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0년 만재도 2. ((멈추지 않는 바람과 저 수온속에서의 열공) by 찌매듭 2010. 12. 29. “어우~ 추워~!!!!” 이슬 기운이 사라졌기에 한기를 느꼈을까? 자정도 안 된 시간에 잠이 깨고 말았는데 전기장판이 깔렸다는 침대에는 온기가 한 점도 없다……. 제대로 작동이 안 된 건지……. 이리저리 아무리 만져 보아도 따뜻해지는 느낌이 없는 것이 아무래도 고장이 난 모양이다……. 일행이 있는 옆방으로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살인적인 코골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할지도 모를 고역에 시달리느니 방 한쪽에 잔뜩, 쌓여있는 이불들을 꺼내어 덮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들춰내 보니, 얄따란 이불뿐이라 두 장, 세장 겹겹이 덮어봤지만 한번 느낀 냉기가 좀처럼 없어지질 않기에 다섯, 여섯 장을 덮고서야 제법 내리 눌리는 무게감에 다시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추우면 붙이려고 가져왔던 열이 난다는 핫팩까지 두어 개를 꺼내어 발밑에 던져 놓고서야 다시 잠이 들수 있었나보다....... (영감쟁이……. 냉방에 사람을 처박아 놓고……. 아침에 가만두나봐라……. 우이쒸~~~ -_-;;) '뿌드득,' 이를 갈면서 일어나니 아저씨는 벌써 채비를 하여 산을 넘어갔다나보다……. (오늘은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일기예보에서와는 전혀 다른,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 보며 홈통이랄 것도 없는 고기가 다가 올만한 곳을 찾아서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하여 혹시나 놀랄 고기가 있을까하여 멀찌감치 내려섰는데 험한 지형이다 보니 염려가 되었던지 선장은 연실, 날이 완전히 밝으면 움직이라고 고함을 쳐댔다……. 일행을 어딘가에 내려주고 다시 돌아와서는 불을 비춰 오면서 재차 안전을 당부하며 떠나지를 못하고 주위를 맴돌다가는 날이 훤하게 밝아서야 돌아갔다……. 험한 곳이기에 힘들게 여러 번에 걸쳐 짐을 옮겨가야 하는 곳으로 여름철에는 대물 참돔이 덤벼드는 곳이었다. 돌돔 장대만을 고집하는 대성이 형이 이 자리에서 장대 세대를 부러트려먹고 부담스러운 수리비 견적에 울상을 지었던 곳으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15년 전 어느 여름날의 오후시간에 10미터짜리 장대 두 대를 걸어놓고 있다간 돌돔이 아닌 대형 급의 참돔이 지렁이를 탐하는 순간을 만났었는데 ‘따, 다다다~!!!!!!!!’ 샤프심이 부러지듯 굵고 실한 돌돔 장대가 몇 토막이 났고 허망해하다간 잠시 후에 그만한 놈을 또 만났나보다....... 또 한 번, 낚싯대가 토막이 나는 파열음을 들으며 옆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가방 안에 세 번째의 장대가 남아있었기에 10호 원줄에 목줄까지 10호로 바꾸더니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낚싯바늘을 묶어서는 미끼까지 더 풍성하게 끼워놓고 독기를 세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슨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세 번째의 낚싯대도 동강이 나버리고 말았다. 웬만하면 포기하시지, 너무 심하게 욕심을 부린다고 입도 막지 않고 킥킥 거리다가 상처 입은 짐승의 표독스런 눈총에 몸을 돌리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어찌됐던 그때는 만재도가 정말 만재스러웠던 초기적의 여름날이었고 오늘은 약간 퇴색하긴 했다지만 그래도 만재도의 만재스러운 포인트의 겨울날이다. 벽이 의지되는 이런 곳은 길 잃은 감성돔이 잠시 머물다가 갈만한 자리임이 틀림없다……. 만재도의 감초인 노래미가 몇 마리 물려나왔지만 점차 그 몸의 온기가 차갑게만 느껴지는 것이 어제 보다 수온이 더 내려갔는가 보다……. 아침에는 12도까지 나왔던 수온이 잠시 후에는 11도까지 내려갔는데 미끼를 입술에 물어보니 얼음조각을 물은 것 같았고 봉돌을 코에 대어보면 아린 듯 한 것이 오늘도 영, 시원치가 않을듯하니 이를 어쩐담? -_-;; 해마다 5월 중순이면 관탈도에서 돌돔 찌낚시가 시작되곤 했기에 소관탈의 계단에 내려 초저녁까지는 그런대로 이런저런 손재미를 보고 있다가 입질이 끊기었었는데 건너편의 똥여에 내렸던 낚시 점주와 손님이 한밤중에 수온을 재봤나 보다……. 