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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0년 만재도 3. (산 넘고, 너머, 또 한 번의 깨우침…….)

by 찌매듭 2010. 12. 30.

'ring~~~~~~~' 정확하게 3시가 되자 잠을 깨우려는 선장의 모닝콜이 전해져 왔고 그래도 미심쩍었는지 건넌방에까지 전화를 하여 작은 아저씨도 깨웠다.......... “아따, 형님……. 30분은 더 자도 되는데......” “조금 더 자려다가 시간 넘기기 십상이제…….얼른 일어나라고…….” 잠을 놓쳐서 얼마를 뒤척이다가 얼핏, 잠이 들었었나 보다……. 아줌마가 커다란 대접에 우유를 따라서 내주었기에 막걸리 같이 한 사발씩 들이키고 나니 속까지 얼얼한 것이 어째, 시원한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깟, 놈에 물고기가 대관절 무엇이길 레……. 예전에 추자에서는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보니 새벽 1시에 내쫓기듯 나가서는 사자 섬의 어느 한구석을 차지했는데 날이 밝을 때까지 긴 시간을 놀 수도 없어 전지 찌를 달아 던지기만 하면 쏜살같이 사라졌는데 망상어 떼들의 먹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큼지막한 깐 새우를 한입에 꿀떡, 꿀떡 잘도 삼키어 날이 밝고 나니 미끼가 동이 난적이 있었다. 좋은 자리는 사람까지 사서 보초를 세워놓는 인간시장이 벌어지곤 했었고 추자의 불친절과 너무 많은 사람들로 차차 추자를 멀리하게 되었지만 추자는 정말 좋은 곳이다. 또 지금은 조황도 나아지고 친절해 졌으며 여러 가지로 조건이 좋아졌다니 언제고 는 다시 찾아가게 될 것이다. 돛벤자리가 쏟아져 나오던 그 자리도 그립고........ 만재도의 집들 사이, 돌담길을 얼마간 걷다간 산길로 접어들어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숨도 골라보며 산 정상에 올라서니 달빛 사이로 희미하게 오동 여며 내마도 외마도가 보였고 나무와 갈대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와 갯바위를 훑어대는 파도소리가 들려왔고 겨우낸, 발길의 흔적을 따라 물가에 당도하니 네 시가 막 넘었다……. 서편으로 기운 달이 섬의 트여 보이는 사이로 내려앉고 가거도가 있을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고도 세 시간이 더 지나야 날이 밝을 텐데 너무 일찍 온 것 같다……. 여름이나 같으면 전지 찌의 향연이라도 벌여 볼 텐데 이 시기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놀면 뭐하겠나? 커피도 한잔 끓여 보고……. 과자도 두어 개 바스락~! 하니 씹어보고 제자리 운동, 맨손체조…….정말 달밤에 별난 짓 참, 많이~~~~한다.……. 6시쯤 되자 산꼭대기에 불빛이 보이는 것이 누군가가 또 넘어오는가 보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것이 자리에 사람이 있으니 배로 오려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또한 섬사람으로 작은 아저씨의 친척이라 했다....... 희끄무레 날이 밝아오기도 전에 채비를 하여 담가보니 노래미 부터 물려 나오기 시작했는데 몸뚱이를 움켜쥐어보니 미적지근한 것이 활성도가 좋은 듯 망상어까지 입질이 시원한 것이 조금만 더 기다려 보면 무언가 원하고 구하고자 하는 대로 되지 않겠어? ^^;; 훤히 주변이 밝아왔지만 그래도 전지 찌의 불빛이 잘 보이는 순간에 무언가가 입질을 할 것 같다했더니 껌뻑, 하고 제대로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고 베일을 닫자마자 대 끝을 통하여 기다리던 느낌이 전해져 왔기에 가벼운 챔질과 함께 핸들을 돌려보니 파마가 난 상태로 릴 몸체에 원줄이 감겨 있었다. 