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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食 道 樂 · 비틀기

생선회를 우리는 언제부터 먹었을꼬?

by 찌매듭 2011. 4. 11.

 

 

낚시를 갔던 후배가 좋은 회감을 장만해 오면서 일본산 회간장과 와사비까지 준비해 왔다.

이제 이슬을 흩뿌릴 일만 남았는데 육고기보다 생선회를 안주로 하면 다음날 숙취도 덜하고

속도 편한듯한데 과연, 술안주로는 생선회가 가장, 좋은 것일까?

 

유별나게 따지는 미각(味覺)이란 것이 인간들만의 문제인 것 같은데 개(犬)에게는 아무리

맛있는 것을 주어도 천천히 씹어가며 맛을 보기는커녕 허겁지겁 삼키듯이 먹어버리기만 바쁘니

맛을 안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일 것 같은데 마른 오징어라도 구울라치면 정신없이 자고 있던 개새끼가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것을 보면 냄새로 먼저 판단하는 것이 분명하다.

개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닭 뼈와 돼지비계, 마른 오징어는 3대 금기로 여기기에 예뻐라, 하는 개에게는

주려고 하지를 않으나 먹겠다고 기를 쓰고 달려드니 담배나, 마약, 술등과 함께 위장에 해로운 강한

향신료를 멀리 하지 못하는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

 

서울근교에서 개를 수십 마리 기르는 집에 가보니 대형 냉장고 안에는 비엔나소시지가 가득했는데

마트 등을 돌며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모아다가 개먹이로 사용한다고 한다.

 

개라는 동물은 송곳니가 가장 발달되어있는데 이는 먹을 것을 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덩어리가 큰 것을 잘게 찢어 쉽게 삼키기 위함이다.

비엔나소시지를 그대로 주면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기에 표면이 매끈한

소시지가 소화도 안 된 상태로 원형 그대로 나와 버려 꼭, 분쇄기에 갈아 먹여야 한단다. 

 

 

사람이 맛을 느끼는 순서는, 음식을 보면 먼저 맛있겠다는 느낌이

뇌로 전달되고 그다음에 냄새를 맡음으로 2차로 자극을 받는 순서다.

그 다음으로 입에 음식을 넣고 혀로 맛을 느끼는 순서기에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나 요리라도 모양새가 없거나 냄새가 이상하여

맛이 없겠다 싶으면 식감이 줄기에 음식은 요리처럼 눈으로 먹는 시각이 중요하다.

보기 좋게 장식까지 하여 멋진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음식은 살기위해 먹는

음식이 아닌, 먹기 위한 요리인 것이다.

 

횟집에서 생선회를 모양 없게 썰어 막 접시에 담아 내온다면 시각효과를

포기한 것이기에 맛도 없을 것 같고 싸구려라는 인상이 먼저 주어질 테니

그만큼 식감도 떨어질건 뻔하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 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게다.

 

집근처에 강구 항이라는 간판의 음식점이 있었다. 동해안에 있는 어느 지역의

이름을 내건 그 횟집은 다양한 생선의 종류도 없을뿐더러 먹는 방식과

차려 내오는 종류도 단순했다. 지역의 특성상, 생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날, 잡히는 크고 작은 생선들을 그러모아 가져와서는 막회 같이 썰어내는 식으로

여러 종류를 한데 모은 잡탕식의 막회였다. 자기야 어렸을 때부터 먹었기에 익숙했을

고향의 향수가 물씬 나는지 어쩌는지는 둘째치더라도 멋까지 무시한 이런 방식이

서울에서는 먹혀들 리가 없었다.

 

강구가 고향이라는 친구 놈이 선배가 한다는 이집을 찾아 갔던가 보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음식이야 좋았겠지만 불친절한 태도에 마음이 상했다는데

일부러 찾아간 친구 놈을 고향후배가 아닌 손님으로서 맞이하지는 못할망정

그쪽의 태생이 그러하겠지만 너무나도 무뚝뚝하게 대했다는데 친구 놈은

이젠 서울생활이 너무나도 익숙해진 서울사람이 다 됐는가 보다.

