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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08년 만재도...... ( # 4 ) An Irish Blessing

by 찌매듭 2009. 2. 13.

 

이게 또 무슨 일이람?
심술궂은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대는 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는데 바람이 거세어졌다…….
방향도 바뀌었는지 창문틈새로 쐥~! 하니 파고 들어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창문을 열고 코끝을 내미니 숨 쉬기도 힘들 정도로 
맞바람이 불고 있었고 서늘한 기운이 온도까지 많이 내려간 모양이다…….
(하나님도 무심하시지…….하루만 더 참아 주면 어때서...........)
(용왕님에서 하나님으로 개종을 하는 것도 순식간이군......,)
어제의 생각했던 장소는 바람 속에 사라져 버렸고
바람피할 곳이나 있을는지…….
아침국은 또 미역국이라?
평시에는 시험 보듯 다녀오는 고기잡이에 지장이 있다며
저녁때 외에는 미역국을 안내주던 아줌마가 오늘은
잠이 덜 깨었나 보다…….

입맛을 다시던 선장이 바람을 피하여 방향을 틀더니만
갑자기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다른 배들을 제치고 달려간 곳이
예전에 도깨비가 나왔던 그 곳이다.......
이 장소를 모르는 엄군에게는 채비를 끝내고서야
말하는 것이 낫겠지.......
“그런데, 예전에 李실장님이 도깨비를 만났다는 곳이 어디에요?”
“...... 네가 서있는 자리가 바로 도깨비가 나왔던 그 자리란다......”
“??? ~~~~~”
“나는 그날 밤 저 건너편에서 서울에서 제법 큰 
명성공화국에 다닌다는……. 아니 교회라던데…….  
신앙심도 별로 깊어 보이지 않는 
K권사와 자리를 잡았었더란다…….
민박집 아저씨와 李실장이 밤새도록 도깨비와 난투극을 벌리는걸.
둘이서 멀거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말 어떻게 설명하기가 그러네?!
옆에 있던 권사님에게 물었지…….
큰 교회를 다니니 헌금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잘했다면
은혜도 조금은 받지 않았겠나…….
당신이 보기에는 지금 우리 둘의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저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양반........입도 뻥긋하지 않고 물만 쳐다보더라.........
낚시 온다고 주일을 못 지킨 것이 죄가 된다고 생각했나보지???!
사실, 저 자리는 우리가 먼저 내리려다가 양보한 자리였는데........
믿음이 강하다는 권사님과 함께이고 허접한 긴하지만 그래도 
깡다구도 약간 있는 내가 저 자리에 내렸었더라면
우리도 도깨비에게 농락을 당했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도 으스스~ 하긴 해.......
혹시라도 여름날 밤에는 절대로 이 자리에는 내리지 말그레이~~~
진짜 그때의 오~멘! 은 겪어보지 않고는 몰라~~~~~~~
지금껏 그 권사나리는 입을 꼭, 봉하고 있다니까?! “
눈이 커다랗고 속눈썹은 짙은 놈이라 겁은 또 무척 많은지
수시로 뒤를 돌아보는 폼이 너…….딱, 걸렸다............ ^^;;
신앙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서 씨 아저씨가 코웃음을 치면서
비웃었었지만 고기 한 마리도 못 낚은 날, 궁하다 보니
“깨비님~ 깨비님~ 저에게 우럭이라도 좋으니 한 마리만…….”
저도 모르게 소원을 빌었더니 갑자기 큼지막한 우럭이 몇 번 물려나왔다고
궁할 때마다 찾는 자리가 되었다…….  
(물론, 낮에만 찾았지만........ ^^;;


크릴을 끼우면 농어가 잘 물려 나오기에 농어 여라고 부르는
잠기는 여가 있는데 순천에 있는 선장의 작은 아들이 여러번
전화를 해오며 수확이 있는가를 물으며 응원을 보냈지만
이 노무 입질은 언제나 오는 거여?!
근처에는 선장의 큰 아들이 험한 자리에 박쥐처럼 붙어서
발밑을 노리며 낚시를 하고 있다간 어느 틈엔가 뒷산을 넘어왔다…….
발밑을 돌아다니는 만재도의 감성돔 습성을 의심하는 엄군이 
자꾸만 멀리 흘려내자 그리해선 감생이 잡기가 힘들다고 핀잔을 주었지만
채비를 발밑에 붙들고 있는 나나 흘려대는 엄군에게나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니 원칙이 어디 있겠나…….
“퍽~~~~~~~!!!!”
갑자기 나타난 만재도 특유의 입질을 놓치지 않고 
챔질 타이밍을 잘 맞춘 것 같은데
뒷심이 없다.............
우럭............... 한 마리.............
무슨 우럭이 감성돔하고 똑같은 썬더볼트 같은 입질을.........
잠시 후에 역시, 똑같은 번개 입질…….의 우럭, 농어, 노래미........


