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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아듀~! 2015년 만재도.(다시 한 번 깃털의 입질을 기대하며......)

by 찌매듭 2015. 12. 29.





 
부지런들도 하다......
아직도 어두운 새벽기운이 짙은데 누군가는 벌써 준비를 마치고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젊은 선장은 어젯밤에 한두 잔을 했는지 내려올 기미가 없고.....
오늘은 세물이라는 기대감에 늦도록 낚시를 해볼 생각이기에 여벌의 밑밥도 챙겼으니 
어느 쪽으로 가볼까?
약간의 알코올냄새를 풍기고 나타난 선장에게 좌측방향으로 가보자고 손짓을 했지만 
바람방향과 강도로는 우측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약간, 정원초과를 한 상태였기에 몹시 울렁거리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는지
먼저 내려 보려고 어제낚시를 한 자리를 지나치면서는 한 번 더 내려 볼까도 생각했다가 
누군가가 내리겠다기에 남대문 골창을 돌아서게 되었는데
이 바람 속에서라면 더 안쪽으로 들어간 녹섬쪽으로 간 다해도 자리가 없을 판국이다......
좋은 곳이긴 한데, 너무 일찍 내려야 하는 곳이다 보니 매력이 없을까?
묵묵히들 서있는 낚시꾼들을 헤치고 십 여 명 중에 두 번째로 갯바위를 딛게 되었다......
언젠가 서 씨 아저씨가 만재 도를 찾은 지, 십 년째가 되어서야 오짜급 감성돔을 
처음으로 안겨준 자리로 서 씨 아저씨의 단골 자리가 된 곳이지만 더 안쪽의 
깊숙한 곳에서 새의 뽑혀진 깃털이 바람을 타고 올라갈 때를 맞춘 당찬 입질에 놀라 
대물을 안아본 자리이기도 하니 또 한 번 깃털의 입질을 기대해 볼까나?
물이 들어차는 시간대를 기다리기에도 넉넉하니 서두를 것이 없는지라,
천천히 간출여가 잠기는 시간대를 계산해 가며 안전하게 발걸음을 옮겨가며
짐도 옮겨 놓고 채비를 하며 발밑에 밑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도 
망상어 떼와 학공치떼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으니 어찌해야 할까?
물색은 또 어찌나 맑은지 휘둘리는 파도 속에서 물 바닥이 보일지경이었다......
물이 적당히 들어차고, 원하는 고기가 따라 들어오기를 갈망하던 시간대까지 
열심히 집중을 해보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이 황금 시간대가 지나갔고 
노래미의 흔적도 사라지고 말았으니 수온까지 떨어진 모양이다......
자리를 옮겨서 서 씨 아저씨가 했던 곳으로 이동을 했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서 있기도 불편했기에 낚싯대를 붙들고 있는 시간보다, 쪼그리고 앉아 바람을 
피해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더 이상, 낚시를 한다는 것이 힘들게 되었다.




어느 틈에 놓고 간 도시락이나 뜯어 먹어볼까?
아줌마가 별도로 넣어준 김 한 봉지와 크지 않은 생선떼 반찬으로 절반 넘게 
밥덩이를 넘기다가 받침대에 걸어 놓아둔 낚싯대의 움직임이 있어 고기 한 마리를 
거저 잡긴 했지만 집나온 고기였을까?,
아님, 제정신이 없는 고기였겠지.....
언젠가, 추자도의 푸렝이섬 허리에 있는 자갈밭 부근에서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별다른 조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진이나 찍어볼까고 걸음을 옮기다가 그럴싸한 웅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고기를 잡아서 몇 마리 넣어 두면 귀찮게 꿰미 줄도 
내릴 필요도 없고 기포기를 튼 물가방도 필요가 없을게다.
문제는 이곳에 넣어둘 고기를 잡는 것이겠는데, 헛것을 보았는지 멀리 물속에서 
지느러미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고 물속 지형 물도 보였는데
소머리 섬에서도, 연목근처에서도 목줄만으로도 낚시를 하면 닿을 듯이 얕은 곳에서 
고기가 물려 나오기도 했었다.
