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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0년 만재도 1. (수 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출발........)

by 찌매듭 2010. 12. 28.


북서풍의 계절이 왔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호르미시스(Hormesis)효과가 꿈틀대는 것을 느끼는 걸까?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호르미시스는 '자극한다.' ‘촉진한다.' ’흥분시킨다.'는 뜻으로 
모든 독성을 적정하게 소량으로 사용할 경우, 생체기능을 촉진하고 인체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 는 이론으로,
강한 햇빛을 오래 쬐이면 일사병에 걸릴 수 있지만, 적절하게 쬐면 우리 인체에 유익하듯이,  
허용치 이하의 방사선을 쬐이면 면역력 향상에 따라 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되고, 치유력이 증가하여 
세포가 복구되는 현상이 생겨 암 같은 병의 치료에도 사용한단다.
낚시도 암 못지않게 중독성이 강하고 치유가 힘든, 병 아닌, 병인지는 모르겠다만…….
독약 성분 중의 하나로, 사약으로 사용되었던 부자(附子)는 독성분을 지니고 있지만
이 부자를 끓여서 사용할 경우,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성분이 진통을 억제하고 
소염 등의 작용을 해 관절염 등에 효과를 나타내는 좋은 약이 된다는데 여름철에 
갯바위를 겁 없이 넘나들다 다친 무릎 치료에 사용해 보면 어떠할까?
독성분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도 
호르미시스 효과를 자신이 즐기는 취미에 연결해 볼 수도 있는데 자칫하다가는
스트레스가 더 가중되면 곤란하다는 부제가 따르긴 한다마는.......-_-;;
모든 물질은 유독하며, 유독하지 않은 물질은 없다는데
독이냐, 약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양에 달려 있다고 했으니 
모든 것이 그 정도에 맞추어야함은 틀림이 없을게다........ 
결국, 너무 많으면 몸에 해롭지만 적당한 양이라면 오히려 몸에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음을 말하는데 독약도 알맞게 사용하면 치유약이 되듯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야한다는 핑계를 걸고 
꾼이라는 명목으로 바다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꿈이란 것도, 부모가 우리네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야만 무럭무럭 자라고 커가듯이 우리네 낚시인들의 꿈도 
우리가 이 섬과 바다를 찾아감으로서 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큰소리로 외쳐보아도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보니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넓고 푸른 바다에 들어선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테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바다는 
그 상상자체만으로도 누구나에게 큰 위안을 줄 것이다.
이 해가 거의 다 가는 것을 느끼며, 마침, 일들이 지겹게 느껴지는 것이 
또 다른 활력소가 필요한 모양이다…….



