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가거도(可居島)... (episode 5. 가거도에서 만재도로......)

by 찌매듭 2010. 6. 14.

 

  언제 비가 왔느냐고 시치미를 떼는 파란하늘과 잔잔한 바다……. 짐을 싸들고 방파제 공사가 한창인 건너편 물가에 모여 앉아서 짝숫날마다 오는 여객선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도착할 시간을 훨씬 넘겼는데도  배는 오지를 않았고 대신 나타난 꼬마선장이 머뭇거리면서  오늘은 여객선이 오지를 않는다는 말을 꺼냈다……. 운항에 있어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였기에 급히 수리를 하게 되었다지만 실지로는 손님이 없다보니 그런 핑계를 걸고 배를 안 띄웠을 거란다……. 감성돔 철에는 제법 손님이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여행객이나 여름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도 별로 없었고, 목포에서 가거도로 들어가는  섬주민이라도 몇 명 있는 날이 아니라면 건너뛰기가 예사였으니  여객선사의 횡포에 끌려 다닐 수밖에…….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가 다음번 배가 올 때까지 맥없이 기다리고만 있느니 가까운 골창이라도 찾아나서 볼락이라도 낚아보자고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2구 마을을 지나서 그럴싸한 홈통을 하나 꿰차고 앉았지만 이미 청갯지렁이는  떨어진지가 오래였기에 민박집 냉동고에서 가져 온 땡땡 얼어빠진  크릴 서너 덩어리에서 미끼를 골라내어야 했다……. 마땅한 볼락장비가 없다보니 돌돔장대를 받침대에 걸어두고  크릴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마리를 꿰어  살짝 던져 넣고 기다리면 힘차게 낚싯대가 휘어지며 큼지막한  볼락들이 낚여 올라오곤 했지만 밤이 깊어지자 입질이 간사해 졌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입질이 약해졌을까’ 껌뻑~! 하는 것 같다간 더 이상 아무 미동도 없기에 살며시 낚싯대를 쳐들어보면 어느새 미끼를 따먹었는지 빈 바늘뿐이었는데 케미라이트를 붙여놓은  장대의 끝을 눈이 빠지도록 노려보다가 몇 번의 헛챔질 끝에야  무언가가 달려 나왔는데 잘디잘 은 농어새끼였다……. 바늘에 여러 마리의 크릴을 끼워 던져 놓으면 큼지막한 농어가  물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무거운 돌돔 낚싯대를 손에서 놓지를 못하고 버텨 보았지만 ‘후드득~!’ 하는 간지러운 느낌에 챔질을 할 타이밍이 어렵기만 했고 그나마 가끔가다 걸려드는 것이 조기만한 크기의 농어새끼들 뿐이다 보니 허탈한 피로가 몰려왔기에 그만, 침낭 속으로 파고들고 말았는데 따라 나섰던  젊은 초행자는 무엇이 아쉬운지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선선한 새벽기운에 눈을 떠보니 초행자도 곁에서 쪼그린채 잠이 들어있었고 먼 바다까지 잔잔한 것이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된 포인트에서 낚시를 더해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어젯밤에는 너무나 피곤했었다…….   날이 밝았으니 다시 민박집으로 들어와야 했고 어제, 안 왔던 여객선이 오늘은 홀숫날이라고  안 올 테지만 내일도 수리를 끝내고 온다는 보장이 없단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눈치를 보던 선장이 마침, 만재도에 배가 한척 들어와 있는 모양인데 그곳까지 태워다주겠다고 생색을 냈다……. 예전에 유 선생님과 함께 드나들었었다하고 추자의 야인 생각까지 하며  밤새도록 기억을 더듬어 보니 2구 마을에서부터 보았던 생각이 났는가 보다……. 만재도에 있는 친척들 얼굴도 볼 겸, 점심밥을 먹고 돌아오면 되겠다며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는데 30분도 안되어 배가 멈춰서고 말았다……. 스크루에 폐그물이 휘감겼기에 장대에 칼이나 톱을 동여매어 끊어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도저히 끊어낼 수 가없었다. 