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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추자, 2009 아름다운 동행 2 /The sea

by 찌매듭 2009. 2. 24.

 

 새벽 두시가 넘었지만 아무도 잠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일찍 나가야 좋은 자리를 잡는다고 서둘러 잠들이 들었었지만 막상 몸이 무거워진 새벽녘에는  서로들 눈치를 보면서  이불속을 빠져나오려 하지 않으니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모양이다……. 野人의 집에도 손님이 몇 분 있었는데  날이 밝은 후에, 늦게 나가서도 틈새공략으로  손님 수 보다 더 많은 감성돔을 낚아온다니 후발주자 민박집들이 아무리 날고 뛰어보아야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날 수가 없는 법이니 결국에는 야인의 민들레 홀씨들이 아니겠는가……. 일찍 서두르면 마음에 드는 포인트가  하나 얻어걸릴 수가 있을까? 우리가 새도 아닌데 서두른다고 벌레 한마리라도 더 얻을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날씨도 급변하여 우중충한 것이 비라도 한바탕 퍼부을 것 같다……. 급변한 날씨로 선장도 재촉을 안했고 새벽밥 같은 아침식사를 여유 있게  마치고 예정보다 두 시간을 넘기고서야 방파제로 움직였는데  한두 방울씩 돋는 빗방울도 그렇지만 사뭇, 거세어진 바람에 더 신경이 쏠린다. 바람을 피하려는지 추자다리를 빠져나가 한동안 전속력으로 질주하더니 두어 팀을 내려놓고는 오늘도 세 번째 순서로 내리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동행을 외치던 심실장이 번호표는 잘 뽑은 모양이다 ^^ (사람에게는 무어라도 한 가지씩 잘하는 것이 있다지만 두루뭉술한 볼 살이  더 오동통하게 보이는 건 웬일일까? ^^;;)   조금물때이니 약간이라도 부속 섬에서 떨어진 작은 여에 내려준 것도  심 室長같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 선장이란 이름이 붙은 선장이 신경을 써준 것 같다.......... 갈매기가 질펀하니 똥을 싸놓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볼락이라도 열심히 낚아 찬거리라도 장만하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니 철이 들은걸까? 그사이에 조금쯤 낚시를 깨우친 걸까? (경험만큼 좋은 교훈은 없나니............)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는 붉은색의 낚시복이 제법 화사하긴 하다만 농어낚시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물 맑은 날의 낚시에서도 고기구경이 쉽지가 않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면면 퍼떡, 벗어던지고 알몸 쑈라도 하지않을까. ^^;; 빨갛고 노랗거나 또렷이 보이는 원색의 모자나 옷을 입고 물가에 다가서면, 덤벼들던 고기들도 물러서는걸. 여러 차례 목격했는데 물 맑고 수심 얕은 한밤중의 낚시에서도 붉은색의 전지 찌와  케미라이트를 교대로 사용해보면 분명히 조과에서 차이를 보여 주었기에  여러 차례 채비를 바꾸어 가며 실험을 해본 것도 여유로운 조과를 올린 후였기에 가능했겠지만 저, 오동통한 너구리 실장님이 터득하려면 스무 번도 더 갯바위에 올라야할게다........ 주변을 둘러보니 뒤편의 홈통에서는 볼락도 제법 걸려나올 것 같고 앞쪽의 여밭으로 흘려본다면 어제 빼앗겼던 감성돔을  오늘은 내손으로 직접 낚아볼 수 있지 않겠어?! ^^;; 5:5의 휨새를 자랑했던 심실장의 쇼핑몰표 뜰채는 불안하니 뻣뻣하다 못해 빳빳하니 손오공의 여의봉같이 무한정 늘어나는 6미터짜리 내 뜰채를 펼쳐놓아 기선부터 제압해야지…….ㅎㅎㅎ   그런데 볼락이 다 어디로갔을까?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손가락만한 볼락 한 마리 구경할 수가 없다. 잠시후, 자리를 찾지 못한 꾼들이 부근에 내려 장대부터 펼쳐들었지만 그네들도 낚아 올리는걸. 못보았으니 오늘은 흰쌀밥 속에서 뉘찾기가 되어 버렸다. 날이 밝기도전에 후드득하니 간절히 거부했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더니 제법 옷을 적시기 시작했는데 유독, 겨울추자에 와서는 여름비 같은 겨울비를 여러 차례 만나 고생을 한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건너가지 않으려나보지? 