밖미역섬 에선가는 크릴미끼가 끼워져 있는 바늘이 물살에 밀려 올라와 
훤히 보이는 물속의 바위덩어리를 타고 넘는 것이 보였기에 걸림이 있을까하여 
들어 올리려는 순간,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난 감성돔이 몸을 옆으로 눕혀가기까지 하며 
쫓아와서 물고 늘어지기에 직접 눈으로 보며 감성돔을 잡는 기이한 경험도 해보았었다.
마침, 들물이 시작되기도 했기에 점점 수심이 더 나올 것이니 이곳에서 낚시를 
해보기로 하고 낚시 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낚싯대와 밑밥 통만 가져오기로 했다, 
(아참, 그래도 모르니까, 뜰채도...... ^^;;)
짐작대로 수심이 깊지가 않아 짧은 목줄위로도 얼마 되지 않게 원줄이 넉넉하지가 않았고 
맑은 물색으로 예민한 입질이 있을까하여 0.5호 정도의 막대찌를 준비하여 던져 보았는데 
과연 고기가 물어나 줄까? 아니, 있기나 할지.......
잠시 지켜보다가 요기(尿氣)를 느꼈기에 밑밥 통에 낚싯대를 기대어 놓고 
양물을 꺼내 들었는데 볼 사람도 없는 한적한 섬에서 거리낄 것이 없겠는데도
뒤로 돌아서서 일을 본 것이 본능적으로 양반 기질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갑자기 ‘후닥닥’ 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돌아보니 릴의 핸들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레버를 제대로 돌려놓지를 않고 그대로 던져놓았던가 보다......
다급함에 제대로 옷매무새를 추스르지도 못하며 이곳저곳, 흔적을 뿌리고 묻혀가며
낚싯대를 움켜쥐고 보니, 쉽게 제압하기가 어려운 대물임이 분명했다.
기록어로도 충분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감성돔이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무사히 뜰채에 담겨졌고
물웅덩이 속에 가두어 둘 수가 있었는데 약간, 흥분을 했던가 보다.....
약간 떨리었을 손가락으로 재차 미끼를 끼워 던지고 보니, 막대찌가 보이질 않았다.....
어찌된 것인지 확인을 해보니 막대찌의 톱 부분이 떨어져 나갔던데 그, 급해진 상황에서 
다시 채비를 해야 하다니.......
그때만 해도 날아가는 파리도 젓가락으로 낚아채는 흉내를 낼 수가 있던 때였기에 
재빨리 새로운 구멍찌 채비를 하여 몇 마리의 감성돔을 더 낚아 낼 수가 있었는데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낚시꾼 두 명이 서둘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추자도에서도 겨울철의 짧은 낚시 시간이 끝난 시간이었다.
철수를 하려면 수심이 어느 정도 나오는 처음에 내렸던 곳으로 가야만 
배에 오를 수가 있는 곳이었다.
그 후로도 기회가 닿으면 푸렝이의 자갈밭 옆 그곳은 매번, 환희의 순간을 선물해 주는 
나만의 특정 포인트로 각인되었는데 추자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 갈 수가 있다면 
또 한 번 그곳을 찾게 되지 않을까?!



천천히 도시락의 남은 밥을 비워 갔지만 더 이상의 횡재수는 없었고 점점 더, 
바람이 거세어졌기에 아예 짐을 싸버리고 말았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기로 하고 전파가 잡히는 곳을 찾아 기웃거렸지만 
통화권 안에 들지를 못하니 배를 오라고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선장의 아들과 아저씨에게 배를 보내라고 문자를 두어 통 날려 놨지만 
제대로 연락이 되기나 했을지......
늦게나. 배가 온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이나 남았으니 남대문 통속 끝까지 들어가 보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봤다......
