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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추자, 2009~! ( 아름다운 동행 / mystic heart-asha )

by 찌매듭 2009. 2. 19.

원하던 원하지 않던 2009년이라는 새해가 찾아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08년은 영원히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금년 운세는 또 어떨까?  신년점이라도 보려는 꾼이라면 당연히 바닷물에 빨간 도토리라도 던져 보아야 어울리지 않겠어? ^^;; 해가 바뀌자마다 또 낚시타령이냐고 딴죽을 걸어올  마나님도 무섭고 아직, 오래도록 자리를 비울 상황도 아니니  가볍게 콧바람이나 쐬고 오는 걸로 만족해야 할 텐데  겨울철의 수도권이라는 곳에서는 당일치기 낚시라는 것이  고생스럽기 만한 먼 거리의 움직임이니 어디 마땅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까나? 겨울하늘답지 않게 높고 푸른 하늘빛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하늘을 여유롭게 날고 있는 저 한 마리 솔개처럼  나도 저 창공으로 맘껏 날아볼 수 있다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겠다만 답답하다 보니  별스런 생각이 다 든다. 뭐, 또 훨~ 훨~! 하늘을 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어깨를 짓누르며 둘러싸고 있는  이 콘크리트덩어리와  시꺼먼 아스팔트길 위를 벗어나 한껏, 물살을 가르는  질주라도 할 수 있다면……. 잠시라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꿈을 꾸어본다……. 날고 싶다……. 벗어나고프다……. 바다에는 무한한 도전을 위한 진취성과 희망이 담겨 있기에 바다에 가게 되면 한동안 가슴에 쌓여 있던 앙금을  털어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고 안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임원진이 바뀌며 첫 출조 부터 제대로 된 출발을 하겠다는 동호회를 따라 1박 낚시를 가게 되었고 장소도 추자로 정하였다니 오랜만에 추자도 구경을 다녀오게 되었다……. 월급쟁이가 부담스러운 경비지출을 감당 할 수 없다며   한동안 망설이던 볼 살이 통통한 심 室長이 결심을 했는지  함께 동행을 요청했다……. “그동안 여러 사람하고 다녀봤지만 저마다 낚시에 바쁘다 보니   제대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갯바위에 함께 내려 주실 거죠? “ “나하고 내리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텐데?  이슬준비, 라면 끓이기, 간식 챙기기, 짐 옮기기,  밑밥도 버무려 주고 뜰채질도 해줘야할지도 모르고……. ^^;;“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합지요, 염려 마시어요.” 같은 계통에 있다 보니 설계사무소의 감리자와 건축시공자로서의 만남으로 알게 되었지만 언뜻 들으니 가끔씩 민물낚시도 가고  우럭낚시도 가는 그렇고 그런 꾼이었는가 보다....... 외연도로 가볍게(?) 농어낚시를 다녀온 날 오후에  현장에서 마주쳤기에 바퀴달린 쿨러에 담겨있던 농어 두 마리와 광어, 우럭들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렇게 큰 고기는 처음 본다며  감탄을 넘어 경악스러워하기까지 했는데, 언제고 시간이 되면 원도 권까지는 어렵더라도 비교적, 가까운(?) 거문도의 화수분에서 원풀이, 손풀이 낚시를  한번 안내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날따라 하늘이 흔들리고 땅도 흔들리는 날이 걸려들었는지  농어와 참돔을 두 자리 숫자로 낚아내었고 찬거리 고기들로  쿨러를 채우고도 넘쳐나 스치로폼 박스까지 별도로 꾸려들고 돌아온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이상스런 병이 생겼단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면 뻘건 유성이 흐르고 잠자리에서도 헛손질을 하는 몽유병 비슷한 증상이 생겼기에 원인을 알아보니 거문도의 화수분 병이 분명하단다. 병명을 알았으면 처방이 있기 마련이니  편작(扁鵲), 화타(華陀)가 따로 있을쏜가........ ^^;; 한 번 더 녹동 항으로 달리면 되는 것을....... 또 한 번의 길일을 택하여 세자리 숫자의 고기잔치를  벌려주고 난 후부터는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하는 품새가 설마, 날 어부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1월 초순으로 정했던 추자행이 하늘이 허락지 않아  연기끝에 중순을 넘겨서야 집을 나설 수가 있었는데 서 씨 아저씨도 함께 가기로 하였기에  이번에도 번개같이 달려와서는 정육점 앞에서 차를 세운다……. “김치찌개에다 돼지고기를 얼마나 넣으면 될까?  1근? 2근? 