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011년 만재도의 여름, (만원의 행복) by 찌매듭 2011. 8. 4. 선상낚시 팀에 끼어 가게 되면서 막걸리도 한잔 얻어 마셨겠다. 발을 뻗고 자세를 잡다보니 슬그머니 잠이 들었나 보다. 바다가 잔잔했는지 흔들림도 전혀 없어 깊이 잠이 들었었나본데 창 너머로 훤하게 날이 밝았고 시간도 여섯시를 넘어섰으니 도착 할 때가 되었는데 멀리, 만재도의 간여 삼총사가 보였으니 곧, 만재도에 도착할 터이다. 선상낚시 팀들은 진작 낚싯대를 펼쳐놓고 있었고 바로 채비를 내릴 준비를 한 상태였다. 저분은 어느 팀일까? 차림새로 보아서는 갯바위팀 같은데 오늘은 삶의 여유를 제대로 즐기는 날인지 연상, 싱글벙글 이다……. 이런, 이런, 정말, 녹조 같은 파래 띠가 섬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낚시나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두꺼운 파래층 때문에 배의 접안이 조심스러웠는데 어디선가 달려온 선장의 아들이 쌓여 있는 많은 짐들 속에서 우리 것들을 골라내어 신속하게 내려주고 가버렸기에 아침부터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옷 한 벌을 벌은 셈이다 ^^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서도 파래 때문에 걱정을 하는 기색이었는데 물구멍이 막힐까봐 조심스럽게 배를 밀어내어 두 시간 정도의 오전낚시를 하기위하여 외마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도 그쪽이 파래가 덜 끼었다니……. 언뜻 보기엔 작년과 달라진 모습이 없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아저씨도 많이 늙었나 보오……. 젊을 적에는 피부도 팽팽하니 얼굴의 윤곽선이 또렷하여 사진도 잘나오지만 나이가 들면 피부가 탄력을 잃어 흐릿하니 나이든 모습이 보인다는데 아저씨도 이젠 나이가 드셨네 그려……. 오동 여에는 누가 올라서 있었는데 돌돔을 몇 마리나 낚으셨을까들?! 몇 번, 내려 본 적이 있는 외마도의 쪽진 자리에 짐을 풀어놓고 채비를 담그고 보니 오전 8시…….물돌이 시간이 끝나버렸다……. 만재도의 감초격인 노래미가 먼저 인사를 해왔고 뺀찌 급을 넘긴 돌돔 두 마리와 볼락 몇 마리…….우럭과 상사리급 참돔까지 열 마리쯤 낚아들었으니 두 시간 낚시에 이만하면 흡족하지 않겠는가?……. ‘낚시손님도 몇 없는 것 같으니 짐을 그대로 놔두고 나갔다가 밤낚시를 하러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면 안 되겠는가’ 고 물으니 선장이 싱긋이 웃으며 그리하잔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시기에 그 자리를 비워 놓아 달라’ 고 전날부터 이야기를 해두었다고 했다……. 아들들이 뭍으로 나갔으니 큰 배를 가지고 있으면 주의보 때마다 피항이나 운영도 힘들어 처분을 했고, 택택이 목선만 가지고 예전같이 열기 잡이만 하기로 했다는데 날씨가 나쁘면 건너편의 방파제나 자갈밭으로 올려 버리는 것이 한결 손이 쉬울 터였다. 파래더미를 피하여 몽돌 밭으로 배를 대고 뛰어내리고 보니 처음, 만재도를 찾았을 때에도 이렇게 몽돌 밭으로 뛰어내려서 섬을 밟았던 생각이 난다. 그때야 당연히 시멘트 덩어리로 된, 방파제가 한 토막도 없었으니 신발을 적셔야하는 불편이 따르다 보니 출장 낚시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었다. 들물 시간도 걸리다 보니 깊숙이 배를 넣어준 덕에 발을 적시지 않고 땅을 밟을 수 있었고 반겨주는 아줌마와 눈인사를 나누고 대충 씻고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바로 물속에서 나온 싱싱한 열기 구이와 조림이 상에 올라왔다……. 