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여름철의 진객인 벤자리 낚시를 하려고 한림 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관탈도를 갈 때면 들르곤 했던 도남낚시점의 간판이 눈에 뜨였기에 지난번에 관탈도에서 밤새도록 퍼붓는 장대비에 우산과 우비까지 입었어도 굵고 양 많았던 호우로 속옷까지 흥건하게 적셨던 생각이 났기에 잠시 들러 커피나 한잔하려고 들른 것이 화근이었다. 비양도 부근으로 벤자리 낚시를 가는 길에 들렀다하니 마침, 절명을 가려하니 행선지를 돌려보라고 유혹을 했는데 사리 물때에 굵은 벤자리를 낚아보려는데 사리 물때에 절명이라니? 배를 새로 장만했다는 서울의 선주도 내려왔기에 몇몇의 손님들과 함께 어제도 절명 여를 다녀왔는데 물 흐름도 점잖았고 물색도 맑기에 오늘, 한 번 더 다녀오려고 급히 손님을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덜 되먹은 위인이 당나귀 귀에다가 엷디엷은 종잇장 같은 귀를 지녔던지 잠시, 망설임 끝에 마음을 굳히고 말았다……. 절명 여에서 밤낚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자리에 첫 번째로 내려주겠다는 점주의 큰소리와 새로 지은 배까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겠다하고……. 몇 번 큰 손맛을 보았던 벤자리 낚시는 다음번에 가도 되는 거고……. “그래, 좋다~!!!!!!!!!!!!!!!!! 절명 여-!!!!!!!!!!!!!!!” 한림 항에는 다음번에 가겠다고 연락을 하곤 참돔, 돌돔미끼를 챙기고 몇 명의 손님과 함께 절명여로 향하며 어디에 내려 볼까 생각을 해본다. ‘끝여 에 내려 볼까? 배꼽에 내려 볼까? 고구마는 좀, 그렇지????’ 이미 연락을 받고 시간이 되는 한 팀의 손님들이 또 도착을 했고 제주 출신으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축에 드는 문 씨라는 가이드도 불려나왔다. “사리 때 절명이라……. 내가 손님들을 많이 모셔 봤지만 글쎄~~??” “어제, 분명히 물이 맑고, 점잖게 가고 그랬단 말이지? 틀림없어??” 낚시점에 소속된 젊은 총무 하나가 어젯밤에 낚시를 하고 아침에 나왔다며 참말이라며 목청을 높였고 두 명의 가이드가 두 팀으로 나뉘어 손님을 안내하기로 했고 절명 여에서 몇 번, 밤낚시를 해본 경험이 있던 나는 후배 놈과 함께 끝여 에 내리기로하고 절명 여에 도착했지만 어째, 파도가 높은 것 같다……. 배가 대기하고 있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지만 아직, 바다가 익숙하지 않는 후배 놈도 그렇고....... 안전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배꼽 포인트로 변경했지만 손님 둘을 맡은 문 총무가 함께 따라 내리다 보니 다섯 명이 한 포인트에 내리게 되었고 남은 팀은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채비를 펼치고 한두 마리씩 고기를 잡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던 선주와 선장이 바다의 상태가 잔잔한 것 같으니 추자도를 잠간 다녀오겠다며 멀어져갔는데 돌돔 낚시를 하다간 어두워지면서는 볼락과 참돔이 연실 물려 나왔지만 점점, 발밑에 부딪는 파도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발밑의 갯바위에 밀려드는 파도가 부딪치면서 흩어지던 물줄기가 점점 굵어졌고 분수같이 높게 치솟다간 몸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양이 많아졌기에 본능적으로 사태가 심상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이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이러다가 아무래도 쓸려 나가는 것 아닐까요? 이크??? 에고고고~~~~” << 텅~~~~!!!! >> <<꾸다다다~~~~~!!! >> 바다가 익숙지가 않은 후배 놈도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점점 얼굴이 굳어져가며 낯빛이 점차 핼쑥해지더니 눈가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괜찮아……. 뭐, 이정도야……. 내가 노래를 불러줄까?” “검은 빛, 바~다, 위~를, 밤~배, 저~어, 밤~빼, 무~섭~지~도~ 안~은~가~봐, 한~없~이~ 흘~러~가~네~~~~” 왜, 하필이면 이런 노래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만 몇 소절 부르다 돌아보니 후배 놈은 이미, 넋이 반은 나간 상태였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야, 이 놈아, 정신차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살지도 모른다는데…….” 아마, 이때쯤은 내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겠지만……. 누군가는 침착한척이라도 해야 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으니 추자에 갔다는 배를 빨리 불러야겠소......” 