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보다 열흘정도 이르게, 쏘가리 금어기가 시행되던 5월초순은
루어꾼들에게는 바쁘기 만한 날이다.
아직, 제대로 수온이 오르지 않은 북쪽의 장소를 택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도 있고 업무가 시작된 초순이다 보니 몸을 빼기도,
좋은 날을 고르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루어낚시를 가르쳐 광이 돼 버린 후배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다.
금어기를 사흘, 남겨놓고 소양호의 선착장 건너편에서 큰 손맛을 보았다는데
그 문제의 장소라는 데가 평시에는 지나쳐가던 문문한 장소이다 보니
결국에는 사람이 이렇게도 미쳐가는가보다 흘려듣다간 운이 좋으면 매운탕 국물이라도
몇 술 뜨겠구나. 는 생각에 차를 돌려보니 커다란 함지박 안에는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마릿수도 그렇고 씨알도 제법 쏠쏠한 놈들이 담겨 있었다.
회도 한접시 떠놓았고 매운탕을 끓일 야채도 준비해 놓았다니
대낮부터 이슬을 뿌려가며 어제의 무용담을 들어보니 그럴싸하게 들려왔다.
몇 일간 날이 좋다보니 이틀을 작정하고 몇 군데의 말뚝 밭을 뒤져보았으나
수온이 차서 그런지 자잘한 쏘가리 몇 마리뿐,
'이렇게 봄날을 보내고 마는구나.........'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참에 멀리서 무슨 고기들이 튀는지
이상한 움직임이 보였다는데 무심코 망원경을 들어 보다간,
금창이 흔들리고 은창이 떨어지는듯한 충격에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가
다시 확인해 보고는 채비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던지는 대로 쏘가리가
걸려들었단 이야기였고 너무 흥분을 하다 보니 손이 떨리고 캐스팅이 안 되어
진정을 하노라 애를 먹었다니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바다에서라면 학공치나 멸치 떼가 튀는 모습을 보고 뒤쫓는 농어를 기다리다가
대박의 날을 만나기가 수월하기에, 그런 운이 좋은 날을 만나거나
또 다른 비장의 공식대로 날을 맞추어 움직이다보면 의외로 쉬울수도 있지만
그건 바다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일 뿐이고…….
민물에서라면 붕어나 잉어 같은 고기들이 산란기에는 물위로
튀어 오르고 메기도 가끔씩, 후적거리는 것은 봤어도 쏘가리가 튀다니?
하기야 언젠가는 산위에 올라가 나무 그늘 밑을 찾아
잠시 쉬면서 물가를 내려다보니 철없는 작은 쏘가리 한 마리가
대낮에 얕은 모래밭에 나와서는 먹이활동을 하는지 ‘푸덕’ 거리기에
한참을 쳐다보다가 어기적거리며 루어 대를 들고 가보니 몇 마리로 더
늘어났는데 스픈을 겁 없이 물고 늘어져 실소한 적이 있었다만,
이렇게 큰 쏘가리들이 밤도 아닌 낮에 튀어 올랐다는 이야기는
‘신 고금소총’에서도 못 들어본 이야기다.
한잔, 또 한잔을 넘기면서 점점 더 진지해져 가는 후배 놈의 얼굴을 보며
까짓것, 내일,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달리 가볼만한 곳도 없으니
산나물이나 몇 닢 뜯고 막국수라도 한 그릇 먹고 오면 되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길을 나서게 되었지만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한 것이
쏘가리 구경을 하기가 힘들 것 같다.
비교적 쏘가리 자원이 잘 보존되어있는 나무속 포인트를 먼저 뒤져보기로 하고
웜을 부지런히 던져 보아도 따라오는 쏘가리가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는데
나뭇등걸이 넓고 멀리까지 퍼져있다보니 스픈 같은 것은 던져보아야 바로
걸려버려 끊기우고 말겠기에 사용할 필요도 없는 곳이었지만 흐린 날이다 보니
스픈이라도 하나 매달아 끄리라도 한 마리 구경해보아야겠다.