낚싯대의 손잡이를 급히 무릎사이에 끼우고 왼손으로는 원줄을 잡았고 오른손으로는 엉킨 줄을 풀어내며 눈까지 바쁘게 되었고 이렇게 저렇게 제자리를 잡는 순간이 오래 걸린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바늘을 뱉어내지 못한 물고기가 달려 있다 보니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가 뜰채로 담아 낼 수 있었다……. 일찍 고기가 붙은 모양이라며 민박집 아저씨도 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일행이 탔을 배가 어제, 그제의 은밀한 자리로 가는 것이 보였고 잠시 후 돌아와서는 밑밥을 한통 싣고 나왔다며 내려 주겠다며 다가 왔다. “에고, 형님~! 고기가 붙었는데 기계소리를 내며 오면 어쩐 다요? 그냥 돌아가시오.~ 집사람보고 가져오라할테니.......“ 멀리서 쳐다보던 선장이 뱃터로 돌아갔고 날이 완전히 밝으면서는 노래미도 보이질 않는다.……. “어제도 늦은 시간대에 고기가 잡혔으니 잠시 쉬었다 해봅시다요…….” 서방님이 아침밥도 안 먹고 갔으니 걱정이 되었을까? 아줌마가 보온가방에 따뜻한 밥과 반찬, 보리차에 보온병에 커피까지 담아서 머리에 이고 산을 넘어왔다……. 케이크에 이슬까지 따라주며 아줌마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고 아저씨가 또 다른 이벤트까지 성대하게 벌려주었는지는 알 수가 없겠다만 아무튼 간에 덕분에 따뜻한 아침밥을 갯바위에서 먹게 된 것도 처음 아니겠어? “헐~! 아침밥은 따뜻하게 잘 먹었는데……. 당신 다시 넘어갔다와야겠소~!!! 밑밥이 형님 배에 실려 있기에 당산에게 가져오라고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벌써 넘어왔으니……. “ “어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넘어오겠소.~~ 내, 한 번 넘어갔다오면되제~~ 걱정을 마시오~~ 내 후딱 넘어 갔다 올 테니……. 고기나 많이 잡으쇼.~~” 빈 그릇을 챙겨가지고 산을 넘어갔던 아줌마가 잠시 후에 다시, 산을 넘어왔다……. 가볍게 챙긴다고 챙긴 낚시가방만 메고도 이리쩔뚝~! 저리쩔뚝, 어기적대며 넘어왔었는데 무거운 밑밥 통을 머리에 이고도 숨도 차지도 않은지 한달음에 물가까지 내려왔으니 정말 섬 아줌마들의 놀라운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주의보가 떨어지면 가거도 3구의 아줌마에게는 부업거리가 생기는데 등대 밑까지 밑밥 통을 이어다 주면 만 오천 원, 그 보다 가까운 곳은 만원, 더 가까운 곳이면 오천 원……. 서너 번쯤 이어다 주고 오면 남은 손님들은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자기네들이 둘러메고 나선다니 새벽 세시에 일어나 서너 행보를 하면 날이 밝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아침에만 활발한 입질을 보였던 짧은 시간이 있었고 바람과 파도까지 잠잠해졌지만 건너편 어딘가에 있을 일행의 전화가 잠잠한 이유도 더 내려간 수온 탓일 게다……. 태도에서 오는 낚싯배의 뒤를 쫓는 여객선이 돌아섰으니 벌써 오후 두시……. 옆자리에서 낚시를 하던 섬사람은 먼저 산을 되넘어갔고 열공을 펼치던 아저씨도 풀이 죽었다……. 온전히 남은 밑밥 한통을 한편에 옮겨 놓고 낚싯대와 뜰채까지 얹어놓은 아저씨는 내일도 산을 다시 한 번 넘어오겠단다.……. ‘뭐, 여기도 별 볼일 없구먼, 관둬라 보살, 난, 내일은 안 넘어 올래......-,,-’ 어두워지기 전에 넘어가야지 도깨비 나올까 무섭소……. -_-;;‘ (에구……. 저길 또 언제 넘어간다니.......) 산길 따라 들길 따라 쉬엄쉬엄 넘다보니 산 정상에 흉물이 하나 들어섰다……. 또 다른 통신사에서 늦게나마 시설을 했다나 보다……. 10여 년 전에 어느 통신사에서 먼저 시설을 하여 특정 통신사의 이동전화만 개통이 되었었다. 간여에 내린 손님하나가 집으로 전화를 하여 라이터를 하나 갖다 달라고 했는데 버너에 불을 붙여 민생고를 해결하려나보다 생각하곤, 부지런히 택택이 배를 몰고 달려가 보니 담배를 피우려다가 물에 라이터를 빠트렸기에 갖다달라고 했단다.……. (원 , 세상에, 담배를 끊던지 버너에 불을 붙여 피우던지 하지…….) 