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 어찌하여 민박집 아저씨가 아침밥을 함께 드실까? 간밤에 서 씨 아저씨와 내기를 하기로 했기에 오늘은 낚싯대를 챙겨들고 밑밥 통까지 울러메고 나서게 되었다는데 감생이 두 마리를 낚아 그 길이를 재서 승패를 가늠하자는데 학공치 두 마리라도 인정해주겠다고 서 씨 아저씨가 큰소리를 치는 것이 무슨 묘책이 있는가 보다……. (아무래도 이 영감쟁이를 빨리 떼어 내어 버려야지 더 이상 같이 다녔다간 종내 피까지 빨리고 말게야....... -_-;;)![]()
오늘은 아침부터 남의 집 배를 얻어 타고 나서야했기에 원하는 자리를 갈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내마도에 두 분을 내려주곤 민박집 아저씨는 평상시에는 뒷동산을 넘어서 걸어 다녀야 했던 도보 포인트에 편하게 배를 타고 당당하게 혼자서 내려섰으니 홈그라운드의 이점만으로는 서 씨 아저씨를 압도한 셈이다……. 아줌마도 오늘은 편안한 날이 되었을진대 점점 나이 들어가는 서방님이 안쓰러웠는지 새로운 사랑이 짙어 가는지 낚시를 간다하면 크릴밑밥 두어장에 반봉지의 파우더로 비볐을 무겁지도 않을 밑밥 통을 고개위에까지 머리에 이어다준다는 이야기를 듣곤 섬 부부의 다정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은 제대로 된 고기를 잡아보마고 작은 덕의 홈통을 끼고 세 번째로 갯바위를 디딜 수 있었고 큰 홈통에는 두 사람이 내렸던데 서 씨 아저씨는 어디에 내렸을까? 찌를 담그자마자 ‘소로록~!’ 하니 움직였기에 망상어겠거니 가볍게 챔질을 해보니 묵직한 것이 우럭도 아닌 큼지막한 노래미였고 그 다음 부터는 연실 깐 새우가 없어지는 것이 망상어 떼가 달려드는 모양이니 깐 새우를 꼬득하니 말려야겠다고 갯바위에 널어놓았다. 고기가 들어있을 작은 홈통 속에 채비를 담가보려했지만 험하게 넘쳐 올라오는 파도를 피하기가 바쁘다 보니 근처에도 가보질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었는데 울먹한 소리로 서 씨 아저씨가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고기를 수십 마리나 낚았는데 감생 이는 한 마리뿐이고 파도가 쳐 올라 옆자리로 옮기려했더니 어떤 사람들이 먼저 옮겨와서는 오짜급으로만 여섯 마리를 금세 낚아들더니 신이 나서 가버렸단다…….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 단물 빠진 포인트에 있느니 도시락이 오면 생각이 나는 어떤 자리로 옮기겠다는 목소리에서는 알듯 모를 듯, 묘한 뉘앙스가 풍겨왔는데 저 영감에게 뭔가, 자꾸만 가위로 눌리는 듯 한 이 꿀꿀한 기분은 또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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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받아들고는 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배를 물리쳤으니 미적지근한 밥덩이를 넘기면서 반성 아닌 반성이나 한번 해보자꾸나……. 이번 보다 더 험했던 추자도에서는 25시 포인트의 그 험한 비탈길을 굴러 떨어질듯 미끄러져 내려가 물보라를 뒤집어 써가며 파도와 싸우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급히 도시락을 비우고는 옷깃도 단단히 여미고, 강도 높은 낚싯대를 뽑아들었고 치올라 오는 파도를 뒤집어쓰며 포말 속에 던진 채비가 어느 부분에 닿았다 싶은 순간, 물속에서 귀신이 당기는 듯 한 격한 충격이 느껴졌고 물위로 떠오르는 몸체의 주인공을 확인하곤 파도를 피해 위쪽으로 올라가 힘을 빼가며 수차례 공기까지 퍼먹여가며 죄 없는 애꿎은 상대를 수면위에 눕혔다간 다시 줄을 풀어 먼 곳으로 내몰아서 뜰채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끌고 가느라고 제법 시간을 허비했으니 손 빠른 꾼이라면 그사이에 한 마리쯤 더 낚아낼 수가 있었을 게다……. (원, 남의 살점 먹어보기가 이리 힘들어서야......-_-;;)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다 보니 파도가 점점 더 높아졌고 고기가 들어와 놀았었을 홈통이 바닥이 나버렸으니 오늘 낚시는 끝이 났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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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 있을 민박집 아저씨에게는 어떤 수확이 있을까? 어째 담담한 목소리로 화답하는 품이 산길을 걸어 집에 도착해 있다는 것인데 감생이는 고사하고 오늘은 학공치도 제대로 낚이지 않았다며 서 씨 아저씨와의 대결이 무승부가 아니겠냐고 허허롭지만 불안한 웃음을 풍겨댄다……. “오늘은 민박집 아저씨가 지셨겠구먼요....... 서 씨 아저씨는 아침에 한 마리 낚았다던데 점심때는 어딘가로 갔다요……. 그 아저씨 요새, 탄력받았다니께? “ “에구메……. 그러면 내기한대로 맥주 한 박스 날아가 버렸네……. 우리 집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난, 죽었소야…….