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하늘이시여......
by 찌매듭
2008. 6. 25.
더 이상 참을 수 가 없었다.
온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결리는 것이 헛헛한 가슴속에
바닷바람이라도 들이키고 와야 진정이 될듯한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몹쓸 병이 생겼을꼬?
하기야 다른 해 같았으면 7월이면 벌써, 서너 차례도 넘게
농어낚시를 다녀왔을 터이고
참돔채비도 몇 번 흘려 봤을 터이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에는 벌써 농어타작이 수차례나 벌어졌고
주의보 상황에서도 배만 띄워 낼 수 만 있었다면
마릿수 참돔행진이 이어졌다는 선장의 말은
차라리 귀를 막고 안 듣느니만도 못했지만
아무 때고 시간이 나면 오시리라 생각하기에
항상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말이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나.......
병원을 옮기며 낯설은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가 않았지만
신경을 곤두세웠던 날선감각도 넉달이 지나자 무디어졌는지
큰일만큼은 안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게되자
당일치기라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다는 불효가 튀어나와
하루, 날을 골라내어 서 씨 아저씨와 함께 새벽길을 나섰다.
가장 조황이 안정권이라는 곳에 도착하고보니 그날따라
주변에 다른 배들도 없으니 조용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았다.
낚시를 시작한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변변한 잡고기도 한 마리 없는 것이
수온이 너무 차고 물색도 검푸르다.......
어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변덕 심한 곳이
산과 바다의 날씨이다 보니 미안해하는 선장 탓을 할 것도 없지만
모처럼의 바다 나들이가 날을 잘못 받았나 보다....
조바심을 내다가 자리를 옮겨야겠다며 시동을 거는 선장에게
‘이럴 줄 알았으면 외연도 쪽으로나 가볼걸 그러지 않았느냐’ 하니
‘시꺼먼 간장물색이 계속 이어지니 널뛰기 조황에 망설임이 앞을 서네요......’
몇 번의 농어타작도 어렵기만 했었다며 금년 같은 고기 흉년도 처음 겪는 것 같단다.
썰물이 난지 한 참되었지만 홍합 여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십몇 년 전에 이곳을 지나가다 어부들의 주낙채비에
우럭이며, 광어며 노래미까지 주렁주렁 걸려 나오는 것이
고기가 제법 있긴 있나보다고 잠시 구경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농어가 몇 마리 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여 주변이다 보니 농어가 제법 붙겠다 싶어
얼른, 루어를 던져가며 쏠쏠한 콧노래를 읊조리다가
어느 날은 어부가 미터 급 참돔을 낚아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온갖 채비를 가지고 다니다보니 급히, 닻줄을 걸고
참돔낚시를 해보았지만 밑밥이 없질 않은가…….
그때만 해도 제대로 된 참돔을 잡아 보려면
멀기만한 가거도나 만재도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고
시간이 급할 때에는 관탈의 똥여가 1순위였고 그나마 가까운(?)
추자도라도 가야만 그만한 크기의 참돔을 낚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이니
서해 권에서 저런 큼지막한 참돔이 잡히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대천의 어판 장에 쏟아져 나온 오뉴월의 참돔들을 보며
어느 남쪽바다에서 잡은 것을 멀리까지도 옮겨 왔구나 하곤
건성으로 지나쳐 보았던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농어만 잡을 것이 아니라 참돔도 낚아보자꾸나.......
날을 잡아 어선도 한척 빌렸기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새벽길을 나섰지만
밑밥은 어디에서 구하나?
서해안 고속도로라는 것을 만든답시고 이곳, 저곳 공사는 시작했다만
언제나 완공이 되어 달려보게 될까?
경부선을 타고 천안IC를 빠져나와 낚시점의 숫자가 많은
온양에 도착하여 낚시점을 뒤지다 보니 크릴이 있는 곳을 찾았지만
어째? 누렇게 색이 변한 것이 메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선도가 엉망이었다.
새벽에 지렁이나 떡밥이라도 팔아볼까고 불을 켜 두었던 아저씨는
폐기처분 직전의 크릴 1박스를 청소해 주는 넋나간 낚시꾼을 만난 것이
횡재를 했다고 생각을 했는지 가벼운 흥분으로 말까지 더듬었고
그 시절에는 어림도 없었던 공짜 생수까지 서비스라며 두병을 얹어주었고
다음번에는 미리 연락만 주면 고래 코밑에서 뺏어온
싱싱한 놈으로 준비해 두겠다며 연실 머리를 숙여댔다.......
사실, 크릴을 구했다는 안도감에 가볍게 내쉰 한숨이었지만
상대편에게는 어찌 이런 물건을 파는 가로 생각되었나보다…….
