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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5. 만재도의 칠말팔초(七月 末~八月 初)

by 찌매듭 2016. 8. 18.


‘촤르륵~~~~~~~ 촤르륵~~~~~~~~’

짐정리를 해놓고,  아침밥을 먹곤 깜빡 잠이 들었나본데 날이 너무 무덥기에
기어코 소나기라도 한줄기 하는가. 보다했더니
파도가 몽돌 밭을 조용히 훑어 내리는 소리였다.
너무도 익숙한 소리였는데 왜 다른 소리로 생각을 했을까?!
 
뭍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아직도 옛것을 고스란히 품어내고 있다.


못 보던 이상한 배가 보이기에 다른 여객선이나 행정선이 왔는가. 했더니만,
등대를 정비하고 손보는 등대전용 관리 선이 왔다고 한다.

 

등대 관리 선이 가버리자마자 오늘의 여객선이 달려 왔으니
점심을 먹고도 한참이나 있어야 나가보겠지?

 

결국, 만재도 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날인 이날은 다른 날보다
일찍 움직였었어야했다는 후회를 나중에 하긴 했었다만
조금의 게으름이 돌돔을 잡고 못 잡고에 달렸었으니....... 쩝…….

 

벌써 몇 개의 전지 찌를 잃어버리고 망가트렸을까?
5호 전지 찌는 여벌이 있었으나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3호 전지 찌는
단 두개가 남았다…….

 

 

더운 여름철의 낚시는 잘 하지를 않는 아저씨가 나 때문에 동무를 해주려고
닷새 밤을 고생을 한다…….

 

미역공동작업을 한집에서 한사람씩 참여하기에 딱히 아저씨가 할일도 없었던 것이
노 선장을 도와 열기그물을 칠 수도 없는 때였고, 섬에서 있으면
미역 작업 터라도 기웃 거려야 할 테니 어쩌면 갯바위에 같이 가서 낚시를 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겠지만 심심함은 면할 수 있을 터~~!!!!

 

 

만재도 에서의 마지막 밤, 낚시를 서쪽 방향으로 정했고 돌돔이 떼거리로 낚이는
장소를 찾아 택택이 목선의 머리를 깊숙이 질러대고 짐을 내렸다.

 

정해진 날의 중들 물이 시작되는 시간의 오후시간에 돌돔이 바짝, 붙곤 하는데
오늘은 두 물이나 당겨진 날인데다가 적당한 시간이 세 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조금 서둘러서 나올걸……. )

 

하얀빛이 나는 전지 찌에 새 전지를 힘차게 찔러 넣고
닷새 밤 째의 낚시를 시작했는데 물려 나오는 볼락의 크기가 너무도 작다…….

 

어두워지면서는 한동안 입질이 닿지를 않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깊어져서야 고기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곳이고
아침에 날이 밝을 무렵에는 한 번의 몰아침이 있는 곳이지만 일찍 배가 올 테니
그 바람을 타볼 시간이 주어지질 않을게다…….

 

결국, 가을날의 선선한 아침이 그리워지기만 하겠지…….

 

노 선장과 저녁통화가 있었는데 내일아침에는 낚시점의 배가 들어오면서
선상낚시 손님들을 부탁받았기에 밝기도전에 철수를 하기가 곤란하겠기에
옆집 임 선장네 배로 철수를 부탁했으니 그리 알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몸뚱이에 얼룩덜룩한 줄이 쳐진 고기나, 큼지막한 볼락이나 쏨뱅이고 는
극성을 부려대는 빨간 고기 등살에 구경도 못한 채 밤이 깊어갔고
멀리, 참돔이 접근을 안 하는 절벽 밑의 골속으로까지 채비를 던져 넣어보면
팔뚝만한 우럭이나 신발짝 크기의 볼락이 잡히겠기에 힘껏 던져 놓고 흘려 보다가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에 걸렸는지 꿈쩍을 안하기에 힘주어 여러 번을 당겨 보다가
어렵게 끊어냈는데 그만, 전지찌도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젠 진도 빠지고 힘도 빠지고 만사가 귀찮기도 하여 몇 시간 그대로
쉬어볼까 한 것이 작은 아저씨가 모기향을 좌우, 뒤쪽 세 곳에 피워놓고
잠이 들어 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일까?!

 

달려드는 모기도 피하고 바람이 있을까 하여 위쪽으로 올라가
다리를 펴고 잠시 누웠다간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너무도
천천히 온 시간 속에서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온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리며 즐거웠던 시간은
눈 녹듯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아쉬움에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잠이 도망가 버렸다.......


손에 쉽게 닿지 않으니 쉽게 얻을 수가 없고,
쉽게 갈수도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은 안타깝기만 하다는데
그래서 꿈도 안타깝다고 했을까?