 

흔한 횟집들과 같이 곁들여 내주는 음식도 별로 없다보니 호기심에 한번씩

들른 손님이 다시 찾을 리가 없었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

자기 입에 맛있다고 남들에게도 맛이 있을 리는 없는 것이다.

 

 

생선회를 먹을 때는 특히 재료의 신선함도 중요하겠지만 담아 내오는 접시나

파세리 한쪽이라도 얹는 장식이 생선회의 맛을 좌우한다. 고해도 과언은 아니겠지만

낚시를 하면서 갯바위나 배위에서 먹는 즉석 회는 또 다른 별미이기에

특별한 치장이 없어도 맛이 있는 것이다. 

 

생선회하면 일식을 먼저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멋있고 깨끗한

인식을 먼저 주는 고급음식으로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깔보는 투로

왜식(倭食)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고급스럽다는 표현이 드는 일식에서도 정통 음식이라는 것이 예전부터

별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근래에 와서야 여러 가지 조리방법을 개발해내고

유통, 냉장 시설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한때, 외팔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국무협영화가 한창이었을 때 맛있어 보이는

중국요리가 나오는 장면은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은 저예산 영화였기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멀건, 죽 한 사발을 대나무 젓가락으로 한번 휘, 저어서는

물같이 마셔버리는 식사가 고작이었는데 집어 먹을 반찬도 없는데 젓가락은

왜있는지 모르겠다. 죽 한 사발 먹고 무슨 힘이 솟는다고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은 어렸었기에 신기하고 재미있음에 묻히고 말았지만 일본생활을 오래

하셨던 선친께서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숟가락으로 떠먹을 음식이 없는 젓가락 문화라고 하셨다.

 

원래 왕조가 없었던 나라는 내세울 음식문화도 변변치가 않았는데 왕조도

왕조 나름이다 보니 프랑스나 중국 같은 나라는 유별나게 요리문화가 발달했고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검소한(?) 나라는 쏘시지 에 감자만을 주재료로 하는 소박한(?)

음식문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을 보면 신대륙으로 건너간

이주민들이 어떻게든 굶어죽지 않으려고 재배가 쉽고 저장하기가 쉽고 수확이 빠른

감자가 식재료 1순위였는데 그때 당시로는 생선같이 구하기 어렵고 보관도 어려운 식재료는

생각도 못했을 게다. 오죽하면 감자에게 남작(男爵/baron/Irish Cobbler)이라는 벼슬까지 주었을까?

 

추수 감사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배터지게 한번, 먹어 보려고 뱃속에 옥수수와 감자를

잔뜩 쑤셔 넣은 커다란 칠면조를 구웠는데 차차, 형편이 나아지면서 소까지 잡아 먹을 만큼

풍족해졌지만 요리법이라야 불에다 구워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가 고작이었다.

궁리를 떨다가 생각해낸 것이 부위별로 나누고, 티본스테이크가 어떻고 어느 정도 구워야

맛이 있을까에 이르렀고 미디움이 어떻고 웰던이 어떻다고 요란을 떨어대기 시작한 것이

 스테이크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감자는 빠트릴 수가 없었지만.......  

 

 

한때, 드나들던 낚시점의 주인은 전직이 미8군의 요리사였다는데 시장에라도 들르면

튀김 닭 한 마리를 사면서도 기름의 온도가 맞질 않는다며 이렇군! 저렇군! 말이 많아

주위의 눈총을 샀는데 결국에는 입바른 사람이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그래봐야, 미8군 요리사라는 것이 양놈 취사병이지 별거 있어? 양놈들이

옛날에 감자밖에 더 먹었냐고? 우리 집사람이 미 대사관에 근무하기에

가끔 가보면 매번, 고기쪼가리에 감자는 꼭, 얹어 주더라고......“

 

 

우리는 생선회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문헌에서는 조선조 중기 이후에 생선회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데 조선조 광해군 때

유몽인(柳夢寅)이 지은 어우야담(於宇野談)에서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사가 주둔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회를 먹는 것을 보고 비아냥거리면서 더럽게 여겼단다.

