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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반가워~, 만재도~! 1. (워밍 업, 서해참돔)

by 찌매듭 2009. 8. 10.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왔고 꿉꿉한 장마철이라 갇혀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서랍정리를 시작으로 텁텁한 공기를 밖으로 내몰고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기 위하여 창문을 크게 열어보았지만 이건 또 뭐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온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지만 작은 화물차에 매단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과일사세요…….꽁치나 갈치 사세요……. ) 아래층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볶음밥 주문이라도 들어왔는지 딸그닥~! 거리며 무쇠 프라이팬의 바닥을 긁어대는 소리가 손톱 밑을 자극한다. 그래도 뭐, 비가 한바탕 내렸으니 공기는 모처럼 시원해졌고 기분도 좋긴 하다만 여름이 오면 습관적으로 마음이 울렁인다, 남들은 끈끈하다며 꺼리는 장마철이지만 큰 비까지 섞인다면 가끔씩 가보는 소양호의 어느 골짜기에 물이 차오를 테고 상상도 못할 크기의 토종붕어들을 만나볼 수도 있고 마침, 금어기까지 풀렸다면 쏘가리도 몇 마리 낚아볼 수가 있다. 또 넉넉히 시간을 만들어 바다라도 찾을 수가 있다면 꿉꿉하고 습한 공기는 결코 걸림돌이 될 수가 없는 돌돔낚시를 해볼 수도 있으니 마음이 요동을 칠밖에……. 이번 여행에는 마음을 진정시켜줄 일이 무엇일까? 얼마 만에 여유 있는 일정의 보따리를 꾸려보는겐지……. 태평양 건너에 있는 천사가 금년에는 딸의 결혼식으로 오시지를 못한다니 미리 그려두었던 작은 수채화 한 점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대신하고 보니 장박낚시의 여행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걱정이었는데 어찌 눈치를 보니 가까이에 있는 마나님이 천사로 변할 가능성이 보였다. 원래, 본색이 천사였으나 주위의 여건이 그러하다 보니 자연히 나찰로 변한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 6월 중순경에는 물색도 좋고 수온까지 좋으니 굳게 지키고 있는 볼락 굴을 한번 다녀가도 좋겠다는 선장의 연통이 있었는데 이틀정도라면 시간을 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老母가 배탈이 나셨다……. 다행히 별일이야 없었지만 죽으로 속을 달래는 며칠이 이어지다 보니 자리를 비울수도 없어 물때를 놓쳤고 다음번 물때부터는 물색이 안 나온다……. 수온이 차다........ 고기가 전혀 꽁뎅이도 비추지를 않으니 연락을 할 때까지는 꼼짝도 말고 있으라니 이러다간 7월도 다 지나갈 모양이다. 서해안의 선상참돔낚시도 윤달을 몹시 타는지 두어 번만의 조과가 있었고 다녀온 이들마다 낱마리의 작은 참돔으로 쿨러에 비린내만 묻히고 왔다며 고개를 휘젓고 돌아왔는데 가지 말라고 말려도 듣지를 않았으니 불경기에 지갑을 털어냈어도 할 말이 없을게다……. 새로 배를 지었다는 연락도 왔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았고 외연도의 섬사람과의 통화에서도 고기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니 윤달이 지나가고 중복이나 되어야 제 자리를 찾으려나 보다……. 서 씨 아저씨의 만재도 예찬으로 지난해에 만재도로 관광을 다녀왔던 주위 분들이 8월 초순으로 휴가 일정을 잡았다며 함께 동행할 것을 끈질기게 유혹해왔는데 제대로 된 낚시꾼도 아닌 관광객 수준에 몇 번 다녀 보았다지만 우럭낚시조차 서툴고 바늘도 제대로 묶을 줄 모르는 초보들도 있다 보니 고생이 훤할 일이라 탐탁치가 않았지만 나만의 천사께서 연일 눈빛이 부드럽다 보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기회가 있을까싶어 일정을 잡게 되었고 부지런히 월말 정리를 하다 보니 무창포에서 급히 다녀가라는 연락이 왔다……. 