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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하이~! 2010년 만재도의 여름 4. (sleep attack / 잠의 공격에 빠져서...)

by 찌매듭 2010. 8. 16.

 



“어젯밤은 우리 팀이 장원을 했나보오~!”
그늘 막에 모여 앉아 선장들끼리 나눈 말이 퍼졌는지  어제의 자리는 여러 팀이 쟁탈전을 펼쳤다는데
잘 돌아보지도 않던 자리였고 두 명이 낚시를 하기가 좁은 자리였는데 네 명이나 올라섰고
주변의 자리들도 벌서 다 차지를 했단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할까?
바람과 너울이 줄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집을 부리고 저 멀리 보이는 부속 섬마다
자리차지를 한, 낚시인들이 있는 것이 보였는데 날씨가 좋았다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도 한 번씩 갔었을 자리들이다…….
어제의 자리들을 둘러보고 빈자리를 찾으려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부속 섬을 쳐다보던 청년이 선장에게 물었다.
“아버지, 저 섬은 어때요? 자리가 없으니 그쪽으로 한번 가보면 어떨까요?”
서 씨 아저씨가 일행을 떼어 놓고 혼자, 나온 날이니 셋이서 같은 섬에 내리기로 했고
서로 오가면서 안부를 살피기로 했지만 내가 내린 자리는 꼼작도 할 수 없는 지형이었다.
발목이 아직까지 시큰거리니 꼼작 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예전에 돌돔과 농어를 낚아 본적이 있었던 윗자리로 둘을 보냈는데
바람이 자면 뒤로도 넘어가 보라고 했지만 결국 바람이 멈추질 않아 꿈쩍도 못했다했다…….
만재도의 부속 섬들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인기도 없는 섬이다 보니 오래도록 
만재도를 다니면서도 몇 번 내려 보지를 않았던 곳인데 어느 해인가는 자리가 없어 
할 수없이 내렸던 팀들이 대박을 기록하여 잠간 붐비기도 했지만 지금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도 자리를 차지하고 난후에는 다른 집배들이 앞에까지 왔다가는 
뱃머리를 돌려가곤 했는데 오늘도 바람이 거세기만 할 건지........
다른 사람들이 내려서 낚시를 하는 것을 몇 번 보기만 했던 생소한 자리에 
처음 내려 보았으니 물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가 없다…….
발밑부터가 10미터 정도였고 앞으로는 14미터…….  5호 찌를 달아 멀리 던져 보니 
18미터가 훨씬, 넘었으니 밑밥을 어떻게 뿌려야 될까나?

한때는 만재도의 갯바위와 물속을 보호하자고 맨 크릴만 사용하고 파우더를 
못 쓰게 하자는 의견이 마을 그늘 막에서 논의가 됐었는데, 바람이 불거나 
멀리 던져 넣으려면 사용이 불가피하다 하여 한동안 마을사람들이 머릿속을 끓이다가 
흐지부지 된 적이 있었는데 굳이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지간한 거리까지는 
맨 크릴만 뭉쳐 던져도 잘 날아가기에 여름철 낚시에서는 전혀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고 
겨울철에만 약간씩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있는 힘껏 맨 크릴을 던져 보았지만 깊은 수심을 노리는 곳까지는 절반도 
날아가지를 못했기에 이럴 줄 알았으면 방파제에 흩어져 있던 파우더를 
한두 봉지쯤 슬쩍~! 해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방파제에 쌓여 있던 집어 제들은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많이들 갖다 놨을까? 아직, 대물 참돔들이 나다닐 때도 아닌데…….

이곳에서도 고기가 낚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는 쏜살같이 찌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는 늦었다 싶은 챔질을 해보니 어중간한 크기의 참돔이 끌려 나왔다…….
어디에나 크지 않은 참돔들이 있는듯하니 물만 적당히 흘러 준다면 심심치는 않겠다만
참돔을 낚겠다고 온 것이 아니질 않은가?
그러고 보니 상당한 깊이 까지 끌려 들어간 찌가 보였으니 물색이 검은듯하지만 
맑은 것이 깊은 곳이나 밤이 아니면 낚시가 어려울 것 같다.
발목만 시큰거리지 않는다면 좀 더 위쪽으로 자리를 잡아보고 싶었지만
아래쪽이 발판이 약간 편하다보니 쿨러부터 놓을 자리를 찾아 여러 번 흔들어 보니
꿈쩍도 안하는 것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듯했고 남은 짐들도 혹시나 어떤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하여 구석구석 잘 끼어 넣고는 퇴로까지 살펴 두었으나 
만조시간만 넘기면 이상이 없을 것 같다…….
나흘 밤이나 사용했던 집어등이 희미해졌기에 새 배터리로 바꾸어 빛을 더했고 
외따로 멀리 떨어졌기에 모기가 적겠다했더니만 더 작은 벌레들이 불만 켜면 달려들어 
시비를 걸며, 물고 늘어졌기에 약도 제법 뿌려야했다…….
부근에 간출여가 두 개가 있어 농어라도 찾아볼 까고 어제 들여왔던 지렁이 통을 열어보니
뭉치로 되어 있는 것이 제대로 사용해볼 것이 한 마리도 없어 치워버려야 했고 맥주를 
한 덩어리 사면 끼워주는 흐느적한 주머니에 담아 놓은 크릴은 덩어리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오늘밤은 손톱이 빠져라, 부지런히 크릴을 바늘에 꾀어야 하는 중노동에 시달릴게다…….