그것을 본 우리나라 선비가 논어(論語)에는 육류나 생선회는 가늘게 썬 것이 좋다고

공자(孔子)도 좋아했다는데 오랑캐처럼 왜 그러냐고 반박을 했더니 아무 소리를 못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생선회 문화는 조선조 중기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짐작한다.

 

17세기 초 조선조 숙종 때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선 껍질을 벗기고

살을 얇게 썰어 천으로 물기를 닦아낸 후 생강이나 파를 곁들여 먹고 양념으로

겨자를 쓴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여름에는 얼음위에 올려 먹는다고 기술되어 있다.

 

대장금이란 연속극을 보니 산 생선의 회를 임금에게 올리려고 물통에 담아 옮겨가면서

여러 번 물까지 갈아 보았지만 결국 죽고 말아 애석해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바닷가에서

먹던 맛있던 생선회를 임금에게 올리려했지만 산소가 부족하여 물고기가 죽는 것을

몰랐던 시대를 풍자하였는데 과연 그때부터 생선회를 먹었던 건지? 생선회를 좋아하는

작가가 임의로 만들어 넣었겠지만 바닷가에서는 생선회를 일찍부터 먹었나보다…….

 

《어우야담(於于野譚)》

조선 선조 때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이 지은 당대의 문화의식 이야기를 모음집으로

일반적으로 조선후기 ‘야담(野談)류’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산림경제(山林經濟》

조선 후기의 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지은 농서.

수록 내용은, 복거(卜居:주택의 선정과 건축)·섭생(攝生:건강)·치농(治農:곡식과 기타 특용작물의 재배법)·

치포(治圃:채소류·화초류·담배·약초류 재배법)·종수(種樹:과수와 임목의 육성)·양화(養花)·양잠(養蠶)·

목양(牧養:가축·가금·벌·물고기 양식)·치선(治膳:식품저장법·조리법·가공법)·구급(救急)·구황(救荒)·

벽온(辟瘟)·벽충(辟蟲)·치약(治藥)·선택(選擇:길흉일과 방향의 선택)·잡방(雜方:그림·글씨·도자기 등을

손질하는 방법) 등 16개조에 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농업기술서나 농민경제서가 아니라 넓은 뜻의

향촌경제서라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생선회를 먹을 때면 고추냉이(와사비)를 곁들여서 생선회의 종류에 따른

고유한 향과 맛을 느끼면서 먹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온갖 야채에다가 마늘, 된장, 초장, 고추 등과

함께 싸서 여러 가지 맛을 한꺼번에 느끼자고 먹는 식이다. 그러니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사람들이

회를 먹는 방법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고 한다.

 

상추나 깻잎 등 온갖 야채에 생선회와 양념 된장, 마늘, 고추 등을 넣어 쌈을 싸서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생선회를 이렇게 먹는 것은 우리의 식문화가 쌈이나 비빔 문화인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생선도 소, 돼지, 닭고기와 마찬가지로 산성식품이기에 알칼리성 식품인 야채와 함께 먹는다면

중성화되어 산성식품과 알칼리식품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 건강에 좋은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류와 회를 먹을 때에는 상추에 마늘과 고추와 양념을 같이 싸먹으므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방법은

회나 고기를 제대로 먹는 방법이 아닌, 비싸고 귀한 음식의 맛을 포기한 셈이다.

 

이렇게 먹으면 마늘이나 된장 같은 양념의 강한 향과 맛으로 회나 고기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고

야채의 억센 섬유질이 회나 고기의 씹힘 성을 가로막아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한국의 시집식구들이 회를 먹는 방식을 보고는

도대체, 저렇게 쌈을 싸서 먹으면 어떻게 맛을 느낄까? 도저히 이해를 못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한국식으로 먹는 방식에 익숙해지며 입안에서

여러 가지 맛을 분류해내는 신기한 기술을 터득 했다고는 하나, 된장찌개같이

뚝배기나 냄비 같은 한 그릇 속에 숟가락을 넣어 같이 떠먹는 식문화에 적응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일본식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숟가락을 같이

넣기까지는 대단한 용기와 시간과 이해가 필요했다던가?