모처럼 두 자리 수의 참돔이 낚였으니 내일도 틀림없다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기에 급히 도착을 하니 전날에도 낚시를 했다는 서울 꾼 두 명이 감당도 못하고 놓친 고기가 있었다며 하루 더 도전을 하게 되었다는데 오 사장과 김 선생이었다. "쯧, 쯧, 쯧……. 놓친 고기가 또 바늘을 물어 주겠소? 올라 가시지들……. “ 몇 년 만에 보는 조선장의 시꺼먼 얼굴을 보니 건강이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급히 손 한번을 잡아보고 배에 오르자마자 달려 나가는 것이 포인트 선점을 위해서라니 이제는 외연도권 낚시도 편하지 않은 시끌한 시장판이 되었나 보다……. 원하는 포인트를 골라 갯바위며 선상이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때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스레 선장들이나 일행들에게 외연도를 공개하여 오늘날 이지경이 되지 않았겠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 시기가 조금 더 늦추어지긴 했겠지만 언젠가는 밝혀지고 말았을 테니 몇 군데의 포인트나마 손을 타지 않고 있는 것만도 다행스럽고 오래도록 조용히 드나들었던 것에 만족하고 감사해야겠다. 화사도의 간출 여에 도착하여 닻줄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한척의 배가 달려와서 근처에 닻을 내렸고 날이 밝아 물색을 보니 거무튀튀한 것이 제색이 아니다……. 어제도 같은 물색이었고 날이 밝고 위로 흐르는 물오름에 입질이 집중되었다며 선장과 어제의 경험자들이 황금시간대를 놓친다며 서둘렀지만 그 동안의 경험상으로는 아래로의 물 흐름에 고기를 낚았었는데 바다도 변해가나보다……. 어제의 입질이 집중되었다는 그 시간대에는 잡고기 한 마리 구경을 못했고 점심밥을 먹고 나서야 낱마리의 크지 않은 참돔이 얼굴을 보였으니 그놈의 황금나침반이 크게 고장이 난모양이다. 오늘은 틀린 모양이라며 모두들 체념을 했지만 그제야 물 흐름이 아래로 잡히다 보니 포인트에 대한 나만의 믿음이 있어 혼자라도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고 잠시 후에는 과격하게 당기는 입질을 만나게 되어 얼마간의 다룸이 있다 보니 끄집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서두르지 않고 뜰채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간 80센티가 넘는 참돔을 담게 되었다. 크지 않은 몇 마리를 더 낚고 보니 물색이 더욱 검어졌는데 이런 물색에서 고기가 나오다니 이 바다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사흘 뒤에 떠나게 될 만재도행의 예행연습인 셈이었고 어깨에도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일단 낙점을 놓고 볼일이다……. 또 하루를 떨어져 있다가 끝장을 보고야 상경을 하겠다는 오 사장을 보니 큰 병을 아직 치루지 못했을까? 정말, 낚시도 큰 병이 로고……. 옛날에 왕이 이상한 병에 걸렸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입고 있는 팬티를 벗겨 입으면 병이 낫는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을 풀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을 찾아내어 성으로 데려왔다. 왕의 병을 고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말하고 팬티를 벗어달라니 행복한 사람이 난색을 했다.............. 자기는 노 팬티라나?...... 행복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어디에 맞추어야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복대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낚시를 가려하면 급한 일은 또 왜 생기는지, 비지땀을 흘려가며 일을 끝냈고 출발 두 시간을 남기고서야 돌아와 다시 한 번 빠진 것이 없는가. 둘러보는데 서 씨 아저씨의 차가 오지 않는다고 길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전화가 빗발을 친다. 기다리는 사람도 지루하겠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해 서두르는 사람은 또 얼마나 애가 타겠노? 