아무리 만재도라지만 이렇게 열기가 싱싱할 수가 있을까 궁금하다니 그물작업을 하는 배에서 파래 때문에 물구멍이 막혀 속을 끓이기에 물일을 하던 아줌마가 도와주었더니 고맙다며 싱싱한 열기를 한소쿠리 건네주었다고 한다. (정말, 만재스럽기도하다....... ^^) 그물이나 주낙 채비를 늘어뜨리거나 걷어야 할 때는 동내 사람들이(거의가 이제는 할아버지지만,) 달려들어 도와주고 고기와 함께 걸려든 물풀이나 쓰레기는 기다리고 있던 아낙과 할머니들의 몫이었다. 고기를 그물에서 떼어내고 뒷정리를 하는 사이에 선장은 소쿠리에 얼 만큼의 열기를 담아들고 도와준 사람들의 뒤에다 내려놓는데 뭍에서라면 품삯을 주는 식인데 열기라는 생선은 이곳 섬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먹을거리이자 화폐의 대용인 품삯인 셈이다. 가거도 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낚시손님을 상대하는 집은 그물을 놓을 사이가 없다보니 다른 집에서 잡은 열기를 사서라도 먹어야했다. 그 집 아낙이 잠시 오수에 빠진 사이에 열기배가 들어온걸. 놓쳤기에 다음번 작업 때까지는 열기구경을 못할 판이었는데 늦게 들어온 선장이 그 사실을 알고는 좋기만 한줄 알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쌍욕을 해대며 자기 아낙을 쥐 잡듯이 몰아갔다. “이 써브러질너메 여편네란 것이 자빠져 자노라 열기를 사놓지 않았써야........ 반찬은 어디서 나오누……. 니, 죽고 싶나? 살고 싶나? “ 여름철이다 보니 손님들이 낚아온 고기들도 많아 굳이 생선반찬을 먹겠다면 농어며 우럭이며, 참돔, 돌돔등 없는 것이 없었는데 그깟, 열기반찬 빠진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마누라를 저렇게 욕보일 수가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는데 열기라는 물고기는 육지에서의 김치와 같이 빠져서는 안 되는 별난 물고기였다. 조황도 그다지 좋지도 않은데다 밀려온 파래 때문에 낚시를 할 수가 없겠다고 대부분의 낚시꾼이 빠져 나갔기에 섬에는 열 명도 안 되는 손님들만 남았다나보다……. 자리다툼이 없어 급할 것이 없다보니 서너 시간의 낮잠시간을 보내고 짐을 놓아둔 자리로 돌아와서 밤낚시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에는 성급한 도우미덕에 돌돔용 꾀미 30개를 고기가 달린 채로 수장을 했었기에 이젠 남은 꾀미라야 열 댓 개 정도가 남았으니 이제는 마음도 비워보기로 했기에 이번에 나서면서는 돌돔용 꾀미 열 개와 와이어 줄에 곁들여진 감성돔용 꾀미 열 개만 준비했었는데 과연 저것들이나마 짭짤한 물속에 모두 담글 수나 있을는지........ 어두워지기 전에 쏠쏠한 크기의 돌돔 두 마리와 튼실한 우럭 너댓마리를 낚았고 큼지막한 볼락이 한 마리 선을 보였기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수 있겠다며 열중하는 중에 이상한 봉지 하나가 떠내려가는 것이 보였는데 쏟아져 나와, 번지는 크릴상태가 싱싱해 보이는 것이 누군가가 위에서 떨어뜨린 밑밥봉지 같았는데 도대체 누가 저런 식으로 통 큰 밑밥을 주었을까? 뒤따라서 시커먼 비닐 백도 흘러가는 것이 보였는데 저건 또 뭐람? ‘가만있어라……. 위쪽으로 내린 사람이 있을 리가 없고 어디서 본 듯한 시커먼 가방이라????’ 