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서도의 방파제 부근에 자리를 잡았는데 구경꾼이 찾아왔다. 중장비를 만진다며 자기를 소개한 사람은 낚시에는 문외한(門外漢) 이지만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섬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무료하다보니 낚시라도 배워볼까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마침, 마땅히 입질도 없었고 당일치기낚시에서 무슨 횡재수나 걸리기 전에야 고기구경도 하기 어렵다싶던 참이었고 무엇보다 그가 들고 온 시커먼 비닐봉지 안에서 삐죽이 목을 내밀고 있는 이슬 병에 눈이 걸리다보니 이참에 멀쩡한 사람하나 또 중병에 걸리게 만들 줄은 모르고 입 낚시 한마당을 벌리게 되었다……. 가끔, 낚시꾼이 눈에 띄어 말을 걸어보면 한두 마디씩만 하다간 입을 닫아버려 애만 태우고 있었다는데 오늘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연거푸 따라주는 이슬 향에 낮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문외한의 눈에야 아주 엉터리 꾼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 또 어느 정도 소질도 있었는지 귀동냥으로 그렇게 시작한 낚시였지만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낚시를 하다 보니 물이 흐르는 방향과 어느 시간대에 고기가 물어주는 것까지 알게 되다보니 가끔씩 어설픈 꾼들이 그의 눈에 뜨이기라도 하면 쫓아가서 훈수를 두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한 우물을 파도 너무 깊숙이 파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역시, 중장비를 만진다니 파내는데 에는 일가견이 있었겠지…….) 아는 이를 통해서 어느 새로 생긴 낚시점의 버스를 타고 여서도를 갈 기회가 생겼다. 배만 타면 멀미를 하는 후배 때문에 첫 번째로 내린 곳이 방파제부근이었고 섬을 한 바퀴 돌며 손님들을 포인트마다 내려주고 빈자리를 찾아온 총무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강남에 있는 큼지막한 낚시점이라 했고 새로 생겼으니 총무가 차려입은 새 옷은 밝은 색의 낚시 복에 새 신발을 신었는데, 키도 크지 않은 총무는 물이 흐르지 않는데도 열심히 낚시를 하는 것이 아마도, 무겁게 들고 온 밑밥을 부지런히 소비하려나보다……. 펑퍼짐한 갯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간간히 쳐다보고 있는중에 낚싯대가 제법 휘다 못해 부러질듯했고 무릎까지 꺾어가며 몸 낚시를 하더니만 ‘휘~청’ 낚싯대가 펴지고 말았다……. 제자리에서 겅중겅중 뛰어오르며 분함의 소리를 지르더니 밑밥을 정신없이 멈추어 서있는 찌 위에다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멍청한 것……. 바닥에 바늘이 걸렸겠지........ 물도 안 가는 시간에 무슨 고기........) “형님, 저 사람이 큰 고기를 만났는가 봐요…….” “고기는 무슨……. 몰 밭을 통째로 걸었겠지.....-,,-” 얼마 후 또 한 번 낚싯대가 휘어지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니 아예 채비를 바꾸려는지 돌아앉으며 내뱉는 탄식과 분함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진짜로 제대로 고기를 걸었는지 뜰채까지 펼쳐들었는데 멀리서 보아도 큼지막해 보이는 벵에돔이었고 세 번째의 승강이에서는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좌우로 내쳐 달리는 것이 몰 밭이 아닌 고기가 분명했다……. (오늘 이 곳의 고기는 물이 흐르거나 말거나와 시간개념을 잊었는가보다…….) 벌떡, 일어나 낚시를 해보았지만 잡고기 몇 마리뿐……. 건너편의 고수가 잠깐 동안 보여준 현란한 몸놀림만 쳐다본 날이었다.