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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하이~! 2010년 만재도의 여름 1. (어려운 출발!)

by 찌매듭 2010. 8. 12.

 

“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지내고 있는지, 자신의 속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행은 자기 정리의 엄숙한 도정이요.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다. “ 
법정 스님이 한 말이다. 
눈만 뜨면 보이는 내가 있는 도시는 항상 잿빛이 드리워져 있는 
무거운 얼굴이고 고층빌딩이 즐비한 회색빛 도시에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일 없는 바쁜 일상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 같은 숨 가쁜 경쟁사회에서 살면서 
자기 자신의 무게를 느껴보기 위해 뒤를 돌아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인들은 늘,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다……. 
무거운 게 아니라 텅 빈 것 같고 생각이 이어지질 않는다. 
조그만 것에도 짜증을 내다간, 나중에야 이를 알아채곤 
‘그러질 말아야지’ 늦게나마 다잡아 보기도하지만 더운 날씨 탓인지 
여러 사람과 어울려도 즐겁지가 않고, 재미있는 일이 별로 생기지도 않지만, 
남들은 웃는 상황이라도 함께 웃음이 올라오질 않는다. 
매일같이 쌓이는 일상의 피곤함은 이젠, 습관이 된듯하고 
등짐이 되어 쌓이고 쌓여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런저런 
잡스런 생각만 맴돌 뿐, 도대체 무엇부터 먼저해야할지…….
유일하게 나의 내면과 여유 있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며칠 주어진다면,
모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갖고, 바다로 떠나가서는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또, 푸른바다를 발밑에 두고서, 모든 걸 잊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정말 기분 좋고 흐뭇한 일일 것이다. 
뭍에서의 일과 생활에 쫓기면서 겪어야하는 갈등과 괴로움까지 잠시 잊고,
오로지 자기 자신하고만 만나고 있는 초월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에게 힘이 되어줄 강력한 무기가 생긴다면 
그 강력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바로, 휴가인 셈이다. 