 

이제 부터라도 생선회나 고기를 야채와 함께 쌈을 싸먹지 말고 생선회와 고기를

먹으며 야채를 따로 먹는 방식이 좋겠다.

 

지금이야 뭐, 간염이니 뭐니 해서 위생한번 꽤나 찾게 되다보니 앞 접시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사용하는 그릇을 따로 내어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고 술잔을 돌리는

못된, 음주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각, 일병씩이라는 이상한 음주문화가

새로 생기다 보니 세상 참, 많이 변해간다.......

 

 

 

 

생선회도 한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먹게 된다면 패류(조개, 오징어, 문어)부터

먹기 시작하여 흰살 생선(광어, 노래미, 보리멸, 우럭, 농어, 볼락, 민어)을 먹은 후

붉은 색과 흰색이 반씩 섞인 돌돔, 감성돔, 참돔, 숭어에서 완전히 붉은 살색의 회를

먹는 순이 좋은데 참치, 방어는 맨 나중에 먹고, 기름진 생선이나 뱃살을 마지막으로

먹는 순서가 좋다.(전갱이, 고등어) 또, 다른 종류의 생선을 먹을 때마다 생강 초절임을

한쪽씩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져 옮겨가며 먹는 생선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다.

 

일본사람이 생선회를 먹을 때에는 간장에 와사비를 꼭, 곁들이는데 반하여,

우리는 고추냉이는 물론이고 된장과 초장 그리고 이것들을 한데 섞어 먹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먹는 방법은 된장과 초장의 맛 때문에, 생선회 맛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 호불호는 각자의 식성과 기호에 따르면 된다.

 

요즘, 횟집에서는 간장, 초장, 된장 등을 기호에 따라 선택하도록 모두 내놓고 있다.

비빔식성이라면 양념장을 이것저것 섞어 개인적으로 만들어 먹으면 되는 거고

어느 일식집에서는 간장게장의 등딱지속의 내용물을 긁어내어 회를 찍어먹도록

내놓기도 하던데 일단 입에 넣어서 맛이 있으면 비리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먹기도 하니 게장 맛인지 생선회 맛인지 알 턱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방질이 많은 생선은 선도 저하가 빠르다보니 비린 냄새를 풍기는데

이런 냄새가 나는 생선은 된장양념에 먹으면 비위를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지방질 함량이 많은 전어, 고등어 등은 된장양념류와 함께 먹는 것이 좋고 굴이나

멍개(우렁쉥이), 조개류와 오징어, 호래기, 문어, 한치 등은 초장에 먹어야 맛이 있다.

 

 

 

생선회는 육질이 단단한 돌돔 같은 어종은 얇게, 육질이 연한 참치, 방어류는

두껍게 썰어야 씹는 맛도 있어 맛이 있다고 느끼는데 생선 중에 가장 육질이

단단한 복어는 접시의 무늬가 비추도록 얇게 썰고 광어와 흰살 생선은 5~10mm 가

적당하고 부시리, 삼치, 등 육질이 연한 생선은 10~20mm 로 두껍게 썰고

기름기가 많은 뱃살부분은 보통 두께인 5mm 정도로 썰어야 느끼하지 않다고 하나

어떤 어종이든지 뱃살부분은 갈비가시를 발라내면 저절로 얇아지기에

두텁게 썰래야 썰 수도 없으니 생긴 대로 먹을 수밖에…….

 

 

횟집에서 생선회를 먹게 되면 고급 일식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횟집에서는

생선회가 나오기도 전에 쯔끼다시(突出し, つきだし) (부요리)라는 곁들이 안주가

반찬과 먼저 나온다.

 

가격에 따라 제법 먹을 만한 것도 있지만 깡통 옥수수에다 마요네즈를 넣어

튀긴 것도 아니고 구운 것도 아닌 철판위에 올라있는 정체불명의 어울리지 않는

안주는 대체 무엇이람? 대충 부쳐 내온 밀가루 범벅의 부침개에다가 갈치낚시에서

 미끼로나 쓰이고 가두리 우럭양식장에서 사료로나 사용하는 한 마리에 백 원 정도 하는

냉동 꽁치구이 까지 한 번 더 시켜 먹다 보면 상위에 있던 반찬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배도 찬 것 같으면 그제서야 생선회가 나온다. 또 어느 정도 술기운도 올라서

생선회 맛도 모르겠는데 멀뚱하게 잠시 들여다보고 있으면 매운탕까지 쫓아 나오며

밥은 몇 공기나 필요하냐고 숨넘어가게 재촉하니 정신이 없다…….