 

 

건너편의 갯바위에 세차게 부딪친 파도가 순식간에 분말처럼 부서져
흩어져 버리는 것이 보였고 넋을 잃고 집중하던 낚시라는 놀음에서
잠시 벗어나 하늘을 보니 깨알을 흩뿌린 것보다 훨씬 많은 수많은 별 중에서
유독 밝은 별 몇 개가 먼저 눈에 들어와서 얼음처럼 부서졌다.


아? 이렇게 하늘에 별이 많았었나?

 

수많은 별의 강이, 누웠던 머리에서 발끝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우리 선조들은 이를 '미리내', '은하수'라는 멋들어진 표현으로 풀어냈고
고대 서구 사람들은 '우유가 흐르는 길'이라는 뜻의 '밀키웨이'로 불렀다.

 

그리스신화에서는, 헤라 여신이 잠들었을 때 그녀 가슴에서 흘러내린 젖이
하늘로 흘러들어 은하수(밀키웨이)가 되었다고 뻥을 치는데 얼마나 젖무덤이 크기에????

 

또 어느 욕심 많은 신이 그릇에 넘치도록 우유를 따라 마시려다 흘린 것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해학적으로 말하는데 갤럭시(galaxy : 은하)의 어원도
그리스 말인 gala(우유)에서 나왔다고 한다.

 

 

겨울철의 감성돔 철에는 다소 붐비기도 하지만 지금의 조용한 이 순간만큼은
눈에 보이는 넓은 공간이 다, 내 것이니 이렇게 나에게만 주어진 시간이라면
당연히 제가 좋아서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기고자함이고
졸음은 극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쉬어가 야할 현상 일뿐이니
이제, 자신의 근육과 감각만을 또, 충분히 사용할 시간이 있으니 자리를 털고 일어서 볼까?!

 

 

떨어져 나간 채비를 다시 해보려고 찌가 담긴 주머니를 열어보니
1.5호, 2호, 5호 전지 찌 몇 개만 보인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수심도 얕은 곳이니 볼락이나
몇 마리 더 잡아 보려면 예민하게 사용해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1.5호를 집어냈지만 곧, 급 후회를 하게 된 것이,

 

1호 수중 봉돌을 달고 남은 잔존부력까지 몽땅 목줄에 달았어도

뒤에서 바늘이 끌려오는 것을 줄 보기용 작은 케미라이트 불빛으로

 어림이 되었기에 차라리 5호찌를 사용했어야 했는데

백번도 넘게 다닌 만재도 에서 매번 실수와 후회를 반복한다…….

 

 

무언가 했더니 노래미가 달려 나왔는데 이번에는 노래미가 귀한 몸이 되었다.


철저히 밤낚시위주로 했기에 노래미가 깨어날 시간을 피하기도 했지만
수온이 무척이나 높은 탓도 있었을 게다.


오늘은 아침부터 노래미가 보이는 것이 전날보다 수온이 내려간 모양이다.

 

멀리 날이 밝는 기척을 느끼며 짐을 꾸렸고 노선장의 배보다
큰 배에 오르려면 배가 닿을 수 있는 떨어진 거리로 짐을
모두 옮겨야하기에 땀을 안 흘리려고 덥기 전에 모두 옮겨 놓고
새로운 일출을 보면서 배를 기다렸다.

 

임 선장의 배가 늦지 않도록 와주었기에 일찍 나가게 되었는데
건너편의 손님들은 두 시간 후에 철수를 하겠다며 알뜰하게
시간을 채우려고 한다는데 물색이 도움을 어떻게 줄까?!

 

오랜만에 임 선장과 두런거리며 방파제에 올라서서
마지막 날 잡은 고기 손질을 시작하니 노선장의 배를 타고
선상낚시를 한 손님들도 아침타임을 마치고 들어왔는데
농어며 부시리 며 큰 고기들을 제법 잡았다나 보다.

 

서로들 쿨러에서 꺼내들고 사진을 찍고는 아침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간, 물 흐름을 맞추어 다시 나간다는데
저렇듯, 쉽고 빠른 낚시를 하다보면 바다낚시의 꽃이라는 갯바위낚시는
영영, 잊히고 말겠지.......

 

얼마전에 다녀간 경상도 낚시점에서  손님들이 바귀어 들어왔나보다.

낚시짐을 놓아둔 곳에서 몇명이 서성이는 것이, 억지로라도 잔다는 것이

익숙치가 않고 기대감이 있다보니 밤낚시를 시작할 시간대까지 한참을

기다리려니 얼마나 지루할꼬?!

 

고기손질을 아줌마에게 맡겨놓고 올라가서 물부터 뒤집어 쓰고, 남은 짐 정리.....

 

어쩌면 추석지난 조금물때에 시간이 생길듯하다.

남은 짐들을 박스에 담아 놓았으니 다음번 짐덩이가 줄어들게지......

