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재도의 칠말팔초 (七月 末~八月 初)

 

여객선이 다녀가는 소리도 못 들었을 정도로 고단했었는지 눈만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벌써 오후 세시가 넘었다.

 

늦은 점심으로는 참돔 가시를 발라내고 어죽을 쑤었다며 죽사발이 올라 왔는데

뭐, 오늘밤에 죽을 쑤라는 뜻은 아니겠지? -,,-?

 

오늘은 노 선장의 지팡이 소리도 안 들리고, 낚시를 나가야하지 않느냐고 작은 아저씨가

재촉을 하지도 않는데 왜, 노선장이 늦게 내려오는 걸까?

 

너무 덥고 고단한데, 하루를 쉬어볼까?

 

또, 선잠이 들었나 본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깍, 또깍, ' 지팡이 소리....

어김없이 노 선장이 시간을 맞추어 내려와선,  '또 나가봐야지? 오늘은 어제 보다 잔잔하네...'

 

먼저 내려간 노 선장과 작은 아저씨가 아래의 그늘 터에 있었는데 서두르지 말고

쉬었다가 천천히 나가자는 것이 오늘은, 여객선으로 들어 온 두 사람의 손님 외에는

모두가 낮에 철수를 했기에 만재도 전체가 조용하다고 했다.

 

 

그늘막 아래에서 미역작업을 하던 만재도의 이장님이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반가워하면서 장갑 낀 손등이라도 잡아 보자며 손을 내밀었는데 팔자 편하게

낚시놀음을 한다는 미안함에 얼른, 작업장을 벗어났다. 

 

 

 

손목시계가 어디로 갔는지를 한참 찾았었는데 아침에 고기 손질을 한답시고

짐 가방위에 얹어 놓고는 까맣게 잊었었기에 뜨겁게 달구어진 시계를 손목에 걸면서

자책의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만재 도니까 이렇게 아무 곳에나 놔두고 다녀도 이상이 없지......)

 

가거도만해도 아침 날 밝기 전에 밀어내기를 하기 위하여 히프커버를 잠간 벗어 두었는데

늦게 생각이 나서 가보니 어느 틈에 어떤 놈이 집어 가버렸었고,

추자도에서는 쓰려고 개어 놓은 밑밥을 통째로 집어 가버린 적이 있어서

맨입으로 하루 낚시를 한 적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만재도 에서는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이번, 들어온 날 밑밥박스가 통째로 바뀌었는지 이상한 크릴덩이가 몇 덩이 들어 있어

이상하다 했는데 누구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값만 비싸지,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마땅치가 않은 크릴덩어리였는데

그 누구에게는 끼우기만 하면 어떤 고기라도 달라붙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미끼 덩어리가 아니었을 까만은 나에게는 양만 줄어든 쓸모없는

밑밥 덩어리에 불과 했기에 되레, 손해 본 것은 내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이곳에도 지깅바람이 불었기에 배를 가진 사람마다 귀찮게

미끼를 끼워야 하는 수고가 없어진 거저먹기식 채비에 현혹되어

배뒷전에 한두 벌씩 가지고 다니게 되었으니 이곳도 외부문명에

조금씩 변해가는건 틀림이 없다.

 

간단하게 웜종류 몇 가지만 가지고 다니면 간편하고 비용도 안들 것 같은 

만사가 해결 되는 듯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주워 담다가  

허접한 지름 신에게까지 휘둘리다보면 저 장난도, 진짜 장난이 아닌 

출혈 꽤나 심할 것이, 모기에게 물린다고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불운이 나에게만 돌아온다는 머피의 법칙에 머리를 끄덕이게 뇔걸?

 

전기도 들어오기 전인 초창기 때에는 허벅지만한 우럭이 많다고 했으니

인천이나 안흥쪽에서 사용하던 빙글빙글 채비나 돌고 도는 채비를 가지고 와서

잠시 택택이 목선을 타고 우럭 잡이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주낚이나 맨손으로

바늘하나채비로 바닥을 더듬어 잡던 만재도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영험한 채비로 보였었나 보다.