곤쟁이에 담치 밑밥 구경만 해봤을 서해의 촌 고기들이
이렇게 다량으로 희한한 밑밥을 맛보기는 처음이었을 게다…….
감팽이부터 시작해서 광어, 우럭, 장대, 노래미등
근처에 있는 고기들이 떼거리로 줄을 서서 물려 나왔고
드디어 원도 권에서나 잡을 수 있을게라 생각했던 크기의
참돔이 낚여 나와 감격의 순간을 맛보았으니
대천의 어판 장에서 보았던 참돔 떼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매번 어선을 빌려 선상낚시를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았기에
근래에 와서 호황을 이루는 화사도나 삽시도(외점도) 부근의 섬에 내려
밤낚시까지 하다보면 몇 마리씩의 참돔구경을 할 수가 있었고
우럭과 광어는 물론, 농어까지도 덤으로 낚을 수가 있었다.
홍합 여 부근에서 어물쩡 거리다 보면 이런저런 배들을 만나곤 했는데
루어구경을 제대로 못했을 때이다 보니 삼치채비 비슷한 이상한 것으로
요상한 낚시를 한다며 코웃음을 흘리며 지나쳐 가버렸는데
어느새 10년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물같이 지나가버렸다.
수 년전부터는 홍원 항에서 달려 나온 배들이 자리를 차지하더니만
자기네들이 개척을 했다며 ‘화사도’ ‘참’ 여 라는 별난 이름까지 근사하게 붙여놓았지만
마땅한 이름이 없었던 무명 여에 주먹만 한 홍합들이 빼곡하여
어선의 주인들에게 홍합 여로 부르며 뱃삯 흥정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하다.
간장물색이라는 외연도를 피하여 화사도 홍합 여에 닻줄을 걸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벌써 물방향이 맞았을 텐데 어째 좀, 이상하다......
선장은 새만금 영향이 분명하다는 어부들의 말이 맞는 것같다 하고
조수 아저씨는 ‘바다를 막은 뚝이란 뚝은 모두 터트려 버려야한다’며
목청을 높여가며 흥분을 했는데 개발도 좋고 지역발전도 좋지만 과연,
먼, 훗날까지의 예상을 했었는지는 두고 보아야겠다.
시화호의 시커먼 물들이 바닷물과 뒤엉켜 가는 음산한 모습을
언젠가 하늘에서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또 한 번의 잘못 된 선택이 아닐까?
새만금 현장에서는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이 구경을 가면
생태계의 먼 훗날까지 생각했으니 걱정 하지 말라며 그럴싸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강제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지만
예민한 사람들의 접근은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니 어떤 구린 점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색도 마땅치 않고 물방향도 이상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무슨 짓이라도 해야겠다만 고기가 잡힐 것 같지 않으니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면 이슬 병이라도 움켜쥐어야겠기에
마땅한 안주거리를 찾노라 쿨러 속을 뒤져보니 비닐봉지가 손에 걸렸는데
남풍을 뜻하는 마파람이란 어묵이건만
바다에는 때 아닌 높새바람이 불고 있으니 어찌된 노릇일까?
고집 센, 서 씨 아저씨가 끈질긴 투혼의 대가로 자잘한 노래미와
우럭을 두어 마리 낚아들었지만 횟감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만 한데
뒤돌아보는 품새로는 좋은 안주꺼리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얼어 죽으면 죽었지 어찌 곁불을 쬐일쏜가?
답답해하던 조수아저씨가 우럭낚시에 사용하는 자새를 꺼내들었다.
배 밑이 돌바닥이니 재수가 좋으면 광어를,
운 좋으면 우럭이라도 잡을 것 같단다.
(그러셔~! 재수도 좋고 운도 좋으면 더욱 좋겠지 ^^;; )
그러나 마땅한 미끼가 없다. 지렁이도 없고 미꾸라지도 없으니
크릴이라도 몇 마리 끼워보겠다는데 큼지막한 살 굵은 우럭바늘이다 보니
크릴이 터지며 제대로 끼워지지도 않았지만 억지로 끼우다보니
그런 대로 시늉이 날 정도로 붙어있기는 했다.
발밑에 채비를 내리고 손으로 시울질을 몇 번하다간
‘왔어~~~~~!!!’
제법 굵직한 노래미........
(오호~!! 그런 거라도 몇 마리 낚으면 안주가 되겠어.~~~~~!! ^^;;)
계속해서 노래미와 제법 굵직한 우럭도 몇 마리 낚아내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이건 틀림없이 광어야~~~~!!!’