멀리까지 스픈을 날려 걸리지 않을 만큼 가라앉혔다 싶은 상태에서
몇 바퀴를 감으니 바로 감각이 왔는데 큼지막한 끄리 가 걸려들었다.
손맛을 느끼며 가까이 끌려오는 끄리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뭇등걸 속에서 수십 마리의 쏘가리들이 튀어나와서 일제히
공격을 해대니 스픈 루어에 걸렸던 끄리는 그만, 만신창이가 되어
몸뚱이가 걸레같이 너덜 해졌고 같이 공격에 가담을 했던 쏘가리들이
사람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는데 평소에도 나뭇가지속에
들어 앉아있을 쏘가리들이 제법 있을게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저렇게
많은 무리들이 있었다니…….
몇 가지 채비를 준비해 오지 않은 미련함에 혀를 차고야 말았지만
안타까운 속상함에 가슴속까지 무거워졌다.
언젠가도 향어낚시를 겸하여 동면의 삼거리 쪽에 가보니
즐겨 찾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기에 할 수 없이
험한 건너편으로 이동하여 안쪽에서 낚시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형상 밤에는 쏘가리들이 나돌아 다닐 곳이 못되다보니 날이 밝기 전까지는
향어낚시에만 집중을 했고 날이 밝기 시작해서야 루어 대를 들고
비탈길을 기다시피 찾아나간 본류대쪽에는 장애물 때문에 적극적인 공략이
어렵다보니 뻣뻣하게 서서 물속에 잠겨있는 나무들을 피하여
몇 마리의 쏘가리를 구경했지만 더 이상 뒤져보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어디선가 배한척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뻣뻣한 잉어 잡이용 릴대에 물칸에 살려서 가져왔을 피라미를 끼워서
나무속에 드리우는 품이 쏘가리나, 뱀장어, 메기 같은 것을 잡는 어부 같았는데
곧, 쏘가리 한 마리를 썩은 무 뽑듯이 뒤로 내동뎅이치는 것을 보았고
나뭇등걸 속에 숨어있던 많은 쏘가리들이 뒤쫓아 나와 수면위까지 올라붙은 것도 보였는데
그 마릿수에 놀라고 마주보는 햇빛에 저절로 얼굴을 찡그리다보니
그 어부가 보기에는 험상맞게 보였는가보다......
“어? 사람이 있었네?”
잠시 우물거리다가 서둘러 돌아가는 품이 어딘가 에도 이런 곳이 있는 모양이다.
어부가 사라지자 일행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몇 가지의 채비와 도구를
가지고와서 여러 마리의 쏘가리를 솎아낼 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람머리가
고기머리보다는 낫다보니 해괴한 방법과 장비가 가끔씩 동원되곤 한다.
순박한 동내 놈 하나가 좋은 곳을 발견했다며 분명히 쏘가리가 있겠는데
자기의 실력으로는 잡을 방법이 없다기에 장소를 알고 보니 오래전에는
가끔씩 들렀던 곳으로 큰비가 와서 때를 한번 잘 맞추면 몇 마리, 구경을
할 수가 있는 곳이었다.
자주 낚시를 가는 것도 아니고 루어만을 사용해야한다는 해괴한
정통성 같은 것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는 놈이니 그저 몇 마리 낚아와
매운탕이나 끓여먹으라고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바다낚시도
가끔씩 가는 놈이니 알아서 하겠거니 잊고 말았는데
얼마 후에 어찌되었는가 물어보니 채비만 끊기우고 한 마리도 낚지를 못했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밤낚시를 하겠다고 했으니 틀림없는 방법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알고 보니 제대로 귀담아 듣지를 않아 일러준 방법대로 하지를 않았으니
채비가 엉키어 제대로 공략을 못한탓이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고 머리를 긁어대던 녀석이 그 다음부터는 얼굴을 마주치면
싱긋이 웃는 것이 가르쳐 준데로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안개가 걷히고 산위의 그늘에서 제법 따가운 오후시간을 보내고
문제의 장소로 이동을 한 것이 오후 3시가 다되어서였다.
