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하이~! 2010년 만재도의 여름 3. (너울과 바람속에서......) by 찌매듭 2010. 8. 15. 갯바위에 부딪혀 끊어질듯 이어지며 잘게 부서지는 포말은 하얀 품사위로 미세한 호흡을 서로 주고받으며 흐트러지는 장단의 곡예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람이 약해졌는가. 몽돌 밭을 훑는 파도소리가 조용했기에 잠시 깊은 잠이 들었나 보다.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늦은 오후로 들어선듯한데 왜 아무도 깨우질 않았을까? 덥다, 오늘도 구름이 잔뜩 낀 것이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을 것 같다. 일어난 것을 보고 민박집 아저씨가 밥상을 차리라고 딸내미를 독촉했고 뒷짐을 지고 모은 손에 저녁 도시락을 쥐고 덜렁이며 골목길을 나서다가 손님 많은 아랫집의 선장을 만났기에 인사말을 건넸더니 너울이 심하여 가면 안 될 포인트 몇 곳에 손님들이 고집을 부려 내려 주고 오는 길이라며 묻지도 않은 물음에 혼자 답을 했다. “그런 곳에 가기만 하면 무조건 고기를 잡는 줄 알고……. 저 죽을 줄은 모르고......” 얼마나 버티다가 연락이 올지 갑갑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늘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장이 오늘도 너울바람으로 갈만한곳이 마땅치가 않다고 했다……. 어젯밤 빗속에서 급히 움직이다 그만, 삐끗했었는지 이것저것 바르고 붙였지만 무릎의 통증이 여전하기에 편안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가보자며 배에 올랐고 힘이 남아도는 서 씨 아저씨 일행을 모퉁이에 먼저 내려 주고는 직벽을 뒤에 둔 편한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보니 근래에 아무도 내려 보지 않았는지 먼지 한 점 없는 것이 고기잡이는 제쳐 놓더라도 기분만은 아주 제법이다. 물이 잘 안가는 곳이기에 큰 기대를 할 곳이 못되어 보였지만 거센 바람의 영향이 전혀 닿지를 않으니 편안하게 오늘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도는 깊은 바다의 내 등 뒤에는 억겁 세월 속에 파도와 씨름하다 생겨난 기암절벽들이 바다를 향해 맞서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졌지만 어느새 다시 파란 빛이 보였고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만큼이나 바다의 해넘이도 빠르게 진행되니 붉은 노을에 구름이 물들기 시작했고 다른 곳과는 달리 잔잔하고 조용한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마음만은 포근하다……. 이렇게 갯바위에 올라 별로 보이는 것도 없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라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개운해지고 텅 빈 마음 안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내 등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이 바다를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을 것이고 내가 이 세상에도 없었을 그 오래전부터, 바다에 서있는 이 섬과 갯바위도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고단한 삶에 찌들다보면 조그만 일에도 상처를 받기마련이고 자꾸만 치닫다보면 사람들은 물질이 아닌 영적으로 더 심한 갈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마음을 나눌 상대가 점차 줄어들다보니 진심이 통하는 사람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떨어져 있던 부속 섬으로 급히 달려갔던 배가 손님을 싣고 왔다간 자리차지를 못하게 됐다고 아쉬운 소리를 남기고 가버렸고 서 씨 아저씨가 벌써 참돔을 걸었기에 뜰채를 사용하는 광경이 보였는데 오늘 밤에는 저 아저씨가 큰일을 내는 건 아닐까? 