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잔잔했던 날씨가 갑자기 변했다……. 몇 번이고 일기예보를 확인했지만 0.5~1미터의 파고가 예상된다는 예보와는 달리 만재도에 있는 민박집 아저씨와의 통화에서는 씽씽 거리는 바람소리가 속상하게 들려왔기에 다음날 출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낚시 점주는 슈퍼컴까지 장만하여 일기예보를 한다는 대한민국의 기상예보는 제쳐놓고 미국과 일본쪽의 기상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낚시점의 최 사장이 언제부터 다국적으로 발전을 했을까? ^^;;) 이슬도 한잔 머금었겠다.……. 긴장도 풀어졋고 마음도 어느 정도 평온을 찾고보니 모든 걸 하늘과 용왕님의 뜻에 맞추어서 따라야지 나이 들어가는 허약한 어린양이 어쩔 수가 있단 말이고? 출조 시간이 정해지는 대로 연락을 하겠다는 낚시 점주에게 손을 흔들고 근처의 숙소를 찾아들어 새벽까지만 짧게 이용하겠으니 방 비워두면 무얼하겠냐며 사용료도 감해주고 따끈따끈한 온돌방을 달라고 떼를 썼는데 막상 방안에 들어 가보니 전기장판이 깔린 너절한 방이었다....... 잠시 으스스한 냉기에 몸을 떨다간 꿈속으로 빠져들었다가 벨소리에 정신을 찾았다……. “살살 갈 테니까 낚시점으로 오셔요~~~~~” 만재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까지 만들었다는데 오늘이 정기출조를 하는 날 이란다.……. 어제의 악몽이 사라지지 않았을 낚시점주가 가장 크고 좋은 배를 골라내었고 선장을 불러 놓고 단단히 훈시를 내렸다……. “나, 어저께 용궁근처까지 다녀와서 새로운 생을 살게 되었는데 정말, 정신들 차려 운항들 하라고……. 피곤하지 않게 일찍 쉬고, 잠도 많이 자고 졸지 않게 옆에 누구 하나 붙들어 놓고 확실하게들 하자고……. 나는 이제부터 새 생명을 받고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착하고 선하게 살 랑께……. “ “새 삶을 살면 이제부터는 욕부터 하지 말아야제…….” 히죽이 웃고 있던 선장이 기어코, 한마디 하여 주위에 웃음이 터졌다…….
(드디어 36시간만에 만재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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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서 씨 아저씨, 건방시런 폼으로....-_-;;) 주의보가 떨어질 수도 있었던 바람의 세기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다가 5시가 되어서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날이 훤하게 밝은 8시가 되어서야 만재도에 도착할 수가 있었는데 평소와는 다른 만남의 감정이 느껴졌는지 민박집 아저씨는 두 번, 세 번 손을 잡고 흔들다가는 결국, 끌어안아도 보며 반가워했다……. 그러고 보니, 집 떠난지 36시간만에 만재도에 도착이라.......-,,- 대충 짐정리를 하고 방파제를 빠져나오니 생각보다 바람이 거세니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남대문을 지나 발전소근처까지 갔다가 철수하는 손님이 있는 녹섬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동안 만재도를 다니면서도 이곳에 내려 보기는 처음이다. 얕은 수심 대에 고기가 있으니 2미터도 깊다며 만재특유의 안내 멘트를 남기고 마을 배가 가버렸고, 낚시를 시작하면 수심부터 체크해가며 자기만의 낚시방법을 세워나가기 시작한 서 씨 아저씨가 8미터의 수심에서 첫 고기를 낚았다며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왔다……. “아니, 벌써 고기를 잡았네????? 이젠, 나 따라다니지 말고 하산 하셔야겠수~~~~” 작년 여름의 어느 날부터, 갑자기 깨우침을 얻었는지 나 보다 먼저 고기를 낚아내기 시작하였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면서 회 몇 점을 썰어보기도 하고, 몇 마리를 잡았다 싶으면 한숨 자기도 하는 여유를 부려서 나만 잠들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워가며 낚시를 하게도 했으니 이제는 조 영감을 떼어내 버려야겠다.……. 고기욕심에만 집착하다보니 간식하나 챙기기도 귀찮아하고 버너에 불을 댕겨 커피 한잔 끓일 생각도 안하니 이제는 젊고 몸 빠른 서비스 만점의 새로운 파트너를 구해야겠다……. “커피~~!! 라면~~!! 밑밥~~!! 뜰채~~!! 회 떠~~!! 이슬도~~!!” 이르는 데로 척척, 알아서 해줄 영특하고 깜찍스러운 힘센 파트너를 구한다고 인터넷에……커다랗게 광고를........ㅎ ㅎ ㅎ…….