해가 지려면 세 시간 남짓 남았지만 높은 산등에 걸리다보면
두 시간 정도밖에는 여유가 없었는데 그제와 같은 현상이 또
얻어걸린다는 보장이 없다보니 헛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닐까?
이곳도 물속에 장애물이 있어 수위만 맞는다면 꼭, 들러보던 장소였기에
몇 번, 캐스팅을 해보아도 되겠다싶어 한쪽부터 더듬어 나가는데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한두 번의 작은 라이징이 보이더니 그 폭이 점점
넓어져 가기 시작하자 후배 놈의 숨소리까지 높고 커져갔다.
“저거예요~!!! 내 말이 맞죠???????”
분명히 튀는 고기들은 얼룩무늬가 선명한 쏘가리였고
그 마릿수도 엄청났으니 벌어진 입을 급히 다물고
쏘가리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작은 웜으로 바꾸어
몇 마리를 계속하여 끌어냈지만 가벼운 흥분으로 팔뚝까지
떨려오던 느낌은 심장까지 전해져 갔다.
너무 흥분한 탓인지 웜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워낙, 고기들이 튀는 반경이 넓다보니 그래도 물려나오기는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러갔고 같은 행동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고기들이 물러나는지 튀는 모습이 줄어들며 물려나오지 않자
스픈으로 바꾸어 보았지만 더 이상의 수확이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꾀미를 대신하여 준비한, 바다낚시에서 사용하는
통에는 쏘가리가 그들먹했다.
멀리 선착장에서 바라보던 모터보트들이 낌새를 채고 몇 척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끝이 났고 이를 눈여겨 두었던 루어 꾼이 있었는지
몇 번을 벼르다가 대단한 손맛을 보았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지만 결코, 자주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잡아온 쏘가리를 먹기에만 바빴지
아무도 귀담아 듣지를 않다보니 혼자서 목소리를 높이다가
제풀에 지치고 말았지만 언젠가는 또 한 번 이런 일이 오지 않을까?
이 세상에는 과부도 많을 텐데 가지 밭에 넘어지는 과부가 어디 한둘 이려고? ^^;;
그 해, 추석이 되어 며칠간의 연휴가 생겼는데 바다의 날씨가 험하다 보니
소양호로 장소를 바꾸곤, 편히 산림욕이라도 즐기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였고
자동차 그랑프리가 아닌, F1 이라는 고기가 잘 잡힌다는 샘밭, 낚싯점주의 말에
어느 한 골짜기를 차지하게 되어 일행들의 자리를 먼저 잡아주고
안쪽에서 채비를 준비하는데 한 명이 벌써 큼지막한 고기를
걸었다며 씨름을 하고 있질 않은가?
‘바닥이나 물속에 잠겨있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를 걸었겠지?’
아니다~!!!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이 분명히 고기였는데 크기도 대단한 것 같다.
“잉어 같은데 첫 고기를 놓치면 안 되니 와서 대신 좀 올려주세요~~~~”
사정, 사정하는 일행에게 잘해보라고 점잖게 이르다간 마지 못한척하며
낚싯대를 넘겨받고 한참, 싱갱이를 하다가 뜰채로 떠내고 보니
60센티에 가까운 잉어였는데 둥글넓적한 것이 어째 생긴모양이 좀 이상하다.
체형이 높고 넓은 것은 향어를 닮았고 비늘과 외형은 잉어를 닮았는데
잉어와 향어의 교배종으로 양어장 낚시터와 식용으로 인기가 있다는데
일행전원이 계속되는 소나기 입질에 정신없이 낚다보니
단, 세시간만에 고기를 담을 살림망이 동이 나버렸다.