다음번에 올 때 그 채비를 몇 벌이고 구해다 달라는 부탁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어젯밤은 동쪽으로 갔었으니, 오늘은 서쪽으로 가봐야겠는데

등대 밑의 깊숙한 곳이 물결도 잔잔하고 사람도 없었기에 오늘은

신발짝만한 볼락을 목표로 했다며 노 선장에게 그곳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지만,

안쪽 깊이에는 고기가 없을 거라며 앞쪽의 높은 덕에 내리기를 권했기에

높은 발판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기 위하여 몇 번이나 짐을 받아 올려야하는 수고로

낚시를 하기 전 부터 땀으로 목욕을 했다.

 

하긴, 좀 더 배를 타고 가서 건너편의 자리를 고집했다면 약간 더, 높은 너울과

거센 바람으로 서있기나 했을지 모르겠기에 눈으로만 보이는 상황으로는

이 자리를 택했음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니 열심히 자리를 지켜볼밖에.....

 

 

세 번째 밤이 어두워지기 전에 노 선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기가 나오는지 묻는 전화였다.

저녁식사를 하고는 매번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곤 잠자리에 드는 것이 노 선장의 습관이었다.

 

신발짝 보다 큰 볼락이 몇 마리 나왔고 참돔도 둬마리를 낚았으니

밤에는 당연히 어떤 고기든간에 잘 잡히지 않겠냐고 큰 소리를 치니

안심이 된다며 일찍, 자야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올라오기는 힘들긴 하지만 낚시를 하거나 쉬기는 편하도록 넓고 편한 자리였지만

물이 내려앉으면 수면이 멀어져 6미터짜리 뜰채와 탁월한 뜰채 도우미가 필요할 자리였는데

오래도록, 만재 도를 다니면서도 다른 사람이 낚시를 하거나 내리는 것만 보았지

직접 내려 보기는 처음인 곳이다.....

 

작년에 서 씨 아저씨가 노선장의 아들과 함께 내렸다가 밤이 깊어지기 전에

쿨러를 채워놓고 놀고 있는 것을 건너편의 해우소 자리에서 정 군과 함께

건너다보면서 잡히는 고기가 많아서 담을 곳이 없다면 놔주는 한이 있더라도

낚시꾼이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야지,

이 멀리, 그리도 원하는 곳까지 와서 갯바위에 자정 전에 누워서 잠을 청하다니

낚시를 할 자격이 없는 미숙한 꾼이라며 억지 험담을 한 적이 있었었는데........

 

 

자리가 넓기는 하지만 바람이 휑, 휑, 지나가는 속도가 대단하여

몸이 휘청거리며 낚싯대를 붙들고 서있기도 힘든 순간이 이어졌는데

고성능의 헬기인 '에어울프' 조차도 기동이 어려울 정도였는데도

모기가 어찌나 달려드는지 모기약통을 손에서 놓기가 무섭게

온몸이 따끔거렸다.......

 

결국, 파란 모기약통의 액체를 몇 번이나 온몸에 흩뿌리고서야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가 있었는데 볼락도 종적을 감추었고 돌돔도 흔적이 없는 속에

어제에 이어 붉은빛의 고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물색이 맑고 수심이 얕아 경계심이 있을까 하여 붉은빛의 전지 찌를

다른 색으로 바꾸어 보기로 하고 하얀 빛의 전지 찌로 바꾸어 보았지만

붉은 고기가 줄쳐진 고기로 바뀌지도 않았기에 다시, 케미라이트로

바꾸어볼까 생각한 것이 귀신이라는 이상한 것을 만났던 날의 장소에서

만조 시간이 되었기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간출여 부근으로 시간을 맞추어

다가올 농어나 한 마리 잡아볼까 하여 커다란 농어전용바늘에 큼지막한 청개비를

세 마리나 끼워, 던져 놓았었다.

 

잠시 후에 농어라기에는 시원한 입질을 보이며 찌가 사라졌기에

당연히 농어겠다 생각하며 배가 몹시 고픈 농어이기에 입질을

시원하게 했나보다 생각하며 낚싯대를 세우는 순간,

옆으로 달리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꺾어진 큰 바늘에

달려 나온 고기가 줄이 쳐진 작지 않은 크기의 돌돔이었기에 의아했다......