어둡기 전에 두 개의 집어등을 좌우로 밝혀 놓았는데 이렇게 오뚝하니 튀어나온 자리에서라면 양쪽과 정면을 공략해 볼 수가 있으니 처음 내려 본 생소한 자리에서 제자리만 찾아낸다면 이 밤이 또 한 번, 즐거울 수 있지 않겠어? 해가 지기 전에 발밑에서 손바닥만 한 볼락을 한 마리 낚아낼 수 있었기에 자리를 제대로 잡았구나. 쾌재를 불렀지만 어두워지고 부터는 물 흐름이 뒤엉키는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보니 이런 흐름에서는 볼락 구경하기가 영 틀려 버렸다. 직벽으로의 공략도 쉽지가 않은 것이 미역 작업을 안했던 곳인지 키만큼씩 자라있는 해초와 채비를 몰아보아도 전혀 생각대로 붙어주지 않다보니 양쪽으로 펼쳐 놓은 채비가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앞쪽으로는 뒤쪽의 지형과 얼추 맞아 들어가는지 수심이 상당히 깊게 나왔고 깊은 수심과는 어울리지 않게 작은 크기의 참돔들만 연실 물려 올라왔고 발밑에서 우럭 한 마리와 농어새끼 두어 마리로 날을 밝히고 말았다……. 상당한 수확이 있었겠다, 생각했던 서 씨 아저씨 일행도 초저녁에 낚여 들었던 큼지막한 참돔 한 마리로 끝이 났다니 첫 번부터 물려 나온 참돔 덕에 큰 기대를 걸고 이제나 저제나 오시려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다가 날밤을 새웠다고 연실, 하품을 해대니 아저씨~~~~~! 자리가 편하면 고기가 안잡히는거외다~~~~~ -_-;; 민박집 아저씨가 수도를 손질했으니 이제는 물이 잘나온다고 했지만 마당의 물줄기만 제법일 뿐, 샤워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보니 타일바닥에 철퍼덕~! 퍼질러 앉아야 낙차의 물줄기가 조금 더 굵었고 며칠 요령이 생기다 보니 비누칠을 하는 사이에라도 조금 더 물을 받아두기 위하여 샤워꼭지를 양동이속에 넣어 두어야했다. ‘오셨어라~~~~~~’ 목포의 병원에 있다던 아줌마가 새벽배로 들어와서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는데 오른손에는 반찬고와 붕대까지 감고 붙였던데 비닐장갑까지 끼우고 찬을 만들고 있다가는 아침밥상을 물리기도 전에 물일을 가야한다고 고무 옷을 챙겨들었다. 아직 손도 안 나았는데 들어온 첫날은 좀 쉬라는 말도 듣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물때라며 골목길을 내려갔다……. 볼락이 제법 들어 있을 거란 선장의 생각과는 달리 수확이 없었다. 보니 오늘저녁에는 어제는 비어있었다는 전번의 홈통으로 가야겠다고 배를 몰았는데 발이 불편하다보니 한번 고기를 쫓았다가 다시 불러 모으는 한이 있더라도 무거운 짐을 옮겨오는 험한 길보다 낫겠다며 홈통 안으로 직접 배를 대고 편하게 내릴 수 있었는데 물빛이 더욱 맑아진 것이 바닥이 보일 정도였고 해초줄기가 물살에 흔들리는 모습과 바닥지형이 파악이 될 정도 선명하게 보였다……. (저러니 채비가 어디로 닿으면 고기가 물었고, 채비가 걸렸었으며, 노래미, 볼락, 돌돔이 물려 나오는 자리가 달랐었군?) 배가 한번 휘젓고 지나갔으니 홈통 안에 들어있었을 고기가 흩어졌을 테니 여유를 갖고 짐정리를 차분하게 하고 발목도 시원치 않으니 큰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하고 갑자기 덤벼들 대물에 대비한 채비 한 벌과 그제도 몇 시간 사용하여 재미를 봤었던 5미터 남짓한 장대만 꺼내놓고 받침대를 박아놓고 최대한 물가 가까이에 자리를 잡으니 장대 끝이 겨우 닿는 것이 그런대로 해볼 만하겠다. 양쪽으로 집어등도 밝혀 두었고 몇 마리밖에 살아남지 않은 지렁이는 최대한 아껴두고 크릴을 푸짐하게 끼어가며 대 끝에 붙여 놓은 케미라이트를 지켜보니 홈통 안으로 밀려드는 너울의 여파로 쉴 새 없이 끄덕였는데 간간히 물살의 움직임이 아닌 다른 당김이 보일 때마다 챔질을 해보면 헛챔질일 때도 있지만 열 번에 일곱 번쯤은 이런 고기, 저런 고기가 잘도 물려나오니 저녁 도시락은 열어보지도 못하고 밤이 깊어갔다……. 갑작스런 이상한 힘찬 당김이 몇 번이고 골탕을 먹였던 큰 돌돔이나 혹돔이 아닐까? 긴장하여 벌떡 일어섰지만 어느 정도 힘이 빠졌다 싶어 뜰채 손잡이 부분을 지팡이 삼아 짚어가며 아래까지 내려가 들이대 보니 허벅지만한 노래미 였기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는데 노래미가 크다 보니 밤중에도 돌아다니는 겐지…….원……. -_-;; 또 몇 마리의 볼락과 우럭을 낚다내다가는 묵직한 당김에 이번에는 돌돔인가 싶었더니 대구만한 우럭이 물고 나왔다. 