……. (역시, 어디에서고 하늘위에 하늘은 있어.........-_-;;;;;;;) 배에 먼저 올라타고 다가온 총무의 얼굴을 유심히 보니 동글동글한 얼굴과 목소리에서 험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평시에 말썽깨나 부려 보았음직한 인물이었다. (다음에 저 인간을 만나게 되면 뒤를 따라다녀야지......-_-;;) 그 후로도 가끔씩 그 낚시점에 들러 차라도 한잔하다 보면 매번 대물을 걸었다가 줄을 터트리고 바늘이 부러졌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어 주눅을 들게 만들었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강도를 더해가기에 조그마한 소리로 물어 보았다……. “목줄을 굵은걸 쓰면 되잖우? 바늘도 얼마든지 큰 것이 있는데......-_-? ” “그러면 비싼 낚싯대가 상하죠.……. 나 정도로만 쓰면 아무리 큰 고기도 다 나와요…….” “ -__-:;;;; ” 사선을 이용한 만재도로의 출입을 한동안 금했던 것이 낚시승객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했던 여객선사에서 압력을 넣은 탓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남해2’ 호를 타고 마지막으로 만재도를 다녀온 지도 벌써 두어 해가 지난 2000년의 12월이었다. 낚시점의 총무가 만재도로 출조를 가겠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사람 수는 제법 되었지만 마땅한 대절 선을 구할 수가 없었기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여객선을 이용하여 가거도를 거쳐야만했다……. 가거도만해도 멀기 만한데 1시간이 더 걸리는 만재도 라니……. 만재도에서 예정했던 3일의 일정 첫날 부터 주의보에 걸려 지내다보니 가지고간 간식은 진작 동이 났고 비바람에 낚시도 할 수가 없다보니 회 한점도 구경 할 수가 없었는데 섬 안에 있는 손바닥만 한 슈퍼에는 말라비틀어진 과자 쪽밖에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뭍에서 온갖 오염된 기름진 음식에만 물들었던 입들이다 보니 섬사람들보다 몇 배 더 헛헛함을 견디지 못하는 참을성 부족한 무리들이다보니 섬 안에 있던 몇 마리 안되는 닭들은 적당한 값을 쳐주고는 물을 넉넉히 부어 백숙으로 변해 사라졌고 일주일이 되니 이번에는 섬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던 염소에게 눈이 돌아갔다……. “염소도 소니까 먹을 만하겠지? 누린내가 안 날까?” “잘만 요리하면 돼……. 약초를 뜯어먹었을테니 몸보신까지 될게야…….” 저녁에 모여앉아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제멋대로들 값을 먹여가며 의견을 모았기에 다음날 아침에는 염소몰이에 동원되어 벼랑까지 몇 마리를 몰아세워 놓게는 되었고 어떻게 붙들어야할까? 궁리 끝에 서너 명이 달려들어 귀를 잡아당기고 다리도 붙들고 늘어져 가며 남 죽이고 저 살겠다고 매달려 보았지만 염소들도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인간들의 손을 뿌리치고 머리를 들이대며 버티기 시작하니 물속에 있는 작은 물고기를 낚는데 만 힘을 써보았던 위인들이 제대로 구실을 할 리가 없다보니 숨을 헐떡이며 멀찌감치 물러서서 눈치들만 보게 되었다……. 이때, 문제의 총무님이 나서더니 벼랑아래 물길로 경운기 엔진을 얹은 택택이 배를 몰고 오라하고는 적당하게 손에 잡히는 돌멩이를 몇 개 주워들고 기다리고 있다가는 배가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힘차게 돌을 던져 염소의 머리에 명중시켰고 어찔하니 발을 헛디딘 염소가 물위로 떨어졌기에 배위로 끌어 올려 묶어 버리니 간단하게 일이 끝나게 되었다……. 청룡기 야구대회에 출전하여 투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었다며 염소에게는 어려운 변화구(變化球)도 아닌 빠른 직구(直球)면 충분했다고 콧구멍을 벌렁대니 별난 인간임이 분명했다……. 