또 돌아가는 배에다가 얼음 물 좀 갖다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변변한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집에 있는 냉장고에 페트병에 물을 담아 서너 시간 넣어 두었다가 저녁밥을 갖고 오며 갖다 주게 되었는데 한 여름날의 느린 배에 싣고 오다 보니 간신히 냉기만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얼음물을 갖다 달랬더니 미적지근한 물을 갖다 줬다고 투덜대는 얼빠진 멍청이도 있었다. 진도대교를 넘으면 변변한 가게도 없고 24시간 열어놓은 편의점도 더욱 더 없던 시절이었기에 굳이 양담배만을 선호한다면 출발지에서 미리 준비해야지,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산담배만 판매하고 얼음물 하나 살 곳이 없다고 여러 차례 일러 주었건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종내는 목이 타서 낚시도 못하고 양산하나 펼쳐들고 헐떡이고 있었으니 이별조차도 준비해야하는 세상에 저렇게도 말 안듣는 못된 종자들은 처음보았다……. 목포의 얼음가게에서 전기톱으로 쿨러 크기에 맞추어 덩어리 얼음을 만들어 귀하게 모셔가는 것을 보곤 코웃음을 치더니 어렵게 낚은 귀한 물고기를 아주 익혀서 찜을 만들어 놓고는 이것을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을까 물어 오기까지 하니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하는 꼴을 보아서는 탈진하여 쓰러지는 꼴까지 보아도 시원치 않았지만 천성이 워낙 착한 사람을 만난 행운으로 살아남는 줄 알아 이것들아~~~!!! 잘 던지고 잘 받으면 작은 물품들은 건네줄 만한 거리였기에 여유가 있던 얼음물과 과일 몇 개를 던져 줄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아직도 살아서 물가를 찾고는 있을까? 고기를 살리려고 담아 놓았던 물을 몽땅 쏟아내고 고기만 담긴 바구니를 메고 민박집 아저씨는 산길을 잘도 넘어가고 있었고 새로 생긴 보건소도 둘러보고 몇 포기 남지 않은 배추밭도 구경하다가 뒤처지고 말았는데 저 실하게 자란 상추 한포기는 어떤 집에서 뭍에 있는 백년손님이 오면 내주려고 고이 모셔두었을까? 문이 열린 초소 안에는 뜰채며 낚싯대도 보였는데 새로 온 후임자가 낚시를 하는가 보다. 전번의 근무자가 짬짬이 방파제 부근에서 우럭 같은 고기라도 낚아 보면 낚시인들같이 큰 것을 못 낚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기에 배를 타고 나가 깊은 곳을 찾기에 그럴 거라고 하니 초소의 근무자가 배를 타기가 곤란하다하여 그렇다면 걸어갈 수 있는 만큼 멀리 걸어가서 낚시를 해 보라고 일러주었더니 과연 고기의 크기가 굵어졌다며 싱글벙글 웃음이 올랐었는데 그 후로 몇 번이나 바뀌었을 지금의 근무자는 배를 타고나가 본격적으로 낚시를 하여 깜짝, 놀랄 짓을 가끔씩 벌린다고 했다……. 다시마를 줍고 있던 아줌마가 저녁밥을 하려고 급히 오는 것이 보였는데 참, 부지런도 하요……. 새로 장만한 뭍에서 실어온 손수레는 아직 개시도 안했는지 바퀴에 흙 한 점도 묻지 않았네?! 눈을 감고도 찾아다닐 수 있는 만재도의 좁은 돌담길에까지 새로운 길 번지를 붙여 놓은 건 누구의 놀라운 발상일까? “오이~~??? 이게 누구셔? 낚시점, 사장님 아녀? 오늘, 손맛 좀 보셨나?” “아이고 말도 마세요.~~~ 터지고 부러지고…….” “어디 내렸었는데?” “거시기에 내려서는, 3.5호대에, 4호 원줄, 목줄, 3호, 찌도 3호, 바늘은 5호, 미끼는 거시기……. 오짜 한 마리는 잡았는데 들어가기만 하고 쫙~!!!! 하고 빠는데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거,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얘길 해야지……. 오늘 바람에 거길 어떻게 내렸을꼬?” “낚싯대를 붙들고 서 있을 수도 없어 아침 아홉시까지 쪼그리고 있었당께요?!” “거기는 수온이 미적지근이라도 했었나?” “그러니까, 큰놈들만 설쳤죠.……. 수심을 처음엔 1.5.