바다에서 늑대새끼가 어떻게 어우러진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발수기능을 갖춘 옷이라면 어깨에 묻은 빗방울을  손으로 툭툭 털어내면 되겠지만 방한만을 생각했을  두툼한 겨울용의 낚시복에는 비가 스며들고 있었다……. 묵히면 골치 아플걸 알았을 너구리같은 낚시점 주인의 말만 듣고 테스트를 안 해본 실수와,  사실, 겨울에는 많은 양의 비를 맞지도 않기에 싸게 준다는 재고처리에 넘어가 제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으니 땅을 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 낚시 점주는 입으로만 떠벌리는  낚시경력밖에 없다 는걸 알고 부터는 내가 알아서 물건들을 구입하는 게  마음 편하게 됐지만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정보에 얼떨떨하다보니  늦게서야 제품의 정보를 알게 되니 반복구매에 이중지출이라....... 새로 구입하려고 점찍어둔 망치가 필요 없다는 받침대도 다시 한 번 알아봐야겠다…….  바람까지 거세어져 평평하지만 반 평도 안 되는 갯바위에서 몸 지탱이 어려워 옆으로 건너가 짐가방을 챙기고 낚싯대도 접어 버렸지만 주위가 훤해지자 자리도 아깝고 여밭도 보이니 슬그머니, 욕심이 고개를 쳐든다. 바람 속에 사용이 편리하다는 묵혀둔 낚싯대를 망설이다 꺼내 들은 것이 뒷청소가 귀찮기 때문이었는데 여러 날의 일정이라면 모르지만  고작, 반나절 정도를 사용하고 대청소를 한다면 수지타산이 잘 맞을까? 낚싯대를 휘두르기가 훨씬,수월해졌지만 바람에 몸이 흔들리다보니 양쪽 무릎이 절로, 갯바위에 꿇렸는데 이러다가 시간이 길어지면 도가니가 남아날까? “어이구~~~ 무릎을 다 꿇으시고 각오가 대단하시네요?!” “당신도 미리 단련해 두는 것이 좋을꺼여…….”  언제곤 당신도 마나님 앞에 불려나가 비리가 들통 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이게 모두다 인생 노하우여……. 그 남자나, 이 남자나 사는 법은 모두 비슷하니까…….  요즘은 말도 안 되는 연속극이 판 을치고 발 빠른 뉴스들이 마나님들을 망쳐놓는다니까?   이혼 위자료로 10억을 청구하고 별도로 5천억을 청구한다는 세상이니   꽃보다 남자가 되려면 열심히 몸매관리를 해서 강한 남자가 되든지…….  우리 아예, 지금 몽땅 싸들고 어느 섬으로 튀는 게 더 낫지 않겠어? ^^;; 주위가 훤히 밝고도 남을 시간대였지만 두터운 구름 탓에 하늘 어느 곳에서도 손바닥만 한 크기의 푸름도 볼 수가 없다……. 다행히 비가 그쳤기에 남은 공력을 모두 끌어올려 고기도 아침밥을 먹을 시간대를 노려보았지만 꾸무레하다 못해 우중충하니, 없는 신경통도 생길 날에 돌아다닐 얼빠진 감성돔이 어디 있을까? 나라도 찜질방을 찾아가 가마에서 긁어낸 숯불에 돼지고기나 한 점 구워서 이슬을 곁들여가며 이방 저방 들락날락하다 보면 녹신녹신허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텐데 오늘은 날을 잘못 잡은 것이 틀림없네.…….  조금물때였지만 흐름도 적당하고 방향도 바깥쪽으로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러다 보면 어제 같은 횡재수가 또 올지도 모르니  뒤에 서있는 우람한 초보에게 빼앗기지 않고  직접 낚아보려면 잠시나마 집중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조이고, 또 조이고 집중을 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은 또 무엇이람? 쓰레기? 노란밧줄? 쓸 만한 것 같은 물통은 또 누가 버렸을까?  별난 것들이 다 흘러오네? 아니다.......... 물속에서 무언가가 시커먼 것이 ‘벌꺼덕~!’ 치솟아 오르기에 기겁을 했는데 이게 뭐꼬?(이런, 젠장헐, 우라질레이션.......) 휘파람소리와 함께 인어 아닌, 해녀 등장.......... 뒤에서부터 바닥을 훑어가며 작업 줄을 끌고 나타나서는 발밑에서부터 바닥을 긁어대기 시작하니  이제 낚시가 끝났다고 봐야겠지? 여름철이나 같으면 돌돔 떼라도 끌고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날씨까지 엉망인 날 무슨 기대를 하겠누?! “아줌마~! 이런 날은 좀 쉬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눈매가 좀…….이상하다? (에구메....... 해녀가 아니라 해남이시구먼? -_-;;)  이 양반, 여유 있게 작업 줄을 끌고 다니며 무한정 늘어놓으니 채비를 안 걷어 들일 수가 없구나.…….  우리야 부업이고(?) 저네들은 주업이니 무어라 항변을 할 수도 없고 ‘에그……. 짐이나 일찌감치 꾸려야겠네......’ 주변은 작업이 끝났는지 근처에 있던 꾼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저 사람들이 미리 보지 못했다면 또 얼마나들 소스라칠까? 