(목포에서 흑산도-태도-가거도를 거쳐 만재도를 들러 가는 여객선.... 타고 내릴 곳이 없다보니 마을 배로 연결을 해주어야 한다...) 오늘은 험한 앞쪽을 피하여 여객선이 닿는 방향이 바뀌었다……. 오늘의 날씨와 물때에는 최고의 명당이라며 선장이 웅얼거리며 도시락을 던지고 지나갔지만 이어지는 고기구경이 없자 대폭, 수심을 줄여가며 찌를 노려보는 서 씨 아저씨..... 맑은 물색이 뒤섞이며 흐름이 없다보니 망상어와 학공치만 달려들기에 처음 내려 본 주변을 살피다가 대를 걷게 되었다. 크지는 않아도 잘 썰면, 먹을 만큼의 분량이 나올만한 서 씨 아저씨의 첫 고기는 물칸에 넣으라. 일러놓고, 큼지막한 노래미를 몇 마리 들고 올라갔는데 민박집 아저씨가 낚아온 학공치와 아줌마가 급히 건져온 전복과 문어만으로도 충분한, 오늘의 만찬이 차려져 있었다. 금가루가 휘날리는 매실주가 오늘의 건배주로 등장을 했고, 척박한 만재도의 손바닥만 한 땅에서 수확한 검은콩으로 키웠다는 콩나물국으로 속을 다스리고는 밥상을 물렸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빠트릴 수 없는 투망 여에 걸린 낚싯배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지금쯤 병상에 누워 있는 함께 했어야 했을 일행의 안위도 생각하다가 내일부터는 제시간에 낚시를 시작할 수가 있을테니 어디에서 하루의 시작을 열어볼까나?
(학공치-노래미-문어-전복...그리고 금가루가 휘날리는 매취순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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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포구의 방파제.....) 다음 날, 아침부터 파도는 높기만 했는데 어둠이 채 가시기전에 내린 곳이 큰 수면이(수멩이)의 턱이었다. 만재도 개척자의 한분인 이 종 철님이 그리도 내리고 싶어 했던 곳으로 지금에야 배도 커졌고 성능이 좋아져 쉽게 내릴 수가 있게 되었지만 예전의 경운기 엔진이 달린 후진불가의 택택이 배로는 접안이 쉽지가 않다보니 매번 지나쳐가며 오래도록 지켜보기만 했던 곳이다. “이 선장~! 나 저기 한번 내려줘봐~! 틀림없이 대물이 붙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야~ 언제고 날 좋고, 물심 약한 날이 걸리면 한번 내려 드리지라~~~!!” 높이가 낮고 힘이 약한 경운기 엔진이 달렸던 택택이 배가 바람과 물살에 제멋대로 밀리다 보니 십년이 넘도록 군침만 삼키고 내려 보지를 못했었는데 이제, 배도 바뀌어 마음대로 다가설 수가 있게 되었지만 쉽게 몸을 빼낼 수가 없는 업에 메여 자유롭지가 못하다 보니 이 종철님은 수년째 만재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속의 턱진 여 부근에 들끓어 오르는 채비를 붙들어 놓고 있었지만 맑은 물색이 뒤섞여 보였는데 점심때가 되도록 고기구경을 못했다. 멀리 태도가 보이는데 태도를 갔었다면 어땠을까? 도시락을 갖고 온 선장의 아들이 입술을 물고 잠시 지켜보더니 자리를 옮기자며 배를 들이 밀었고 국도의 한 켠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쳐 오르는 파도에 몸을 피하기가 바쁘다 보니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 건너편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야했는데 그래도 주의보가 아니다 보니 여객선은 오늘도 힘겨운 운항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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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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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객선이 달려 옵니다요...) 먼 바다에서 조업을 하다가 만재도의 뒤편으로 바람을 피하여 쉬러온 어선에서는 마을사람들에게 반찬보시를 한답시고 자잘한 조기새끼 몇 상자를 건네줬기에 아줌마들이 반기며 나누어 머리에 이고 흩어졌고 창고에서는 잔잔한 날을 기다리는 주낙채비가 얌전히 손질을 마치고 열을 맞추어 누워 있었다. 목포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어야할 선장이 여객선으로 만재도까지 따라 들어와 불편한 걸음을 옮겨가며 봄에 채취하여 봉해두었다는 솔잎 주를 한 병 내려왔기에 조기반찬에 솔 향을 풍기는 저녁시간이 되었다.