배를 대었던 자리로 되돌아가보니 밑밥을 담아왔었던 맥주를 한 박스 사면 따라오는 간이아이스백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닥이 단단하지 않다 보니 밑밥이 약간 녹으면서 형체가 틀어지다 보니 굴러 떨어지게 된 모양이었고 갯바위 모서리에 걸리면서 가방이 터진 것이 분명했는데 한 번에 밑밥을 다준 셈이니 미끼야 지렁이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크릴밑밥에서 골라내어 사용하는 크릴미끼가 없으니 돌돔이나 마릿수 구경은 틀려 버렸다……. 가방이 굴러 떨어지면서 밑밥이 줄줄, 흘러내리다가 두어 사발 분량의 크릴이 쪽진 갯바위 골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기에 알뜰하게 그러모아 상하지나 않도록 쿨러 안에 모셔놓았으나 워낙 분량이 적어 짧은 여름밤을 새우기에도 턱없이 모자랄 테니 이일을 우짜믄 좋겠노?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세손가락으로 집어내어 인색하게 밑밥을 주어가며 미끼로도 쓰다 보니 고기 몇 마리를 더 낚아 들긴 했으나 밤이 깊기도 전에 한 움큼도 남질 않았는데 그나마도 상태가 좋지도 않으니 더 이상 돌돔은 낚아들기도 틀려 버렸다. 철수하기전의 청소가 아닌데도 물바가지로 몇 번씩 갯바위에 달라붙은 크릴을 씻어 내려주며 '밑밥이 되거라~~' 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손바닥이 아프니 이 짓도 더 이상 못하겠네……. 또 바람은 갑자기 왜 불기 시작하는 거야???? 결국, 바람을 견디지 못하겠기에 장대를 걷어 놓고 찌낚시 채비를 펼쳐들고 뒤편으로 넘어 갈수밖에 없었는데 약간 높은 지형이다 보니 매번 지나치곤 했었는데 볼락정도라면 들어올리기에 무리가 없을듯했다. 첫 번째로 찌 놀림을 보여준 볼락이 평균이상의 크기다 보니 한주먹 남은 밑밥 중에서 서너 마리씩을 뿌려주는 인색한 자린고비 낚시로 큼지막한 볼락을 한동안 낚게 되었지만 두어 시간이 지나자 감질 나는 밑밥효과도 없어진 건지, 이제는 고기도 잘 시간이 되었던지 더 이상 고기구경을 할 수가 없었으니 무얼 하며 이 밤을 지새야할꼬? 바닥은 그런대로 편하긴 하기에 모기약을 뿌리고 누워보았는데 이상한 감촉에 깜짝 놀라기를 몇 번……. 이 놈에 강구라는 벌레는 약발도 안 받고 겁도 없는지 세워놓은 손가락꼭지까지 어느새 기어 올라앉는 담대한 녀석들이라니……. 주기적으로 손발을 떨어가며 갯강구의 접근을 막다보니 이러고 밤을 새울 수도 없고……. (아~~~~???? 그래~~~~!!!!! 마트에 갔다가 재미로 사온 만원자리 텐트~!!!!) 똘똘 말으니 가방 속에 쏙 들어가기에 사용할 수나 있을까하여 가져 온 것이 있었지? 대충 펼쳐가며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콘크리트 못을 박아 끈으로 묶어놓고 들어가 앉았다가 누워보니 이런 아방궁이 어디 있겠나?! 바닥이야 어느 정도 경사가 있지만 이렇게 삐딱하니라도 누워서 시원한 속옷차림으로도 모기와 벌레를 피할 수 있다니 이런 행복이 어디 있겠노? 모기장 사이로 박명(薄明)의 시간이 오도록 이리뒤척, 저리 뒤척이며 다리도 꼬아가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 늦게 들어오는 정군을 기다리게 되었다. 몇 년 만에 만재도를 다시 오게 되었다니 몇 번씩 길을 물어오며 낚시점을 찾았다했고 주차를 하고 배를 탔다는 연락을 듣고서야 선잠이 들었나본데 그 사이 날이 훤하게 밝았다. 감쪽같이 텐트를 걷어 놓고는 커피 한잔을 끓이는 새에 정군을 태운 배가 다가왔기에 뒤편으로 내려 보라 하고 넘어가 보니 싱싱할 크릴 백부터가 눈에 들어왔다. 반갑게 손을 잡고는 크릴 한 장을 달라하니 두 장, 세장 얼마든지 드릴 테니 싱싱한 횟감을 내놓아야한다고 부담 가는 소리를 해댄다. 내일의 횟감은 자기가 장만하겠다니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무슨 짓이라도 해봐야했다. 