사태파악이 아직 안 되는 오동통한 초보는 무언가라도 한 마리 걸려들지 않을까 열심히도 한다마는 슬~ 슬~! 가서 딴죽이나 걸어볼까나? “오늘도 라면 끓일 시간이 됐지? 시작~!!!” 손바닥만 한 갯바위에서 바람까지 심술을 부리니 작은 버너하나 놓을 공간도 마땅치가 않아 쪽진 틈을 찾아 물이 끓을 때까지 붙들고 있어야하려나 보다……. “이 한겨울에 커다란 쿨러는 불편하게 왜 갖고 왔노?” “이안에 먹고 마실 것을 담아 왔고 집에 갈 적에는 고기를 가득…….” “꿈꾸던 고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으니까 어시장에서 채워가기로 하면 될게고  안에 들은 거나 꺼내봐봐~! “ (삼겹살과 김치 쪽에 매운 고추 몇 개, 이슬 두어 병쯤은 담겨있겠다 싶었던 안에는  발효과학의 보리 캔 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탄산음료만 잔뜩 들었으니  저 뎅뎅한 뱃살 줄이기가 어렵겠어.......) “그런데 라면 두 번 끓이는데 가스통을 왜 3개씩이나 갖고 왔어?” “혹시, 가스가 떨어지면 안 되니까 넉넉하게 준비했습죠. ^^” “그러다가 언제나 초보딱지를 떼겠누? 이정도의 일정이면 가스 한통이면 충분하고  큰 물 한 병이면 라면 3개는 끓일 텐데 5병씩이나 담아 왔구먼.…….  그것도 모르고 무거운 쿨러를 들고 온 동행자가 넉넉한 외모같이  마음까지 아름다울 게라고 생각을 했으니.......“ 바람이 덜 미치는 쪽진 곳을 찾아 쪼그리고 앉아 물이 빨리 끓는 빙점을 찾았다며  스프부터 털어 넣곤 벌서듯이 코펠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다간  잠시 주의력을 떨어뜨렸는지 깨빡을 치고 말았는데 같은 행동과 실수를  세 번이나 반복하더니 이번에도 쏟으면 그만두겠다며 짜증을 내니  저 넉넉한 체구의 소유자도 숨겨둔 까칠함이 있을까?  한 묶음의 라면 스프를 다 뜯어 사용했기에 더 이상  간을 맞출 수가 없기에 마지막 사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넉넉한 몸을 계속 유지하려고 라면을 5개씩이나 가지고 다닐까?   언제 저 라면이 끓을까? ‘털퍼덕~! 갯바위에 주저앉으니 추포도가 눈에 들어 왔다. 길동이 아저씨는 높은 곳에서 잘 계시겠지? 추포도에서 낚시를 하면 종선비가 안 드니 경비도 약간 절감할 수 있고  오랜 일정을 예정했다면 종아리가 땡땡하게 체력까지 단련시킬 수도 있으니 한 달만 푹~! 박혀 있을 수만 있다면야 간고등어 코치의 도움도 필요 없이 몸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그런 날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추자도 전성기 때에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는날이면 빈 포인트가 없기 마련인데 어느 날, 추자도 출신인 손오공 같은 가이드맨 하나가  허락도 받지 않고 추포도에 손님을 내려놓았다. 예전부터 추포도에는 종선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기에 사람도  함부로 내려놓으면 안 된다는 묵계가 있었는데 이 천둥벌거숭이가 추포도의 암호랑이, 돌돔아줌마의 존재를 잠시 무시했던 모양이다. (저희들이 추포도를 통째로 산 것도 아닌데 왜 배를 못 대게하고 손님도 못 내리게 하는 거여?) 추포도에서 방두개짜리 민박을 하며 해녀일 을 하는 아줌마가 모퉁이를 돌아오다 낯선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어찌하여 금단의 섬에 들어왔느냐고 호통을 치자, 추자도의 낚싯배를 타고 왔고,가이드가 내려주어 이곳에서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되묻자 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누구냐고 되묻더니 오리발을 집어 던지곤, 바로 본섬으로 달려가 천둥벌거숭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가 간땡이가 부었구나? 허락도 없이 사람은 왜 내려놨노?” “뭐여? 왜 그래? 네가 그 섬 샀어?” “그래, 샀다~! 이 쑤벌놈이 그래도 잘했다고 대들어?  야, 이쌔꺄~! 네가 간덩이가 부어터지던지 내가 죽던지 한판 뜨자~!!!! “ 한창 혈기가 솟아 근두운을 타고 과속을 일삼던 벌거숭이였지만 할퀴고 뜯어가며 마구잡이로 덤비는 마귀 같은 아줌마도 아녀자다 보니 차마 주먹질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물질로 단련된 그 놀라운 괴력에  그만 가슴이 서늘해지다 못해 쌍방울까지 땅콩만 하게 쪼그라지고 말았다……. 