이제 주어진 시간이 다된 것 같다.
두꺼운 구름이 순식간에 머리 위를 뒤덮으며 
수면이 높아졌고 사방에서 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정오시간이 되며 하늘빛은 더욱 우중충해 졌고 
무심코 모자를 벗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오늘도 이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되어 
뇌리에 남게 되었지만 또 내일은 새로운 시작으로 열리리니…….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몸을 뉘여 쉴 수 있는 안식처가 있다고 
사람이 살아가는 필요조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바다를 찾는 순간,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걸. 느끼고 
그 순간 채워지는 내면의 만족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풍요함으로 채워질 터이니까……. 


선장내외는 눈 수술을 하기 위하여 
목포로 가는 여객선을 타러갔다는데
우리일행 때문에 며칠을 늦추었었다니…….
점심식사를 하며 창밖을 보니 파도가 높은 속에서도 여객선이 왔지만 
앞머리가 번쩍 들리는 것이 험한 날씨가 시작된 모양이다…….
이제 나의 긴 여정도 마지막 날이 되었다. 
짐을 꾸리며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구름이 보이고 
멀리 수평선을 보고 바다를 보면 
파도가 보이고 그 속에서 내 꿈도 보였다. 
하루가 십년 같았던 뭍에서의 시간과는 달리 
여기서는 하루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바람이 세차게 찾아왔지만 그 바람이 가면서 그 소리를 남기지 않았고
더 세찬바람이 찾아왔지만 그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모든 근심도 바람에 담아 보냈으니 이 마음도 따라서 비웠어라…….
이제 해가 바뀌어야 이 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헤어짐이 섭섭한지 애써 고개를 돌리던 아저씨가 눈을 반짝였다…….
“내년 4월이면 열기가 얼굴을 비추고 볼락낚시도 될 터인데
내가 먼저 골창에 가서 잠시 낚시를 해보면 알 수가 있겠소야……. “
평시같이 여름까지 기다리려면 너무 먼 만남이라 생각하는
아저씨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누울 공간을 찾아내어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았지만 
이것이 꿈결인지 실지인지 알 수가 없다.
바닷길은 또 어찌나 험한지 얼마 버티지를 못하고
속이 거북하기 시작했고 바로 일어나 앉아 
한 시간여를 힘겹게 버티다보니
섬들이 하나씩 보이며 잔잔해지니 이제 안심이 된다.
눈에 익은 등대를 닮은 건물…….
세워놓은 자동차…….


전화기의 전원을 켜자마자 쏟아지는 수십 통의 문자를 확인하는 엄군의
꿀꿀한 표정이 재미있다...........
지퍼가 망가져 잠기지 않는 가방을 얼기설기 끈으로 묶긴 했는데
견적, 또 나왔네.......... -_-;;
건전지 두 알만 넣으면 집까지 쉽게 고기를 살려 올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에
싱싱하게 펄떡이는 고기를 보여주며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을 하니
수고하셨다며 맛있게 먹어주는 딸내미와 달리
독한 감기로 얼굴이 반쪽이 된 천사 발끝도 못 따라갈  마나님은 
못마땅한지 기어코 딴죽을 걸어왔다…….
“물속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생명을 저렇게……. ㅉ  ㅉ 
주여……. 저 늙어가는 어린양을……. 아멘……. “
(결국, 회 몇 점을 먹으면서도 시비야......... -_-;;)
하루가 더 지나도록 살아있던 한 마리를 
아들놈에게 억지로라도 떠 먹여야 했던 건
다음번의 야반도주를 위한 중대한 포석임이 틀림없다……. ^^;;

설마른 고기를 갈무리하며 짐정리를 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우리는 곧잘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욕심에  묶이지 말라는 뜻과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고 포용하라는 말일게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 상속에서도 
새롭게 이어져 갈 나날을 고맙게 여기고 
작은 것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다보면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을 
지루함도 모르게 기다릴 수 있을게다.......
이제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지나갈 한해가 
오늘 이 순간에도 숨고를 틈도 없이 지나간다. 
이제 곧 새로운 해가 떠오를 것이며 
내년에는 모든 것이 잘되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어렵고 힘든 때이다 
산엘 가서 숨이 찰 때까지 오르지 않으면 
정상에 다가 설 수 없듯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