 

 

 

 

벌써 8월이 지나간다.
설날 가래떡 썰듯이 세월이 금세 지나간다는 말이 있지만
뭘 하고 여덟 달을 보냈을까?
정말, 시간은 기다려주지를 않는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갈 수도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또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출발점이자 도착지가 반복되는
이제 그 길을 향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짐 보따리들을 냉동 창고 앞까지 내려다 준 아줌마가 집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는데
작은 아저씨는 아줌마가 인사도 없이 올라가 버렸다고 어이 없어했지만,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는 옛말처럼 섭섭한 내색을 내보이기가 싫어서
말없이 올라가 버린 것을 왜, 모를까?

 

어렵게 채취하여 말렸을 미역뭉치들을 작은집과 큰집에서 건네받았고,
무엇인지 작고 큰 보따리가 몇 개 더 생겼으니 짐이 또 잔뜩, 늘어나 버렸다.

 

섬사람과의 소박한 작별인사와. 그 인사를 멀리하며 배가 출발했고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며칠 나는 뭍에서 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일까?
또 한 번의 여행을 마쳤지만 바다를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은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길고긴 여행일 것이다…….

 

이렇게 바다의 갯바위에 올라 보이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는 포스를
온몸에 채우고 돌아간다면 또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한동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찌의 궤적이 그리던 눈의 알음을 한동안 몸과 뇌가 기억해낼 것이며
진저리를 치던 순간도 기억해 낼 것이다.

 

지루할지 모르는 반복된 이야기를 되풀이 하면서도
어서 다음번 출조를 나설 것을 피로가 풀리면 또 꿈꿀 것이다.

 

섬이란 곳은 잠시 다녀오는 곳일까?
잠시 머물러 있다가 오는 곳일까!

 

회 몇 점과 기울이던 소주 몇 잔에 또 얼마나 많은 추억이 기억이 될까?

 

 

 

 

 

 

낚시점 배의 뒤편에서 멀어져 가는 만재 도를 바라보며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어째, 방향이 좀, 이상하다야?????

 

배 앞쪽을 보니 간 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는데 낚시점의 식구인 듯한
젊은 꾼 하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배를 타고 철수를 하려나 보다.

 

큼지막한 우럭 몇 마리와 크지 않은 돌돔 네 마리뿐인데 포인트나 낚시방법을
아직 잘, 모르나?

 

짐을 받아 주려고 앞으로 나가서 맑은 물색이기에 익숙한 물속 몇 곳을 훑어보았다.

 

‘저곳은 우럭굴, 저곳은 돌돔 굴, 저곳은 볼락이나 열기가 잘 붙는 곳…….’

 

어쩜 손바닥을 보는 것같이 물속이 또렷이 보일까?

 

옆에는 보이지 않은 수중여가 있고 발판 밑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움푹 파인 곳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겉으로만 보며 물속을 판단한다.

 

얼마 전에 바둑으로 화제가 됐던 알파고도 개인인 한사람은
이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깟 것이 바다의 심오함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언젠가, 선임자 한 분과 함께, 물속의 돌돔들을 직접 보면서 잡는
이상한 낚시를 해본적도 있었는데…….

확실히 배가 크긴 크구나?!


직접 앞머리가 닿는 곳이 간여의 맨 꼭대기이니 이 배라면 평소에
내려 보고 싶었어도 못 내려 본 자리에 내려 볼 수가 있을 텐데?!

 

“간밤에 고기를 제대로 못 잡았구먼?”

“아뇨?! 큰 건 모두, 터졌어요……. 참돔이 전부, 미터 급이 넘으니…….”

 

 

 

 

 

 

 

 

며칠 전에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오니 노 선장의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받아 차에 실어줬는데 섬에서는 큰 아들이 실어주고 목포에서는
작은 아들이 실어주어 담도 안 흘리고 많은 짐을 옮길 수 가있었다.

 

잠간 낚시점에 들러 정산을 하고 어둡기 전에 집에 도착 할 수가 있었는데
딸아이가 고자질을 한다.

 

“엄마가 밥을 한 번도 안했다고......”
“나, 굶어 죽는 줄 알았어.......ㅠㅠ”

 

 

밤 시간을 보내고 노모(老母)가 좋아하시는 참돔을 한 마리 구워,
살점만 발라내어 담아가니 손을 내밀며 반가워하셨다…….

 

“집에서는 전화라도 매일 있어 궁금치가 않았는데 여기서는 궁금터구만?!
 잘 다녀왔다니 반갑네~~~~~~~“

 

 

서울로 돌아온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회색도시의 공간에서 다시 지겨운 시간이 시작됐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고 했던가?


나도 달과6펜스에 나오는 촬스 같은 도망을 꿈꿨는지 모르겠다만
현실에서의 나는 그보다 용감하지를 못했던 게지........

 

어때? 어지러운 마음도 뭉게구름에 담아 흘려보냈을까?!

 

휴식은 대나무의 마디와 같은 것으로 사람에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한동안 어지럽게 늘어놓은 짐들을 정리하면서
다음번의 나섬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