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매사가 시들하고 무기력할까?! 혼마저 들쑥날쑥 하는지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다보니 정리할 것들을 마냥 밀어 놓았더니 먼지까지 함께 수북하니 쌓여가고 있으니 무슨 바람이라도 제대로 쐬어 봐야 할 텐데 이런 눈치, 저런 눈치에 가자미눈을 닮아갈 판이질 않는가……. 낚시나 골프 같은 관심이 가는 취미는 돈이 들어도 즐거웁다지만, 본래 먹고 살자는 직업은 즐기려고 하지도 않고 잘, 즐겨지지도 않는 건지……. 하기야 인생이 즐기는 마음만 느끼려고 사는 건 아니겠지만 난, 요즘은 넘어서야 할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매일매일 접하는 작은 선택은 지친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새로운 경험이나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나아갈 인생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역방향의 시도도 가끔은 필요한 것이겠기에 먼 곳으로만 돌아볼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도 찾아보면 작은 답이라도 얻어낼 수 있지 않겠어?! 바다는 멀고 호수는 가까우니 금어기(禁漁期)가 다가오기 전에 쏘가리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달려 농사를 짓는 화전민의 나룻배를 얻어 타고 건너편으로 건너가 차가운 4월의 밤기운을 견딘 보람이 있었는지 이른 철이었는데도 마릿수 구경까지 할 수 있었으니 이런 경사도 가끔은 있기에 살만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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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자 서해 중부권의 참돔선상낚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금년 들어, 변변한 조황을 얻지 못했던 수도권의 바다낚시 동호회에서는 큰마음을 먹고 6월 중순경에 3척의 배를 예약하여 통 큰, 선상낚시를 한번 준비했다는데, 마침, 빈자리가 있다하여 참돔낚시를 해보게 되었다. 처음 보는 통통한 얼굴의 선장은 짧은 경력의 소유자가 분명할진데 얼마나 출조 횟수가 많았는지 참돔선상낚시를 꿰뚫고 있는 듯한 장황한 설명이 그럴싸했고 입담까지 구름을 탄 손오공이 여의봉을 마음대로 휘두르는듯했는데 수온이 찬 탓인지 메뚜기 꿰듯이 줄지어 있는 배들이 십여 척이 넘었지만 참돔구경은 할 수가 없었다. 선상낚시라는 것이 닻줄 하나만을 놓고 뒷부분에서 두어 명이 정확하게 밑밥을 흘려가며 해야 하는 것이지만 경비도 줄이고 여러 명이 함께 낚시를 하려다 보니 앞뒤로 닻줄을 놓게 되었다지만 기뢰(機雷) 라는 폭탄을 피하려는 인천상륙작전도 아닌 터에 황당한 일이 벌어져 버린 격이 되어버렸다만, 이렇게 해서도 고기를 잡으니 낚시의 운치를 따지고 논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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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벌써 참돔선상낚시가 한창이었겠지만 저수온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조물주 최대의 창조물이라는 인간이 이제는 자연의 가장 큰 적이 되어 땅속깊이 묻혀있는 화석연료를 마구 캐내어 불을 지피다보니 하늘을 휘젓고 다니는 수도 없이 많은 날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자동차의 매연 등이 원인이라면 원인이 아닐까……. 배 한 척당 의무적으로 실어야했던 여섯 박스의 밑밥용 크릴을 슬금슬금 비닐봉지를 벗겨내어 누드로 만들어 손님들 눈치도 안보고 마구 처박던 밑밥이 한 박스 정도가 남자, 젊은 선장도 그제야 눈치가 보였는지……. 손님들이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엉거주춤하니 자세가 굳어버렸다. 선상낚시 비용으로 비싼 값을 치렀으니만큼, 큼지막한 참돔 구경이 쉽겠다는 욕심은 마음을 굳게 하고 마음이 굳으매 몸도 따라 굳다보니 제 몸인데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다보니 선장이나 손님이나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는가 보다……. “이것 봐, 뭘 눈치를 보나? 수온이 이 모양인데 무슨 고기가 나오겠다고? 신나게 까 넣던 거니, 마저 다 까 넣고 우리, 먼저 나가서 쉬자고.......“ 줄지어 서있는 배로 넘어가서 걸려있는 닻줄들을 풀어내기가 쉽지가 않겠지만 ‘이렇듯 마구잡이로 묶어 놓고 무슨 낚시를 하겠는가’ 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큰 소리를 질러대니 앞뒤로 있는 배에서 선장들이 줄을 넘겨주어 굴비 엮듯 메여있는 배들 중에서 먼저 놓여나와 포구로 돌아와 쉬는 시간이라도 만들 수 있었다……. 포구에 있는 횟집에서 갑오징어 두어 마리와 해삼 몇 마리로 오늘 하루, 아까운 시간과 비용만 축냈음을 자조하며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서니 마나님과 딸내미가 변죽을 울려댄다....... ‘뭐, 바다에만 간다고 매번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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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울 수도 있는 서해권의 참돔선상낚시도 계속 시들한 소식만 들려왔는데 ‘그물로는 씨를 못 말려도 낚시로는 씨를 말린다’ 는 낚시 속담대로 너무 많은 참돔을 몇 년간 마구 잡아낸 탓도 있을게다……. 