“야호~~~~~~~!!!! 봐~! 광어라니까~~??!!”
온 식구가 먹기에도 충분한 크기의 광어가 올라왔고
노래미와 우럭까지 곁들이니 끼니가 되고도 남을 만큼 푸짐한 회가 장만 되었다.
이슬 병이 제대로 춤을 추었고 도시락도 풀어 밥과 찬을 곁들이니
언제, 어디에서 이런 진수성찬을 만났었을까?!
배도 부르고 시간도 많고 힘도 남아도니 손목이 근지럽다.
배 밑 창을 뒤져 남은 자새를 찾아내어 조수아저씨와 함께
손낚시로 종목을 바꾸었는데 크고 녹슬어 미늘도 무디어진 우럭바늘에
대충 크릴만 붙여 내리기만 하면 우럭, 노래미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니
고집 센 서 씨 아저씨의 눈에도 갈등이 떠올랐다.
“아저씨도 바꿔~~!! 물색이 간장인데 참돔이 물겠어?
보라고……. 우럭채비의 아랫 바늘에만 고기가 물리는 것이 이상하잖아?
고기들이 바닥을 기어 다닌다니까? 한 뼘 위의 미끼도 보질 못하는 것 같은데
물속은 지금 한밤중 아니겠어? 바꿔요~! 바꿔~!!!!
결국 망설이던 서 씨 아저씨가 낚싯대를 놓고 조수아저씨의 자새채비를
빼앗아 들었는데 두 번이나 내렸을까? 갑자기 물살이 거세지며 자새 줄이
날리며 연날리기가 되었으니 나는 그만, 채비를 거두어야겠다. ^^;;
투덜거리던 서 씨 아저씨가 다시 참돔낚시를 해보았지만
물색이 맑지 않으니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채비 걷으시지....... 그만 들어가자고…….”
눈치만 보고 있던 선장이 닻줄을 당기기 시작하며 풀죽은 소리를 한다.
‘어제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물색이 바뀌고......’
오랫동안 별렀던 2007년도의 첫 번째 참돔낚시는 이렇게 끝이 났고
우럭손님들이 버리고 간 자새채비로 잡은 우럭과 노래미가 쿨러를 가득 채워주었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가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맡고 있었던 일들을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오랫동안 이어지는 불경기의 여파도 있으니
2007년에는 조급한 생각을 떨치고 밀려서 쌓였던 일들이나
차분히 정리하면서 틈틈이 산과 낚시나 다녀야겠다고 편하게 마음을 가졌다.
다스릴만한 디카나 얹어서 빈작의 날에는 마음도 달래면 더욱 좋을게고....
2월말 경에 있었던 동호회의 시조 회를 겸한 통영나들이가
새벽부터 흐득이는 비바람을 동반했기에 갯바위를 포기하고
근간에 유행한다는 가두리 양식장위에 설치한 콘도형 좌판위에서
한숨을 쉬게 되었는데 화장실이며 침대와 전기까지 설치된 것이
민물낚시로 치자면 초평, 예당의 좌대보다 더 호화판이니
바다도 이리 달라지는 모양이다.
잠간 비를 피하며 식은 도시락에 더운 국물로 마련한 라면까지 얹어
또 한 끼를 해결하고나니 전갱이는 잘 잡힌다니 남은 시간에
물을 보고 대를 펴지 않으면 어찌 꾼이라 할 수 있을까?
겨울의 끝자락이라지만 수온이 너무도 찼다.......
홍도의 선상 부시리 낚시에 재미를 붙였던 홍도 마니아들은
편안함과 잠수찌 채비의 효과를 보려는지 좌대 위에서도
홍도채비를 펼치고 있었고 그 채비가 주효했는지 손바닥만 한 참돔을
두어 마리씩 잡아냈지만 이리저리 바뀌는 물길에 두 손을 들었고
일찌감치 짐을 꾸려놓고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었다.
3월 늦게까지 이어지던 가거도 영등철의 널뛰기 조황소식에
이제나 저제나 날 잡기에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기상악화와
급한 일들로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었고…….
“바다낚시는 하늘이 허락해야 하나니.........”
이제, 6월이 되면 농어를 시작으로 서해안의 몇 군데 섬들을 뒤져보다간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만재도에 들어가 장마철 특수를 누려볼까?
우비를 뒤집어쓰고 돌돔장대나 부지런히 휘둘러볼까?
틈틈이 장비를 만지고, 짐을 꾸려놓는 이런 재미도 별스럽다지만
나름대로 재미로 시간을 보내며 손가락을 꼽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4월 초순에 생겼다.
항상, 건강하셨기에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
노모(老母)에게 생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