밀쳐서 떼어버리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바지춤을 움켜쥐고 찰거머리 같이 떨어지지 않기에 급기야는 혁대가 뽑혀나가고 단추가 떨어져 흘러내리는 바짓단을 움켜쥐고 몸부림을 치다가 아줌마를 떨치는데 성공하나했는데 그만 바짓단을 잡히고 늘어지는 아줌마를 떨치기가 힘들었다. “놔~! 놓으란 말이다~~~ 이……. 썩을 년아~~~~~~~!!!!!!!” “내 못 놓는다. 내를 밟고 가봐라, 내, 오늘, 아주, 사생결단을 낼 끼라~!!!!!!” 몸뚱이가 성한 곳이 없도록 한참을 할퀴우고 긁히우고 머리카락도 두어줌을 뽑히고  신발까지 벗기우고서야 아줌마를 뿌리치는데 성공하고 맨발의 도주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벗겨진 신발을 주워던져서 천둥벌거숭이의 등짝을 명중시키더니 손에 잡히는 데로 주위에 있는 것들을 집어던져가며 도망자를 쫓기 시작했으니 어디서 그런 놀라운 무공을 터득하셨을까? 워낙, 발 빠르기로 소문난 손오공을 쫓을 수도 없는 것이 어린 시절, 자의 야인이 낚아 놓은 고기를 제값을 받으려면  경매장까지 살려가야 하기에 물그릇에 담아 놓기만하면 머리에 이어  발걸음이 보이지도 않도록 날다람쥐같이 경매장으로 달려갔다 오기를 반복했는데 별다른 요령이 생긴다는 것이 그만, 2중으로까지 전표를 끊는 데까지 발전하여 뒷주머니를 챙기기도 했다니 저 영악한 어린양을 어찌해야할까? ^^ 부처님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손오공과는 달리  어렵게 아줌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천둥벌거숭이는  저만큼이나 도망을 가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가 있었는데  아직도 혼 줄이 덜났는지 욕을 해가며 식겁한 속을 달래고 있었지만  추자도 번화가에서 벌어진 사건 현장의 소식은 추자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제, 다시는 추포도에 사람을 내려놓을 간 큰 선장이나 가이드는 더욱 더, 없겠지만 저 무서운 아줌마와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무서운 생을 살고 있을까? 아줌마의 눈탱이가 시퍼러둥둥하기에 너무 강력한 잠행으로  물 바닥에 헤딩을 하여 생달걀을 굴리게 됐나했더니만 웬걸? 아저씨의 초식에 당한 모양이다……. ^^;; 역시 천적은 어디에나 있나니 아저씨의 무공은 더 막강했던 모양이다.  추포도에 처음 상륙해보니 들 썰물에 맞추어 포인트를 옮겨가야한다는데 선비가 안 드는 것은 좋지만 무거운 밑밥 통을 들고 걸어야하는 고행이 따랐고 말수가 적은 아저씨는 빙그레 웃기만 할뿐 가르침을 주질 않았다. 턱짓으로만  어딘가를 한번 긋고는 훅하니 사라졌는데 공탕을 치고 집으로 들어서면 큼지막한 감성돔을 몇 마리씩이나 낚아들고 들어와선 시치미를 뚝, 떼고 회를 떠내고 있었는데 어디에서 낚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이 넘의 인간이……. 손님이 낚을 고기를 혼자서만 잡아오고…….  내일은 저 인간을 절벽에서 확~! 밀어버려야지........) 푸짐 허니 썰어 내온 회와 한라산의 이슬을 곁들이고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고 수저질마다 떠 얹어져 올라오는  전복을 듬뿍 섞은 뿔소라죽과 맛난 반찬들을 보니 꽁했던 마음이 풀어졌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며 잘생기지 않은 얼굴들이라도 자꾸만 보니 정이 들었을까? 무거운 입을 벌려 하나 둘씩 비급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저쪽을 넘어가선 언제까지 낚시를 하다가 물이 바뀌면 그 반대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추포도의 비밀이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또 요령도 생기는 것이 밑밥 통을 두 개를 사용하여 절반씩 갈라놓고 내려가는 길목에 두었다가 빈 통을 교체하여 사용하면 한결 가볍기도 하니 이렇듯 꾼이 머리가 더 좋으니 고기를 낚아내는게 아니겠어? ^^;; 배를 이용하지 않는 포인트에 조그마한 두 개의 방뿐이라 사람이 차면 갈 수가 없고 당연히 포인트도 여분이 없으니 마음대로 찾을 수도 없는 곳이었다. 추포도에서 야인을 만나서 얼굴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땐 서리가 하얗게 내린 머리 때문에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아보고 반가워했으니 그새 10년이 흘러갔다.    “라면 다 끓었어요.~~~~~!!” 