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09년 만재도 4. (꾼이 아니고서는......)
by 찌매듭
2009. 12. 11.
![](https://t1.daumcdn.net/cfile/blog/2026AC184B21BBA71F)
감축의 인사를 건너뛴, 자꾸만 배가 아픈 원인이 서 씨 아저씨 탓일까?
밤은 또 왜 이리도 긴지…….
저녁 6시면 어김없이, 뭍에서라면 너무나 이른 저녁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섬에서의 하루이다 보니
재미있게 보던 비빔밥이라는 주말 연속극도 놓치고 잠이 들었다간
제법 시간이 됐는가? 불을 켜보면 자정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간 다시 쓰러져 뒹굴 거리다가
억지 잠을 청하였다 다시 잠이 깨니 새벽 3시…….
내일은 날씨가 어떨까?
마당으로 나서 바다를 보려고 좁디좁은 돌담 골목길로 나서보니
날이 맑았는지 해면을 비추는 별빛 한 자락에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번잡한 세상일을 잠시 잊으라고 이마에 닿는
초겨울의 바람 한줄기가 시원하게 스쳐갔고
오염된 뭍에서는 원래 거기에 있었으나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던 보석 같은 별들을 담은 밤하늘이 있었다.
무심코 하늘을 보며 ‘세상에나……. 별들이 저렇게 많았었나?’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어렸을 적에도
하늘을 보면 별들이 저렇게도 많았었다는 걸 기억해내며
그러고 보니 참 세월도 많이 흘렀구나.…….
깊은 숨을 들이쉬자 머리끝까지 정화되는 느낌과 함께
잠결에 가라앉았던 머리가 맑아져왔기에 마음속 깊이까지 닿도록
염기담긴 공기를 흠뻑, 들이켜 본다.
부엌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니 아줌마가 또, 이른 아침밥을 챙겨주려나보다…….
콩나물국에 반공기의 밥을 말아먹고 상을 물렸고
따끈한 차 한 잔으로 뱃속을 덥히는 마지막 날의 일정이 시작됐다.
“푸드득......”
매연이 오르다간 다시 배의 시동이 꺼지기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아들이 오늘도 다른 집배를 타야겠다고 울상을 짓는다.
“헐~~~~~~ 삼재가 단단히 끼었어!~~~”
“배 사고에, 좋은 날씨 한번 못 만나…….
우리 집 배까지 고장 나서 매일같이 의붓자식 동냥 내보내듯
뭐하는 것이여? 시방~? “
서 씨 아저씨는 고기를 낚고 못 낚고 에도 이런저런 마가 낀 탓이라고
불만이 대단했다…….
어제도, 그제도…….뒷전으로 쳐졌었는데 오늘도 깡통을 차게 되었다고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제일먼저 내려 주마는 약속을 받았지만
너무 일찍 내려주었는지 방파제를 벗어나자마자 있는 등대 밑의 깊은 골속이었다.
포인트란 것이 사람의 눈에 보이는 물 밖을 기준으로 한 잣대에만
치우칠 필요야 없겠지만 물 흐름이 없는 곳이다 보니 마땅치가 않은 곳이었고
마주 보이는 곳에 내렸던 서 씨 아저씨가 노래미를 몇 마리 낚아내는가 했더니
전화를 해오며 보채기 시작했다.
“오늘 몇 시에 배가 나간데? 낚시점에 물어보고 자리를 옮겨달라지?”
전화연결이 잘 안 되는 위치이다 보니 배터리눈금이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이 보였고 새 배터리까지 꺼내들고
뒷동산의 아지랑이 낀 높은 곳까지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올라가서야
낚시 점주와 통화가 되었다.
“사장님이셔? 모처럼 날씨가 좋은데 배나가는 시간이 몇 시라요?”
“오늘 나갈 분은 네 분밖에 없으니 마음대로 하시고요…….
나도 오늘은 낚시 좀 제대로 해볼라니께……. 오후 5시가 어떻다요? “
서 씨 아저씨가 쾌재를 부르며 도시락을 일찍 가져오라며
배를 부르는 것이 어제의 그 자리로 달려갈 눈치다.
짐을 꾸려놓고 이동할 준비를 했지만 지루한 시간이 지나서야
배가 와서는 오늘 들어온 손님이 많다보니 마땅히 옮겨갈 자리가 없다며
어디로 갈수가 있겠느냐고 되레 반문을 했는데 서 씨 아저씨가
몇 일간 금을 캤다는 그 자리는 시간이 맞지 않는 자리였기에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그래도 그 자리를 가겠다니 갈수밖에…….
이번에는 얻어 탄 배까지 고장이 났는지 시동이 꺼지고
매연이 뿜어져 나오더니 급기야는 물위로 기름까지 토해냈다…….
잠시 손질 끝에 시동이 다시 걸렸고 갯바위에 내려주면서는 또
매연과 함께 태안 사태를 연상할 정도로 기름을 뿌려놓고 가버렸다…….
“니미럴……. 이런 속에서 무슨 고기를…….