예년 같았으면 겨울시즌이 벌써 시작되었을 텐데 바다의 물색이 이상하게도 
너무나 맑으니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선장과의 통화에서 
틈틈이 꾸려 놓은 짐 보따리를 몇 번이고 들추어보며 숨을 고르며 날을 잡는 중에
북쪽에서 연평도를 도발 하는 사건이 일어나다보니 6.25를 겪으며 고생을 했던 
노모의 걱정이 대단하다보니 감히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오래전에 육영수여사 저격사건이 일어났던 날에는 진주 남강댐의 중류에서
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겠냐고 일행들과 
급히 짐을 꾸려 서울로 달려 올라왔었는데 정말, 큰일이 난다면 
그곳에, 그냥 있는 것이 더 안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
그러다 보니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겼고 정말, 한해가 후딱,
가버렸다는 느낌인데 무얼 하며 한해를 보냈는지 또, 아쉽기만 하다.
무엇에 쫓기는 듯한 흔들리는 시간 속에서 도시의 가로등 불빛을 밟고 
위태롭게 걷는 하루하루를 또 한동안 보내다가 눈치를 보아가며
다시 짐 보따리에 눈을 보냈지만 12월 초순이 다가도록 물색이 나오지 않는다며
선장은 고개를 젓고 있었다…….
만재도를 사랑하는 섬 청년, 경록君이 만재도의 집을 다녀가면서 
이틀간 낚시를 했다나보다…….
아직, 물색이 맑으니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이라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부풀려진 소문은 믿지 말라며 한 물때는 더 넘겨야 할 것 같다는데 
그러다 보니 약속했었던 일행들이 하나, 둘 일정을 포기했고 새로운 일행들이 나서기도했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바다상황에 또, 대부분이 용기를 잃고 말았고
몇 일후에는 드디어 물색이 제법이라는 선장의 연락이 있었지만 
하루거리로 바뀌는 바다상황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깊은 바닷속 사정까지는 알 턱이 없는 마나님은 기왕, 다녀오려면
더 춥기 전에 빨리, 다녀올 것이지, 무슨 뜸을 그리 들이며 이리저리 재는것이 많으냐며 
딴죽을 걸어왔는데 성탄연휴에는 딸내미까지 집에 없을 테니 더 이상 늦어지면 
노모 곁을 지킬 손이 부족하기에 조바심을 치다가는 중순을 훨씬, 넘겨서야 길을 나설 수가 있었다…….
혹시나 길이 미끄러울지도 모르니 아침 일찍, 나서라는 마나님의 재촉에 
점심밥도 못 먹고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교통량이 적은 구간에서는 
길 한복판까지 눈이 녹아내린 물들이 고여서 얼음이 얼어있는 곳도 있었는데 
캄캄한 밤중이었다면 자칫 위험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찍 나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백호(白虎) 같은 마나님의 변신이 어디까지 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
어두워지기 전에 목포에 도착할 수가 있었고, 볼일을 보러 뭍에 나왔다가 
이어지는 주의보로 발이 묶여 있었던 민박집 아저씨와  
전파교육을 받으러 나왔다가 함께 발이 묶인 선장을 낚시점에서  만날 수가 있었기에 
저녁식사에 곁들인 이슬로 목축임을 해가며 이른 저녁시간을 목포의 밤거리에서 보내다가
선장이 새로 장만한 아파트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새벽 2시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깨어 배가 출발하는 북항(北港)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른 새벽의 추위도 잊은체 조기그물을 터는 어민들의 손이 분주한 가운데
낚시점에서는 이어지는 주의보로 열흘정도 출조를 못했기에 손님이 많다보니 
만재도에 있던 작은 배 한척까지 목포에 나와 있었는데 낚시점 주인의 배려로 
큰 배에 먼저 짐을 싣게 되었고 선장과 함께 자리를 잡고 보니 민박집 아저씨는
사람이 많으니 여객선을 이용하여 들어가겠다며 오후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어제 오후부터 날씨가 좋아졌으니 주의보의 여파로 제법, 배의 흔들림이 있을 것 같았지만
비교적 조용하게 순항을 하고 있었는데 억지로 감은 눈에 빛이 스며들었는데
평소에 보지도 못했던 다리도 보였고 배들과 집들도 보였는데 어찌된 일일까?
옆에 앉아 있던 선장이 태도를 먼저 들르기 위해 항로를 다르게 잡았나본데 
잔잔한 길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멀리 돌아가는 방향을 잡았다며 혀를 찼다.......
3시간이 더 걸려서야 태도에 도착을 했고, 상태도에서 배 한척이 나와서는
이쪽 배에 타고 있던 손님들의 대부분을 옮겨 싣고서는 떨어져 나갔고
다시 만재도로 방향을 잡고 보니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골을 넘어갈 때마다 제법 흔들리다보니 이제는 10분도 더 견디지 못할
멀미의 느낌이 밀려들기에 배의 뒷전으로 달려 나가 곧 시작될 
토악질의 고통을 준비해야겠다고 몸을 일으켜 보니 날이 밝아오는 창문으로 
만재도의 부속 섬들이 눈에 들어왔으니 이런 경사가 있나? ^^;; 
8시가 되어서야 만재도의 방파제에 발을 디디고 보니 오늘은 다섯 시간이나 걸려서야 
만재도에 도착하는 신기록을 세웠으니 기록이라는 것이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누가 말했을꼬?




어차피 늦었으니 집으로 짐을 옮겨 놓고 아침밥도 먹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들고 나서는 것이 좋겠다.
오랜시간 배를 탔기에 흔들리는 정신도 붙들어서 제대로 잡아가며 천천히 준비를 마치고 
다시 방파제로 내려가니 선장이 오래도록 세워두었던 배에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을 보며 비어있을 자리를 찾아 나서보니 일행 하나가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은밀한 자리를 한군데 꿰어 찼고 
그 위쪽으로 내려 파도가 잠잠해 질것을 기다리다 보니 오늘따라 
늦게 도착한 여객선이 지나가는 것도 보았지만 파도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먼저 내린 일행에게서 여러차례 전화가 왔는데 거제의 큰 대구만한 노래미와
먹을만한 크기의 감성돔을 한마리 낚았다했고, 조금 더 기다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같다는 기대감이 충만했는데 30분이 멀다하고
무슨 수확이 있었는가고 물어오는 선장의 전화에 어개가 점점 무거워 온다..... -_-;;
어떤, 어설픈 꾼이 끊어 던져 놓고간 낚시줄들을 보니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목줄에
은단알만한 봉돌 두어개가 물려 있었는데 도대체 이런 채비로 무얼 낚으려했을까? 망상어?
다른 곳에서라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큼지막한 봉돌을 주렁주렁 채우다 보니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밑채비가 이상스럽게 되긴 했겠지만 거센 바람과 파도에 휘날리던
채비가 가끔씩, 바닥으로 내려앉는 순간에는 원하지 않는 고기들이 물고 늘어지기도 했는데
내가 원하며 찾는 물고기는 어떤 생김새인지도 잊을 정도로 소식이 없다....... 
늦은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 나서야 파도가 잠잠해지긴 했지만 물이 줄어도
너무 줄어들어 바닥이 드러날 정도가 되었으니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내일을 기약하며 대를 걷는 것밖엔 달리 방법이 없다…….