심실장의 외침을 듣고서 추억 속에서 빠져나와 추포도에서 눈을 돌릴 수가 있었고 한 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고 한기까지 덜어줄 일용할 양식이 장만되었으니 할렐루야~! 누구에게 감사를 드려야할까? 커피까지 한잔 받아들었지만 물속의 해남은 더욱 극성을 떨어댔고 주변의 다른 부속 섬까지 해녀들이 잔뜩 깔렸으니 오늘이 길일인 모양이지? “일찍,짐이나 꾸리지?  바람에 수온도 떨어졌고 온 사방에 해녀들이 깔렸으니  고기 잡기는 틀린 것 같아........“ 오전의 짧은 시간이 이번 조행 길의 마지막이었다. 짐을 꾸려놓고 배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걸 잊고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바다를 바라보는 그 시간이 다였다 이 바다와 섬도 변한 것이 없는  늘, 그 바다 그 물결 그 섬인데 느낌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나는 누가 내린 닻이며 덫일까?  그것을 다 알지도 못한 채 우리의 짧은 여행도 끝이 났다. 추자의 큰 섬을 잇는 다리를 지나니 제법 파도가 높았고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배를 바꾸어 타고 바람이 만들어낸 파도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미 바다는 주의보상황을 웃돌고 있었는데   승객 중에서는 걱정스러운지 얼굴에 불안함이 가득하다.  ‘이러다간 도착할 때까지 멀미를 하고 고생이 대단할 텐데 진도까지 어떻게 버티지?’ “넉넉잡고 30분만 버티면 잔잔한 바다를 만날 수 있을게유…….”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마다……. 걱정 말아요…….수십 번도 넘게 다녀서 잘 알아요.…….” 아무리 낚시를 다니며 험한 날을 자주 접했다해서 '이정도야~!' 하고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상대는 거대한 자연이 아닌가? 주위를 안심시켜놓고 잠시 눈을 붙였나본데 요동이 준 것이 고비를 넘겼나보다....... 서망항에서 서둘러 버스에 짐을 싣고 목포에서 홍어와 게장을 곁들인  맛난 저녁식사까지 얻어먹고 막힘없는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이른 시간대라 그런지 잠도 오지를 않는다. 파리에 가면 손님을 위해 시를 낭송해주는 버스나 택시기사가 있다는데 우리나라 버스기사는 스스로 원색적인 문화영화까지 틀어주니  새삼 격조 높은 문화사상이라 생각하면 너무 앞서나가는 4차원일까? 목이 컬컬하도록 매연이 가득한 버스 안에서 문화영화도 틀어 놓고 킬킬대는 군상들이 고기를 제대로 낚아 보려면 버스를 백번을 더 타도 어려울 게다…….   이런 낚시 여행이란 것도 꼭 일정한 목적을 지니고  자기 삶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아공간의 시공을 단숨에 뛰어넘는다는 워프에 어찌 비할 까만은  우리의 인류가 정착지도 없이 오직 생존만을 위하여 떠돌던 시절에야 놀러가는 일과 동일할지도 모르는, 여행이라는 사치스러운 말도 없었을 터이지만  여행을 꼭 놀이의 기회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행은 늘, 자신을 상실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상실을 통해 재생의 기회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늘 보고 사는 지겨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떠나보는 낚시 여행도  정신적 무장해제와 자기구원의 기회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호흡을 멈추고 어디론가 떠나고 보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보고, 얻고, 깨닫고 싶어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 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변화를 겪으며 깨우침을 얻고  그 속에 파묻혀 해방감도 맛본다. 그 채움과 비움이 반복되는 조화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기도 한다. 섬은 늘, 홀로 있지만 고독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찾는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무수한 생명력으로 차 있는 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