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 누군가가 다녀간 모양이다. 작년에 놓고 간 봉돌과 소품 몇 가지가 그대로 남아있었고 크릴 한 마리 떨어진 것 없이 깨끗이 청소를 했다지만 누군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올수 있는 배는 두 척뿐이니 누군지 짐작을 할 수는 있었고 낚시점의 최 사장도 이곳을 알고 있으니 그래서 강아지를 준다고 선수를 쳤을까 ^^;; 누구라도 하룻밤을 새워본다면 잠시라도 누울 공간도 없는 험악한 내리닫이 지형에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니 다리에 약간이라도 힘을 뺄 사이도 없이 새날을 맞다보면 두 번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곳이다. 전화도 되지가 않는 곳이고 짧은 낚싯대를 사용한 다해도 아차, 하면 낚싯대의 수리견적이 나올 곳에 누가 다녀갔을까? 최근에 손을 탔는지 발밑에서는 잊을만해서야 볼락이 한 마리씩 낚이다보니 서 씨 아저씨와 일행 하나는 앉은 자세로 불안하게 잠이 들었고 30미터까지 멀리 채비를 던져서야 한두 마리씩 볼락을 낚아 올릴 수는 있었지만 구멍 찌로는 시원한 입질을 볼 수가 없어 2호짜리 막대찌로 바꾸어서야 편안한 챔질을 할 수가 있었는데 30센티가 넘는 볼락은 한 마리도 보이질 않으니 어느 동네 마귀가 와서 몽땅 낚아갔을까? ^^;; 만조시간이 되어서는 쓰레기더미가 몰려들어와 빠져 나가지도 않고 머물고 있으니 멀거니 지켜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지루하기만 하다. 태평양의 어느 곳에서는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떠다니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모두가 인간이 만든 재앙이 아니겠나.…….
한발 건너편 절벽에 내린 서 씨 아저씨는 잠시 낚시를 하는 듯, 하다간 또 잠이 들었는지 움직임이 없었고……. 옆에 있는 일행이 물밑으로 패여 들어간 홈통 밑으로 채비를 드리워도 뜨막한 입질에 연실 하품을 해대며 쓰레기 더미가 밀려나기만을 기다렸는데 금쪽같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쓰레기 더미가 흩어져서 다시 채비를 드리울 수가 있었고 두어 번 볼락 떼가 수면까지 피어올라 마릿수를 추가해 주어 어렵게 쿨러를 채울 수가 있었지만 또 다시 쓰레기가 밀려들어 새벽시간을 남겨 놓고는 일찌감치 짐을 꾸리고 말았다. 전화가 된다면 일찍 배를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통화권 이탈이라며 앙탈을 부려대는 쓸모 없는 문명의 이기를 원망하며 배가 오기만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날이 밝아서야 나타난 택택이 배가 반갑기만 하니 밤을 꼬박 새운 이런 생고생을 누가 등을 떠밀어서 할 수 있을까…….
이번 같이 집을 떠나 오는 게 여행이 아닌던가. 여행이란 것이 불쑥, 떠났다 불쑥,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데 도시에서 맡지 못하는 색다른 냄새라도 한번 맡아보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니었던가. 바다를 찾는 우리네야 바다냄새를 맡는 것이고 그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는 것이 남에게야 다소 청승스럽게 보일지는 몰라도 깊은 시름과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고된 밤샘을 해보면 청춘이 스러진다는 것을 이즘에 와서야 뼈저리게 느끼는데 뼈가 저린 것을 느낀다면 이미 청춘이 다 스러진 것 아니겠나……. 돌아보면 지나간 세월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들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왜 돌아보누? 갯바위에는 서늘한 바람이 훠이~ 돌아나가고 있었고 이제 욕망의 단계를 조절해야할 나이에 이른 것이다