배가 흘러가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도 잔잔한 날씨였기에 멀미까지는 안했지만 휴대폰과 무전기까지 작동이 안 되는 위치였기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때, 저 멀리 3구 마을에서 배가 나오는 것이 보였는데 손짓 발짓에 수건까지 흔들어 가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였는지, 들렸는지, 가까이 다가왔기에 가거도로 끌어다는 부탁을 하려는데 마침, 다이버가 타고 있다며 스크루에 감긴 그물을 끊어내 주었기에 벅찬 감격의 느낌을 대신하여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지폐로 사용하는 하얀 종이 한 장을 다이버 아저씨에게 건네주곤, 뱃머리를 다시 만재도로 돌렸다. 또, 그물이 걸리지 않도록 초행자를 뱃머리에 세워놓고 전방주시를 잘 하라 일러놓고  잡힐 듯이 보이는 만재도 까지는 다섯 시간도 더 걸려서야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만재도를 처음 찾아 섬에 발을 딛으려면 몽돌 밭에 들이민 뱃머리에서 뛰어내려  신발을 적셔가며 상륙해야 했는데 그런 불편함이 계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히,  방파제가 생기지 않기를 갈망했었던 만재도 에도 몇 걸음 길이의 방파제가 새로 생긴 것이 보였고 가거도 에서 친척붙이 하나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는 아침부터 나와서 서  기다리고 있었던 만재도 섬주민의 얼굴만 보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우리들만 내려놓고는 어두워지기 전에 가거도로 되돌아가야한다고 임 선장은 눈인사만 남기고 늦은 점심밥도 먹지 않고 급히 가버렸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보니 진도의 팽목에서 왔다는 작업선은 모레쯤에나 다시 올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하고……. 약간, 북쪽으로 자리를 몇 걸음 옮겨왔을 뿐 그 바다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으니 이를 어쩐담? 집에서는 이미 난리가 났을 게고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모두 바닥이 난 상태이기도 하지만 만재도 에서는 이동전화 서비스가 되지를 않는다……. 잠시 가동이 됐었던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놓은 통신 시설은  017과 011이 야합을 하고부터는 쓸모없는 쇠붙이로 변하고 말았기에  일단 섬에 있는 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며 불안한 마음으로  유선전화를 돌려보았는데 마음을 졸였던 것과는 달리 유연하고 침착한  목소리 톤으로 나오는 마나님은 이왕 그리된 것을 어찌하겠냐며 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돌아오시라며 부드럽고 은혜로운 옥음을 촉촉하게 울려왔다....... (밥 잘 먹어 가며, 몸 성하게 있다 오라는 말이 좀 걸리긴 했다만……. -_-;; )  구멍가게에서 얼음캔디를 담아놓고 사용하는 시원치 않은 냉동고가  민박집에 하나 있었는데 크릴 두 박스가 들어있었기에 서둘러 확인해보니  약간 색이 변하긴 했지만 그런 대로 쓸 만한 상태였고 깐 새우도 몇 봉 있었으니 미끼를 까다롭게 선택할 필요도 없었고 그나마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고말고……. 아줌마가 물가에서 호미질을 하여 지렁이도 한 움큼씩 잡아다 주었으니 한동안 여객선사에서 자기네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으면 낚시꾼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사선들을 규제했기에 가거도와는 달리 아무도 찾아들지 않았던 만재도 에서 섬 전체를 통째로 전세 내어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포만감에 서둘러 저녁밥을 먹고 6명이 3개조로 나뉘어 각자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자리를 잡았다……. 외마도의 가파른 계단 쪽으로 가면 참돔도…….돌돔도…….입맛대로 골라서 낚시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기에 체력만 든든하다면 왔다 갔다 하며  양쪽을 볼 수 있겠다며 젊은 초행자와 차지를 하였지만 그런 버거운 상대보다는  만만한 우럭이라도 많이만 낚았으면 좋겠다고 눈치를 본다……. “우럭하면, 만재도지……. 가거도 보다는 마릿수나 크기로도 대단한 곳이란다…….” 