미터, 주다가 3미터……. 그 다음엔 9미터 주니까 물데요…….” “그나저나 전번에 돌돔 장대 포인트를 몇 개 알아가더니 그 대가는 왜 안주는 거야?” “내일 고기 잡으면 대신 드릴게요.……. 쉬세요.~~~~~~~~~” 도대체 낚시점을 하면서 영업성 발언이 어디까지, 얼마나 늘어나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솔깃한 부분이 있다 보니 내일은 그 건너편으로 가봐야겠다……. 배에 두고 다니던 낚시가방을 산을 넘어가기 위하여 집에까지 올려왔으니 내일 아침에는 밑밥 통까지 들고 내려갈 것이 많게 생겼다. 회를 썰기도 귀찮다며 아저씨는 손 빠르게 고기 손질을 하여 들 고양이를 피하여 지붕에 매어달았고 회 대신 돼지고기 몇 점을 볶아서 이슬을 곁들여 내어왔다……. 낮에 태도에서 옮겨온 팀들이 늦게까지 낚시를 하다 들어왔는데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며 태도의 간여에서 낚은 자잘한 농어 세 마리로 스무 명이 입에 회칠을 해야 한다니 그 농어회 맛이 얼마나 달까? 또 이른 저녁밥을 먹고 동내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섬 노인을 만났다……. 얼굴이 익은 섬 노인과 잠간 몇 마디를 나누다보니 이만큼 이 섬을 다녔으면 이 섬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겠다 싶었던 자만이 꺾이는 것을 느꼈다 노인이란 사전적의미로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뜻하나 지혜를 가진 어르신을 칭하기도 한다. 다 본받고 배울 것이 있는 삶을 살아온 노인의 푸념과 고집이 어느 면에서는 눈총을 받는 외로운 존재이긴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터인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노인이 될 수 있을까 한동안 이어간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무언가를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왜 그것을 잊고 있었을까? 힘없는 택택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려는 자리를 찾아가려면 가장 물 힘이 약한 물때를 고르고 낮았었던 배 높이를 잊었고 섬에 눈높이를 맞추던 때를 잊고 있었다……. 자꾸만 현대식으로 변해가는 채비와 억지로 꿰어 만들어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른척했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무언가가 뚫리는 느낌이 왔다. 내가 그동안 무슨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번에 새로운 여름이오면 다시 많은 것을 생각해보아야겠다.……. 공자는 논어에서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단 배울 수 있는 상대가 사람뿐일까 바다에서도 배울 것이 있고, 바람에 날려 보내지 않으려고 모자를 누르는 것도 알게 된다. 바람의 세기가 이 정도라면 모자를 날릴 수 있기에 손으로 누르게 되는 것이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날마다 되풀이 되는 우리네 인생을 가끔씩, 이런 낚시여행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 자연을 벗하여 갖는 어쩌면 외로울 시간이 헛되이 버리는 나를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시간이다. ‘앙드레 지드’는 병과 여행만이 인간본래의 자아를 찾아 준다고 했다. 생활에 지친 초췌해진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낚시여행이란 것도 꽤, 쓸 만한 조미료로 첨가 할 수도 있으니 오늘의 해가 졌다고 근심할 필요는 없다,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