오래전에 탐라의 한 낚시인을 만나 관탈도에서 함께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찌낚시를 선도한 탐라 인에게서는 이것저것 배우고 익혀둘 것이 많았었다……. 
그를 추자도의 갯바위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아침 늦은 시간에 절명 여를 간다하여 
자리가 없을 텐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잠시 후에는 되돌아와서는 옆자리에 내리더니 
‘자리가 없어 돌아와 옆에 내리게 됐지만 방해가 된다면 낚시는 안하고 지켜만 보겠다. 는 
찜찜한 소리를 하기에 송아지 같이 크고 순해 보이는 눈망울에 그만 마음이 흔들려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대의 원투대만 펼치기를 승낙했는데 원투 하는 방법하며 
가지고온 미끼의 양을 보고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미끼를 구하지 못하면 사용하려고 가져온 염장한 지렁이까지 합쳐도 
그가 사용하려고 가져온 하루분의 양도 안되었지만 그나마도 하루만 
사용하려는 분량이라 했고 별도로 뿔소라까지 양파자루로 하나 가득 갖고 왔으니 
돌돔을 먹여 살리려고 다니나보다 의아했는데 몇 마리씩의 돌돔을 낚아내고는 
같은 민박집으로 들어오니 아줌마가 반색을 하며 그를 맞았다…….
“아이고~~~ 나는 탐라아저씨가 오면 뿔소라 먹는 재미에 기다려진다니까?
 뭐 그렇다고 돌돔을 못 잡기를 바란다는 건 아니고…….호호호“
자기가 낚은 돌돔을 선뜻 내놓으며 부족하지 않도록 듬뿍 썰어내라고 선장을 다그쳤고
한라산을 퍼붓는 자리에서 선장이 소개하기를, 탐라에서 낚시점도 하며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한사람의 손님이라도 성심껏 가이드 하는 것이 탐라국의 특성이었기에
연락처를 받아 들고는 한번 가겠다고 날을 잡아 후배 둘을 데리고 관탈도를 가기로 했는데
쟁탈전이 치열한 똥여에 올라보겠다고 운을 떼니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이름을 날리던 철팔 낚시점이나 씬씬 낚시점만 알고 있었기에 
이름도 모르는 탐라 구석동내에 허름한 간판만 간신히 붙어있는 그의 낚시점에는 
냉장고에 크릴만 몇 덩어리 들어있었고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사줄만한 소품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는데 낚싯대라도 하나 팔아주려고 했기에 맨손으로 왔으니 
탐라인 들이 직접 사용하며 추천할만한 낚싯대로 달라하니 어디론가 휑하게~! 나가서 
들고 온 것이 H사의 낚싯대였고 그때가 인연이 되어 그랬는지 열 대째가 넘는 낚싯대까지  H 사 제품 일색이 된듯했다…….
손에서 불편한 것이 없고 이젠 손안에서 익을 만큼 익었고 대물위주의 낚시를 하다 보니
눈에 뜨이는 것마다 그 회사 제품이었다…….