물고기도 아닌 짭짤한 바닷물에서 건져낸 염소로 민박집 아줌마가 솜씨를 발휘하여 육회며 전골이며 불고기까지 만들어 섬사람들까지 모아놓고 잔치를 벌였는데 이날 이후로 만재도에서는 닭울음소리가 영원히 사라졌고 열하루 만에 주의보가 해제되어 2001년이 오기 전에 간신히 만재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까칠한 외모의 낚시점 총무가 그때 만재도를 가면서 여객선에서만 바라보았던 가거도를 가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승합차를 이용한 6명의 단출한 출조였다. 나와 김 씨 외에는 모두가 초행길이라 하여 두 명씩 팀을 짜야했는데 누구와 짝이 돼야 할까? 가장 젊고, 덩치도 큰놈이 힘도 제법 쓸 테니 짐도 들어라……. 라면도 끓여라…….이래저래 부려먹기가 좋지 않겠어? 프로 낚시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낚시도 제법 해보았다는 대전에서 왔다는 정씨 성을 가진 총각과 함께 움직여 보기로 했다……. 가거도를 다닌 경험이 있는 김 씨가 큰 목소리로 추천을 한 민박집은 2구에 있다가 1구로 새집을 짓고 이사한 추자의 야인이 시다바리로 부렸었던 중년의 모습으로 변한 임씨 꼬마였는데 이미 안면은 있었던 터였지만 이상스레 서비스가 변하여 밥 먹기조차도 불편하게 되었다고 불만이 커지고 있었기에 다른 집을 가면 어떻겠냐고 해보았지만 벌써 연락을 해두었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큰소리를 치는 김 씨의 말을 그대로 따라주기로 했다……. (그래……. 4일인데 그 안에 굶어 죽기야하겠니..........-_-;;) 아직도 방파제 공사가 끝나지 않아 접안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에 물위에서 타고 내려야 했기에 먼저 뱃머리를 들이민 배를 이용하여 가거도의 땅을 밟아야했고 뒤엉킨 속에서 찾아낸 짐들을 모아가며 급히 점심을 먹고 첫날밤의 낚시를 하기위하여 눈인사만을 교환한 꼬마선장의 배에 올라 성건 여를 가기 전에 있는 작은 홈통을 끼고 정군과 내리게 되었다……. 밤에는 튼실한 볼락이 홈통 안에서 돌돔장대에 연실 물려나와 팔을 아프게 했고 정군의 찌가 슬며시 들어가는 것이 농어의 입질이 분명했지만 성급히 채었는지 걸려나오지를 않기에 두어 박자 늦게 챔질을 해보라고 일러주었더니 잠시 후에는 뜰채도움까지 청하니 초행자 뒷바라지에 몸만 고달프게 되었다……. 낚시도 제법 해보았다했고 프로낚시꾼이 되겠다고 했는데……. 똥벵에를 주종으로 한 저 부력 낚시를 주로 했다더니 고 부력 찌라고 가져왔다는 것이 달랑, 3호 막대찌하나뿐이라니? 어쩐지 가벼웠던 쿨러 안에는 크래커 쪼가리 하나와 캔 음료 두어 개와 이천 원짜리 얼음 한 덩어리밖엔 안 들어 있었다........ (더운 여름날에 밤까지 세우려면 시원한 얼음물에 간식도 좀 있어야 할 텐데 이건, 완전히 날탕이 아니야?) 험한 지형에서는 낚시를 안 해봤는지 몇 번 물가까지 오르내리더니 숨이 턱까지 차서 헉, 헉 대는 것이 체구와는 달리 힘을 쓸 것 같지 않으니 이 밤을 제대로 새울 수나 있을까? 제 쿨러 안에 있는 마실 것은 진작 마셔버린 것 같았고 밤길에 나선 도둑놈 같이 눈이 화등잔(火燈盞)만해져서 자꾸만 쳐다보는 것이 목이 타는 눈치다……. (집에 있는 시추종의 강아지가 저런 애처로운 눈빛으로 집사람의 애간장을 녹였겠지…….) (개도 먹여 살리는데 사람도 살려야겠군..........-_-) “마실 것이 떨어졌으면 내 쿨러 안을 보라고…….이것저것 종류대로 있는 미니슈퍼니까……. “ 일단 승인이 떨어지니 마시고 씹는 소리가 게걸스럽게 울려나왔는데 저 거구의 젊은 초행자와 함께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내야할지 걱정스럽다……. 가거도에서의 밤낚시다보니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앞다투어 물려나왔고 짧은 여름날의 밤이 순식간에 지나가며 박명(薄明) 시간이 되었다. 