꼿꼿이 굳어 버린 볼락 회는 잊어버려야했고, 누가 먼저 다녀갔을까? 궁금하기 만한 선장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그물에 걸려든 싱싱하고 큼지막한 우럭 두 마리를 올려 보내 볼락을 대신하여 아침상에 올라앉았다. 간밤에 집을 지키며 민박집 아저씨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었다는 남은 일행들은 해수욕을 즐기며 눈에다 이슬을 얼마나 퍼 부었기에 두 눈꺼풀이 달라붙었을까? 오랜만에 허락받은 이슬 잔을 휘두른 민박집 아저씨는 혀가 아직 안 풀렸는데 첫사랑이 섬에 찾아왔다며 한껏 기분이 좋은 모양인데 아줌마에게 일러바쳐 볼까? ^^;; 물탱크가 있던 자리를 비워내고 큼지막한 접시형 안테나를 앉혀 놓고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지만 아직도 변변한 컴퓨터 한대 없으니 아직도 몇 년이 더 지나야할게다……. 섬을 떠나 뭍에 있던 사람들까지 갑자기 많이 찾아 들어 물이 부족하니 아껴 써달라는데 빗물을 알뜰하게 모으기 위해 처마 끝마다 물통을 달아 놨으니 이 역시 또한 만재스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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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니 이른 저녁밥 차려놓았다며 얼른 퍼 먹고 또 밤낚시를 나가라는데,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올라오는 생선 반찬에 질려 가는지 정 사장님 눈길이 어째 좀 이상하다 ^^;; 껄껄한 밥이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억지로 한 사발을 다 퍼 넣고는 필요한 물품을 챙겨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다보니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길에 앉아 있었는데 나이든 고양이는 모두 다, 어디로 갔기에 시퍼런 놈만 눈에 띨까나? 고양이까지 세대교체를 했나? 털털거리며 내려가다 보니 작년에는 없었던 못 보던 건물이 하나 생겼다. 마을공동으로 미역을 말리는 건조창고라니 이렇게 만재도도 또 조금씩 변해간다. 방파제가 없었던 섬에 해마다 조금씩 늘어난 콘크리트 덩어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된 것도 얼마 안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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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물도 잘 안가니 반찬꺼리부터 채워놓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민박집 아저씨의 주장으로 둘째 날 밤도 볼락이 제법 있을 곳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어젯밤의 비탈진 자리에 비하면야, 배드민턴을 쳐도 될 만큼 편한 곳이니 작황이 시원치 않으면 한숨 눈을 붙여도 좋겠다만 이곳이야 쓰레기가 밀려 올 곳도 아니니 볼락만 제법 붙어 준다면 또 한밤을 하얗게 밝혀보아야겠다. 채비를 드리우기가 무섭게 어젯밤보다 준수한 크기의 볼락이 연실 물려 나왔고 제법 힘을 쓰는 놈이 있기에 35센티가 넘는 대왕볼락이 드디어 나타나시는가. 했더니 몸에 줄무늬가 지나간 40에 가까운 얼룩무늬 돌돔전사가 튀어나왔고 연달아 50센티 정도 되는 농어까지 물려나왔으니 오늘은 제법 뻣뻣한 가지 밭이 차례가 온 과부꼴이 됐는가 보다 ^^;; 해가 지기까지는 시원한 찌놀림이 연실, 이어졌지만 어두워지면서 입질이 약아지기 시작했는데 휘영청 떠 있는 달이 원인일까? 내려간 수온 탓일까? 막대찌에는 그런대로 입질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서 씨 아저씨의 구멍 찌에는 입질이 미약하게 나타나니 헛챔질에 좀처럼 낚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아저씨~~~ 막대찌를 써봐~~~~ 입질이 약네?” “막대찌라야 5호부터 있는데 좀 크고 길지 않을까?” (저 아저씨는 바늘도, 줄도, 찌도, 5호 아래로는 안 갖고 다니잖아? 내가 갖고 있는 막대찌를 빌려줄까 말까?) “내가 1.5호 막대찌가 있는데 봉돌은 있수? 없으면 봉돌까지 빌려줘야 하잖아?” 서 씨 아저씨는 채비를 바꾸고 부터는 연속적으로 볼락을 낚아내는데 괜히 빌려줬나 후회되네…….