그렇게 기대했던 돌돔은 작은 크기를 갓 넘긴 것들뿐이었으니 아직, 조금 더 있어야 하려나보다……. 얼마 전에 홍도로 돌돔낚시를 다녀온 후배가 여러 마리의 돌돔을 낚았다며 40센티 정도 되는 한 마리를 노모께 찬으로 드리라고 보내왔는데 암컷이었기에 두 줄의 알이 들어있었는데 토막을 내어 간을 한 살점을 달게 자시며 고기를 보내온 후배 흉을 보았다. “거, 누군지 못된 사람일세.” “왜, 고기가 상했을까요????” “아니, 저 알이 부화가 되면 수만 마리가 될 텐데 알밴 고기를 놔줘야지 잡아오면 어쩌누?” “고기란 것이 암컷인지 수컷인지 구분해서 잡을 수도 없을 뿐 더러, 돌돔이 저만하면 놔줄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렇게 치면 명란젓 같은 것도 먹으면 안 될 끼고........” “어찌됐던 간에 못된 사람이 분명할세.” “고기가 맛은 있구먼……. 먹어본 고기 중에 가장 맛있었을 세…….험, 험~!!!” “ -_-;; .........” 마나님도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왜 잡아오느냐고 한마디를 곁들였는데, “안 잡아오긴? 가끔씩 잡아오지 않았어?” “언제??????? 이런 고기만 잡아와봐봐~~~~~~~~~” “ --;; ” 구십년 대에 허접한 일행들과 3박의 일정으로 추자도로 감성돔 낚시를 갔는데 첫날, 혼자서만 고기구경을 하자 다른 일행들이 날씨가 나빠질 것 같으니 일찍 철수를 하자는 것이었다……. 날씨가 나빠지더라도 낚시를 할 수 있는 추자도였고 일기예보 상으로도 여유가 있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더니 오전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버렸다. 마침, 서울에서 혼자온 낚시인이 있어 박선장이 함께 팀을 묶어 주었지만 가방이며 옷까지 물 건너온 비싸 보이는 제품으로 도배한 그가, 누렇게 변한 낚시가방과 패션하고는 약간 동떨어진 모습의 나를 보곤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서로가 동떨어져서 낚시를 하다간 대물이나 걸면 뜰채 도움이라도 받을지 모르니 마지못해 하는 눈빛이었다……. ‘만여’에서 잠시 오전시간을 보내다가 바람이 거세어지자 ‘밖미역섬’으로 옮겨가야했고 이미 자리를 먼저 차지한 낚시인들을 피하여 채비라도 담글 수 있는 자리를 찾다보니 평소에도 인기가 없는 자리뿐이었지만 그나마도 거센 바람에 낚시를 하기가 편치 않았다……. 물속까지 흔들리는지 부드러운 크릴미끼는 오래 붙어있지도 않았고 단단하고 큼지막한 깐 새우를 미끼로 끼워놓고 목줄에다가는 혹시라도 물어줄 고기가 있으면 편히 미끼를 취합시사고 작은 봉돌을 주렁주렁, 빼먹은 곶감처럼 찌가 가라앉지 않을 때 까지 채워 나갔는데 그때만 해도 물 건너온 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고 1호 이상의 부력을 가진 찌가 귀할 때였는데 3B 로 표시되어 있던 괴상한 찌 하나는 물위로 잔뜩 솟아 나와 시인성이 좋은데다 잔존부력이 많아 거의 3호까지 채워도 가라앉지 않는 희한한 놈이었다……. 그 놈들이 3호로 표시해야할 것을 3B로 표시 했을까? 넥타이~! 네꾸다이~! 발음이 제대로 안된다지만 표기까지야……. ^^;; 이틀간의 임시동반자가 옆에서 지켜보다간 ‘목줄에 너무 많은 봉돌을 채웠으니 대체, 무슨 고기를 잡으려냐’ 고 묻더니 별 이상스런 사람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저만큼 떨어져 갔는데 잠시 후 쏜살같이 사라지는 입질을 받아 반사적으로 대를 세워보니 엄청난 괴력의 고기가 물고 늘어졌고 눈앞이 희뿌옇게 변하는 난투 끝에 모습을 보인 것은 50센티가 훨씬 넘는 돌돔이었다……. 주위의 꾼들이 이 겨울에 우연스럽게 행운을 잡았다고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내왔고 잠시 후에는 더 커다란 감성돔이 물려 나오더니, 생각지도 않은 큰 벵에돔까지 저절로 잡혀 주더니 쏠쏠한 크기의 감성돔 몇 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기에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선장에게 다가간 임시 동반자가 무언가 묻는 모습이 눈에 뜨였고 연실 고개를 끄덕이는 선장에게 무슨 소리를 듣더니만 다시 돌아와 담배를 권했고 저녁식사자리에서는 한라산을 연거푸 따라주었는데 목소리까지 공손하게 변해있었다. 