빛을 잃어가는 전지 찌를 바라보던 눈길을 잠시 거두고 멀리 쳐다본 순간, 몇 미터 높이의 파도가 일어선 것이 보였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급히, 뒤쪽으로 손에 잡히는 짐 두어 개를 던진 것 같았고 옆에 있던 놈에게 달려가 무어라 소리를 치며 놈의 몸을 밀치고 돌려세우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빨리 벽 쪽에 몸을 붙여라~~~~~!!!!!!!!!!!!!!” “에고고……. 갑자기 왜 그래요……. 켁켁~!!! 어푸푸~~!!!” 밀치고 누른다는 것이 목 부분이었는지 고개를 채, 돌리지 못했던 놈은 물을 그대로 뒤집어쓰긴 했지만 선선한 새벽녘이다 보니 낚시 복을 제대로 챙겨 입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어디서 지진이 있었을까? 그나저나 해일(海溢)성 너울이라면 더 큰 후속타가 따른다던데…….) 너울이 벽으로 몰아쳤던 탓에 다행히 쓸려나간 짐은 없었지만 또 알 수가 없기에 서둘러서 높은 곳으로 짐들을 올려놓자마자 이번에는 좀 더 큰 너울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밑밥통의 끈만 발로 밟고 급히 몸을 웅크리고 잔뜩 힘을 주고 움켜쥔 갯바위의 날카로운 부분에 닿은 손바닥이 아픈 줄도 모르고 두 번째의 물 폭탄을 뒤집어썼다……. 예전에 주의보속에서 추자도의 다리 밑으로 낚시를 나섰다가 잘난 숭어 두어 마리를 낚아 놓고는 갑자기 밀려온 너울 속에 잠겨서 언뜻, 물속에 휘말려 들어간 것같이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또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마침, 높은 자리에 있었기도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날이 밝기전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물가에까지 내려가 있었더라면 영락없이 너울에 끌려 물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을 뻔했다……. 개린여의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한 팀은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도 몰랐다했고 부성개 쪽에 자리를 잡았던 총무는 쓸려 내려가는 낚싯대를 움켜쥐긴 했지만 짐 가방도 물에 빠졌고 젖은 옷도 말려야겠기에 밤낚시를 포기하고 민박집에 남았기에 두 번째 날은 초행자 한명을 더 떠맡게 되다보니 안전을 위하여 너울이 왔던 반대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지만 얕은 수심 대이다 보니 밤낚시가 시원치 않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깊은 곳을 찾아 보려고 장대를 들고 물속을 더듬고 돌아다니다가 짐을 둔 곳으로 돌아와 보니 초행자 하나가 낚싯대를 펼쳐들다가 가이드가 몽땅 빠져나가 갯바위에 흩어졌다며 시원치도 않은 작은 헤드랜턴을 비춰가며 바닥을 더듬고 있었는데 험하고 옴팡진 돌 틈새에 끼었을 눈곱만한 가이드를 어찌 찾겠다고 저러고 있을까? -_-? 라면 하나를 끓여먹고 따뜻한 커피까지 마시고는 잠시 피곤한 몸을 삐딱하니 눕혀 놓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다섯 개의 가이드를 모두 찾았다며 환호성을 지르며 곁에 다가온 초행자 때문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참으로 의지의 한국인이로세..........-_-;; ) 다음날 날이 밝는 대로 민박집으로 돌아가 서너 시간 눈을 붙였다가 세 번째 날의 밤낚시를 하려고 자리를 잡은 곳이 큰 간 여 쪽이었지만 크지 않은 참돔과 우럭 몇 마리를 낚다보니 오늘밤에도 제대로된 고기구경을 할 것 같지가 않다……. 