고기를 못 잡을 것에 대비하여 안주를 푸짐하니 갖고 가야지?  아예, 남아서 며칠 더 하고 오면 어때? “ “돼지 잡아 잔치할 것도 아니고 반근만 사면 혼자 실컷, 드실 거 아뇨?” “왜? 돼지고기 싫으면 소고기를 살까?” “아직 자리를 오래 비울 수도 없고…….   추자에 고기 없데…….  그냥, 1박만 하고 옵시다.……. -,,-”  이렇게 버스를 타고가면 편하긴 하지만  준비했다는 뻑뻑한 족발 안주가 성의가 없다보니 끝이 나지 않는 이슬파티에 속이 불편하여 조금 가져온 찬거리를 꺼내어 앞뒤에 앉은 사람들과 2차전을 벌리다보니 지루한 줄도 모르고 목포에 도착했다. (역시 대한국민은 국물이 있거나 진안주가 제일이여~~~~) 잠도 설쳤지만 너구리를 잡으려는지 뿌연 연막 안에서 벌어지는  간접살인행위에 목이 따갑기만 하다.......  요즘에는 추자를 다니는 선편이 마땅치 않아 탐라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다니  예전같이 추자를 다녀야할 모양이다……. 다행히 만재도 시즌이 끝나 한가해진 낚시점에서 배를 내주어 만재도만 다니던 선장이 추자도 구경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를 만난 서망 항에는  많은 꾼들이 모여들어 배들의 엔진소리가 요란했고  타고 갈 배에 올라 선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꾼들로 끼어들 틈도 없었지만  대충, 자리를 만들어 엉덩이를 밀어 넣고 앉았다가  체중으로 밀쳐가며 공간을 만들어 놓고 슬그머니 쓰러져 등을 붙이고 잠간 잠이 들었었나. 본데 엔진의 소리가 줄어들고  창문으로 불빛이 보이는 것이 추자도의 묵리에 도착했나보다……. (????? 이게 어찌된 일일까?!) 긴 방파제에 줄지어 켜져 있는 화려한 가로등 불빛도 부족하여  네온사인까지......? 번화한 낯선 풍경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는데, (가만있어봐라......... 마지막으로 추자를 다녀온 지가 언제였더라?) (목포나 여수항으로 잘못 온건 아닐까?) 알고 보니 추자가 초행인 선장이 지리를 모르다 보니  하추자의 신양리로 들어온 모양이다……. 잠시 소란을 떨다간 배를 빼내어 묵리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희미하게 밝아진 주위 탓에 선장이 방심을 했었던지  물위로 들어난 간출 여를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걸,  누가 알아채곤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만재도만 다녔던 선장이니 그쪽이야 훤히 알겠지만 낯선 곳에 와서 객기를 부려서야 되겠나? 급히 속력을 줄여서 위기의 순간은 모면했지만 등줄기에 ‘싸~!’ 하니 흐르는 냉기에 손을 떨었던가 보다……. 엉금 하니 기어서 코앞에 보이는 묵리의 방파제까지 두 대의  연초를 태우는 시간이 걸렸으니........ 옆의 꾼이 기어코 한마디 하고야만다……. (까불고 있어……. 짜석이......)   묵리의 방파제에 있던 종선으로 짐을 옮겨 싣는데 누군가 부르기에 돌아보니 추자의 野人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 손만 한번 급히 잡아보고  밤 시간에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배에 올랐는데 며칠, 날이 안 좋았던 탓에 손님들이 몰려 정원을 넘었으니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고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지경이다. 그저 아무 곳이나 빨리 내려 갯바위를 딛는 것만이  제일이다 싶은 것이 주말을 이용하는 낚시행각이라는  고생길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인 것이여……. 세 번째 순서가 되어 그리 달갑지 않은  섬생이의 한 포인트에 내리게 되었고  오늘,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주겠다며 따라 내린  저 배뚱뚱이, 심 室長에게는 어떤 무공을 한수 제대로 보여줄 수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몸으로 못 보여주게 되면 한껏 입으로나 오른 양기라도 뿜을 수밖에……. 얍삽한 막대찌에 첫 번부터 입질이 나타났고  그저 고만한 볼락들이 물고 늘어졌는데 이나마도 날이 밝으면 귀해질 터이니 부지런을 떨어야한다……. 열댓 마리의 볼락이 올라오곤 기어코 숭어까지 물려 나오더니 날이 완전히 밝고야말았다.......  생명조차 느낄 수 없던 밤의 갯바위는 날이 밝으며  햇살의  따뜻한 입김이 내려앉자 긴장을 풀고  올리치는 파도 앞에 무너져 내린 모습을 보인다. 날도 밝았고 물때도 그러하니 횡재수도 없을 거란 생각에 잠시 낚시가 시들해졌고, 새로 구입한 디카로 사진이나 몇 장 찍어보자고 뒤의 갯바위 정상에 오르니 멀리 사자 섬에 절명 여까지 눈에 들어온다. 