해마다 한 번씩 태평양을 건너와 달포쯤 노모의 뒷바라지를 
하고 가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천사가 금년에는 느닷없이 
4월 달에 내려와서는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며칠, 바다구경을 하고 오라는데 
바다도 모르고 낚시도 잘 모르다 보니 날씨만 좋으면 바다를 갈수 있는 줄 아는가보다……. 
가거도의 영등철도 지났고 봄의 전령사인 볼락만이라면 모를까
농어가 날뛰기 시작하고 돌돔이 격한 입질을 하는 시기도 아니다 보니 
아쉬운 대로 가까운 서해바다에서라도 참돔이라도 모습을 보인다면 
선상낚시라도 두어 번 다녀올 수 있겠지만 차가운 수온이 변하질 않으니
갈만한 곳이 없어라....... 
쥐어준 떡이지만 시간까지 무정하게 흘러가다보니 그대로 굳어버리고만 것이 
천사가 태평양을 건너 제집으로 돌아갈 날이 되었다. 
이번에는 천사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간다며 노모의 컨디션이 
극상(極上)인 날을 골라 생일날을 핑계로 걸고 눈 딱 감고, 
며칠 다녀오라며 공항에서 건네주고 간 흰 봉투 안에는 
원도 권으로 낚시를 다녀올 수 있는 비용이 담겨져 있었는데 
이 봉투안의 비급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그 언제일까…….
6월초가 되어서야 기온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고 물색만 나온다면……. 
귀빠진 날을 핑계로 걸고 천사가 준 봉투 안에 담겨있는 지폐라고 불리는 종이로
마법의 빗자루를 하나 사서 올라타고 집을 나설 수 있겠다고 내심, 
손을 꼽아보며 이번에 바다엘가면 한동안 아무도 가보지 않았을 몇 몇 곳을 
감쪽같이 뒤져 보고 오겠다고 오색구름 가득한 꿈을 꾸어가며 짐을 꾸렸는데 
노모께서 갑자기 속탈이 나셨다……. 
이삼 일간, 그만그만하기에 운동부족에서 온, 속탈이려니 했는데 
고열과 복통이 반복되는 것이 간단일 같지가 않다…….
병원엘 가보자니 ‘내 속은 내가 안다’고 버티며 몇 끼의 식사를 걸렀고 
희뿌연 노루즙과 한국민의 만병통치약으로 이름을 날렸던 
톡, 쏘는 맛이 강한 콜라 원액 같은 것으로도 충분히 나을 것 같다며 
고집을 부리다간 종내는, 불자동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병원의 응급실에서 몇 개의 수액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선 
온갖 검사를 진행했는데 상냥하고 친절한 여의사가 노모의 마음에 
쏙 드는 단어만 골라가며 비위를 맞추어 주자 그제야 기분이 풀렸는지 
진작 올걸 그랬다며 기분이 좋아졌는데 쓸데없이 고집만 세우다가 
그랬다고 큰소리를 질렀더니만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처방약과 다음순번의 예약을 정해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이 지나니
한결 나아졌는지 식사량도 늘었고 끊임없이 풀려나오는 수십 년 전의 
이야기보따리가 끝이 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니 한동안은 별 이상이 없을듯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기분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폭발적인 조황이 한동안 이어진 가까운 서해바다에서 감질나는 오후반의 
짧은 움직임으로 참돔구경은 했다만 붉은빛의 영롱한 전지 찌의 불빛과
서늘하고 시원한 케미라이트 불빛이 눈앞에 어른거리니 볼락시즌이 끝나기 전에 
바다를 보고 와야겠다.
그래, 떠나는 거야!!!!!! 
가서, 하늘밑 푸른바다를 마음에 담아보고 오는 거야……. 
이번에는 물색이 안 나오고 수온이 차다고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선장이 길을 막았기에 
언제나 물색이 나오고 수온도 오르려나? 눈치를 보다간 6월을 훌쩍, 넘겨버리고 말았다…….
가거도로 볼락낚시를 간 삼천포의 돌뽈레기가 연일 쿨러 조황을 기록한다며
잠시 다녀가라고 연락이 왔기에 물색도 나오고 수온도 괜찮은 가거도로 가볼까도 했지만
그 다음날에는 만재도의 선장이 급한 연락을 해왔다.
볼락이며 농어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되면 다녀가라니 가벼운 
흥분까지 일어났는데, 새벽부터 치아(齒牙)에 통증이 엄습하여 떨어지지 않는 발을 끌고
치과문턱을 넘어섰는데 좀처럼 끝이 나지 않는 신경치료로 보름을 훌쩍 넘겼더니 
마무리로 비싼 금속덩이로 보강을 하는 것도 한 번에 되지가 않아
또 한주가 아쉽게 넘어갔다.......
치과 문을 박차고 나서고 보니 이번에는 빠질 수 없는 혼사며 행사까지 치르다보니 
7월 중순을 또, 넘어서고 말았다.......

초복(初伏)날, 노모께 맛난 것을 드리고 어두워지면 꽁지가 빠지게 사라 지렸더니
어찌 눈치를 챘는지 서 씨 아저씨가 대낮부터 달려와 이슬 머금은 점심을 사더니
급한 일이 있는데 일머리만 잡아놓으면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며칠만 미루었다
함께 가자고 사정을 했다…….
댓새면 된다던 일이 일주일이 넘었고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
핑클 같은 딸내미가 휴가를 가기 전에 돌아와야만, 자리를 비우는 공백이 
안 생긴다고 짜증 섞인 통화 끝에 출발 날자가 정해졌지만 어디든지 가장 붐빌 
8월 첫 주가 돼버렸으니 폭염과 휴가철이 겹쳐 길까지 막히게 생겼으니
이래저래 복도 없지 뭐람.........  -_-;;
그래도 주간날씨를 보니 그만그만한 것이 또 다행일지도 모르니
마음을 비우고 길을 나서 내영혼의 무게나 느껴볼 수밖에…….
꾸렸다, 풀렀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점검해두었던 짐 보따리들을 싣고 
이른 오후에 서울을 빠져 나왔지만 휴가철 차량들이 가득한 길을 뚫고 
목포까지는 평소보다 곱절이나 시간이 걸렸으니 서둘러 나서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을꼬? -_-;;