막강한 권세도 십년을 못 넘긴다는데 무한정할 것 같은 자원에 눈들이 멀어 수십 척의 선상낚시배가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온갖 낚시기법이 총동원되더니 어느 낚시용품제조사에서는 후원까지 한다며 대회를 유치하기까지 하던데 도대체 ‘타이라바’ 낚시를 시작한지가 얼마나 됐다고 풋내기 선장마다 낚시방송 같은 곳에 얼굴을 내밀고는 장황하게 괴변을 늘어놓는다. 정작,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포인트를 개발하고 개척한 선장은 따로 있는데 상홍서가 어떻고 하홍서가 어떠하고 화사도까지 들먹이며 입을 놀리니 뻔뻔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원님 덕에 나팔도 불고 길 닦아 놓으니 강아지가 먼저 지나간다했을까?! 도대체 참돔낚시 예찬을 늘어놓을 자격이나 있는 겐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먼 섬으로나 가야만 구경을 할 수 있었을 바다의 미녀가 이제는 싸구려 거리의 작부로 전락한 느낌이다. 수도권에서 아무리 가까운 곳에 있다 해도 교통비만 해도 십만 원 남짓에 선비와 밑밥 값으로 또, 십여 만원이 따로 들고 채비를 준비하는데 또 얼마에, 물고기만 밥을 줄 수가 있나? 시원한 음료라도 몇 개 사들고 보면 꽤나 질 좋은 쌀 한 가마 값도 더 들어가다 보니 허리가 휘청하다, 는 글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있던데 ‘오늘도 대박’ 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눈을 어지럽히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나서는 이가 제법 있겠는데, 대여섯 명이 낚시를 하여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섭섭지 않은 손맛을 보아 서너 마리씩이라도 차례가 가려면 이십 마리 이상의 참돔이 낚여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어쩌다 아뜩한, 손맛이라도 보게 되면 다음 달에 결재해야할 카드금액을 생각하지 못하고 또, 나서게도 되지만 공탕이 두어 번 이어지고, 힘들여 낚은 고기를 들고 돌아와 동내 비렁뱅이들에게 회를 떠서 이슬까지 퍼 먹여 보았자, 잘 먹었다는 소리 한두 번이지, 미끼값 보태주는 놈도 없고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손에 들려주는 놈도 없다 보면 고기 잡아 오는 것도 금세 시들해지고 말게다……. 거기다가 월말에 가서는 생각보다 훨씬 결재금액이 늘어났다 는걸. 깨닫고 보면 ‘내가 지금까지 무슨 미친 짓을 한걸 까?’ 퍼뜩, 정신이 돌아오기도 하니 정말, 낚시는 미친 짓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게야.........’ 한동안 또 열심히 일을 하다가는 또 한 번, 미친 짓을 하려고 짐을 싸기를 반복하니 병도 큰 병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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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낚시를 잊고 손에서 자꾸만 빠져만 나가던 일을 만지다 보니 쏘가리 금어기(禁漁期)가 끝이 났다....... 급작스럽게 후배 놈 둘이 찾아와 밤이슬을 맞으며 무엇을 하자고 또, 보채는 건지……. 생각보다 수위가 줄지 않은 댐의 지류를 걸으면서 생각지도 않고 던진, 몇 번째의 캐스팅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농어? 베스? 재수 없는 잉어가 지나가다가 꼬리가 꾀었을까?’ 짠 바닷물에서 사용하던 투박한 채비였기에 민물고기 우습게보고 마구잡이로 당겨보다가 생각지도 않는 대물을 구경 하게 되었는데 가끔은 이런 보상도 있기에 복권도 사는가 보다……. 없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이 있는 상태이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것이 오히려 가득함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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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만 나오고……. 수온만 맞는다면……. 금년에는 더위를 피하여 일찌감치 만재도를 다녀오려고 마음먹었었다. 꼭, 돌돔이나 참돔 따위만은 아니더라도 큼지막한 볼락 몇 마리면 만족할 터인데 6월이 다가도록 물색이 나오지 않는다고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는 말꼬리를 흐렸다……. 삼천포의 ‘돌뽈레기’ 는 가거도에 입성한지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는데도 앞으로도 한 달은 더 볼락낚시를 할게라며 전화가 왔었지만 좋지 않은 날씨가 이어진다며