원도 권은 처음이라 했고 高 부력의 찌를 준비했다지만 달랑 3호정도의  막대찌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섰다기에 하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바닥에 걸려  몇 번이나 떨어져 나간 것을  매번 용케도 건져내어 다시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초행자는 장차, 프로 낚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곳이나 태도의 우럭은 워낙, 순진하고 겁이 없어 밤이면 물위로 뜨니  수심을 30센티만 주어도 잘 낚인단다......“ 돌돔이나 참돔이 물어줄 시간대도 아니니 큼지막한 우럭이라도 낚아놓아야겠다고 부지런히 미끼를 갈아 끼웠지만 수심을 깊이 준 초행자는 한 마리도 낚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심을 잔뜩, 더 줄이려무나……. 아니면 미끼만 물에 닿게 들고 있던지…….” “............ -_-..........” 시큰둥하니 말이 없던 녀석이 갑자기 분주해지는 것이 제법 큰 우럭을 걸었나보다. 뜰채까지 들이대어 건져 올리더니 “정말이네요……. 저는 수심이 너무 얕다 싶어 2미터를 줬는데 미끼를    갈아 끼운다고 감아 올렸는데 다 올라와서 수면에서 물고 늘어지네요........“ 날이 밝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의 고기를 낚다가는 더위를 피하여 민박집으로 돌아와  아침 겸, 점심을 먹다보니 李 室長이라는 작자가 몸 담고 있는 낚시점에서 급히 출조 계획을 세워  사람들을 모집하여 버스로 달려 갈 테니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다……. 인솔자로는 만재도의 개척자이며 남해 2호의 선주이며  역발산의 기개세를 자랑하는 이 종철님이 나서주기로 했단다……. 마침 팽목 항에 있는, 배를 새로 지은 선장과도 연락이 닿았고 여객선사에서 문제를 삼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까지 했다는데 15일 오전에 도착하여 공휴일인 제헌절 17일을 지내고 18일 오후에  철수하는 일정이라니 그러면 우리는 며칠을 더 갇혀있어야 하는 걸까? 집을 나섰던 날이 7월7일 오후였었고 가거도에 입성했던 첫날이 7월8일, 여객선을 타고 나오려고 했던 날이 7월 12일이었고 만재도로 온 날이 7월 13일, 서울에서 버스가  출발한다는 날이 7월 14일 밤, 만재도 도착이 7월 15일 아침, 함께 붙들려 있어야 할 날이 16. 17일, 대절 선을 타고 18일 오후에야  만재도를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집 떠나온 지 열 이틀만에야 돌아갈 수가 있을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지만 돌아가서는 어떻게 무탈하게 잘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더 큰 걱정이지만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마음 편하게 모든 걸 잊고 낚시나 실컷  해보기로 했는데 저 멀리 육지 쪽에서는 시꺼먼 구름이 걸린 것이 보였고  천둥소리까지 들려 왔는데 왜 이리 가슴속까지 찌릿찌릿하고 불안할까?...... -_-;;   이런 저런 근심섞인 잡생각을 하다가 개잠 을 서너시간 잤고, 어두워지기 전에  지렁이 한 움큼을 또 받아 쥐고 나서게 되었는데 밤에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에 겁을 먹은 초행자가 꼼짝을 안하겠다고 몸을 사리다 보니 오늘은 낚시점의 실장 놈과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경운기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는 택택이 배를 모는 선장에게 작업용 우비를 받아들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눈썹을 적실정도의 가랑비만 내리고 구름이 물러갔는데 쌀쌀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밤을 꼬박, 새웠어도 작은 입질하나, 없었다. 7월 복중의 날씨였지만 가랑비에 젖어 찐득하니 달라붙는 옷과 선뜻한 새벽이다 보니  별로 즐기지 않는 커피라도 따뜻한 것이 생각났지만 게으른 실장은 코펠이나 버너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했고 비에 젖을세라 비닐로 칭칭 감싸고 덮어 놓은 짐 보따리를  뒤지기도 귀찮다보니 서로 눈치만 보며 비탈진 갯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는데 두터운 구름 때문에 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후끈한 바람 한 점이 이마를 스쳐가는 것이 날이 밝으려나보다……. “어~? 