이리 저리 손에 익지 않은 디카의 작동에 열중하고 있는데 심 室長이 소리를 지르며 손짓발짓하는 품이  라면이라도 끓이려나. 했는데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받침대에 걸쳐 두고 온 낚싯대에 어떤 낌새가 있는 모양이다……. “어쩐대요????? 낚싯대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이 멍청깽이야?! 그러면 낚싯대를 들어봐야지?!!!” 130%의 비만도를 보이는 심 室長이 제 낚싯대를 내려놓고  달려간 시간이 또 몇 초가 지났을 게구 제대로 된 고기라면  붙어 있지도 않을테니 자잘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건드렸겠지……. “이거 뭐 제대로 힘을 쓰는 것이 감생이 같은데요?  맞아? 맞아! 진짜 감성돔이네? 뜰채~? 뜰채~! 뜰채요~~~!!!” “내가 여기에서 거기까지 언제 달려 내려가겠노?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고기 힘을 빼고 물위에 뜨면 뜰채로 떠내란 말이다......“ (저러다가  떨어지겠지~! 뭔 고기를 잡아 올리겠누?! ^U^) 사진이나 찍어두자고 몇장 찍다보니 ‘어럽쇼?’  뜰채에 무사히 담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조그마하지? 30이나 되나?” “아닌데요?! 40은 되겠는데요?” (그래? 이상도 하다......) (고기가 떼거리로 몰려오지 않았을까? ) 마음만 급했지 엉금 하니, 한참이나 걸려 내려와 보니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심 室長의 뜰망에는 어쩌다 이런  비만한 초보에게 굴욕을 당하는지 분에 찬 감성돔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우~~~~~!! 무언가가 물고 달리는데  느낌이 이상하다했더니 허연 게 올라오는데 정말 예술이었어요.……. ^^;;“ (그래……. 예술이 따로 없다......) 어두컴컴한 나이트클럽에서 불륜을 꿈꾸며  누군가를 끌어안고 현란한 발걸음을 옮겨야만 예술이라더냐? 다람쥐가 울고 갈 체조선수 같이,  공중제비를 몇 바퀴씩 돌아야만 예술이라더냐……. 거미줄 같은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투명한 실에  알록달록한 찌라는 이름을 가진 도토리를 매달고 조그만 바늘에 작은 새우 한 마리를 꾀어놓고  깊이도 알 수 없고 넓이도 알 수 없는 넓디넓은 바다에서 한 마리 고기를 꼬여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이 아니더냐.……. (??? 가만있어라…….  받침대에 걸어둔 낚싯대의 방향이 이상한데  고기가 물속을 헤집고 달렸던 모양이군?) (거참, 이상하네?……. 감성돔 8호 바늘에 목줄은 3호였고  크릴을 일곱 마리나 끼워 던져 두었었는뎅…….) (이건 내가 잡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던져놓은 채비를 물고 나왔으니  이건 내가 잡은 것도 아니고 안 잡은 것도 아니여  이건 내가 잡은 것도 아니고 안 잡은 것도 아니여……. -_-;;) 고기떼가 몰려왔나?  잡시 집중해 보았지만 학공치 떼만 보이고 깐 새우가 흔적도 없어지는 것이 망치 떼도 몰려왔는가보다.   슬슬 배가 아프고 심통이 밀려 나온다……. “뭐여?  출출한데 라면이라도 끓여봐~! 아침 도시락을 먹어 치워야지?  조금 있으면 점심도시락이 또 올 텐데?! “  물이 끓는 동안 볼락이라도 둬마리 썰어 이슬을 뿌리던지?  간식이라도 좀 내놔봐?! “ “준비해 온 쥐포라도 드릴까요?! “ “그런 허접한 간식 말고 까망스 치즈에 뭐 거시기한거 없어?” “쥐포도 저한테는 고급인데 그런 들어보지도 못한   간식까지는 미쳐 준비를…….-_-” “내 가방을 열어보면 마실 것과 과자 부스러기라도 있을 껴~!”   간식 챙긴다고 큰소리를 치더니만......”  그러면서도 이것이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는 거여?” (서 씨 아저씨하고 내렸으면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라도 있었을 텐데……. 쩝…….)   점심 도시락을 또 받아 들고 숭어 몇 마리도 반가운  오후시간이 지나갔고 많은 인원의 철수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 오늘의 낚시를 끝내야할 시간이 되었다. 민박집으로 짐을 옮기고 내일 사용할 밑밥도 챙기다 보니 해가 수평선 끝에 걸렸고 수평선위에 걸렸던 주황색 띠도  잠시 후에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도 민박집에 손님이 많다보니 푸짐한 횟꺼리가 생겼다. 이 섬을 찾은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는 가장 고기를 많이 잡았고  누구는 걸었던 고기를 거의 다 끌어내다가 큰 고기의 모습까지는 보았으나  그만 떨어뜨리고 말아 안타까운 사람이 되었다. 