더 이상 갈수가 없는 끝의 절벽 밑까지 들어가 몇 번이나 밤낚시를 해본 
발판 하나뿐인 오뚝한 자리를 쳐다보며 어떻게 저런 곳에서 밤을 하얗게 지새웠는지 
혀를 차보다가, 차라리 건너편의 아래쪽에서라면 뒤로는 돌돔이나 참돔도 볼 수 있고 
안쪽으로는 볼락이며 온갖 훌륭한 반찬고기들이 떼를 지어 있으니 다음번 여름밤에는 
이쪽으로 내려 봐야겠다고 침부터 발라보는 생각도 해보면서 아직 물색이 그럴싸하니 
남은 시간동안 볼락이라도 잡아볼까? 속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입구 쪽에서라면 농어까지 붙는 곳이니 여름밤에 지루할 리가 없는 좋은 곳임에도
찾는 이가 없는 젖혀진 이유를 모르겠는데 어찌 낚시 대상어인 물고기가 돌돔이나 참돔뿐일까?
편히 자리를 잡고는, 볼락과 쏨뱅이, 노래미에 우럭과 큼지막한 농어도 마릿수로 낚으면 또 될 것을.......
7미터짜리 장대가 들어있는 가방 속을 뒤지려는데 건너편의 섬쪽에서 다가오는 것이
젊은 선장의 배가 분명했다. 손을 저어 불렀지만 보지를 못했는지 본섬으로 가버렸는데
전화기에는 배로 연락을 했다는 문자가 찍혀 있었기에 그대로 잠시 기다려 보니
곧바로 배가 돌아왔기에 오늘은 제일먼저 본섬으로 돌아들어온 낚시꾼이 되었던가?! ^^;;




고기가 많이 잡혔는지, 거센 바람 속에서 그물을 거두어 오는 것이 늦었는지, 아직도 
고기 손질이 한창이었다.
삼시세끼라는 방송 탓에 고기 주문이 늘었다는데 준비되어있는 그물을 놓을 일손은 
점점 줄어들고 선장과 아저씨는 기력이 떨어지고 움직임도 굼떠졌기에 
목포에 있는 선장의 아들들이 조금물때면 잠시 짬을 내어 들어와서 도와주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매번 그만큼씩만 잡히던 물고기가 갑자기 많이 잡힐 리가 없다.....
적당히 잡고 작은 고기는 살려 주어야하는데 마구잡이로 잡아내고 촘촘한 그물로 
바닥을 긁어가며 씨를 말리는 행위는 제 손가락으로 눈을 찔러서 제 눈을 멀게 하는 행위다.
그물을 놓는 것도 수십 년간 그대로이고 잡히는 고기도 정해져 있는데 방송을 보고 
늘어난 주문으로 백여 상자가 밀려 있다니?! 그렇다고 그물을 더 구입할 수도 없다. 
설치할 일손도 없고 관리하기도 버겁고 어업이 끝나면 넣어둘 곳간도 없으니 
쉬운 일이 아니겠지......
또 양은냄비 끓듯이 끓어 오른 호기심 같은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져 갈지도 알 수가 없으니
그저, 갯가에 있던 거북손에까지 피해가 넘쳐날 뿐이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 연락을 해와서 열기를 보내달라는데 벌써 밀려 있는 것만도 백 짝이 넘어요.......”
“잡히는 양은 정해져 있고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그물작업이니 그 사람들 것은 보낼 것이 없지요....
“그럼, 내 것도 없겠네? 몇 집 것을 부탁 받아왔는데.....”
“아유~~~!! 매듭님 것은 있지요~~~!!!! 다른 곳을 안보내면 되는데요~~~!!! ^^;;”
해마다 이때쯤이면 잡아 놓은 생선들이 수십 상자가 쌓여 있기에 쉽게 냉동고를 멈추지를 못하고
해를 넘기기도 했는데 방송 덕에 약간 일찍, 전기료를 아낄 수는 있게 되었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만,
배의 배터리를 이용하여 물을 끓일 수 있는 전기포트까지 내려다 놓았다며 따끈한 커피 한잔을
선장의 아들이 가져다주었기에 잠시 섬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있었다.
물때가 좋던 나쁘던, 날이 궂으면 그물을 칠 수가 없다. 