(만재도로 잠시 바람을 피하여 들른 어선에서 준 작은 조기......)
(정리된 주낙채비......) 또, 새날이 밝았지만 오늘도 바람을 피하여 어디로 가야할까? 어제부터 엔진소리가 이상했던 배가 움직이지를 못하겠는지 오늘은 다른 집, 배를 얻어 타고 나가게 되었다. 어제도 어느 구석에 숨겨놓았던 고기를 꺼내 왔는지 서 씨 아저씨만 두 마리의 고기를 구경했는데 아저씨~~~ 이제, 그만 자유롭게 독립된 세상을 꾸미소서.~~~ 만재도의 파르테논에 서 씨 아저씨를 먼저 내려주곤 뒤편으로 떨어져 나갔다……. “오늘, 5물…….최고로 좋은 포인틉니다~~~~” 만재도에서는 가장 빠르게 운항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가장 낡아 보이는 배를 와일드하게 몰아대는 최선장이 기대될만한 소리를 흘려놓고 가버렸지만 일정치 않은 물색에 혼란스럽기만 했고 결국에는 잡고기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는데 도시락을 갖고 와서는 고기가 안 나왔으면 자리를 옮겨야한다며 배를 디밀었는데 아침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 씨 아저씨는 한 마리를 낚았다며 일러준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고기를 잡았다며 깨우친 것이 있으니 더 자리를 지켜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오후시간대의 자리는 아니었지만 마땅히 옮겨갈 곳이 없다보니 선장의 입장에서는 고마웠는지 “땡큐~!” 를 연발하며 저녁에 보자며 뱃머리를 돌렸다....... 바람이 의지되는 곳에 내려 국도의 덕쪽을 보니 참돔을 노리겠다고 아침에 내렸던 낚시꾼은 벌써 자리를 피했는지 보이질 않았는데 이내 몰려든 망상어와 학공치 등쌀에 어쩌면 좋단 말이냐? 가거도 에서와 같이 밑밥 한 주걱을 뿌려주고 뜰채로 몇 번 퍼 올려 보았지만 거센 물살에 너무 힘들다보니 미끼 없이 잡는 편이 낫겠다싶어 민박집 아저씨에게 주려고 가져온, 학공치 거저잡기 채비를 달아 얕이 하여 학공치 잡고, 깊이 하여 망상어를 잡다 보니 밑밥통 가득하니 무언가를 채우긴 채웠다……. ^^;; 오늘은 바람탓에 너무 깊숙이 밀려들어가서 쩔쩔매며 시간이 많이 걸렸을 여객선 선장이 등에 땀 좀 흘렸을 것이다……. 오늘도 서 씨 아저씨는 두 마리를 더 낚아 올려 앞턱이 위로 올라온 걸음걸이로 집으로 올라와 선장이 새로 내어온 더덕 술잔을 연실, 맛있게도 털어내며 눈빛이 초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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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ish Mascarade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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