 

이렇게 해서 입맛을 달아나게 해야만 생선회의 양을 적게 내도되고 싱싱함도

알아챌 수 없게 한다는 음흉한 상술이 깔려 있겠지만 제대로 된 횟집에 가면

메인회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부요리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는

 ‘부요리로 나온 것 같은 회가 이렇게 좋으니 메인회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만 지리(매운탕)에 식사가 나오고 과일 한쪽에 매실차까지

나온 것을 보고서야 부요리로 나온 줄로만 알았던 회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으니 원......... -_-;; 

 

 

 

무채나 옥돌을 깔거나 돌 판 같은 것을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가

손님에게 싱싱한 회를 제공한다고 침을 튀겨가며 생색을 내는 집도 있지만

몇 번 손님상에 나갔던 것인지 손가락을 대보면 돌 판에는 냉기도 없다…….

 

낚시를 하다가 입질이 없으면 수온을 알아보려고 금속으로 된 낚시용 수중 찌를

코끝에 대보듯이 저 무겁고 투박한 돌 판을 들어 코끝에 대볼 수도 없으니 회를

한 점 집어 들고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면 뻣뻣한 것이 결코, 활어는 아닌 것 같고

미리 썰어 놓은 지 오래된 것이거나 이미 죽은 것을 냉장해 두었던 생선을 공수해와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된 낚시꾼이 아니고서야 쏘가리, 볼락, 보리멸, 돌돔, 감성돔, 벵에돔,

참돔, 벤자리, 쥐노래미, 호래기, 등의 자연산 회들을 어떻게 먹어 볼 수가 있겠으며

죽으면 바로 굳어버려 회로 먹어보기가 힘든 전갱이, 고등어, 갈치와 피가 많은

벤자리 같은 것은 아무리 빨리 공수해 와도 회로 먹어 보기가 어려운데 쥐노래미나

보리멸 같은 것도 현지에서 바로, 회로 장만해 먹지 않으면 굳어버려 제 맛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는 생선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로 ‘소주’를 선호하고 일본인은 정종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단다. 희석주인 소주와 발효주인 정종은 제조방법도 다르고,

알코올 도수도 차이가 나는데 단백질 식품인 생선회는 술에 취하는 속도를 완화하고

숙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에 술안주로 가장 적격이라지만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음식점에서라면 모르지만 얼치기가 아니고서야 험한 갯바위에서 술을 먹겠다고

유리병에 담긴 양주를 가져가진 않을게고 양도 많은 페트병 맥주보다는 간편하고

지참하기 편한 페트병의 소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질 않겠는가?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자리에 가서 낚시를 다닙네고, 이런저런 시비를 걸어

일행들의 흥을 깰 일이 없다 보니 아무 소리 없이 몇 점 먹으면서 제발 탈만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고추냉이를 듬뿍, 바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고추냉이(와사비)를 제공하는 집이 또, 몇 집이나 될까? 생각이 미치다 보면

회 맛이 제대로 날 리가 없으니 살점을 집어 들고는 설설 끓는 매운탕 냄비에 넣고

흔들어 샤브샤브로 만들어 먹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서, 수온이 오르고 물색이 맑아져 갯바위에 올라서야 제대로 된

회맛을 볼 수가 있을 텐데 이렇게 달력이나 자꾸만 들춰보다간

내일이라도 혹시나 화전민이 전해올 소양호나 파로호의 포근한 날씨 소식에

쏘가리 맛이라도 볼 수 있을지 바로 달려가려고 트렁크에 루어 대와 쿨러부터

실어 두었는데 따뜻한 봄바람은 언제나 불어올까?

 

아~?! 잘 살려와서 싱싱한 쏘가리 회맛을 제대로 보려면 기포기 두어 개와

얼음과 여분의 배터리도 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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