저녁에 내려놓고 그 다음날 아침에 거둬내지를 못하면 그물에 걸린 고기를 새우나 소라, 
골뱅이들이 달려들어 뜯어먹고 빨아먹어 빈쭉쟁이를 만들어대니 오래 그물을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우직하게 말없이 손을 놀리며 우의(雨衣)를 벗는 날이 저승 가는 날이라며 
묵묵히 일을 하는 노선장도 벌써 칠십을 훌쩍 넘겨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바다로 나가는 일상을 반복한다. 
우리네들도 대부분이 극적인 인생을 살아왔겠지......
더군다나 낚시꾼이라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지금까지 여러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겨가며 
안 죽고 살아있으니 또 이만하면 된 것 아닐까?
잠시 방파제의 끝까지 걸어가 봤다.......
조금 더 확장하고 별나게 생긴 테트라포트로 둘러쌓았기에 식구들이 더 늘어난 건지
지난해보다 갈매기의 숫자가 더 많이 늘어났다.....
웬일인지 손수레도 늘어났고.......
소금물과 물고기가 걸려든 흔적으로 삭은 젓국 내가 벤 그물들이 노란 플라스틱 상자에 
손질을 마치고 담겨져 이제 금년의 일을 마치고 잠시 창고 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하게 될 것이다.




올라가는 길목의 첫 번째 집에는 해마다 이때쯤이면 찾아와서 한 달씩 묵고 가는 
손님들이 잡아서 걸어놓은 고기들이 처마 밑에서 땡그렇게 말라가고 있었고 
삼시세끼라는 방송을 촬영했던 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할머니의 집은 
도배며 장판이며 손질을 해준다고 자재를 들여왔던데 싱크대며 냉장고까지 바꾸어준다니 
수지가 맞으셨을지 모르겠네?
하기사, 이런 천연세트장을 그 값에 어찌 설치하리????
이르게 들어온 날이니 돌담 쌓은 길이 끝날 때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마지막 집의 문 앞에 이르러서야 더 이상 갈 길이 없음을 알고 되돌아섰는데
바다가 아까보다는 더 편안해 보이는 것이 내일은 더 잔잔해지지 않을까?
더 이상 심을 것도 없는 때이니 휑한 누구 네들의 귀한 텃밭들을 둘러보다가
이곳에서는 귀할 호박들이겠는데 왜 거두지를 않았는지도 궁금했는데
돌담위에 올라와 있는 이상한 낡은 손목시계는 또 뭐람?
언젠가, 시계를 안 갖고 낚시를 왔었기에 민박집 아저씨에게 손목시계가 있으면 
며칠 빌려달라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태엽을 감아서 작동하는 
색 바랜 시계를 꺼내 주었는데 결혼기념으로 장만한 시계였다고 했다. 
자칫하여 물속에 빠트렸다가는 어찌 배상하여야할지 모를 판이었기에 
낚시 가방 속에 넣어 두고 볼 때마다 꺼내야 했던 귀찮음에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던 적이 언제였었지?
이제, 전기가 들어 온지도 이십년이 되었는데 취사용 가스통을 밑에서 부터 
날라 오기가 힘이 든다며 전기를 사용하는 인덕션렌지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난방용 보일러의 연료도 배터에서 부터 올려와야 하니 전기장판으로 바꾸어야겠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이 섬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섬이 되고 말 것이라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오늘은 노래미까지 그러모아야 회맛을 볼 수 있는 날이 되어 버렸다.
밥상자리도 시시껍질하게 끝나버렸기에 방으로 돌아와 잠시 누워있는데
아저씨가 그물로 고기 잡는 일들이 오늘로 끝이 났으니 내일아침에는 
금년의 첫 감성돔낚시를 가봐야겠다고 낚싯대를 들고 와서는 낚시용 장화와 조끼가
새로 생겼다고 자랑 질을 시작했다......