문 씨라는 총무를 독촉하여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하다가 선주와 연결이 되었고 선장을 찾으러 나가겠으니 잠시만 기다리라했지만 이쪽은 잠시도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 얼 만큼 시간이 지나갔는데도 연락이 안 온다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을까? 선장을 찾긴 찾았으나 술을 잔뜩 먹고 쓰러져서 일어나지를 못한다니 어쩌면 좋으냐며 선주가 물어왔다. “어쩌긴 뭘, 어째? 술 처먹고 쓰러진, 선장 놈 배 떼기를 걷어차서라도 끌고 오던지 다른 선장을 데리고 오던지, 아니면 당신 배니 당신이라도 와야 하는 거 아냐? “ 악을 쓰다보니 면허는 있으나 야간에 배를 몰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 그럼, 내일 모두 물에 빠져 죽은 다음에 시체나 건지러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이제부턴 통화도 안 될 테니 맘대로 하라고!!!!! 네가 선주잖아????? “ 고래고래 악을 쓰던 문 씨는 성질을 못 이기고는 휴대폰을 발밑에 집어던져 산산조각을 내었고 서둘러 짐을 꾸린 다섯 명이 둥그렇게 스크럼을 짜고는 가운데 짐을 모아 놓고는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어 깍지를 꼈는데 이미 발밑까지 물이 넘실거리며 쓸고 나가기 시작했다. 높이 치솟아 올라갔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며 떨어져 내려오면 머리를 숙이고 맞아가며 물에 쓸려 나가려는 가방을 발로 밟으며 떠내려 보내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했는데 손님하나는 신었던 장화까지 벗고 맨발로 버티고 있는 것이 벌써, 최악의 사태까지 생각한 모양이었다. 업겁의 시간이 흘렀을 게다…….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배 한척이 다가와서 불을 비추기 시작했는데 선주가 배를 몰고 왔다. 면허는 취득했다지만 제대로 배를 몰아본 경험도 없었을 테고 야간운행을 해본적은 더욱이나 없었겠지만 다급한 마음에 직접 배를 몰고 오긴 했는데 자기가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이다 보니 배를 제대로 접안하는 것이 아니라 물색없이 들이대기부터 하다가 파도에 밀려 치켜 올라갔던 배가 갯바위 위로 떨어지며 부딪는 소리가 났는데 저러다가는 제대로 배를 대기는커녕, 부서트려 난파하기가 십상이었다. 제대로 운전을 한 다해도 이미, 쉬운 판국이 아니었는데 초보 선주가 이런 험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접안을 할 수가 있을까? 배가 갯바위에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상황이다 보니 팔을 휘저어서는 빨리 뒤로 물러나라고 소리를 질렀고 멀리 물러나서 주위를 맴돌고 있다가 파도에 쓸려 나가 물에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으로 배를 대고 끌어 올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주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소리를 들었는지, 방향을 바꾸더니 멀찍이 물러나서 불을 비추고 있었는데 데리고 온 사람이 있었는지 갈고리가 달린 장대를 뽑아 드는 것도 보였다……. ‘파이팅~!’ 을 힘차게 외치며 둥글게 대형을 이룬 다섯 명은 힘차게 서로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파도에 쓸려나가지 않기 위하여 무게를 더했고 발밑으로 넘쳐 나가는 물살에 끌려 나가려는 짐을 발로 밟아가며 인간의 한계를 넘긴 초능력의 힘을 쏟으며 만조시간을 넘겼나보다. “자, 조금만 더 버티면, 물이 줄기 시작할게야……. 그럼, 좀, 잔잔해 질꺼라고……. 다시 한 번, 힘들 내~!!!” 얼핏 본, 후배 놈의 얼굴에서 번뜩이는 것이 뒤집어 쓴 바닷물 때문인지, 가물가물할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내다보니 절로 솟은 진땀인지, 회한의 눈물, 콧물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찌됐던 꼭, 저놈을 다시 땅을 밟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기에 입으로는 안심을 시켜야했다……. “에이……. 옷이 너무 많이 젖는 것 같다……. 끈끈하고 척척하지???? -_-;; ” 배가 뒤에서 지키고 있으니 쓸려 나간 다해도 구명조끼도 든든하게 착용하고 있고 정신을 잃지 않고 쿨러라도 끌어안고 버티다 보면 겨울철 같이 찬 수온도 아니니 최악의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침착하게 신발부터 벗어야 한다고 일러주며 얼마간의 시간을 더, 버티다 보니 주변이 점차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돌이 시간을 넘긴 것 같았고 썰물이 시작되었나 보다...... 파도가 약해졌고 수면이 조금씩, 멀어졌고 드디어, 위험한 순간을 넘기게 되었다……. 서로의 어깨에 걸었던 팔을 풀어내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안도의 숨들을 몰아쉬었고 길게 담배연기를 불어내던 문 씨가 푸념을 뱉어냈다……. “나, 이거야 원, 창피해서……. 명색이 제주 놈이, 바다 꽤나 안다는 놈이, 내 앞바다에서 이런 꼴을 당하다니……. 