있던 고기까지 도망갔겠네........“
투덜대던 서 씨 아저씨였지만 역시 무언가를 뿌려 놓았나보다…….
맴돌며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던 짙은 기름의 유막 속으로
찌가 흘러갔는데도 움직임이 있었기에 한 마리를 먼저 끌어냈는데
여름날의 한밤중에 생미끼로 농어를 낚는 자리인줄로만
알았던 곳에서 겨울철에 석유 기름까지 발랐는데도 고기가 낚이다니…….
아직 서너 시간이 남았으니 여유 있게 도시락 먼저 비웠는데
낚시 점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나가야겠어요……. 그만 나갑시다…….요! 배, 보낼게…….요~!!”
날씨가 급변하여 드디어 주의보가 떨어지려나 보다…….
몇 일간 주의보에 가까운 날씨만 이어졌었으니
오늘의 좋은 날씨는 변덕의 시작을 예보하는가보다곤
집으로 달려 들어가 서둘러서 짐을 꾸렸고 배에 오르기가 바쁘게
시동 걸고 닻줄을 풀자마자 만재도에서 멀어져 갔다.
민박집 아저씨와 선장에게는 또 언제 볼지 모르겠다는 인사도 휴대전화를 이용해야했고
널찍한 배안에서 네 활개를 벌리고 누웠지만 잠이 올 리가 있나?
맹골도를 지나고 진도의 팽목항을 보다가 몇 일전에 신세를 졌었을
해양경찰선도 지나쳐 보내며 그 끔찍했던 투망 여에 저렇게
시뻘건 등대라도 세워놓는다면 더 이상의 사고도 없을 텐데…….
그나저나 섬마다 모조리 이어버리겠다는 저 큰 공사들은 언제나 끝이 날까?
서두르던 낚시점주가 육자배기 감성돔을 두 마리나 낚았다나보다…….
가게로 달려가 식구들에게 자랑부터하고는 모두가 달려들어
썰어 먹으려고 일찍, 철수를 서둘렀다는데 새 생명을 부여받고 부터는
사람이 엽기적으로 변해가는 모양이다…….
콧구멍 평수가 넓어진 원인도 거기에 있었고…….
“어디서 낚았데?”
“국도의 무명 포인트라고 아무도 안 내리는 곳이랑께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여 저렇게 잘났을 수가 있나........-_-;;)
매번, 짧고도 긴 여행에서 같이 웃고,
안타까워하며 아쉽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서로 존재하는 것에 감사한 일행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할 때가 되었다.
이번의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을
다음번에도 만들어 볼 것을 기대하며…….
또 한 번 인생의 여정을 느끼게 해준 시간의 선물을 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해본다…….
평일이라지만 차들의 막힘도 없어 생각보다 일찍 서울에 도착했다.
민박집 아저씨가 몇 일간 섬 그늘의 바람들이에서 말려준 열기와
그러모아 두었던 학공치……. 이런저런 고기들을 잘 손질하여 간해주었기에
편히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간 바다생각을 떠올리며 한동안 먹게 될게고…….
유행에 따라 기포기만 틀면 싱싱하게 살려 올 수 있는 세상이 되다보니
싱싱하게 가져 올 수 있었던 물고기는 다음날 근처 횟집 주인의 손을 빌려서
먹음직스럽게 떠 두었으니 딸내미와 아들놈이 일찍 와서
맛있게 먹어주기만을 기다리면 될게다.
어째, 이번 낚시가 힘들고 고단했었는지 얼굴이 꺼칠해진것이
피곤할텐데 어서 쉬라고만 손을 내밀던 노모는 며칠째 속이 안좋았다고하는데
행여 걱정이 되어 일정을 당겨 올까봐 내색을 안했던가보다......
시린 회 한점을 못드시고 약과 죽으로의 몇일이 지난후에야
간이 된 생선 토막 한점을 달게 자셨다.......
영롱한 전자 찌와 케미라이트의 불빛이 춤추는
여름바다가 낭만을 준다면, 이번의 겨울바다는 각성(覺醒)을 선사했다.
산처럼 밀려오는 거센 파도,
사자후를 토하는 듯한 파도소리,
코끝을 강타하는 맵찬 바람을 맞으면서
그동안 가슴을 짓눌렀던 삶의 더께를 한순간 벗어던졌다.
매번,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듯 한 상서로움을 느끼는
아무런 해맞이 정도야 언제나 할 수 있다지만 수평선에서 막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할 수 있는 심호흡을 가끔이라도 하다보면
삶의 희망이 더 충만할 것 같은 느낌은 꾼이 아니라면
결코 느껴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계획이 없는 삶은 꿈이 없는 삶이고,
꿈이 없는 삶은 불행한 삶이라는 말이 있다.
꿈이란 것 그 자체에만 의미가 있고
꿈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을 갖고 있다는 그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다.
꾸준한 노력 끝에 꿈이 이루어진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겠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만,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 꿈을 끝까지 쫓는데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