도대체 몇 시에나 나가려는지 별로 즐기지도 않는 냉커피를 열잔 가까이나 들이키고서야
관탈을 가는 배에 오를 수가 있었는데 관탈이 보이고 똥여 가까이 이르자 
낚시잡지에서 여러 번 본, 예쁘장한 씬씬낚시의 주인청년이(그 때는 소년이었겠지만…….) 
자기가 모시고 온 손님을 데리고 똥여에 오를 준비를 하기에 틀렸다고 실망을 했는데
그가 나지막한 소리를 냈다…….
“똥여에서 그 손 떼라~!!!! 서울서 오신 손님을 모시고 내가 내릴꺼니께…….”
찍소리도 못하고 돌아선 청년이 계단 자리로 가야겠다고 목소리를 낮췄고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똥여에 오를 수가 있었는데 어디에서건
 ‘천적(天敵)’ 이 있다더니 탐라바다에서도 예외가 아닐세???
나중에 알고 보니 현 씨보다도……. 김 씨나 신 씨보다도 서열이 위였다니
탐라국의 서열이 엄격한 것은 뭍에서는 댈 것도 아니라했다…….믿거나 말거나……. ^^;;
해가 지기 전에 온 바다에 널린 부시리 천국에서 번개같이 한 마리를 낚아내어 
등살만 깍두기 같이 ‘싹뚝~!’ 썰어내어 김치에 버무려서는 대충 먹을만하다고 그가 권해왔고 
돌돔을 노리다 보니 스플을 있는 데로 한껏 조여 놓았었는데 미터 급의 참돔이 덤벼들어 
릴 뭉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풀려나가 한동안 가슴이 
섬뜩해져서는 한 시간이 넘게 낚싯대를 붙들고 땀을 흘려야했었다.
담배 개비만큼이나 굵은 케미라이트를 이빨로 물고 부러트려 밝히는 탐라인 들이 
왜 전지 찌를 사용하지 않는지도 알게 되었다.
날이 밝자,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에 모두 올라타고는 잠시, 선상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지만, 그때는 처음 보는 낚시 방법들도 살펴보며
선상낚시를 하다 보니 선장과 가이드, 곁다리로 따라왔던 탐라의 낚시인들이 일제히 합창을 했다.
“벤, 벤, 벤, 벤, 돌, 돌, 돌, 돌~!”
도대체 무슨 해괴한 행동들일까? 잠시 웃음이 터졌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합창을 하는 
그네들의 표정을 보곤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웃음을 지웠고 
고기를 못 낚았다는 손님에게 고기가 걸린 낚싯대를 넘겨 쥐어 주며 손맛을 보게 하며 
돌돔이면 돌돌을, 벤자리가 물렸다면 벤 벤의 합창을 손뼉을 쳐가며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는 것이었다…….
아무튼 간에 오래 살고 볼일이고, 더 오래 살다보면 또 다른 것을 보게 되는 것이 
세상이다 보니 별꼴 다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돌돔을 낚는데 있어서도 외지인 같이 꼭, 비싼 지렁이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크릴을 여러 마리씩 꼭, 꼭 눌러 끼우다 보면 잘 떨어지지도 않고 풍성한 것이 
눈에 잘 띄어 물린다했고 참돔이라도 멀리까지 흘리려면 이런 방식이 좋을 거라 했다.
서로가 알고 있는 낚시의 몇 가지 방식을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나누었고 
돌돔바늘을 꿰어 매는 방식을 배워와 집 근처의 낚시 점주에게 가르쳐 주니 
약간 변형하여 자기가 개발한양 큰소리를 쳐서 온 동내 개들이 크게 웃고 다닌 지도 한참 되었다…….

찌낚시의 불모지였던 서해안의 무창포와 외연도의 감성돔 낚시와 참돔낚시를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여러 낚시 점주와 낚시인에게도 가르쳐 주게 되었지만
시작조차 잊었는지? 개구리가 되고 나니 올챙잇적을 잊었는지 이제는 옆에서 되레 훈수를 해온다.
참돔낚시를 하면서 꼭, 두세 마리씩 끼우는 나를 보고는 갯바위에서 원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여러 마리씩 끼울 필요가 있느냐며 실한 놈으로 한 마리씩 끼우면 된다며 부시리도 한 마리,
참돔도 한 마리, 모두 한 마리의 크릴을 끼운다고 은근히 강조한다만 미역국그릇에서도 
큰 고기 한 점이 눈에 더 띄는 게 아니겠어?
그들이 낚시의 기초부터 배우긴 했지만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며 매일같이 바다에 나가다보니
같은 바다에서 만큼은 따라갈 사람이 없게 되었으니 맥아더 장군의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말로나 소리 없는 항변을 해볼밖에…….

