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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칠말팔초 2 (七月 末~八月 初)

by 찌매듭 2016. 8. 16.

 

아침부터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물줄기 밑을 오랫동안 떠나지를 못하고

매달리고, 또 매달리기를 반복하다가 소금 간을 한 고기를 냉동고에 넣고

아저씨가 올라왔기에 물줄기를 양보했고 잠시 공동작업에서 빠져나와 급히 올라온

아줌마가 차려준 늦은 아침밥을 먹고 선풍기바람을 쐬다간 잠시 의식을 잃었다.

 

낚시놀음을 할 때는 피로를 잊는지 서너 시간도 채 안되어 눈이 다시 떠졌고

잠시 뒹굴 거리다가 크게 입맛이 당기지도 않는 점심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밥을 차려주려고 올라온 아줌마의 성의를 보아서라도 한술 떠야했고

끼니를 거른다는 것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삼시세끼 삼식이 철학관을 지닌

민박집 아저씨의 철저한 의식구조 때문일 게다.

 

 

둘째 날 밤의 포인트로 점찍은 곳은 아저씨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는 건너편

큰 섬 끝에 있는 좁은 홈통이 어떠냐는 말이 나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신발짝만한 볼락이며 쏨뱅이를 통대나무로 낚아내던 곳으로

으슥한 굴이 있는 곳이라는데 앞쪽의 트인 바다 쪽으로는 낚시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뒤쪽 깊숙이 이어진 좁고 작은 홈통은 흘깃, 넘겨다나 보았던 곳이었나?

 

 

 

 

 

지팡이 소리가 나는 것이 노선장이 집에서 내려오는가 보다.

 

오늘 가고자 하는 곳이 작은 홈통속이라니 너울과 바람이 넘어와 오늘은 그곳에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일단 가보고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근처에 이르러보니

어렵게 내릴 수는 있겠으나 밤에도 바람이 자지를 않는다면 고생만하고

고기도 못 잡을 것 같기에 되돌아 나오다가 의지가 되는 곳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너무나 익숙한 자리이기도 하고 평생 동안 절대로 잊지 못할 무서운 경험이 남은 곳이다.

 

들 썰물을 볼 수가 있는 곳이긴 하지만 썩, 편하지 않은 발판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지도 않겠고, 물 흐름이 빠르지가 않고 맴돌기에

큰 고기가 안 들어 올 것이라는 겉눈으로만 보고 판단되는

겉멋이 든, 낚시꾼에게는 해당이 안 될 수도 있는 곳일 게지......

 

물이 크게 내려앉기 전에 큼지막한 고기들이 잡혀 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물속도 익숙할 곳이기에 준비를 하고 채비를 담가봤지만 얼룩덜룩한 고기는

흔적도 보이지를 않았고 어두워지도록 마땅한 물고기 구경을 못했기에

안쪽에 있던 아저씨는 농어나 돌돔, 참돔은 포기하고

볼락이나 우럭, 쏨뱅이나 낚아야겠다며 더 깊숙하게 들어가 버렸다.

 

늦은 저녁 도시락을 자정이 되어서야 풀렸는데, 깊숙하게 들어가서도,

너댓마리의 반찬거리만을 낚았다는 아저씨의 푸념에 오늘은 고기가

다가오지를 않는 날이 아닐지,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좀 더 열심히 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치며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 새벽 1시경이었다.

 

물방향이 깊숙이까지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수심을 조정하여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수온이 약간 내려간 느낌이 있기에 평소보다 깊게 주기로 하고

찌매듭을 몇 번 당겨보곤 청개비 세 마리를 끼워 멀리 던져 보았다.

 

낚시점의 배가 손님들을 철수시키기 위하여 배를 들여보낸다는 편에

새로운 청개비 한 박스를 더 보내달라하였으니 미끼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이렇게 고기가 안 잡힌다면 가져온 청지렁이 한판도 남을 판국이니.....

 

 

 

 

 

 

왔다리 갔다리 하던 물방향이 아래쪽으로 돌아서면서 그제야

크고 작은 참돔들이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는데 작은 것은

깻잎만한 것도 있었으니 바쁜 시간에 애를 먹이는 것이 밉다, 미워.......

 

가끔가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당찬 것도 섞이다 보니 뜰채를 사용하기도 번거로워

모조리 들어 올리다가 버거운 것이 있었는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낚싯대가 부러져 버렸다.

