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6. 아듀~! 2017년 만재도 (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by 찌매듭 2017. 12. 31. 손목시계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았다. 평소에도 목걸이나 반지는 물론, 손목시계를 걸치면 갑갑증이 나면서 거북하여 쳐다도 보질 않지만 낚시를 오면 깊이 들어 있는 호주머니속의 전화기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불편하여 이대만큼은 가지고 오는데 사흘 전부터 당최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으니 어쩌면 좋노?! 이불도 다시 들춰보고, 가방속이며 쓰레기통까지 다시 뒤집어 봤지만 찾지를 못했었는데 내일이면 오전까지만 낚시를 해야 하고 낚시점의 배도 오후 1시경이면 만재 도를 출발한다고하니 대충, 짐이라도 꾸려 두어야 서두르지를 않겠기에 옷가방을 꾸리려고 옆으로 옮기는데 바닥에 깔려 있던 시계가 튀어 나왔다. 저것이 왜? 저기에 깔려 있었을까? 분명히 첫날은 갯바위에 차고 나가서 시간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었고 머리를 감노라 잠시 세면장에 풀러 놓았나 싶었었더니 그것이 아니었잖아?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오며 웃프다는 신조어가 이럴 때, 딱이겠구나 싶었다......^^;; 시계가 없어졌었기에 해의 위치를 찾아가며 시간을 짐작했었는데 자격루의 필요성을 확인했던 몇 일간이었다. 오후 1~2시쯤에 낚시점의 배가 출발한다니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썰물 끝의 오전뿐이니 마땅치가 않기에 그대로 집에 있다가 늦잠이나 자다가 천천히 짐정리를 할까도 했지만 마지막 까지 알차게 보내야겠기에 벌떡, 일어섰다. 또 날이 밝고 동이 트기 전에 오른 어제의 갯바위가 아닌 다른 갯바위에서도 검푸르던 바닷물색이 맑은 색을 찾기 시작하자 몇점의 구름이 담긴 하늘이 물위에 내려앉아 숨죽인 파도와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한줄기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자 삶의 기운이 바다가득 충만해졌다……. 가까운 납작 수면이쪽에 썰물 포인트가 있기에 그리로 내려 볼까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셋이나 내린다기에 양족으로 물이 흐르는 큰 방군 여의 동쪽끝자락에 내려서 열심히 하다간, 이내 지쳐 버리고 말았다. 물방향이 뒤죽박죽으로 흐르는 것이 멀리 있을 고기를 불러볼까고 열심히 밑밥을 뿌리고 방향을 잡으면 뒤집혀선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니 여름철과는 어종의 습성도 다르니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 내년 여름철에 온다면 그늘이 일찍 찾아들 이곳에서도 하룻밤을 보내야겠다면 잠시 누울 공간의 편함을 위해 등을 눕혀볼 판의 치수를 가늠해 보다가 누군가가 전동드릴로 갯바위에 구멍을 뚫어 놓은걸 본적이 있었기에 한참을 찾아보았는데 밑밥 통에 깔려 있는 것을 모르고 찾아 다녔으니 자꾸만 왜 이러는 걸까? 쩝..... 11시 부터 철수를 시키려고 배를 움직인다고 했기에 짐을 꾸려야했다만, 그제야 물살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물길이 제대로 열리는 것을 보면서 추자도의 제주여 남서쪽의 포인트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빛이 유난히 맑았던 날, 제주여의 모퉁이에서는 내리 올리는 물살이 한 뼘 사이로 갈라지는 것이 보였었는데 그 갈라지는 안쪽에서는 큼지막한 감성돔이 연실 물어 주었는데 만재도의 이곳에서도 여름날이라며 저런 물살을 타고 여러 어종들이 춤을 추며 반겨주겠지?! 너무 일찍 짐을 꾸렸나 보다. 온다던 배는 기척이 없고 건너편의 사람도 진작 짐을 꾸려놓고 있었던데 그러고 보니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는 것이 아침부터 낚싯대를 아예 펼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오래도록 만재도를 다닌 사람이기에 갯바위에 내려서 물빛과 물살을 보곤 아니구나 싶었기에 몇 시간을 저리 갯바위에 오두마니 서있었던 것 같던데 잠시라도 어디에서 이런 몸과 정신이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가 있겠는가……. 시간이 빚은 태초의 자연 속에서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벗 삼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냈나니, 끝없이 수평선이 펼쳐진 바닷속의 작은 갯바위에 홀로 올라 그 아득한 풍광 속에 들어앉아서는 여타의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고 시간에 쫓길 이유도 사라진 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는지 모르겠다……. 갯바위에 올라서면 이상하니 강한 냄새가 났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결속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짠, 소금기가 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찾으며 조금씩 가라앉는 마음을 느끼며 그동안의 힘듦을 지워가며 잠시 가빴던 숨도 몰아내고 골라보았다. 