 

‘청개비 미끼가 달린 큰 바늘에 농어가 아닌, 돌돔이라니?’

 

농어를 생각했었으니 농어낚시의 정석대로 태평양에서도 농어의 공략 수심은

기본이 1미터라는 말대로 목줄만 가지고 던져 보았던 채비였었다.......

 

깊이 삼키지는 못했으나 입술 안쪽에 정확히 박혀 있었기에,

별난 돌돔이 다 있구나 생각하곤, 다시 청개비를 끼워 그 부근에 살포시

다른 농어가 놀라지 않도록 던져두었는데, 또 시원한 입질과 함께 또,

그만한 크기의 돌돔이 물고 나왔다.

 

하늘을 보니 별이 또롱한 것이 달까지 머리위에 걸려 있어 곁눈질로 물속을 보면

물속지형이며 허여멀건 한 돌바닥까지 보일정도로 물색은 맑았고

전체 수심이 5~6미터 정도 되는 후미진 곳이었는데 산란을 하려는 돌돔들이 들어왔을까?

 

얼른, 케블러 목줄이 달린 돌돔 바늘로 바꾸고 귀하게 모셔 두었던

홍개비를 한 마리 꿰어 던져 보니, 더욱 시원한 입질로 이어졌다.

 

몇 마리째인지 마릿수를 세다가 손가락도 모자라고, 발가락도 모자를 정도로

정신없이 고기를 잡는 중에, 농어낚시를 하려고 했기에 장착했던

막대찌가 부러져 버렸고 톱이 떨어져 나갔는지 케미와 함께 멀어져 갔기에

전지 찌로 바꾸어 낚시를 계속하게 되었는데 입질이 뜸해졌고, 찌매듭이

붙었다 떨어지는지 달싹 거리는 입질 속에 어쩌다 한 마리씩 물려 나왔는데

왜, 갑작이 입질이 예민해졌을까?

 

 

언젠가는 소관탈도에서 돌돔찌낚시를 하고 있는데 작은 크기의

돌돔이라도 자주 낚여주어 지루하지 않게 밤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손님들을 둘러보며 선상낚시를 하던 도남낚시의 점주가 똥여 앞의

아부나이 포인트에 잠시 내려 낚시를 하련다고

두 사람이 함께 내리는 것이 보였다.

 

소관탈도의 계단에서도 고기가 잘 잡히는데 그쪽이야 얼마나 더, 고기가 잘 잡히겠나......

 

연거푸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였는데 갑작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으로 잠시 머리를 가리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에

우비까지 꺼내 입고 의지가 될 만한 구석을 찾아 몸을 기대고 버티고 있었는데

두 시간 정도의 장대비가 쏟아지다가 그치긴 했다.

 

건너편의 자리에서는 우산도 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그 많은 비를 맞다간 어느 순간부터는 일어서서 발을 털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는데

그간에 저 자리에서 낚시를 했던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고기를 잡았기에

놔주면 다시 문다는 이상한 상식으로 갯바위 틈 사이에 쑤셔 넣었었기에

그, 상한 고기에 붙어있던 구더기들이 비가 오자 일제히 기어 나와서

사람의 다리에 달라붙어서 갯바위 장화를 타고 떼거리로 올라오기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발을 털고

몸을 흔들고 있다니 괜히 온몸이 근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비가 그치자 서로들 다시, 낚시를 시작했는데 시원했던 입질이 미약해 졌다.

고기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입질이 약해졌을까?

 

찌매듭을 들었다 놓는지 약간 끔뻑이다가 잠잠해지면, 영락없이 크릴미끼가 없어진

빈 바늘뿐이었는데 건너편에서는 수온계가 있었는지 수온을 측정해 봤는가 보다......

 

수온이 약간 떨어졌기에 낚시가 안 될 거라며 배를 불러 옮겨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는데 오랜 시간동안 수온이 오르질 않았는지

날이 밝도록 입질이 닿지를 않았었는데 오늘도 그때와 같이

수온이라도 갑작이 떨어졌을까?