떠나오면서부터 김 씨가 선상낚시를 부탁해 두었다 했기에 몇 번 재촉을 하는 전화 끝에 마지못해 저녁밥을 먹고 나왔을 선장의 배에 올라타고 물골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만 닻줄을 묶자마자 열댓 장의 밑밥을 한 번에 망태기에 쏟아 붓더니만 잠시 후에는 밑밥이 없어 더 이상 낚시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닻줄을 풀어내더니 다시 간여로 돌아와서는 남은 밤 시간을 즐겁게 보내라는 말을 남기곤 사라지고 말았기에 일행이 불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에 정신이 빠지고 말았다……. 짐 가방에서 급히 우비를 꺼내어 입고 보니 호주머니 부근이 뜨끈해지는 것이 이상하여 더듬어 보니 핸드폰에 물기가 스며들었는지 펄펄 끊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배터리를 분리하였지만 아무래도 견적 좀 나오게 생겼다……. 2백미리미터도 넘게 내렸을 호우 속에서 진절머리를 치며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하며 밤을 새워야했고 으뜸가리개 속옷까지 흠뻑 젖어 꿉꿉하니 낚시를 더 이상 하기도 어려웠기에 날이 밝으며 비가 그치자마자 민박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일행 하나가 김 씨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당신이 잘 알아서 한다며? 무엇을 잘해준다는 것이여 대체?” 김 씨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어눌한 소리로 선장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했기에 마지막 날은 기대를 해도 될까 싶었지만 화장실의 변기위에 올라앉았다가 듣게 된 선장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전혀 딴판이었다.……. “손님도 손님 나름이지……. 일 년에 한번이나 찾아오는 주제에 잘해달라니…….” 헛기침을 하며 화장실 문을 힘차게 열고 얼굴을 내밀었더니 선장의 얼굴이 붉게 변해버렸다. (인마……. 밤에는 쥐가 듣고 낮에는 꾼이 듣는 거여....... -,,-) 오늘은 오동 여에 내려 보겠다고 선수를 쳤지만 경제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가다 보니 3구 쪽에서 달려 나온 배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배가 시원치 않은 건지……. 아니면 예전에 골병이 들었던 병력 탓인지…….) 가거도가 외지에 제법 알려지게 되면서 열렬한 마니아들이 생기다 보니 비용을 그러모아 지금의 이 배를 건조하여 꼬마선장에게 맡기기로 하였는데 배를 인수하러 목포에 나왔던 선장이 배가 생긴다는 흥분 탓에 잠을 못 이루었었던지 한밤중에 배의 시동을 걸고 시운전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윤활유를 넣지 않은 것을 몰랐다 보니 그만 엔진이 달라붙고야 말았다……. 엔진을 내리고 다시 손을 봐야했던 경비가 더들어야했던 달밤의 씁쓸한 기억이 있었기에 애초부터 배냇병을 가지게 되었던지 가거도 최초의 겉모습만 제대로 된 배는 비실함을 면할 수가 없었던가 보다……. 할 수 없이 다음 포인트를 찾아 이동을 했지만 같이 묵었던 대물낚시꾼으로 이름이 난 박 씨에게만 신경을 쓰는 눈치였기에 이번에는 남의 포인트를 가로채봐야겠다……. “창수씨……. 내가 먼저 내리면 안 되겠어?” 선선히 자리를 양보하며 밑밥 통이며 짐까지 들어주는 박 군은 같이 낚시를 다니던 후배와는 절친한 사이기도 했지만 거문도나 추자도에서 마주치면 먼저 달려와 깍듯이 인사를 하는 경우도 바르고 실력도 알아주는 우리나라 제일의 대물낚시꾼이었다. 마지막 날 밤에도 변변한 대물 구경을 못하고 이번 가거도의 일정이 끝이 나고 말았고 짐을 꾸려놓고 여객선을 기다리는 가거도의 하늘과 바다는 맑고 잔잔하기만 한 것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언제나 좋은 날을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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