그나마도 바람도 잘, 찾아들지 않는 갇힌 곳이 아닌, 늘, 바람돌이가 주위를 맴도는 바다였기가 다행이었다. 바다를 찾아와서 수평선을 눈높이에 두고 그 바다와 견주어 보려고 맞서는 이 빈약한 인간의 미련한 견줌은 끝이 없을 진데도 항상 무모한 도전이 행해지고 있으니 조물주가보기에는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그래도 그 바다를 바라보면 누구나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푸른 하늘에는 구름 몇 점뿐이었고 겨울의 거센 바람이 일으켜 세운 파도가 갯바위를 할퀴기 시작했다. 우두커니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고독을 즐기며 일탈을 보냈던 며칠의 시간을 끝낸 이 영혼이 이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젊은 선장은 잘 가시라는 인사를 건네곤 흑산도의 우체국에 근무하다가 퇴직하여 만재도의 집으로 돌아온 제 아비에게 배를 맡기곤, 밑밥 통을 울러메고 제 낚시를 하려고 갯바위로 뛰어 내렸다. 목포로 나가는 배가 손님이 타는 데로 바로 출발한다기에 급히 짐을 챙겨놓고 집으로 올라와서 점심밥 반술을 뜨는 둥하다 마니 가면서 시장할게라며 아줌마가 급히 계란프라이 두개를 만들어 건네주면서 옷가방에 돌김 한 뭉치를 넣어주며 거북손과, 홍합도 챙겨줬다……. 기포기 가방을 하나 더 준비하고 전복 통을 올려보니 너무 비좁았었나? 두 통속의 고기가 반찬 간절이가 됐고 한 통 속의 것만 살았다...... ㅠㅠ 열 마리만 가져가도 딸내미며 식구들이 실컷 먹겠지만 아깝네...... 쩝..……. 오후 1시에 배가 출발하기로 했지만 손님 둘이 안 내려와서 기다렸는데 옷가방 하나가 안 보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같이 목포로 나가는 노 선징의 아들이 짐을 챙기기에 들고 내려갔겠거니 했는데 옷가방은 안 들고 내려왔다니 어찌 된걸까? 급히 뛰어서 올라가 보니 방문 앞에 얌전히 놓여 있었는데 정말 왜 이러는 걸까?! 땀을 흐리며 들고 내려가려니 짧은 거리였지만 힘들다고 아들이 차를 갖고 올라왔고, 내려가는 길에 다른 사람의 짐도 싣고 내려가면서 이마에 번진 땀을 옷깃으로 문질렀는데 하마터면 놓고 왔을 가방안에 자동차의 열쇄가 담겨 있었으니 목포에서 넋을 놓을 뻔 했을 생각에 또 웃프고 말았으니...…….^^;; 아줌마는 가는 날에는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데,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는 옛말대로 섭섭함에 어디선가 멀리서나 지켜보고 있을게다. 만재도의 통화권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산 너머에 있는 아저씨가 아직 고기를 못 잡았지만 고기가 다가올 시간이 되었기에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야겠다며 가는 것을 못 본다며 반년 후에나 얼굴을 보겠다며 목소리를 흐렸다……. 또 잠시 후에는 노 선장이 전복 통에 담아 두었던 고기가 많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배를 올려놓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며 안타까워하면서 여객선으로 목포로 나가서 설 보름을 지내고 다시 만재도로 들어와 있으련 다고 했다. 노 선장의 아들과 목포에 있던 아저씨의 아들이 무거운 짐을 내려주고 실어 주었기에 편히 움직일 수가 있었는데 잠간만 낚시점 앞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깜빡했었다며 손질한 농어 한 박스를 차에 올려 주었다. 이번에도 바람이 되어 잠시나마 회색도시와 마나님 곁을 빠져 나왔는데 마 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을 닮고팠나보다..... 서울은 눈이 많이 왔었기에 눈을 치우다가 엄살을 떨던 마나님은 빈자리의 필요성을 이번 기회에 절실히 깨닫고 조금이라도 반성이나 하면서 바가지와 잔소리의 양을 줄여주기를 기대해볼까?! 주말이지만 막히지 않는 길을 부지런히 달려 늦지 않은 시간대에 도착, 포동이가 달려 나와 반겨준다,,, (에고? 주인님 오셨어요? 목요일 날 오신다더니 이틀 더 땡땡이 치고 오늘 오셨네? 엄마에게 긁힐 각오는 돼있으시겠쬬? ^^;; ) 굼뜬 동작이지만 회 두접시를 만들어, 아들, 딸, 또 누구여? 모임을 다녀와서 팔짱을 끼고 있는 마나님도 몇 점,,,, 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잠시, 귀만 막으면 되겠지? 잠 좀 잡시다, 잠 좀,, ㅜㅜ Sarah Vaughan / A Lover's Concerto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봄바람을 타고 간 가거도의 볼락낚시 (0) 2018.05.22 1-봄 바람을 타고 간 가거도의 볼락낚시...... (0) 2018.05.22 5. 아듀~! 2017년 만재도 (서 씨 아저씨를 위한 데스페라도) (0) 2017.12.31 4. 아 듀 2017년 만재도.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0) 2017.12.30 3. 아 듀~! 2017년 만재도 (또 다시 이어진 대박행진) (0) 2017.12.30 관련글 2. 봄바람을 타고 간 가거도의 볼락낚시 1-봄 바람을 타고 간 가거도의 볼락낚시...... 5. 아듀~! 2017년 만재도 (서 씨 아저씨를 위한 데스페라도) 4. 아 듀 2017년 만재도.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