낚시를 가서 서둘러 채비를 담그는 것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고  열심히 밑밥을 뿌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많이 잡아 보고픈 것이며 긴장의 끝을 늦추지 않는 것은 큰 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음이 변하는 것이 처음에는 아무리  욕심이 작았던 순수했던 마음일지라도 어느새 마음속에서는  큰 욕심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원망이 자리를 잡기도 한다. 내속에는 결국 무엇인가 큰 수확을 바랐던 것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나짐 하크메트’의 시(詩)속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란다. ‘ 하긴, 하루하루 최고의 가능성이 꽃 필 수 있도록  날마다 새로운 곳을 향해 즐겁게 출발해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있다는 ‘존재의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대로 눈앞의 욕망에만 취해 버리면 다시는 그 바다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니…….     ‘한동안 어찌 추자를 안 찾아 주었는가? 며 자리를 뜨지 않고  식사자리에 신경을 써주는 민박집의 윤 사장에게  몇 잔을 연거푸 받다보니 제법 취기도 올라 식사를 끝내고 혼자서 민박집 문을 나서보았다. 수평선위에 걸렸던 주황색 띠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자 드디어 별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민박집에서 빠져 나와 인적도 없는 조용한 길 위로 나섰다……. 주위가 어두워졌지만 별빛과 달빛만으로도  주위의 사물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뒷짐을 지고  깊은 산길로 발을 옮겼다. 별로 낯설지도 않은 것이 몇 년 사이에도 변하지 않은 길을 따라 발을 떼어놓다 보니 집집마다 처마에는 물고기를 말리는 모습이 정말 내가 섬에 오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굴러다니는 낡은 화물차가 있는 집을 확인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아줌마가  집의 손님인가 웃음을 짓다간 화들짝, 놀라며 반가워한다. “어메~~~~~! 찌매듭님~~~~! 몇 년만인 교?” 野人과 유자차 한잔을 앞에 놓고 지난 이야기 한마당……. 추자를 잠시 비웠던 이야기……. 山海님의 슬픈 소식......... 999님의 안부....... 섬에 있는 나에게 돈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뻔뻔한 부탁에 소리를 지르며 욕을 퍼붓다간 그래도 동향 사람이 뭔지 주머니를 털어 50만원을 부쳐주고도 고맙다는 말도 못들었지만 섬에 있는 내가 더 마음이 편하다는 허허로운 웃음……. 섬이기에 공을 들일 수 있었다는 미공개 사진들을 감상하며 끝이 없을 이야기끈을 그만 놓고 일어서니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굳이 태워다 주겠노라며  차의 시동을 걸고야 만다.......   내일은 새벽 두시에 일어나야한다니 서둘러 잠들을 청했겠지만 잠을 못 이루는 서너 명만이 승부가 나지 않을 카드게임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누울 자리를 찾아내어  억지로 잠을 청하다 보니 인생을 제대로 사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구나.  마음이 제자리를 떠나면 '마음이 삐뚤어진 사람이요 정신이 제자리를 떠나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요 얼이 제자리를 떠나면 얼빠진 사람이요 魂(혼)과 魄(백)이 제자리를 떠나면 魂飛魄散(혼비백산)한 사람이 된단다.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의 관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인생의 문제 앞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다. 우리는 순간순간, 많은 일을 계획하고 특별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채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하니    바쁜 일상에서 한번쯤 호흡을 멈추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자꾸나……. 시작이 끝이었을까 물길이 바다와 섬을 만나는 이곳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흐르는 물을 보며  마지막 남은 노을의 눈부심이 황홀한 수평선을 보았고 바람에 등을 떠밀려 몸을 돌렸었다. 오늘의 피곤했던 몸을 누인다. 설레는 내일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