(에구, 견적이 나와 버렸네...... )

 

다른 낚싯대로 바꾸어 펼쳐들다 보니 세 번째 토막의 고정가이드가 이탈이 되어

안쪽으로 밀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굵고 강한 대니, 적당히 고정시켜주어도 상관이 없겠지........’

 

고기들은 근처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는지 낚싯대를 새로 펼치는 시간이 지났어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큰 것, 작은 것, 적당한 것, 그저 그런 것, 에게게한 것까지

종잡을 수 없는 크기의 참돔들이 줄을 지어 달려들었는데

뜰채도 대보았다가, 들어올리기도 하다가, 귀찮아 지는 순간에 들어 올린 것이

또 무게가 제법 나가는 크기였던지 , , , ~!!!!’ 요란한 소리와 함께

꺼림칙했던 부분에서 또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또 낚싯대며 채비를 바꾸어야겠는데 몸이 지쳐가는 시간대이니

한 단계 가볍게 가기로 하고 선상낚시를 한다면 몰라도 만재도 에서는

어울릴 것 같지가 않은 야리야리한 2호대를 꺼내어 채비를 했는데

독한 구석이 있는지 코브라를 닮겠다는 상표가 붙어 있으니

어디, 이름값이라도 한번 해보려무나.......

 

 

발을 딛을만한 곳이 있는 아래쪽까지 내려가서, 귀찮더라도 뜰채를 사용하기로 하고

또 한 번 새로이 힘을 내보기로 했다.

 

2호대를 쓰니 그립감도 좋고 무게도 가벼운 것이 지푸라기를 들고 있는 것 같았는데

몸도 편하고 연하니 계속, 이걸 사용해볼까?!

 

몇 번 더, 뜰채를 사용하고 나니, 네 시가 넘어갔는데 어렴풋이,

날이 밝아 오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가볍게 찌가 잠겨드는 입질이 눈에 들어 왔기에 농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뒷줄을 감으며 하나, , 셋을 어림하며 대를 세웠는데 무겁게 느껴지는 느낌에

어쩌면 이 고기가 오늘의 마지막 고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쪽으로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아저씨를 불러야할지를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

거기에서 여기까지 서둘러 오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쩔까 싶어

혼자서 처리해 보기로 하고 침착하게 안정된 자세를 잡았다.

 

몇 번이고 소름이 끼치는 스풀을 풀어대는 기계음이 울려댔고

있는 한껏 놈의 기운을 빼고 물위에 눕힌 후에야 뜰채를 사용하겠다며 서두르지를 않았다.

 

느낌상으로는 70급으로 선상낚시에서는 쉽게 꺼낼 수가 있는 크기겠다만,

갯바위에 가깝게 다가왔던 놈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스퍼트를 한다면

선상낚시에서의 90급 이상의 힘을 내는 것이 갯바위 낚시의 위력이다 보니

원줄 150미터 정도가 감긴 스플에서 순식간에 남은 원줄이 모두 풀려 나가면서

속의 맨살바닥을 보이다가 탱~! 하고 찌까지 달고 통째로 사라지고 마는 기가 막힌 경험을

만재도 마니아라면 몇 번씩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차, 하고 손을 대보거나 스플을 조여 보지도 못하고 새로 감은 원줄이며 찌 까지

순식간에 없어졌겠지만 아깝다거나 얼마의 비용이 날아갔는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금 잠시 이상한 꿈을 꾼 것이 아닐지, 멍한 순간에 그저 이것저것 따질 사이도 없이

기가 막힌 카운터펀치 한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들을 했을 게다.......

 

신중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오늘의 마지막이 될, 이 고기를 건져내면 짐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띄우고, 또 띄우고,

놀리고 또 놀리면서

놈이 있는 힘을 모두 소진하도록 애를 쓰는 알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고

드디어 참돔이 수면에 몸을 눕혔다......

 

큰놈일수록 늘어지면 꼼짝을 안하는 참돔의 습성대로 물위에 허연, 배를 위로 보이고

벌렁 누운 몸체를 보고서야 뜰채를 움켜쥐고 한발씩 내려갔는데

중썰물이 진행되었기에 내 딛는 발판까지는 물이 튀지 않은지 오래 되어

제법 딛을 만 했고, 깍인듯한 갯바위 모서리로는 물살도 부딛지가 않아

잠잠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가볍게 물이 밀려 올라오는 순간에

쉽게 뜰채에 담을 수가 있었는데 어느 틈에 왔었는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아저씨가 제법, 큰 고기를 낚았다며 소리를 쳤다......