밥상을 물리고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민박집의 손님들이 둘러앉아 오늘의 낚시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위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처음에는 옆에서 내 채비를 보곤 상식에 안 맞는 이상한 채비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혼자서만 고기를 낚았으니 어찌된 일인가 궁금하다고들 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사납다 보니 물속까지 흔들려서 고기들까지 멀미가 날법한데 붙어 있지도 않을 크릴 보다는 큼지막한 깐 새우가 날듯했고 미끼가 많이 흔들리지 않도록 봉돌을 한 뼘 걸이로 채워보았다……. 사용했던 이상스런 찌는 3호까지 먹힐 정도로 잔존부력이 있더라’ 대충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자 찌 구경을 시켜 달라했고 상추자의 낚시점에 가면 같은 것이 서너 개쯤 있을거라 했더니 몇 명이 뛰쳐나가더니 상추자를 다녀왔는지 똑같은 찌 하나씩 들고 돌아왔다……. 다음날, 남은 오전의 낚시를 하면서 운이 닿았는지? 그런 이상스러운 채비가 먹혀들었는지 임시 동반자는 몇 마리의 고기를 낚아들게 되었고 오후 배를 타고 제주로 나가 공항으로 가는 택시비용까지 내면서 날틀이 움직이는 시간까지 고급스러운 비싼 커피를 몇 번이고 채워주며 이런 저런 물음을 이어갔고 서울에 도착하여 헤어지는 순간에는 이촌동에 사는 천씨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다음에 낚시를 가면 동행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불러줬는데 전화기를 바꾸게 되어 연락처를 잃어버려 소식이 닿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선친께서 ‘음식은 자기를 위해 먹고 옷은 남을 위해 입는다’ 고 하셨는데……. 겉모습만 보고 남을 평해서는 안 되겠지만 낚시를 하면서는 편하고 신경 안 쓰이는 복장이 좋지 않겠는가?! 서 씨 아저씨와 함께 같은 여름용 낚시 옷을 두벌씩 받아들었는데 깨끗한 색상과 기능성 디자인으로 시원하게 입을 수는 있겠지만 지렁이 국물이라도 튀고 낚던 물고기의 핏물이라도 묻어 얼룩이라도 진다면 흉하게 변할 아까운 폼 잡기용 옷이었다. 너무 얇아서 이렇듯 해무가 짙은 바람이 불면 몸에 척척, 휘감기어 불편하기만 하니 집에서 더 이상 안 입으려고 하는 낡은 옷들을 모아 두었다가 두어 벌씩 가져와 입으면 부담도 없고 편하지 않겠는가……. 해무를 보고 두꺼운 겨울철 면바지를 꺼내 입고 나서자 서 씨 아저씨는 이 더운 날 정신까지 이상해졌다고 놀려댔다간 허벅지에 휘감기는 자기의 바지를 연실 뜯어내며 다음부터는 두꺼운 군복바지를 준비해야겠다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저씨~!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거유~~~~~ ^^;;’ 선임자와 경험자에게 하나씩 듣고 배워가며, 잊지 않고 응용까지 한다면 그것이 곧, 경험만큼 좋은 교훈이 없다는 걸 저절로 배워가는 것이다. 아~? 돌돔? 내가 왜 돌돔을 가끔씩이라도 잡아왔지 안 잡아왔겠어? 고기라는 것을 잘 모르는 마나님이 쿨러 속을 들여다보더니 씻고 나온 사이에 이웃집에 한 마리씩 나누어줬다나 보다……. 열대어 같이 생긴 고기는 아랫집에……. 허여멀건 한 고기는 윗집과 옆집에……. 큼지막한 고기들은 모두 나누어 주고 큰 고기 중에 시꺼먼 고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탐탁치도 않아하는 벵에돔을 남겨 놓았는데 보기 힘든 큰 돌돔이며 감성돔을 나누어줬다고 몹시도, 억울해하자 당황스런 기색을 보이더니 한 번 더 다녀오면 되지 않겠냐기에 속상한 기색을 눌러버렸구먼........ ^^;; 약간 흉측하게 생긴 엔젤피시같이 생긴 고기를 받아든 아랫집 아줌마가 이 고기를 어찌 먹어치워야 하는가? 전화가 왔기에 싱싱하게 날틀에 태워서 도착한 것이니 회를 떠도 될게라하니 상가시장으로 들고 가서는 손질을 해달라고 했더니 생선가게 아저씨가 고기는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정말, 정말 좋은 고기를 선물 받으셨다며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의 고기라며 너무 비싸서 자기가게에는 갖다놓지도 못한다며 심하게 양념을 쳤던가 보다……. 