역시, 밑밥효과가 있었는지 돌돔 두 마리를 낚아들 수가 있었고 우럭도 몇 마리 연이어 낚이다 보니 꾀미에 낄 사이도 없이 뒤쪽으로 던져놓고는 크릴 한 장을 더 얻으려고 정군에게 다시 가게 되었는데 아직 고기는 못 잡았어도 몇 년 만에 만재도를 다시 와보게 되었다는 감격에 고기잡이는 뒷전이라고 했다. 십 년 전에 처음 만재도를 따라와서 내렸던 자리가 지금의 그 자리인데 기억이나 하고 있는 건지……. 그때, 프로낚시인이 되보고 싶다고 했었던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는 프로낚시인들 대부분이 집에서는 깍두기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걸 몰랐는가 보다……. (사실, 또 알맞게 익은 깍두기를 매번 먹기가 얼마나 힘든데..... -,,-) 낚시는 어디까지나 취미로 생각해야지 낚시로만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걸 모르기에 하는 말이었을 게다. 어느 포구나 섬에서 가게를 열고 용품이라도 취급하고, 배라도 장만하여 민박집이라도 한다면 꼭, 허접스런 대회에서 입상하고 식상한 방송에 출연한다고 프로가 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잘못알고들 있을게다……. 진짜 프로는 손님들에게 친절한 대함과 거짓 없는 안내로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이가 진짜 프로이지, 동행을 해주겠다고 낚시 점주나 선장의 등을 쳐먹어 가며 조류 빨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내세우며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이름뿐인 프로나 어지럽고 복잡하고 어려운 기법과 채비를 내세운다고 프로는 아닌 것이다. 낚시란 것이 바다를 찾아 운 좋게 좋은 날씨도 만나서 바늘에 미끼를 끼워 드리우고 기다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낚시가 아닐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든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한데 집중력은 마음과 감각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나 힘을 말하지만 일을 한다거나 공부를 할 때와는 또 다르게 낚시를 할 때의 집중력은 대단하달수가 있으니 개개인의 능력과 집중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이다……. 다시 크릴 한 장을 들고 자리로 돌아오니 낚아 놓았던 고기들이 뻣뻣해진 것이 횟감으로는 틀린 것 같다……. 아침부터 회 타령을 하는 놈의 비위를 맞추어 낼 수가 있을지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복이 맞아 떨어졌는지 정군이 가져온 크릴이 꿀물에 절였던 것인지 횟감용 돌돔 두 마리를 추가할 수가 있었으니 먹을 복이 있는가보다……. 두어 시간 만에 택택이 배가 다시 왔기에 만원의 행복이 준 첫날밤을 무사히 마치고 돌돔 회를 곁들인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상을 받게 되었다. 밥상을 물리고 피곤한 몸을 누이며 시간이 뒤바뀌었지만 오늘의 일정을 마친 셈이 되었다. 그렇다고 끝이 난 것은 아닌 것이 내일이 있으니 언제나 시작인 셈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만재도의 여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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