 

 

물고기가 가장 활발하게 먹이를 취하는 시간대이긴 했으나 아무렇게나 어느 곳으로 던져도

바로 입질이 닿는 폭발적인 순간이 이어졌는데 이렇게 참돔이 많을 수가 있나?

 

너무나 참돔이 많이 있으니 돌돔이나 다른 물고기가 미끼를 물어줄 순간이 주어지지를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이번에 물리는 물고기를 마지막으로 낚싯대를 걷어야겠다고 생각하곤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기에 그대로 들어 올려 물고기를 받으려는 순간,

낚싯대가 꺾어져 버렸는데 첫 번째 대의 이어지는 속대와 겉대가

물려 있는 부분이 벌어져 버렸다......

 

'뭐양? 벌써 세 번째....... ㅜㅜ'

 

날이 밝기가 무섭게 노선장의 택택이가 머리를 디밀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노선장과는 어젯밤 초저녁에 고기가 낚이더냐며 묻는 통화가 있었기에

서너 마리를 낚았다고 했으니 그 후로 얼마만큼의 고기를 잡았을지는

배에 싣는 짐 보따리의 무게를 눈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테니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을게다, 말없이 빙그레 웃는 것으로 묻고 답하기가 충분하다보니

민박집 아저씨도 같이 한마디 거들뿐이다.

 

형님이 자기가 내려준 곳에서 고기를 잡으면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요,,,,,,”

 

 

또 작은 아저씨가 비늘치개를 손에 움켜쥐었으나

어제 보다 손질할 고기가 더 많으니 고단할 노릇이다.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수온이 내려가서 볼락이면 반찬거리 고기를

많이 잡아 나오지를 못했었는데 바깥쪽에 있던 나만 크고 작은 참돔들을

고기 담는 부대가 터져 나가도록 담아 갖고 나왔으니 이제 몸살이 나도록 손질이나 할 수밖에......

 

 

아침녘의 미역작업 시간이 오늘은 일찍 끝이 났는지 아줌마가 달려 내려왔고,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고기 손질을 함께 했기에 수월하게 끝을 낼 수가 있었다.

 

열기나 우럭, 농어 같은 고기들은 그물이나 주낚으로 많이 잡는 고기이나

참돔이나 돌돔 같은 고기는 귀하게 대접하는 종류이기에 몇 마리고 가져가서

찌개와 찜도 하여 아침 반찬을 하자고 하니 오랜만에 싱싱한

참돔반찬 구경을 하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노선장과 함께 서너 척의 배가 그물이나 주낚을 놓아 열기며 우럭, 농어들을

조금물때마다 잡곤 하지만 공동미역작업기간 동안에는 암묵적으로 그물이나

주낚작업을 하지 않기에 생고기 구경을 한지가 한 달이나 되었을 게다.

 

설사 집에 두 명의 식구가 있어 한사람이 의무적으로 미역작업에 나가고 손이 남아

배를 움직인 다해도 잡아온 고기를 손질할 아줌마나 할머니가 한사람도 없으니

고기를 잡아 온들, 어쩔 도리도 없겠다마는......

 

아침밥도 먹지 않고 물이나 한번 뒤집어쓰고 그대로 잠을 자면 좋겠는데

잠시 자고 일어나 멍하게 오후에 사용할 물품 정리를 하려면 번번이

빼놓고 나가는 것이 있기에 먼저 오후일정 정리부터 하려고 짐을 한번 뒤집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

창고에 넣어 두었던 여벌의 낚싯대도 찾아서 보충해 넣었고

아저씨가 두 번이나 갯바위에 들이대어 파손이 된 전지찌도

보충해 넣었는데 도대체 왜 찌를 건너편의 갯바위에 쳐박는거얏???????

 

어서 서둘러 물도 뒤집어쓰고 의무적으로 아침밥을 한술 떠 먹어야했는데

얼마 전의 새벽까지도 만재도의 물속을 헤치고 다니던 참돔이

어느 틈에 아줌마의 손을 거쳐 찌개도 되고 조림도 된 반찬으로 변하여

아침밥상 위에 올라왔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