다음날 과일 상자가 몇 개 왔다니 물고기를 과일로 둔갑시키는 재주까지 생겼나보다 ^^;; 5미터 남짓한 장대가 오늘은 너무 고생을 한다……. 뜰채 질이 불편하다보니 만만하다 싶은 고기들은 약간 무리하게 들어 올리다 보니 뒤편에 있는 바위에 몇 번이고 ‘짤그락~!’ 소리를 내며 부딪었고 종내는 골병이 들었는지 아침이 밝을 무렵이 되어서는 결국 절단이 나고야 말았다....... 욕심이 파도를 치다보니 이번에 낚시를 가면, 온갖 낚시를 다 해보겠다며 장비를 쑤셔 넣다 보니 가방 속에 더 이상 공간이 없도록 가득 찼었다……. 돌돔낚시를 해보겠다고 장대 두 대에 수리대를 넣었고, 몇 번째 얼굴도 못보고 놓쳐버린 그 놈을 위한 막강한 강도의 릴대와 갯바위에서 사용할 농어 루어 대에다가 볼락 루어 대며, 3호대까지 두어 대 쑤셔 넣다보니 장대라고는 5미터짜리로 볼락을 낚아볼까 했던 이것뿐이었다. 이것저것 몇 가지를 넣지 않고 7미터짜리 장대를 넣어 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소양호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향어와의 싸움에 허리를 상해가며 고생했었던 낚싯대가 창고에서 먼지를 털고나와 먼 섬까지 와서는 절단이 나고 말았으니 낚싯대로서는 최상의 호강을 한 것이 아닐까……. 펼쳐놓고 늘어놓은 것들이 없다보니 일찌감치 짐을 꾸려 방파제로 나가 선장과 함께 고기 손질을 하는데 지나가던 손님이 선장에게 꾸벅이며 인사를 하자 겸연쩍게 인사를 받던 선장이 수줍은 듯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 피서객인데 방파제에서 손가락만한 고기를 낚고 있기에 잡지말라했제이~~~~, 여기서 치어들이 커서 멀리 나갈 것인데 먹지도 못할 것을 잡아서 뭐한 다요? 그런 말을 했더니 며칠째 나만 보면 저렇게 인사를 해온 다요......“ 물이 얼마나 맑은지 배들 아래 물 바닥이 훤히 보였고 작은 치어들 밑으로는 제법 큼지막한 우럭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마지막 날은 집에서 쉬겠다는 일행 하나는 더 이상 모기에게 헌혈을 할 피도 남아있지 않다며 머리를 내두르며 실컷 잠부터 자보고 배위에서 손낚시를 해보겠다고 했다 손질한 한 쿨러의 고기를 냉동고에 넣고는 손님들이 줄어 물량이 넉넉해졌다기에 또 타일바닥에 주저앉아 물 귀한 것을 느껴본다만, 도대체 물줄기가 얼마나 굵어졌다는 것이여????? 행복이란 것이 자신의 생활을 반추해 보면 자세하게 보인다는데 삶에서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쓸데없고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고 지나친 걱정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정해놓은 매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또 이렇게 하루라는 시간이 갔는데 흔히 사람들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기회란 것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잡히지 않는 법이다. 기회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실력부터 먼저 갖춰야 한다. 모든 것을 끊임없이 배우는데 는, 젊고 늙음이 없는 법이고 시간과 장소도 없는 법인데 과거의 기억은 자기가 다녀오고 무엇인가 느꼈던 장소에서 오고, 정서는 장소에 의미를 부여한다 했던가? 새로운 경험이 강렬했다면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뇌리에 저장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추억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지만 켜켜이 쌓여있던 지난 시간의 윤곽선이 또렷이 생각나면 그만큼 나이테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듀~! 2010년 만재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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