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가늘게 내리는 비를 가랑비라고 하는 것처럼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을 가랑눈이라고 하는데
가루처럼 내린다고 해서 가루눈이라고도 한다.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은 함박눈이고
갑작이 많이 내리는 폭설을 소나기눈이라고도 한다.
빗방울이 내리다가 갑작이 찬바람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싸라기눈, 을 줄여서 싸락눈이라고도 하며
내리는 싸락눈보다 크고 단단한 덩이로 내리는 눈이 우박일까?

발처럼 죽죽 내리는 눈은 눈발,
바람에 세차게 몰아치면 눈보라.
말의 갈기처럼 흩날리면 눈 갈기라고도 한다.

눈안개는 눈발이 자욱하여 사방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옇게 보이는 상태를 말하며 비와 섞여서 내리는 눈은
진눈이나 진눈깨비라고 한다.
자국눈은 발자국이 겨우 날 정도의 눈이고
살 눈은 얇게 내린 눈이며 한길이나 되게 많이 쌓인 눈을
잣눈이나 길눈이라 한단다.

밤에 모르는 사이에 내린 눈,
아침에 일어나 아? 눈이 왔구나, 하는 탄성을 터트리게 되는 눈은
'몰래' 라는 의미를 강조해 도둑눈이라고 한다.
쌓인 눈이 속으로 녹는 것을 동사로 '석는다.' 또는 '눈석임한다.'고 한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눈이고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이 된 것은 상고대라고 한다.
서리꽃은 유리창 따위에서 서린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
꽃 같은 무늬를 가리킨다.

겨울에 유리창에 수증기가 허옇게 얼어붙은 것을 성애라 하니
성애 가운데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 것을 서리꽃이라 고하면 될 것 같다.
서리에는 무서리와 된서리가 있는데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조금은 부드러운 것이고
된서리는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데
'된서리를 맞았다'는 말은 모진 재앙을 당해
풀이 꺾였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서리나 눈이 재앙이나 불행을 뜻하는 예로
'눈 위에 서리 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설상가상은 불행이 엎친데 덮쳐 일어난다는 뜻인데
같은 뜻으로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같은 재미있는 속담들이 있다.

살면서 겪는 이런 저런 불행을 다만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떼거리로 불행이 아무리 엎치고 덮치더라도
얼마든지 인생을 향하여 웃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불행이 눈이나 서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찾아올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마음에 불씨하나 간직하고 얼마든지 견뎌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