그 다음날, 가거도를 빠져 나왔다나보다……. 통영 쪽으로 전갱이 낚시라도 한번 다녀오려고 했지만 매번, 수상한 날씨로 미루다간 6월을 맞았었는데 또, 그 6월마저도 눈 한번 깜빡였더니 지나가버리고 말았으니 올해가 꽤나 남아 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이 해도 절반도 넘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지난 메모장을 떠들어 보다가 10년 전의 물때와 같은 날이 겹쳐지는 것이 눈에 뜨였는데 7월 중순경이라면 적기(適期) 일듯 싶어 일정을 맞추어 두었지만 선장은 좀처럼 수온이 오르질 않는다며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허황된 부풀림에 현혹되지 말고 지긋이 기다리고 있으라며 움직임을 막았다....... 또 한 번, 세 번째의 호수 구경으로 마음을 달래려고 강원도로 나들이를 나서게 되었지만 급격히 불어난 수위로 제대로 다가가지도못하고 막국수 한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돌아오기도 했는데 이틀후에는 지피는 장소가 생각이 나서 다시 길을 나서게 되었고 다른 목적지로 바꾼 것이 적중이 되었는지 마릿수 구경도 하게 되는 횡재수가 생겨 바다구경을 못하는 서운함을 달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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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에서야 비 피해가 없는 가고 민박집 아저씨의 안부전화가 왔지만 별다른 말이 없기에 결국, 금년에도 무더운 8월 달에나 만재도 구경을 하겠다 싶었는데 하루가 지난 저녁나절에 갑자기 물색이 좋아졌으니 와도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준비는 하고 있었다지만 하루정도는 정리할 것이 없는지 둘러보고 떠나야겠기에 7월 23일 토요일에야 집을 나설 수가 있었다. 길이 막힐지도 모르니 점심도 거르고서였지만 안성의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에 들러 한 그릇 시원하게 들이키다 보면 급하게 짐을 싣노라 흘린 땀이 마르겠다 싶었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찾아 들고 보니 상중(喪中) 이라 써 붙였으니 맥없이 돌아서서는 지렁이나 자잘하고 싱싱한 놈으로 부탁하려고 목포에 있는 낚시점으로 전화를 하니 아직까지는 갯바위 손님이 없어 만재도를 들어가려는 계획이 없다고 말을 흐리더니 일단은, 그냥 내려와 보라니 어쩌면, 서망항 구경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민박집 아저씨에게도 전화를 하여 내일 아침에는 얼굴을 보게 되겠다고 하니 밤새 양자강에서 방류한 물에 민물파래가 잔뜩 밀려와서는 온 섬을 뒤덮었으니 낚시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상한 일이라며 목소리가 작아졌으니 도대체 무슨 오멘~! 덩어리들이 가슴 벽을 치는 소리들뿐일까……. 홍도로 돌돔낚시를 갔다는 이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파래도 없을 뿐 아니라 조황도 좋아 여러 마리씩을 낚아들었다니 소리 없는 충격파가 또 한 번 가슴을 쳐댄다……. 선장과 통화를 하니 파래를 피해 어디론가 가보면 잠시 잠간씩은, 낚시를 할 수도 있을 거라며 어떤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고 허한 웃음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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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목포에 이렇게 큰 낚시매장을 왜 지었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 달라진 낚시점을 한동안 입을 벌리고 쳐다보다간 두 끼 분량의 밥을 달게 얻어먹고 기다리다 보니 갯바위 손님이 다섯으로 늘어났다……. 서망항에 있는 다른 낚시점의 배로 옮겨 주려고 했다가는 홍도 쪽으로 가기로 했던 선상낚시 배를 만재도 쪽으로 돌려서 갯바위 손님을 태워 가기로 결정을 했다는 신경을 많이 쓴, 낚시점 사장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매번 선상손님이 더 많다보니 갯바위 손님은 이젠 들러리로 변했는가 보다. 하기야 고생스럽고 힘든 갯바위낚시 보다는 시간과 비용도 적게 들고 조과(釣果)도 확실한 실속 있는 선상낚시를 더 선호하는 세상이 되어가다 보니 주객이 바뀌는 것도 순식간인가보다....... 준비물을 부탁해 놓고 들러붙은 땀을 씻어내고 하루 종일 세워져 있었던 허리를 두어 시간 눕혀보려고 찜질방을 찾아 눈을 붙여 보았지만 소리를 잔뜩 키워놓은 연속극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차라리 밤바다를 보며 새벽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일찌감치 찜질방을 나서고 말았다. 배가 출발하려는 장소에 짐을 모아 놓고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정말, 내가 어디론가 떠나긴 떠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목적지로 떠나기 전의 배를 기다리는 그 순간의 설레임, 그 자체로도 즐겁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낚고 주어진 시간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겠지만 보일 듯 말듯, 차라리 마음으로 더욱, 다가서는 깊은 밤의 바다색깔인 미드나이트 블루를 느낄 수 있는 새벽시간이다.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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