물이 맑고 깊으니 물이 많이 빠지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했다.
농어에 욕심을 내보다가 너무 간출여의 얕은 수심에 닿았는지 낚시채비가 걸려버렸고 
당기다 보니 누르면 불이 켜지고 꺼진다는 전자 찌와 밑 채비가 오르르, 빠져 나갔고 
멀리에서는 흘러 내려왔던 찌가 떨어뜨린 발밑에서는 위쪽으로 되올라갔다. 
발목만 성했다면 빨리, 뜰채로 건질 수가 있었는데 꾸물거리다 보니 뜰채가 
닿을 듯 말듯, 하다가는 멀어져 갔는데 험한 자리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도 서 씨 아저씨 발 앞까지 흘러갈 텐데 감쪽같이 건져내어서는 
지난번같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겠지…….  -_-;;
지렁이 미끼가 없으니 물러터진 크릴로만 고기를 유혹해야겠으나 
물 흐름이 너무 빨라 이 어두운 밤에 어떤 고기가 물어줄 수가 있을까?
예전에 관탈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어 막대찌를 떼어 버리고 발밑을 공략하여
마릿수의 돌돔을 낚아낸 적이 있었는데 낚시점의 주인이 보고는 한동안 
손님에게 권하여 재미를 보았다지만 그날의 일진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갑자기 어떤 생명체가 미끼로 감추어진 바늘을 공격한 모양이다.
물 밖에서야 검푸른 물속의 일을 알래야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낚싯줄과 이어진 대를 타고 손아귀로 전해져 오는 진동으로 
고기의 크기와 무게를 가늠할 뿐, 드랙이 풀리면서 대가 꺾였고 
속은 것을 안 물고기가 힘이 닿는 데로 더 깊은 곳을 향하여 머리를 돌렸을 테고 
이놈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온갖 힘을 다하며 애를 쓴다…….
잴 수도 없는 시간이 영원의 시간인양 흘러갔고 위험의 고비를 넘겼는지
물속에서의 저항이 줄어들었다.
굵고 투박한 바늘을 떼어내고 크릴이 잘 터지지 않는 얇으나 큰 바늘로 바꾸어 
크릴을 예닐곱 마리씩 꾀어 던져 넣고 기다리다 보면 큼지막한 우럭이며 쏨뱅이가 
걸려들었고 드디어는 제법 실한 돌돔이 한 마리 올라왔으니 호흡이 점점, 가빠져갔다.
맨손으로 크릴을 한 움큼, 움켜쥐고는 바늘에 끼울 수 있는데 까지 끼워가며 남는 건
밑밥으로 흩뿌렸고 또 한 마리의 돌돔이 물려 나오자 본격적인 돌돔채비로 다듬어야했다. 
큼지막한 봉돌을 여러 개 목줄에 채웠고 목줄의 길이도 줄여 나갔다. 
고기들이 물고 늘어지는 수심대도 점점 얕아져서는 2미터도 채 안 되는 
벽면에서까지 물어주기 시작했는데, 우악스런 당김이 있어 드디어 오짜급 돌돔이 물었다고 
뜰채를 집어 들고 아래로 내려가 보니 오짜는 맞는데 돌돔이 아닌 참돔이었다…….
물이 완전히 줄어든 시간까지 폭발적인 입질이 쏟아졌기에 쿨러 속에 들어있던 음료수와
간식까지 모두 꺼내어 바닥에 내팽개쳤고 얼음 한 조각만 남기고 고기를 담아야 했는데 
누구라도 곁에 있어 꾀미를 내리고 뜰채 질을 도와주며 시간을 보냈다면 좋았을걸…….
위쪽에 내린 사람들도 재미를 보긴 한 겐지…….