애초에 약속했던 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겨서야 땀을 흘리며 달려온 차에 산더미 같은 짐을 싣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에게 도로정보를 알아내어 서해안 고속도로로 방향을 잡았고 당진까지 이어진 차량의 뒤꽁무니를 쫓다가 서산휴게소에서야 늦은 저녁밥을 한술 뜨다보니 벌써 10시가 넘었으니 부지런을 떨어야 제시간에 목포에 도착할 모양이다. 애견가인 낚시점의 부부는 얼굴을 보자마자 지난번에는 골든 레트리버가 새끼를 낳았어도 못주었는데 이번에는 땡견이 새끼를 낳았다며 자랑을 하더니 이번에는 꼭, 강아지를 한 마리 주겠단다. “땡견? 식량으로 쓴다는 땡칠이 말인가?” “워메, 개를 식량으로 쓴 다요? 땡견이 아닌, 뎅견이랑께?” “꼬리 없는 진돗개 같이 생긴 거?” 몇 마리를 낳았는지 쉽게 셀 수도 없는 강아지들을 쳐다보다간 출발시간이 되어 밑밥도 제대로 못 챙기고 북항으로 달려갔고 주로 선상손님이 많은데다 휴가철까지 맞아 만재도를 찾는 가족들로 만선을 이루었다. 파도의 흔들림도 없는 두 시간이 넘는 항해시간에도 잠을 못 이룬 것이 낚시만 온다하면 소풍을 가는 아이들처럼 흥분이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담담해 질 때도 지났건만.............. 만재도에 짐만 내려놓고 가거도로 향하는 낯익은 배가 자리를 비키기를 기다렸다가 접안을 하기가 무섭게 마중 나온 민박집 아저씨가 배에까지 뛰어 올라 손을 내밀었고 선장의 아들이 짐을 정리하자마자 아침낚시를 하기위하여 배가 움직였는데 간 여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는 손님이 없는 모양이다. 훤해진 아침햇살에 물색을 살피니 반가운 얼굴빛이면서도 말수가 없던 선장의 태도에 이해가 갔는데 맑지만 검은 느낌의 바닷물색이 원인이었다. (물색이 이러니 연락이 없었군........ 어쩐지, 가거도로만 몰려가더라......) 어느 날 예수님께서 천국을 찾았다. 천국의 열쇠를 들고 그 문을 지키는 수제자 베드로가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베드로는 예수님을 보자마자 부탁부터 했다. 급한 용무가 있으니 자기대신 잠시만 여기를 맡아달라고……. 예수님이 열쇄를 받아들자 잠시 후 한 노인이 천국의 문을 향해 걸어오더니 대뜸 문을 열어 달라 고했다. 예수님이 문을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여기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부터 알아야하니 본인 소개부터 하시라고……. 그러자 노인이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이름이 요셉이고 직업은 목수였으며 내 아들은 되살아난 뒤 유명한 인사가 됐다고…….” 그 말을 들은 예수님은 감격한 목소리로 그 노인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아~ 아버님~~~~" 그러자 노인이 놀라서 이렇게 소리쳤다. "네가 내 아들 피노키오냐?" 이런 걸 불찰(不察)이라고 한다. 사전의 뜻은 "조심해서 살피지 아니한 탓으로 생긴 잘못"으로 되어있다. 복잡한 휴가철의 날을 골랐고, 이제는 만재도의 물때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걸 깜빡했고……. 왜 과묵한 선장의 말을 기억 못하고 잊었었을까? (어렵게 시간 내서 오는데 재미를 봐야제~~ 내가 연락할 때까지 꼼짝 말고 기다리소........) 큰 간여에 서 씨 아저씨가 먼저 내렸고 중간 여에 내리게 되었지만 화수분의 골짜기에는 고기가 들어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삼사십 마리의 노래미와 낮 볼락들로 오전시간이 지나갔고 물돌이가 끝나도록 돌돔이나 참돔은 그림자도 보이지를 않았지만 기대도 하지 않았다. 서 씨 아저씨가 손에 참기름을 바르고 왔는지 돌돔 한 마리와 크지 않은 참돔 세 마리를 낚아들었기에 첫날, 회구경은 하게 생겼다. 이슬에 한이 맺혔는지 일행들이 짝으로 실어온 이슬상자와 보리물짝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한 낮의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물색과는 상관없기를 기도하며 첫날밤의 뜨거운 꿈이 담겨 있을 볼락 굴로 예전의 택택이 배로 달려가니 오늘밤이 얼마나 뜨거울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