늦은 저녁을 급히 먹어치우고 낚시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들고 새벽바다로 나섰는데
낚시점에서 갓 진수한 배는 여태껏 타본 낚시 배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뛰어난듯했고
진도대교의 불빛이 보일 때까지 더운 선실 안에서 벗어나 뒤편에서 밤바람을 쏘이고 있었지만
흔들림도 없었지만 아무런 불빛도 안 보이는 망망대해에 들어서자 서늘하다 못해 
춥기 시작한 것이 밤 기온은 차가운 것 같았다…….
갑자기 조용했던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속도까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원도권의 물목에 들어선듯했는데 이렇듯, 원도권 나들이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흔들림이 심해지자 멀미를 느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나 웅성거리는걸. 느꼈지만
그제야 무거워진 눈을 감고 잠깐, 졸았었을까? 다시, 주위가 소란해 눈을 떠보니 
같이 탑승한 낚시인들이 짐을 챙기며 내릴 준비를 한다. 
시간을 보니 목포항을 떠나온 지 3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만재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이번 항해는 다른 때보다 지루했다…….
몇 번이고 확인했던 일기예보에서는 먼 바다의 풍속이 6미터 정도라고 했는데  
10미터를 넘어서다보니 모자가 날아갈 듯했고 파도는 2미터를 넘어섰다…….
바람의 방향까지 바뀔 것을 예상치 못했었기에 갈만한 자리가 한정됐는데 
파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기에 빈자리를 발견하곤 
급히 내리게 되었고 무거운 짐을 옮겨놓고 가쁜 숨을 한동안 고르고 보니 
흥건히 젖은 속옷이 피부에 감겨든 것을 느꼈다
이번에도 이렇게 갯바위에 오도카니 올랐지만 입질도 없는 시간이 이어지다보니
잠시 멍한 생각에 빠져 그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지냈는지 내영혼의 무게나 
느껴보았을까? 
덥지만 간간이 지나가는 바람에 땀을 삭힐 수 있었고 이렇게나마 버거운 
일상에서 벗어난 기쁨에 마음에 무거운 짐을 갯바위에 내려놓고 숨을 편히 골라본다. 
또르르,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천천히 낚싯대를 휘둘러본다. 
바람이 내가 되고 파도가 내가 되고 바다와도 하나가 되어 
또 다른 내가되는 이 순간을 느껴보며 이렇게 충전된 에너지는 다시 이어질 
뭍의 삶에서 이어질 고단한 내 삶의 무게를 한동안 덜어줄 묘약이 될 것이다 
한 때는 매번 보았던 바다였어도 그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금에서야 바다라는 것이 볼 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걸 새삼 느껴 보는 것이
어떤 때는 너무도 낡아 보이고, 무디고, 둔탁하고, 거칠기도 하고 잠든 듯 
고요하기도 하지만 낚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야 힘들여 설명해보았자 
알 수가 없는 이 바다가 아름다운 건 그 안에 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던 찌가 ‘훅~!’ 하니 물속으로 빨려 들기에
반사적인 챔질로 이어갔지만 전해져 오는 이 무게감이 어째 이상하다했더니
만재도의 터줏대감격인 노래미의 크기가 너무 작질 않은가.......-_-;;
민박집으로 올려 보낸 뒤죽박죽된 짐정리와 오늘 밤을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하고
배를 불러 민박집으로 들어가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하여 수도꼭지를 돌려보았지만 
물줄기가 시원치 않았는데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시설이 고장이 났고 이 섬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 물 부족현상이 생겼다며 민박집 아저씨가 빗물을 모아두는 큰 통에서 
두어 통의 물을 길어다 줬다…….
물이 귀한 곳이긴 하지만 십오 년 전에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한 바가지의 물을 몸 전체에 잘 묻히고, 비누칠을 먼저 한 후에 최대한으로 
거품을 지우는 효율적인 이상한 샤워를 마치고 두 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 
만재도 에서의 첫날밤을 보낼 장소를 찾아 나섰지만 바람과 파도로 
갈 곳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방파제를 벗어나자마자 앞에 있는 커다란 섬의 후미진 곳을 찾아서 내려야했다.
저녁 도시락을 가져온 선장이 볼락을 찾아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걱정스런 당부를 하고 돌아섰기에 어두워진 밤의 안전한 발 디딤을 위하여 
케미라이트 몇 개를 꺾어, 군데군데 표시를 해두었기에 몇 번이고 짐을 
놓아둔 곳과 깊은 골목 속을 오가며 채비를 내려 보았지만 작은 볼락, 한 마리도 구경 할 수가 없었다…….