 

미약해진 입질을 읽어 보려고 구멍 전지 찌를 빼내고 막대찌로 바꾸어

톱 부분에 왕방울형 케미라이트를 끼워서 던져 넣었으니

한두 마디의 입질이 보일까 했더니 다시 시원한 입질로 돌돔이 화답을 했다.

 

아무래도 맑고, 얕은 수심과 앞전의 친구 고기들이 마릿수로 사라졌으니

경계심도 생겼을 테고 불빛과도 상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제법 낚아놓은 돌돔 때문에 꿰미도 부족하니 다시 전지 찌로 바꾸었다가

막대찌로 바꾸어 보는 이런저런 장난을 시작했는데 붉은 전지 찌와 케미를 단

찌의 반응이 틀렸고 푸른색 전지 찌에도 시원한 입질이 보였으니 틀림없이

불빛색깔이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5미터 뜰채로는 수면에 닿지도 않았기에 옆으로 낚싯대가 부러져라고

그대로 들어 올려야 하는 지형이다 보니 낚싯대 한두 대 부러트려먹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옆으로 들어 뽕을 수십 번이나 했으니 낚싯대도 골병이 들어 언제

부러질지 몰라 하며 밤을 새운 적이 있었는데 날이 밝자마자 입질이 끊어지는 것이

얕고 맑은 물골이었기에 만재도 특성상 밤새 안녕이 이런 것 아니었겠나.......

 

 

붉은빛의 전지 찌를 하얀색으로 바꾸어서 안쪽 멀리 던져 넣었고

두어 마리의 볼락이 연이어 물고 나오기에 제대로 생각을 했다는

기특한 우쭐함도 잠시,  물이 약간만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또 영락없이

크고 작은 참돔들이 물고 늘어졌다.

 

어렸을 적에는 집에서 등대가 있는 산길을 걸어서 안쪽의 홈통까지 걸어 내려와서

허벅지만한 갯장어를 낚으러 왔었다 는데 저 높고 험한 벼랑을 변변한 신발도 없이

어찌 왔었으며 밤이 깊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호롱불 하나에 의지하여 낚은 장어가 있었을텐데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또 어찌, 저 벼랑을 기어 올라가서 집으로 갔단 말이냐?

 

작은 아저씨나 그 아버지의 발은 염소발이 아니었을까?

옛 이야기를 하던 작은 아저씨는 편한 자리를 찾아서 꿈나라를 헤매는지

이상한 잠꼬대를 중얼거렸는데, 없는 것보다는 나겠는 것이 무서움도 덜해서이니

잠자는 동안에 고기나 많이 낚아놓고는 일어나서 깜짝, 놀라게나. 해주면 되겠지?

 

 

그나저나, 물이 줄기 시작했으니 큼지막한 참돔이 걸려들면 혼자서는

뜰채를 댈 수가 없는 곳이니 깨우긴 깨워야겠다만, 그 정도로 큰 참돔은

물 소통이 덜한 곳이니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고, 억지로, 억지로

옆으로 들어 올리면서도 또 언제 낚싯대가 부러질까 불안한 크기의 참돔들이 연실 물려 나왔다.

 

 

거센 돌풍이 갑작이 불어 내리곤 했기에 미끼를 끼운 바늘을 붙잡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가 바람이 멎는 순간이면 던져 넣는 낚시를 할 때만

부지런한 신공을 펼치면서 종내 찾아오는 새벽의 환함에 아쉬움을 느끼며

짐정리를 했는데 배도 작은 택택이 목선이었기에 아래턱까지 짐을 내려놓으려면

밧줄을 이용하여 몇 번이나 묶고 풀기를 반복해야하는 힘든 자리였다.

일단 올라서면 넓고 편한 자리지만 철수를 하려면 보통 고생스러운 자리가 아니었으니

8미터짜리 뜰채나, 두레박 뜰채를 만들어 오기 전에는 또 내려 볼 생각을

신중하게 생각해야할 자리인 것 같다.