“이거이 촬영하던 사람들이 놓고 간 것들인데 발에 맞기에 하나씩 챙겼지, ㅎㅎㅎ”
누가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방으로 찾아 온 아저씨도 손님인데
맨손가락만 빨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몇 가지 간식거리로 크게 환영을 해야지....ㅎㅎㅎ
방송에서 보면 만재슈퍼에는 제법 간식거리들이 있는 것같이 보이던데
저것도 연출이겠지? 이십 년 전 전기가 들어오면서 만재슈퍼가 생겼고 
냉동고도 들여 놓았지만 아이스크림은 갖다 놓을 수가 없기에 다시 얼리면 되는 
비닐튜브에 담긴 얼음과자만 있었던가? 잡은 고기를 목포까지 얼음기운이라도 
남아있게 하려고 그것도 발 빠른 사람이 먼저 달려가 몽땅 휩쓸어 가는 바람에 
나누어 달라고 사정 하는 사람도 생겨, 웃돈 아닌 웃돈을 달래기도 하는 촌극도 생겼었는데.....
주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오래두어도 상하지 않을 
말라비틀어진 과자 몇 가지만 있기에 그 다음번부터는 철저히 준비를 해가기 시작했는데 
집에서는 군것질을 안 하는 편이지만 많이 준비해 가서 남겨 두고 오면 여러 사람들의 
한동안 군것질이 되기에 가져 갈수 있는데도 가져가곤 한다.
사먹는 사람도 없는 섬에서 갖다 놓아봤자 팔릴 것이 없기에 이름만 걸어놓은 
만재슈퍼였지만 방송촬영이 속편이 생기면서 드나드는 사람이 개업 이래 최대였기에
몇 가지 품목을 늘여서 준비해 두었다가 반찬값이라도 생겼다나 보다.
이번에는 궁리 끝에 개점이래 처음으로 취급해 보는 컵라면까지 두어 박스를 준비해두었는데
몇 십 명의 스텝들이 지나가면서도 컵라면만은 사가지를 않더란다......
뭍의 편의점같이, 뜨거운 물을 준비해 주지도 못했겠지만 밥차가 따라다니는 방송의 특성상,
끓여 먹는 라면이 미적지근한 물을 부어 불려 먹는 퇘퇘한 면발보다는 또 낫지 않겠어?!
덕분에 지나가다 마주치는 섬주민이라도 있으면, 새로운 인사가 생겼다는데
(컵라면 한 사발 하실래요?) 
아무도 거들떠보지를 않는다는 거지........ -,,-
할 수없이 슈퍼주인은 옆 사람과 둘이서 각각 한 박스씩의 컵라면을 먹어치워야 했고.......
섬사람들은 지나치게 매운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지만, 라면도 그다지 즐기지를 않는 것이
비상식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두었던 라면이 어느 날 눈에 띄어 먹어보면
속이 더부룩하고 끓는 것이 매번이었는데 밀가루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너무 오래전에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의 쩔음이 원인이었던 것을 몰랐던 거다......
주방의 선반위에 얹어져 있는 한 뭉텅이의 라면은 지난번 가을에도 본 것 같은데......쩝....
오늘도 집을 떠나 그리도 원했던 바다의 갯바위에 올라섰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기만 했다.
오늘의 우리삶이 뜻대로 되지를 않고 길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과 욕구가 바로 해결되고 해보고자 하는 것들이 
자기의 생각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그저, 하늘의 뜻이려니 하고 
무덤덤히 받아들일밖에....
가끔은 이렇게 충동적인 떠남의 욕구가 제대로 숙성되지도 못하고 
설익어 터져 나오기도 하는 것이 혼자만의 배설으로라도 해소되기를 
바래보는 것이 아닐까?!
잠도 안 오니 굳게 닫아 두었던 창문을 활짝 열고 불에 데인 것같이 
한밤중의 달빛을 쏘여가며 그런 쉬운 황홀감에라도 빠져볼 필요도 있을 터이다....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긍정의 시간을 체험해본다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되기를 바래보면서...
점점 시간이 사위어 드는 만재도 에서의 잠들기 아쉬운 밤이었지만 
또 무엇이 고단했었을까?
이불자락을 당겼지 싶었는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꿈 없는 단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