해 보질 않은 사람들은 콧방귀를 뀌면서 입으로는 그러냐고 하면서, 눈에서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 기색을 보이기에 입을 다물어 버렸던 판이었다. 추자의 ‘야인’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는데 아무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밤이 새도록 추자도의 귀신 이야기를 늘어놓은 적이 있질 않은가……. 뭍에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광신자들이 노란머리에 파란 눈의 외국 신을 들먹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토속적인 도깨비나 귀신은 왜 거부하고 안 믿는지 모르겠지만, 성당에 다니는 독실한 신앙을 지닌 고모님만은 내가 겪은 일을 어느 정도, 믿어 주실 지도 모르기에 한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몇 일후, 성수가 담긴 작은 물병과 신부님의 축성을 담았다는 작은 묵주 십자가를 갖고 찾아 오셨다. 그저, 조심하면서 곁에 두고 낚시를 갈 때마다 가지고 다니라셨는데 드디어, 오늘 밤에는 그것이 필요할 모양이다. 무언가를 짐 가방에서 꺼내어 가지고 돌아가는 모습을 본 정군이 궁금했었나 보다. 비장의 미끼나 비법을 사용하거나 펼치려는 것이 아닐 까, 생각했는지 뒤쫓아 와서는 한동안 낚시를 하는 뒤꼍에 앉아서 찌가 들어가네, 챔질이 늦네! 쓸데없는 참견을 하기 시작했는데, 걸려 나오는 고기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간 이번엔, 비슷한 입질이었지만 힘스는 것이 약간 이상하다 싶었더니 큼지막한 돌돔이 지렁이를 물고 나타나자,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이……. 그 자식, 계속 그냥 뒤에 앉아있지……. 왜, 돌돔이 튀어나와서는……. -_-;;) 얼마동안 재미나게 들어오던 입질이 갑자기 끊기었고 괴괴한 날씨속에 농어 떼들이 설쳐대기 시작했다. 건너편의 홈통에 들어온 농어 떼들이 며칠째 빠져 나가지를 않는다더니 평상시에도 농어가 많은 곳에 더 많은 농어가 돌아다니다보니 볼락들도 숨어 버렸나 보다……. 농어를 잡으려면 달리 채비를 해야 하는데 귀찮기는 하고, 참돔입질은 끊기었고……. 어떤 짓을 해야 할까 쉽게 결정을 못 내리다간, 그러고 보니 저녁 도시락도 안 먹었기에 늦은 저녁밥을 새벽밥으로 바꿔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먼 곳부터 밝아오기 시작했다. 물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찌낚시대를 집어넣고 다시 장대 하나를 펼쳐 들었다. 볼락을 닮은 우럭들을 몇 마리째, 낚아 들다보니 노래미가 입질을 시작했고 날만 밝으면 달려오는 선장 때문에 일찌감치 짐을 꾸려야겠다고 남은 밑밥을 손으로 뿌려주는 중에 급한 입질이 들어왔다. 낚싯대를 세우고 보니 휨새도 이상하고, 어디선가 느껴보던 익숙한 당김하며 급하지 않은 도전……. 뭐여, 이건? 한 여름에 감생 이는 아니겠지????? 어느 사이엔가 옆에 와있었던 정군이 또 참견을 한다. ‘아무래도 감생이 같은데요?’ 그래 맞다, 감생이....... 35센티 정도의 감생이가 모습을 나타내었는데 여름철에 감성돔을 잡아본 것이 여러 번이다 보니 이상할 것도 없겠다만, 수온이 내려간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벌써 선장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짐을 받아든 민박집 아저씨는 ‘가끔 미친 감생이가 여름에 나온다. 며 시큰둥해했는데 도대체 누가 미쳤다는 거여? 덥기 전에 철수를 하여 땀을 흘리지 않았지만 고기 손질로 쩔쩔매다가 결국, 한바탕 땀을 흘리고서야 민박집으로 발을 옮겼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이 풋풋한 에너지……. 내게 얼마인가,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들……. 플라톤은 ‘시간이란 움직이지 않는 영원성의 움직이는 이미지’라고 했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이여....... 영원한, 이미지여, 오래도록 영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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