 

 

민물낚시를 다니면서 충주의 청풍교 밑에 미터 급의 강준치 떼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발견했기에 저것들을 잡는다 해도 물에서

떠내는 것이 문제였기에 빨래줄 굵기의 나일론 줄을 몇 십 미터나 이은

두레박 뜰채를 만들어 달려간 적이 있었지만 한두 마리만 끌어 올리려 해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는데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다리위에서의 낚시행위를

금한다기에 맥 빠지게 돌아선 적이 있었는데 다음번에 이곳에 내리려면

두레박 뜰채를 만들어 올까나? ^^;;;;;;

 

 

작은 아저씨는 삼일 째, 참돔만 그들먹하게 낚았으니 오늘밤에는 제대로 된

반찬거리고기들을 잡으러 가자며 잡고 보는 재미로서는 큰 고기들이 좋다하지만

먹는 반찬거리로는 적당한 크기의 볼락, 돌돔, 쏨뱅이며 우럭 같은 것들이 좋은 것이라며

겉멋에만 치우치는 사람들은 큰 고기를 외치지만 토막 내어 먹기도 불편하고

때때마다 한 마리씩 꺼내어 굽고 쪄서 반찬 하기는 적당한 것이 좋은 것 아니냐며

엊그제 가려다가 못간 홈통을 오늘밤에는 갈 수 있을 거라며 손질하는 손이 빨라졌다.

 

어제, 여객선으로 왔던 두 사람의 낚시꾼도 마침 들어왔는데 근간의 갈치낚시 배들이 금한다는

놀이용 대형쿨러를 우리가 막, 손질을 마친 자리로 마주 들고 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얼음 한 덩이도 없이 맨 고기로 가득 찼는데 우리가 낚시를 했던

뒤편의 어느 쪽에서 선장이 시키는 데로 수심을 맞추고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온갖 고기들이 물고 늘어 졌다는데 바람이 심하게 괴롭히는 곳이었지만

정신없는 낚시놀음에 언제 날이 밝는 줄을 몰랐다며 내일까지의 이틀 일정으로 왔지만

하룻밤에 고기를 이렇게 잡았는데 이틀을 했다간, 어찌 그 고기를 가지고 가겠냐며

하루만인 오늘, 여객선편으로 나가야겠다고 했다.

 

얼음이야 어떻게 한 조각 구해본다지만 손질도 안하고 그대로 싣고 나갔다간,

다 상하고 말 것이라기에 고기 손질을 해보려고 이쪽으로 왔지만 도구도 없고

이 많은 고기를 어찌 손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기 손질을 해줄 아줌마를 얻으려고 해도

만재도의 모든 일손이 미역작업에 동원된 시기다 보니 일손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선장이 달려 올라가 만재도의 공동미역작업에서 열외가 된,

구십 넘은 할머니 한분을 모셔왔는데 비늘을 치고 가시만 잘라서 할머니에게 넘겨주면

구십 평생, 지겹도록 했던 고기 손질은 아직도 충분히 할 수가 있을 거라며

과자 값만 약간, 드리면 될게라고 했기에 세 사람이 손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집으로 올라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반주나 한잔 해볼까나?

미역 작업 중에서 아줌마가 물속일 담당을 하다 보니 미역줄기에 달라 붙어있던

게으른 전복 몇 알이 딸려 올라왔기에 호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왔다는데

몇 알은 썰었고 몇 알은 조림을 했다니 이슬병도 붙들어야하는 것 아니겠어? ^^;;;; 

 

다시 짐정리를 하면서 어젯밤에는 별다른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는 생각이 났는데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셌고,

모기는, 악마같이 달라붙고, 고기 잡기도 바쁘고 높은 습도에 고장이라도 날까봐

디카고 폰카고, 비닐봉지에 꽁꽁 싸매어서 깊숙이 넣은 것이 카톡이나,

문자와 통화의 공해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소리도 안 나게 해두었었으니

소음과 공해에서 벗어난 자유의 밤이 언제까지나 이어졌으면 좋긴 하겠다만

마나님께는 또 보고의 문자는 날려야겠지?

 

이렇게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날들 속에서 현시에 적응이 안 되는 느낌과 갈증에

인간의 숭고함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에고 졸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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