짙은 해무가 어둡기 전부터 깔려있어 약간만 찌가 멀어져도 보이질 않았고
늦은 저녁 도시락을 먹고 난 후에야 미약한 찌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물 흐름이 
약한 곳을 찾아들어온 크지 않은 농어새끼들뿐…….
약간 떨어져 있던 일행들은 일찌감치 펑퍼짐한 자리를 찾아 네 활개를 펴고 누워있었는데
고단했던지 금세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리도 오고 싶은 곳에 와서 저리 쉽게 잠이 올수 있을까?
바람이 잠시 멈추었는지 잔잔한 상태가 이어졌는데 간조시간이 되어 
물이 잔뜩 줄어들어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이런 시간에 다가올 농어가 있지 싶어 
서 씨 아저씨가 받침대에 걸쳐놓은 낚싯대를 들어보니 바늘에 미리 끼워져 있었던 
청갯지렁이가 말라있지 않고 꿈틀거리는 것이 한번 던져볼만하겠다 싶었는데 
내가 사용하는 릴의 핸들과는 반대라 불편하니 딱, 한번만 던져 보곤 내 자리로 돌아가 볼 까나? ^^;;
언젠가 이십 여 마리의 돌돔이 물려주었던 골짜기로 살포시 던져 놓으니 
막대찌가 제대로 일어섰다만 케미라이트의 불빛이 너무 흐려져 있어 잔뜩,
눈에 힘을 올려야했지만 미약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슬~며시, 끌어보니 
무언가 고기다 싶은 느낌이 닿았고 지긋이 잡아당기면서 제법 힘을 쓰는 것이 
농어가 틀림없었다. 뒤편에 펼쳐져 있던 뜰채까지 집어 들고서는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밑으로 내려가 잠시 승강이 끝에 큼지막한 농어를 무사히 뜰채에 
담을 수 있었으니 전부 서 씨 아저씨의 장비로 거저먹은 셈이 되었다……. ^^;;
자, 감쪽같이 지렁이까지 몇 마리 다시 끼워놓았으니 서 씨 아저씨가 잠이 깨어
제자리로 돌아가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
다시, 안쪽에 있는 내 자리로 돌아와 볼락이 있을만한 골창 안을 힘들게 드나들었지만
별도 달도 없는 이 어두운 밤에 그 많다던 볼락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잠이 깨어 낚시를 시작했던 또 다른 일행이 다가와 크지 않은 참돔을 몇 마리 낚았다며 
자랑을 하고 갔지만 내가 있는 깊숙한 곳까지는 들어오지를 않았는지 애꿎은 농어새끼들만
설치기 시작했기에 일행들이 있는 멀리까지 채비를 던져 고만고만한 크기의 참돔들을 낚다보니 
훤히 날이 밝아왔다. 
날이 밝고, 동이 트며, 검푸르던 바닷물색이 맑은 색을 찾기 시작하자 
몇 점의 구름이 담긴 하늘이 물위에 내려앉아 숨죽인 파도와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한줄기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자 삶의 기운이 
바다가득 충만해졌다…….
나는 지금 바다안의 섬에서 다시 여름의 문턱에서 허우적대며 
만재도 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