초저녁보다 수온이 0.5도가 더 떨어졌다며 투덜거리다가 배를 불러 올라 타더니 나갔다가 아침에 다시 들어오자며 다가왔기에 아침에는 수온이 오를지 모르기에 버텨 보겠다니, 쌩~! 하고 탐라로 돌아갔다. 1도 정도의 수온 변동이 낚시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걸 너무 잘 아는 모양이다 만 그렇다고 날틀까지 타고 날아온 시간이 아까운 판국에 언제 탐라의 부두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겠노? -_-;; 방군 여,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일행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바람이 너무 불어 서있기도 힘들고 수확도 없지만 가방까지 굴러 떨어졌는데 더 이상 가방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기대신 바늘에 걸어서는 낚싯대를 붙들고 있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졌다며 배가 빨리 오면 건질 수가 있겠다는 급한 연락이었다. 선장에게 연락하니 마침, 도시락을 갖고 나오는 중이었다며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고 잠시 후에는 가방을 건진 일행과 함께 와서 도시락을 건네주고는 어제 고기구경을 한 자리로 옮겨갔다. 내가 내린 위쪽으로도 두어 명의 낚시인이 보였지만 거센 바람 속에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이 자리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자리다 보니 늦게까지 버텨 보아야지 딱히, 옮겨갈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짐을 옮기노라 땀도 제법 흘려가며 힘도 썼고 시간도 됐으니 밥이 식기 전에 차분하게 씹어 넘겨가며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겠는데 고기를 잡기도 전에 물부터 담아 놓은 이 커다란 통은 오늘은, 비린내를 풍길 수나 있는 거여? 바람이 마주 닫는 건너편의 자리가 모두 텅~, 비어있었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몰려 있는 낚시인들에게도 별다른 수확은 없는듯했다. 오후가 되면서 그럴싸한 물색이 들어왔기에 또 한 차례 집중하여 열공을 펼쳐봤지만 어느새 수온은 더 내려가 있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여객선이 평시보다 늦게 왔는데 가거도를 찾는 손님이 많았었을까? 거센 바람을 피해왔을 어선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내일은 바람이 더 거세질까 걱정이다. 국민의 혈세로 장만하였을 슈퍼컴까지 들여 놓았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도대체 제대로 맞는 것이 없었는데 먼 바다에는 0.5미터의 파도가 예상된다는 엉터리 예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낚시인의 숫자가 많다보니 고기 입 앞에 떨어지는 미끼도 있었을 터~!!! 모두가 철수해 들어온 배터에서는 서너 마리의 고기가 보이긴 했지만 고기를 잡겠다는 사람숫자가 열배는 더 많으니 원....... ‘얼렐레~~???’ 민박집 아저씨가 고기 몇 마리를 낚았나보다...... 마당에 퍼질러 앉아 손질을 하고 있더니만, 대충 씻는다고 물칠만 하고 나왔더니... 회까지 뜨며. 입가에는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웃음이 왜, 거만하게 보인다니? -_-? 회 한접시에 귀한 섬 배추까지 나오더니 냉장고에 고히, 모셔 두었던 양주까지 등장했고 이상한 케이크 상자까지 보인다 했더니만 오늘이 아줌마 생일이란다……. 복잡한 낚싯배를 타고 오다가 케이크 상자가 찌그러질지도 모르고 자칫 찝찔한 바닷물이라도 튀어 맛이라도 변할까 염려되어 여객선을 타고 멀리 돌아 들어온 이유가 있었구먼 그려? 새벽같이 일어나 ‘씩딱~!’ 거리며 산을 넘어가서 회감을 장만해온 것이 이상하다했더니만 아줌마는 돌돔하고 감생이회만 먹는다고 했지? 집에 올라가 있던 선장까지 불러내려 케이크를 자르고 시원한 맥주까지 연거푸 두어 잔을 들이킨 아줌마가 과일까지 내어왔고 커피를 마시며 ‘퍽~!’ 하고 찌가 사라지면, ‘쌩~!’ 