결코 작지 않은 고기 망을 갖고 다니는 편이었지만 고기의 크기와 마릿수가
대단하다보니 더 이상 고기를 잡는 다는 것에 흥미를 잃고 사흘 후로 예약된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산에 올라 나물도 찾고 텐트 안에서 뒹굴어가며 원 없이
잠을 자면서 이틀을 보내고 나서야 심심하다싶어 낚시를 해보니 그 많던 고기가
어디로 가버렸는가보다. 오후에 산모퉁이를 돌아가 보니 무슨 고기들이 있는지
물의 움직임이 이상한 것이 보였다.
‘또 쏘가리 떼를 만나는 건 아닐까?’
무슨 고기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쏘가리는 아닐 것이, 환한 대낮에
모래바닥 같은 곳이 물속깊이까지 이어졌을, 쏘가리가 머물 지형은 아니었다.
낚싯대와 떡밥 한 움큼을 갖고 다시 가서 담가보니 더욱 큰
잉어 떼들이 달려들었는데 두어마리를 낚고는 낚싯줄이 터져 나갔고 급히 되돌아와
굵은 줄로 바꾸어 몇 마리를 또 낚아내다 보니 그제야 일행들이 달려와
또 한바탕 난리를 치렀지만 담을 곳이 없다보니 그 전날에 잡았던
고기들을 놔주고 갓잡은 고기로 바꿔 담기도 했으니 죽을고기, 살 고기의 운명이
이렇게도 뒤바뀌는구나…….
바쁜 시간대에 먹으려던 라면 한 박스가 6명이 나흘 동안에
심심풀이 삼아 4개만을 먹었을 뿐이고 감자 깎고, 찌개 끓여
매 끼니마다 밥을 해먹으며 시간을 보내야했으니 고기를 많이 잡아도 문제다…….
동네의 선배 한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가 보다.
잉어낚시를 해보아야겠으니 앞장을 서라는데 보름 사이에
소양호의 물이 많이 줄어버렸다.
지난번의 그 자리는 바닥이 나다시피 지형이 바뀌었는데
바늘이 매달렸을법한 저런, 직벽의 지형에서 어떻게 고기가 물었을까?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흔들고, 물이 제법 남은 골짜기를 찾아
자리를 잡았는데 전번과 같이 떼 고기가 낚이지는 않았지만 심심치 않게 몇 마리
구경을 하다 보니 날이 밝았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엷은 안개속의 물위에서 물수제비 같은
움직임이보이나 했더니 그 수가 점점 늘어나며 고기가 튀는 것이
분명해졌는데 쏘가리를 잘 모르는 선배조차도
‘저거 아무리 봐도 쏘가리 같은데? 쏘가리도 튀나보지?’
얼룩무늬도 선명한 쏘가리들이 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가을에, 쏘가리 낚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낚싯대가 잉어에게 끌려가면 건지려고 뻣뻣한 막 릴대에 스픈 하나를
달아두었었는데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겠어?
재빨리 몇 마리의 쏘가리를 낚아내었고 신기하게 보던 선배가
자기도 한번 던져 보겠다기에 넘겨주었는데 흥분도 하지 않은 분이
엉뚱한 가장자리 나뭇가지로 던져 그만 휘감기고 말았다…….
별수 없이 줄을 끊어내곤 가방 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 흔한 웜 하나
스픈 하나도 나오지를 않는다.
무슨 상황인지 알 리가 없으니 멀뚱하니 서있는 선배에게
말없이 큰, 원망을 날리고 튀는 고기 들이 가라앉을 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간 마른 침을 힘들게 삼키고 말았는데
선배의 속없는 말이 뒤통수를 친다.
“쏘가리 몇마리잡은건 회 떠먹어야하는 것 아니야?”
(-_-;;;;;;;;;;;;;;;; )
“역시, 쏘가리가 맛은 있네..........
(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