7미터짜리 장대가 있었다면 더욱 편하고 쉬운 낚시를 했겠다. 는 아쉬움과 
부러진 5미터짜리 장대 역할을 대신한 찌 낚싯대와, 입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낚싯대의 끝을 비춰준 집어등 덕을 톡톡히 본 날이었고 모기도 적어 
신경이 편한 밤이었지만 해드랜턴만 켜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물어대는 
좁쌀만 한 벌레들로 불을 켜기가 무서웠지만 필요 없이 달려 있다 싶었던 
해드랜턴의 작은 빨간 불빛이 미끼를 끼우고 주변을 대충 둘러보기에도 편했으니 
이 세상에 필요 없는 건 하나도 없다…….
물이 완전히 줄었고 그믐달이 모습을 나타냈다…….
잠시 누울만한 곳도 없어 든든히 고정된 쿨러 위에 앉으니 두발이 허공에 떴는데도
잠은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뒤쪽의 벽에 기대어 몸을 모로 돌리고는 움푹 들어간 곳에다 손가락을 걸어 움켜쥐고는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알프스를 간 산악인들은 로프에 매달려서도 비박을 한다지만
발아래 물을 두고 잠을 자다니....... 그러나 도저히 잠의 공격 앞에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날까지 칠 일 밤을 제대로 잠을 못 잤으니…….
얼마나 졸았을까? 잠들었었을까? 갯바위를 움켜쥐노라 뻗다가 드러난 겨드랑이 부위에는 
모기약을 뿌리지 않았었단 생각이 들자 가려움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모기도 아닌 
저 작은 물것들도 영악하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들 물이 시작된 새벽 시간에도 간간히 고기가 물어 주었지만 밑밥을 
뿌려주던 시간이 뜸하여 빠져나갔는지 밤 시간 같지는 않았고 곧 먼동이 트려는지 
동쪽이 환해졌는데 새벽이 어둠을 짓 내몰면서 동켠으로 훠언히, 새아침의 날이 또 밝아온다.
일출을 보고서는 짐을 꾸렸고 위쪽의 두 사람을 태운 배가 다가왔지만 말이 없는 것이 
수확이 없었나 보다……. 물이 맑았으니 발밑의 벽면에서 고기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채질 못했나 보다……. 잠깐 잠이 든 사이에 머리 위 까지 서 씨 아저씨가 찾아 왔었다는 데 
험하여 내려 올수가 없기에 불을 비추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니 정신없이 잠든 사이에 
다녀갔었고 통화가 안 되는 곳이라 정보를 나눌 수가 없었으니…….
가거도 에서 뿌리를 뽑겠다던 삼천포의 돌뽈레기가 갑작이 태도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더니
다음날 연락에서는 다시 가거도로 옮겨갔다고 했다.
상태도라면 나았을 텐데 하태도로 갔었다니 볼락낚시와 숙식이 편칠 않았을까…….
그나저나 그 많은 볼락들을 다 어찌 처분했을꼬?
선장과 함께 고기 손질을 하니 ‘오늘도 우리 팀이 또, 장원~!’ 이라며 웃는 것이 
집에 온 손님이 고기를 낚으면 선장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
천천히 나간다던 배가 갑자기 출발을 한다기에 서둘러 짐을 실어 내려야 했는데 
섬사람의 마음이 담긴 미역뭉치와 아줌마가 무엇인가 손에 쥐어 주며 
“할머니 죽 끓여 드리라” 던 비닐봉지 안에는 전복 몇 알이 담겨져 있었다.
오늘은 낚시점의 최 사장이 직접 들어와 있었는데 또 서두르는 품이 
어디선가 고기를 잡았을까?
태워야할 손님이 한사람 있기에 서둘렀다는데 태도까지 가야한단다. 
객선으로 나오면 좋을 텐데 꼭, 낚시점 배를 타야 한다니 북항의 어디에 차를 세워두었나 보다…….



점점 멀어져 가는 만재도를 보면서 태도구경을 해야겠다는 마음과는 달리 
배는 목포에 도착했다. 늘어난 짐들을 차속으로 구겨 넣듯 밀어 넣으니 
그 많은 짐들이 그래도 들어가긴 다 들어갔다.
출발 전 뒤로 멀어질 바다를 돌아보니 누가 하늘을 손끝이 아리도록 닦아낸 것일까. 
매번 철수하는 날에는 날씨가 좋아진다지만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도 그쳤고 
해무도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바다의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돈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햇살과 바람이었지만 우리는 바빠서 
가까이 하지 못하고 살았다. 바람과 햇살이 허공에 가득하다…….
다른 때보다 이른 도착으로 며칠 만에 돌아온 도시…….
여전히 잿빛이 드리운 무거운 얼굴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 바쁘게 오가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보면 결국은 이렇게 돌아와 제자리에 서지만 바다를 만나고온 
내 삶의 기운은 당분간 새로운 꿈을 꾸며 살 것이다.
또 다른 나를 찾아 잠시 바다를 찾았던 낚시여행에서 바다는 나에게
말이나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과 푸르름을 가득 안겨 주었는데 
이 도시의 잿빛하늘틈새에서 간간히 보이는 푸른 기운과 비교하며 
한동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삶이란 것이 영원한 소유가 아닌 순간의 있음인데 그 모두가 한때이니
삶을 수용하지 않고 열 수 있는 하늘은 없고 시작하지도 않고 
넘을 수 있는 벽은 없기 때문이다.
1년의 3분의2가 끝나는 8월의 이 여름에, 눈을 즐겁게 하고 
영혼을 매료 시켜가며 가슴과 머리에 꽉 찬 감동으로 또 한 번 남게 될 
낚시여행을 다녀왔으니 이번 여행길 또한, 내 자신의 내면을 채워주고 
버릴 것을 비워주는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됐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