하고 달렸다는 거짓말 같은 무용담을 거품을 올리며 늘어놓는 작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물이 너무 차니 조금이라도 수온이 높았을 얕은 곳에서만 고기가 낚인듯하니 내일,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려면 새벽하고도 세시쯤엔 산을 넘어가야 할게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거운 밑밥 통을 메고 뒷동산을 넘어서 걸어가야하는 낚시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고 일행이 강하게 머리를 내저었기에 웃음이 터지고만 선장이 세시에 모닝 콜을 해주겠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방이 고장이 났으니 오늘은 안방을 사용하라, 내어주곤 섬의 부부는 할머니가 사용하던 별채로 건너갔다……. 구순을 넘긴 할머니가 뵈이질 않았는데 뭍에 있는 시설로 모셨다나보다……. (그러고 보니, 낚시에 미쳐서 노모(老母)에게 전화도 안했었군?! -_-;;) (춥지는 않더냐……. 그깟, 고기 못 잡아와도……. 안 먹어도 좋으니 급히 뛰어 다니다가 넘어지지 말라며 되레 걱정을 하면서, 돈주고 사먹는 것이 싸다는 지당하고 옳은 말씀을 전해듣다보니 머리 위에 앉아 이 먼 곳까지 꿰뚫어 보고 계신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귀신을 속이는 것이 쉽것지.........-_-;;) 등까지 뜨끈한 것이 안방은 제대로 난방이 되기에 제대로 잠이 들었나. 본데 갑작스런 전화 벨소리에 잠이 깨고야 말았다. 오랫동안 벨이 울리는데도 아무도 받지 않기에 할 수 없이 이불속을 빠져 나가 대신 받아보니, “거기 만재도죠? 여기 안산인데요? 방송을 보고 전화 드렸는데 배말이며 물고기와 미역도 말려서 보내주는감요?”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곳에는 먹고 죽을 고기라는 것이 한 마리도 없거니와 방송을 보신 모양인데 그것이 전부 몽땅, 부풀려서 편집한 거짓이라는 거 모르세욧? 그넘들이 고기를 잡던 방파제는 낚시를 금하는 곳이었는데 결국, 방송에서는 범법행위를 한 것이고 보말 따려다가 물에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네욧?! 그리고, 이곳에서는 해만 떨어지면 저녁 밥을 먹고 한참 잠을 잘 땐데 한밤중인 아홉시에 전화를 해서 잠을 깨워놓으면 어쩌란 말이요? 다신, 전화하지 마세욧~!!!!“ “죄송합니다……. 난, 또, 방송만 보고……. -_-;;” 어느 타이어 회사에서는 60명 정도가 단체로 찾아오겠다고 연락을 해왔다는데 가기만하면 손쉽게 방송에서 본 것과 같이 우럭을 많이 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니…….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만재도를 처음 찾았던 구십 년대 초에 선임자가 외쳤던 말이 기억이 난다……. “섬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 섬에는 절대로~!!!! 방파제가 생기면 안 돼~~~~!!!!” 전깃불도 없었던 섬에 가로등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5미터 정도의 방파제가 생겨났고 그 다음해에는 또 그만큼, 방파제의 길이가 늘어났고, 그 다음 해에 또 조금 늘어나고……. 예산이 나오는 대로 조금씩 늘려가면서 지금의 방파제 모습을 갖추는 데만도 또, 몇 년이 걸렸을까. 마침, 방송에 나온 것이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하는 늦은 계절이기가 다행이다. 꽃피는 춘삼월 호시절에 방송을 탔다면 얼마나 많은 철없는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쓰레기터를 만들고 도망을 갔을까? 그나저나, 잠도 홀딱, 도망갔으니 이를 또, 어쩐담?! 뒤척거리다가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바다를 보니 내일의 조업을 위해 그물 손질이 바쁜 배들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는데 휘영청 떠 있는 달이 서편으로 내려 앉으려면 아직도 멀었으니 긴긴 밤이 원망스럽기만하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듀~! 2010년 만재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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