ㅠ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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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지 않고 물도 줄어든 상황에서 힘겨운 철수를 시작했지만 서 씨 아저씨는 어디로 갔을까? 선장들이 가르쳐 준 것과는 다르게 엉뚱한 자리에 있는 물골을 찾았다는 어제의 그 자리에서 아직 짐정리도 하지 않은 채 오짜급 감성돔을 낚았다고 거만을 떨고 있었는데 만재도를 다닌지 7~8년만에야 첫 오짜를 기록한 대기만성 형이었지만 요사이에는 무언가 깨우침을 얻었는지 계속해서 이상한 모습으로 불안과 공포심을 느끼게 하여 온갖 만정이 떨어지게 만드니 빨리 새 파트너를 영입해야겠다……. ^^;; 언젠가는 가거도 에서 시뻘건 뻘물을 만나 모든 사람들이 낚시를 포기하고 짐을 꾸려놓았는데 혼자서만 발밑에 채비를 담그고 있기에 시간보내기를 쉽게도 하는구나며 초보를 면하려면 아직 멀었겠거니 했더니만 순식간에 혼자서 세 마리나 낚아내어 손을 놓고 있던 주변꾼들이 서둘러 채비를 발밑에 바삐 담그게 하는 촌극도 벌려주었고 또 한 번은 떨어진 여 하나를 차고앉아 밑밥을 한 주걱도 안 뿌리고 스무 마리에 가까운 감성돔을 낚아내어 입을 벌어지게도 하였다. 받침대를 하나 박아놓았기에 한 마리, 끄집어내면 미끼를 달아 던져놓고 받침대에 걸어놓고 꾀미에 끼우려는 사이에 또 한 마리가 물고 늘어지기를 반복하기 수십 번이라……. 서두르다 헛채고, 손이 덜덜 떨렸던지 미끄러지고 꾀미에 헛끼워 놓치면서도 쾌재를 부르다 보니 몇 마리째인가를 물속으로 돌려보내면서도 아까운 생각도 안 들었다는데 도시락을 갖고 온 선장을 물리치는 법을 몰라, 오지 말라고 손짓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급히 오라는 손짓으로 알아들었는지 배가 달려들었고 상황을 알아챈 선장이 다시 배를 물렸지만 그만 고기가 흩어졌는지 더 이상 일생에 만나기 힘든 골든벨 쑈가 끝나고 말았는데 몇 년이 지났지만 지겹도록……. 질기게도……. 그 이야기를 반복해 우려먹고 있다……. 선장의 전화번호를 미리 입력해 두었었다면 도시락을 나중에 가져오라고 전할 수 있어 진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 게란 말을 듣고서는 급히 단축번호에 기록해 두었지만, (아저씨……. 그런 꿈은 다시는 꿀 수 없는 아름다운 무지갯빛 개꿈이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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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을까? 저녁나절, 만재도의 선장이 노란 주전자를 들고 들어섰다……. 걸쭉한 액체를 한 사발 가득 부어 주어주며 마침, 누룩이 있어 막걸리를 담은 것이 익은듯하여 가져왔다며 볼품은 없지만 맛은 그럴싸하다며 또 한 사발 권해왔다. 선장이 독한 술보다는 막걸리를 즐긴다하여 지난 여름날에는 쿨러에 빈공간이 있어 천 원짜리 병 막걸리 몇 병을 담아왔는데 만재도의 아줌마들도 막걸리를 즐기는지 물일을 끝낸 저녁나절에 낮아진 체온을 높이려했는지 물옷을 입은 채로 그릇도 물리치고 병 잔으로 바닥을 봐버렸다……. “워메~~~~ 서울아저씨가 가져온 막걸리는 맛도 좋소야~~~~”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와 함께 뒷전에서 웃고 말았는데 어디를 가나 줌마렐라의 울트라 우먼파워는 전국적으로 퍼졌나보다……. 이번에도 이술저술, 섬에 있는 술을 모두 맛을 봤으니 오늘은 막걸리를 즐기는 선장을 위하여 몰래 감추어 두었던 캔에 담긴 막걸리가 대신 등장하였다.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술심부름을 위하여 노란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공장으로 심부름을 다녔던 제가,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넘어 비슷한 모습으로 닮아갑니다. 작은 웅덩이에 마주앉아 낚싯대를 드리웠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왜, 막걸리를 보면 울컥하니 눈가에 물기가 베어 오를까요……. ************************* 반의반도 안자란 애가 반 되짜리 노란 양은 주전자를 들고 아버지 술심부름하다 배운 주법……. 한 모금 또 한 모금, 주전자 귀 쪽쪽 빨며, 타달타달 신작로 길 걸어오다 보면……. 취했던가, 반만 남은 주전자 들고도 아버지 꾸지람이 반밖에 안 무서웠네……. 그때 배운 주법으로 맨 정신으론 오르지 못할 고개, 술힘으로 넘어왔던가……. 가끔은 발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깊은 강. 취한 척, 얕게도 건넜던가, 얕은 강 너무 깊어, 허우적였던가……. 어느 신작로에 나를 다 흘렸는지 이제 나 반밖에 안 남았네……. 원래 반 되짜리 그릇 반의반도 안 남았네……. 아버지 팽개친 막걸리 자죽, 청천 하늘에 흰 구름 몇 점 엎질러졌네. -이화은/주법(酒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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