훈풍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었는지……. 날이 밝았으니 무료함을 달래려했는지 李 실장이 낚싯대 하나를 주워들곤 뒤편으로 사라졌다간 잠시 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레벌떡 돌아와서는  목줄이 연거푸 터져나갔다며 짐 가방을 뒤져서는 목줄하나를 찾아들곤 다시 사라져 버렸다……. ‘훈풍을 맞더니 그 바람에 머리까지 살짝, 맛이 간 모양이군……. -,,- ’ 얼마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더 큰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서는 가방을 통채로 뒤집더니 급하게 새 목줄을 찾아들고 돌아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물었더니, “난리가 났어요~! 처음엔 3호 목줄이었는데 계속 터지기에 4호 목줄로 바꿔서는   고기 몇 마리를 잡고 나니 큰 놈들이 몰려 왔는지 자꾸 터지다 보니 목줄이 없네요?! “ “고기? 무신고기? 우럭? 노래미?.....-,,- ” “우럭도 있고 참돔도 있고……. 담을 때도 없고 담을 사이도 없고   지형이 높다보니 마구 잡아 끌어야하는데 터지고 또 터지더라고요……. “ “그러면 목줄을 5호나 6호를 쓰지……. 나처럼 10호 줄을 쓰던가......” “난 4호줄 이상이 없어요~~~~~” 핏발이 선 눈빛을 번뜩이며 사라진 쪽을 보고 있자니 거짓말 같기만 한데,  가거도 초행길에 만재도가 두 번째 라는 저 놈 말을 믿어도 되는 건지……. ‘가만있어라……. 지금이 만조시간인데 뒤로 갔다면……. 예전에 주사장님과 이사장이    떼거리 참돔출현에 혼 줄이 났다는 그 자리가 아니겠어?.....‘ 무언가 번개처럼 머릿속을 울리는 통증이 올라왔기에 슬그머니 일어나서 그곳을 찾아가보니 근처의 갯바위 주변바닥이 온통,  뻘겋고, 꺼먼 것이 뻘건 것은 참돔이요 꺼먼 것은 우럭이라........ 7~80 크기의 참돔이 대여섯 마리, 팔뚝만한 크기의 우럭이 또 예닐곱 마리....... “봐요~!!!!!!!!  또 왔지~~~~~!!!!!!!!!” 어떤 고기인지 큰 고기가 분명한 벅찬 겨루기를 시작하더니 막무가내로 당겨대던 목줄이 터져 나갔기에 목줄을 새로 묶는다고 서두르다가 바늘통까지 떨어트리는 것이 수전증에 걸린듯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무어람? 스피드???? 재빨리 돌아서서 뛰다시피, 험한 갯바위를 타고 넘어가 낚싯대를 들고 되돌아와서 함께 채비를 담그고 보니 이 인간에게는 또, 무엇이 물었는지 잠시, 싱갱이를 하다간 터트리길 반복했지만 나에게는 도통 입질이 없었다……. “수심을 얼마나 줬노? 4미터? 그렀다고 치고……. 미끼는?  유달표, 깐 새우????  이, 여름복중에????????” 李 室長이 큼지막한 참돔을 한 마리 끌어내고 개우럭도 한 마리 끌어냈지만 같은 수심을 주고 같은 미끼를 끼운 내게는 입질조차 없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람? 차츰차츰, 거리를 좁혀가서는 찌가 붙어 있다시피 해보기도 봤지만 옆에만 계속, 입질이 있어 고기를 끌어 올리기도 하고 떨구기도 하고 터트리기도 하고.... 그런데...... 내 찌는 왜, 움직일 생각도 안한다니???...... 또 한 번 李실장의 채비가 터져 나갔는데 지쳤다기 보다는 잡을 만큼 잡았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결 여유를 찾아가며 채비를 하는 놈의 얼굴이 그렇게 밉상일수가 없다……. “이실짱~!!! 당신은 채비를 담그지 말고 빼~!!!!!!!!!” 한 움큼의 밑밥을 던져주고 큼지막한 깐 새우를 끼워 혼자서 채비를 몰아갔더니 그제서야 입질을 볼 수 있었지만 어쩐지 찌가 사라지는 품새가 약하다했더니 우럭이 한 마리 걸려 나왔고 다음번의 빠른 입질을 받아보니 제법 힘을 썼지만 올라온 것은 40센티 급의 돌돔이었다……. “오우~~~!! 역시 솜씨가 대단하셔요~~~! 난 돌돔은 못 잡았는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저 인간의 본심이 칭찬인지 조롱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계속해서 몇 마리의 우럭과 돌돔만 걸려 나왔는데 그 많던 참돔 떼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자~~! 또 한 번 던져 보겠습니다요.~~~~!!” 잠시 후에 이제는 돌돔을 한 마리 낚아보겠다고 안쪽의 홈통으로 던진 놈의 찌가 쏜살같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고 거센 당김을 보며 내 채비를 거두고  물러나줄 수밖에 없었는데 오랫동안의 겨루기 끝에 모습을 보인 것은 빨갛다 못해 오렌지 같은 황홀한 색의 미터 급에 가까운 큰 황돔이었다. “뜰채 도움을 단단히 해주셔야겠어요.