험한 자리에 내려 사투를 벌렸던 일행이 낚았다는 작은 감성돔 하나로
입성 첫날의 회맛은 보게 되었다지만 턱없이 부족 할 텐데 대신, 다른 것으로 보충을 하게 되었다…….
아침밥을 먹으며 이번에는 딸내미에게 거북손과 배말을 한줌 따오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선장과 두 아줌마가 부지런히 물가 어딘가를 다녀왔었나 보다…….
바다 날씨라는 것이 내일을 알 수 없다보니 혹시라도 오늘 보다 
나쁜 날씨를 만날지 모르니 말이 나온 김에 따다 두어야겠다며 
광주리마다 가득, 거북손과 배말을 채워왔다…….
얼마 전에 있었던 아들아이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만재도의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 만재도를 사랑하는 청년 경록군까지 세 사람이 서울까지 올라왔었다.
날씨에 따라 미리 움직여야하는 섬의 특성상 일기예보에 맞추어 
미리 목포에 나와 있다가 아침 첫차를 타고 올라와 축하를 해주었는데 
그 성의가 정말 감사하다.
얼마 전에 ‘1박2일’ 이라는 프로그램의 촬영을 만재도에서 해갔다는데 
그날 저녁에 방송을 한다고 했다.
‘쨍하고 해 뜰 날’의 가수가 오래전에 우럭낚시를 해보겠다고 만재도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연예인을 처음 본다는 섬주민의 호응에 맞추어 경운기 엔진이 달린 택택이 배위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무반주로 불러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십년이 지나서는
이번에는 떼거리로 연예인들이 찾아왔다고 섬에 난리가 났었단다…….
선장이 한 연예인을 싣고, 열기 밭을 뒤졌지만 낱마리로 끝나 아쉬웠다며
오늘 저녁 방송에 자기도 나오니 꼭 보라며 웃었는데, 촬영을 했던 녹섬에서 따온
거북손과 배말을 된장국이나 라면에 넣어 끓여 먹는 장면을 보던 
핑클 같은 딸내미가 딴죽을 걸어왔다…….
“아빠빠~!..... 저 섬으로 낚시를 다니지도 이십년이 되었다며?
 근데 왜 한 번도 저런걸. 가져 온 적이 없데? 다음에 가면 한번 가져와봐봐~~~~”
“거북손, 배말? 알았어~! 이번에 가면 꼭, 가져 올게, 빨리 가야되겠지? ^^;;”
“그런 건 안 가져 와도 되고……. 안 먹어도 돼……. 낚시는 뭐 하러 간 데니?”
(어느새 뒤에 와있던 마나님이 퍼런 인광을 흘리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으니……. -_-;;)



한 접시의 회가 바닥이 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거북손이 한 양푼 나왔기에
또 몇 병의 이슬이 바닥이 났고, 꾸득하니 말려놓은 열기며, 농어가 
저녁반찬으로 나왔던 상을 물리고 나니, 어느덧 바깥이 어두워졌다.
내일은 또 바람에 따라 어디로 가야할지를 정해야겠지만 민박집 아저씨는 
아침 여섯시에 뒷동산을 넘어 감성돔이 있을 곳으로 걸어가야 한다며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청명한 하늘이 주는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보냈고 
둥근달과 별빛이 보이는 이 저녁의 바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숨이 가쁘게만 살아온 빠른 속도의 삶에 등을 떠밀려 앞으로만 내몰리다 보니 
또 다른 것을 잃고 놓치며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이 바다는 우리의 고단하고 지쳐있었던 삶을 
며칠간 잠시 멈추게 해줄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바다가 섬을 품듯 이 섬도 사람을 품으면서 마음에 까지 평화를 주지만 
때로는 거칠고 사나운 모습으로 변하여 심각한 대립을 하게도 한다.
바다는 분명, 물과 하늘과 수평선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세계이지만
우리에겐 심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물속에는 원초적인 생명력과 대자연의 신비가 있는 불가사의한 세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 영혼의 비타민이 되어주는 낚시여행을 떠나와 보니
이번에도 겪을 이런저런 경험은 나 자신을 좀 더 지혜롭게 하고 나나 당신을 
전보다 더 강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지금, 만재도 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