어린놈들 말을 듣는 것이 아닌데....... 이런 봉변을 당하다니……. 사리 물때에 절명이라니……. 당키나 해????? “ 쿨러에서 음료수를 꺼내어 나누어 마셔가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날이 밝아 올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겠노? ‘그래, 낚시 왔으니 낚시를 해야지.......’ 어이가 없게도 모두들 가방을 열고 채비를 만지기 시작했는데 열린 줄도 몰랐기에 닫을 줄도 몰랐고, 닫을 사이도 생각을 못했던 밑밥 통에는 물이 가득 들어가 학공치용 물 밑밥이 되어 있었다. 발밑 홈통에 그대로 기울여서 조금씩 들이부어 가며 낚시를 했는데 여유를 찾은 문 씨가 쿨러 안에 크릴 몇 봉지가 있는 것을 꺼내었다. “밑밥이라는 것이 죽은 밑밥이 있고 산 밑밥이 있는데 파우더를 섞거나 물이 들어가면 죽은 거라고……. 이것 봐~~~! 그대로 자연스럽게 녹은 밑밥을 주걱으로 살, 살 뿌리면 보라고? 광이 나지? 빛이 난다고~~~~ 인광이 살아있는 밑밥이 살아 있는 밑밥이라고~~~ 밤에는 이렇게 사용들 하시라고~~~~~ “ 자기가 안내를 맡은 두 명의 손님을 앉혀놓고 철저한 가이드 정신을 발휘하는 저런 사람이 진정한 프로가 아니겠어? 발밑으로 십여 미터의 수심을 주고는 꾸역, 꾸역 내리다 보면 볼락도 물고, 참돔도 물어주었는데 손님 하나가 갑자기 힘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낚시가 서툴렀는지 낚싯대를 옆사람에게 넘겨주고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조립도 되어있지 않은 뜰채를 꺼내오려고 서두르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아직,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의 상태였다. 갯바위 장화를 서둘러 발에 꿰고는 뜰채를 가져와 고기를 떠내니 금붕어 같은 붉은 색의 커다란 황돔이었다. 비좁은 장소였지만 교대로 고기를 걸어 물러나고 들어서기를 반복했는데 좀 전에는 일사분란하게 팀을 이루어 예행연습도 하지 않았겠어? ^^;; 주변에 머물고 있는 배가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선주가 다가와서는 배를 어느 쪽으로 대면 좋겠는가, 물어왔기에 그냥, 추자로 돌아가 한숨 자고는 내일 아침에 오라고 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며 떠나지를 못하고 있다간 멀어져 갔다. 날이 밝아왔고 주변이 환해져서야 떠났던 넋이 돌아왔는지 후배 놈도 낚싯대를 손에 들었고 그저, 밑밥만 조금 들어갔다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부시리들이 지긋지긋하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고 다시 선주가 몰고 돌아온 배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정신이 나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기에 짐을 꾸려 배에 올랐는데 뒤쪽에 있었던 또 다른 팀들은 묶여 있던 밧줄을 이용하여 높이 올라 가있었기에 위험하지 않게 밤 시간을 넘겼다나 보다....... 술에 취해 선장의 본분을 망각했던 추자출신의 선장을 아침에 해고 했다는 선주의 말을 들으며 멀어져 가는 절명 여를 바라보니 배의 궤적이 심하게 틀어져서 이어져 있는 것이 마치 뱀이 기어간 것 같았는데 서투르다보니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여 이리저리 떠밀리며 방향을 잡는 갈짓자 운행이었는데 잔잔하고 평온한 바닷길이었지만 항까지의 도착시간이 어제와는 삼십분 넘게 차이가 났는데 초보선장인 선주의 미숙한 운전 솜씨 탓이었다. ‘세종’ 호로 기억되는 그 배를 그 후에도 몇 번 더 이용하여 관탈을 다녔는데 얼마 전에 절명 여에서의 사고 소식에 그때의 기억이 났다……. 서울로 돌아 온 후배 놈은 낚시를 가겠다는 소리를 꺼내지도 않게 되었는데 관탈의 돌돔낚시도 시들해졌고 그렇게도 즐기던 외연도의 농어낚시도 멀리 하며 골프와 사진을 시작하더니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절명에서의 악몽에 눌린 탓일게다……. 얼마전에 절명 여에서 낚시인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돔낚시가 가장 빨리 시작되는 곳인 관탈도에서는 5월이면 밤낚시를 시작했지만 3월의 절명 여에서의 돌돔낚시는 이른듯한데 사리 때의 밤낚시를 배꼽부근도 아닌 끝여 에서라니? 절명 여에서는 낮에만 낚시를 해도 배가 대기를 하고 있어야하는데 야간낚시를 하면서 배까지 자리를 비우는 큰 실수를 했던가 보다. 그날, 후배 하나가 추자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는데 밤늦게 추자의 선장 몇몇이 급한 연락을 받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나갔다가는 날이 밝아서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는 고개를 저었다는데 한낱 모래알에 지나지 않을 인간이 대자연과 함께 함에 있어서
자신을 한껏 낮추고 안전을 위하여 백번, 천번 조심을 하여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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