~~~~! ^^;;”  이미 물이 빠지기 시작한지가 오래되어 뜰채를 들고 험한 갯바위 줄기를 타고 내려가야만 닿을 거리였는데 점점 더 미운 짓만 하는 놈이 얄밉기까지 하니 아예, 참돔의 코에다 뜰채 망을 밀어 넣어 떨구어 버려야겠다……. 오랜 겨루기 끝에 지쳐 물위에 드러누운 참돔이 서서히 끌려오기 시작했고 발밑까지 와서는 그만, 바늘이 벗겨져 버렸는데 물속으로 들어가지를 않고 둥둥 떠 있는 것이 부레에 공기가 가득 찼는가 보다……. 처음에는 뜰채가 닿을 듯 말듯 한 거리였지만 조금씩 물살을 따라  갯바위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는데 너무 지쳤는지 그대로 떠있었는데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보니 아침에 도착한 일행들을 실었을 택택이 배가 저 멀리 나타난 것이 보였는데 어서, 빨리 오라고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다보니 잠시 후에 앞에까지 다가 왔기에 참돔이 떠있는 곳을 손짓해가며  배에 있을 뜰채로 떠 달라고 소리를 치니 그제야 눈치를 챈 선장이 급히 뱃머리를 돌렸지만  그만, 참돔이 정신을 차렸는지 슬그머니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조금만 배가 일찍 왔어도 건져 올릴 수 있었다고 욕심 많은 한탄을 주저리다가 갯바위에 뒹굴고 있던 고기떼를 푸대에 쓸어담고 李실장은 먼저 민박집으로 들어갔고 아쉬운 감이 남았다보니 조금 더 자리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참돔 떼가 멀리 물러났는지 상당한 거리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참돔 특유의 시원한 입질과 억센 힘을 느껴 보았지만 단, 한 마리의 수확뿐으로  더 이상의 입질이 없었기에 도시락을 갖고 온 배에 올라 민박집으로 들어갈밖에…….   이십 명의 꾼들이 한거번에 몰려왔기에 오래도록 조용했던 만재도의 섬마을은 온통 시끌벅적한 장터가 되었다……. 민박집의 냉동고에 남아있었던 검게 변한 밑밥과 맛과 색도 변했을 깐 새우 두봉지로  이틀을 버티다가 새로 도착한 싱싱한 밑밥과 미끼를 받아들었기에  처음 낚시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사흘을 더 보내게 되었으니 원치 않던 풍족한 시간이 싫을 리는 없지만 돌아간 날 이후부터가 큰 걱정이긴하다……. 사흘간의 밤낚시에서 낚시 사에 남을 놀라운 조과가 계속 이어졌으나 더 이상 낚아온 고기를 넣어둘 마을의 냉장고도 부족했고 쿨러나 스치로플 박스도  고기들로 가득차 낚은 고기들을 섬마을에 일부러 남겨 두고 와야 했으니 이 정말, 만재스럽지 아니한가……. 사흘이 지나서야 섬이 생긴이래 가장 많은 손님이 찾아왔을 만재도를 벗어날 수가 있었고 서망 항에서 왔다는 남동호라는 대절선 에서는 채 마르지 않은 칠 냄새까지 끈끈하게 묻어나왔는데 아직 낚시점 운영과 생활이 서툴기만한 李 室長이 쿨러와 스치로폼 박스에 넣을 얼음주문을 낚시점으로 했다……. 근처에 있는 얼음공장에 들러 덩어리 얼음을 통채로 구입하여 조각내어 담으면 될 것을 진도읍에 있는  다도해 낚시점으로 연락하여 칵테일용 얼음을 백 봉지나 주문을했으니 눈치 빠른 꾼들이  낚시점으로 몰려 나와서는 버스의 짐칸에 실린 쿨러와 스치로플 박스의 개수만을 확인하고는  내용물은 채 보려고 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뒤돌아서더니 만재도로 달려갔다…….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만재도 에서 연일, 폭발적인  조황소식이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덩달아 갯바위도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2001년 7월 18일에야 만재도를 떠나올 수 있었던 날이었는데 집을 떠나온 지 열 이틀만에야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집이 어디였더라??? ^^;;;;;;;;;;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문손잡이를 돌리면 마나님이 얼마나 반가워해줄지 알 수가 없지만  스멀스멀 등뒤에서 새어나오는 이 불안감은 또 뭐람…….-_-? 문을 열면 무척이나 반겨줄게라 굳게 믿고만 싶은 마나님이 행여나, 하얀 깃털을 세우고  백호로 변하면 또, 어쩐담……. 마른침도 한번 삼키고, 심호흡과 함께 문손잡이를 살며시, 돌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