두 번째 날의 밤 볼락 사냥이 그런대로 성공리에 끝이 났고 아침겸 점심으로 밥한 공기를 위장 속으로 밀어 넣고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당기지도 않는 이른 저녁밥을 먹고 세 번째의 나이트 게임을 나섰으니 이러다가 철인11종 경기에 도전하게 되는 건 아닐까? 3일째가 되도록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해 구경을 못하다 보니 선크림을 바를 필요도 없었고 바닷물색이 맑기는 하다지만 거무스름하고 음침한 것이 낮 낚시가 잘 되지를 않으니 이럴 줄 알았다면 물이 좀 더 빠른 날을 고르거나 한 물때를 늦추어 찾을 것을……. 밤낚시에 주력을 해야만 간신히 고기 구경을 할 수있다보니 고생길을 피할 수가 없다……. 카메라만 보면 폼부터 잡는 서 씨 아저씨를 한 컷, 담아주고 앞이 탁 트인 물이 갈라지는 지형을 골라 채비를 드리우니 채,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크지 않은 참돔이 몇 마리 올라왔고 멀리 엉뚱한 곳으로 원투채비를 던져 넣었던 서 씨 아저씨의 채비에 돌돔이 한 마리 물려나왔으나 완전히 어두워지고 달빛이 구름사이로 들쑥날쑥 하자 잔챙이 한 마리 구경 하기가 힘들었는데 서로의 자리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간식을 나눠 먹으며 달이 넘어가기만을 기다리다보니 만조시간이 되었다. 청개비를 듬뿍 끼워 농어 축에 드는 크기를 한 마리 낚았기에 잔뜩, 기대를 했지만 점점 크기가 작아지며 손바닥만 한 크기로 변해버렸으니 노래미를 낚은 건지 농어를 낚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서늘한 밤 기온 덕분에 모기약이 남아돈다만 달려드는 모기를 피하기 위하여 하룻밤에도 열댓 번씩 뿌려야 고기도 잘 잡히는 법인데 정말, 수상한 밤이다……. 달이 서편으로 모습을 감추고서야 마지막으로 물방향이 맞는다 싶기에 찌가 더 이상 끌려 나가지 않도록 붙들었다가 당찬 입질을 받아 기대를 했지만 크지 않은 상사리급 참돔을 마지막으로 새벽이 왔고 가을밤 같은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내리 누르니 또 철수의 짐을 똘똘, 꾸려야겠지? (원, 이렇게 고기 잡기가 힘들어서야……. 남의 살 먹기, 쉽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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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그 여름밤이 좋은 건 여름이라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어디, 무료할 틈이 있을까 가끔씩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거세게 흐르는 급류에서 고요함을 맛볼 수 있는 이 여름밤이 짧기 만한 것이 못내 아쉽기 만하다 민박집에 남아있던 관광이 주목적인 일행들은 아침등산으로 섬을 한 바퀴 돌고는 낮에는 몽돌 밭으로 물놀이를 나가니, 마주칠 시간이 적어 짧은 시간이나마 훼방을 받지 않고 단잠을 잘 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었지만 배만 들어오면 싱싱한 횟감을 들고 오나? 달려오는 바람에 먹을거리 조달에 신경이 쓰여 슬슬 짜증이 솟구친다. 먹새들이 좋아 푸짐하게 두 접시를 썰어 놓아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니 벌써 낚아온 고기의 절반가량을 접시위의 이슬 안주로 바쳤건만 그것도 부족하여 뒷방파제로 달려가 노래미까지 낚아와 이슬을 흩뿌렸다니 짝으로 실어온 이슬박스가 깔개로 변한지 가 오래니 이슬회사에서 표창장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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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나 눈을 붙였을까? 쿨러를 못 채울까 걱정이 된 서 씨 아저씨가 준비해 왔던 삼겹살을 구워놓고 선장님을 초대하여 와인까지 한 병 꺼내놓고 흥을 돋우고 있었고 사정 반, 엄포 반으로 마지막 날 새벽에는 농어낚시를 잠시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는데 과묵한 선장님이 기꺼이 승낙을 하더니 아껴 두었던 솔잎 주까지 한 양푼 떠내왔으니 저녁이 되기 전에 온몸을 달구어서 체온을 올려놨으니 모기걱정에……. 쏟아질 잠 걱정에 편한 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 어디에 그런 자리가 있을까? 편하고 고기가 나올만한 자리를 논하다가 그런 자리를 잡으려면 어제 보다는 일찍 나가야한다며 3시에 출발을 하자니 얼른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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