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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높이 자리를 잡으면서 해무도 걷히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는 섬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빛도 눈이 아리도록 파란 색으로 바뀌니 기분도 한결 상쾌해지는 것이 따끈한 점심밥과 함께 부족했던 이슬까지 커다란~! 페트병으로 따라왔기 때문이었을게다....... 자기가 먹으려고 사다놓은 술이 마침, 있다며 군소리 없이 한 번 더, 배를 몰고 다녀온 주인이 단돈, 오천 냥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기에 일행들의 기분이 한껏, ‘up' 되어 이슬파티가 다시 이어졌지만 마땅한 안주가 없다보니 쿨러속에 남았있던 찬들을 모두 꺼내 보았지만
이슬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밥반찬으로나 어울릴, 보쌈김치’'메추리알 장조림’'고추조림’ ‘오이지’ 뿐...... 회가 있다면 빠트리면 섭섭할 매운 고추와 저민 마늘이 있었고 간장이 없으면 회를 안 먹는다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를 위해 회간장까지 꺼내어 놓고 뭉땅거려 상을 차렸지만 정작, 마땅한, 회꺼리가 없으니....... 한켠에서는 부자지간에 돈독한 정을 쌓아가며, 낚시를 제법 다녔다는 아비가 아들에게
한 솜씨 보여주려고 나란히 앉았었지만 아비보다 아들의 솜씨가 더 나았는지 아들에게만
연실, 고기가 물려 나왔으니 낚시꽤나 다녔다는 젊은 아비의 경력과 고급장비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하루 먼저 들어와서 낚시를 하던 부산 아저씨들이 오늘은 틀린 것 같다며 먼저 짐을 꾸리기에 이쪽자리가 나을까? 저쪽자리가 나을까……. 안절부절못하던 박 군이
자리를 옮겨갔고 어디선가, 수완도 좋게 카고 채비까지 하나 얻어와서는 몇 마리의 전갱이를
낚아내긴 했지만 오후시간에도 수온은 좀처럼 올라가지를 않는다.……. 약은 입질 몇 번을 놓치지 않고 챔질에 성공해보면 크기가 흡족하지 않은 한 뼘짜리 전갱이뿐……. 이러다간 오늘하루종일, 열 마리나 잡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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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 있는 어느 가두리부근에 온갖고기가 많다는 소문이 나며 인터넷상에서 손님을 모집하여
버스로 실어나르며 선상낚시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야인시대’의 팀들과 바다낚시 사에 한 획을
그은 것만은 인정해 주어야할 강동의 입담 좋은 떠버리총무도 거문도를 찾아왔고......
가거도며, 만재도며, 추자도며, 원도권을 휩쓸고 다니던 돈주머니가 두둑할것같은 강남의
낚시출조팀까지도 거문도의 가두리를 찾아왔으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했지만 낚시정보만큼은 엄마찾아 삼만리를 간다는 것보다 더빠르고 멀리까지 퍼진다는 말이 맞긴맞는 모양이다......
갑자기 손님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니 가두리 주인은 수지 맞는 장사판을 벌리게는 되었으나 아무리 가두리라도 때가 있고 특유의 방법이 있는 것인데 자기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오합지졸들이 몰려갔으니 제대로 고기를 잡을 리가 없었나 보다.
닭을 잡으려면 닭잡는 칼을 쓰고, 소를 잡으려면 소 잡는 칼을 써야할텐데 제대로 가정교육이 안 된 무리까지 섞였었는지 급기야는 가두리 망속의 손대지 말아야할 곳에까지 손을 댔기에 길가를 지나던 현지민이 보고 주인에게 고하는 일도 생겼다. 몇 푼에 눈이 어두워졌었던 가두리의 주인아저씨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다툼 끝에 뒤늦게나마 출입을 금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왜 가끔씩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하는지 그 옛스런 지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또 어느 날은 가거도나, 만재도등지의 원도 권만을 다니다가 공탕을 친 원도 파들이 '까짓 꺼~!' 우습고 만만하게만 생각하고는 우르르~ 몰려가서는 자잘한 전갱이만 몇마리 낚고서는 미련한 것들이 분하기는 했지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씩씩 거리며 돌아와서는 멋적은듯 입을 다물었고 참돔 선상시즌이 지나 빈들거리며 놀고 있던 무창포의 낚시점주도 손님들을 꼬득여 찾아가겠다며 가는 길만 물었을뿐, 고기를 낚는 방법이나 포인트에 대한 설명도 듣지 않고 제꼴들이 우물안 개구리인줄도 모르고 평상시의 잘나지도 않은 낚시실력만 믿고 우쭐하니 가볍게 생각했던가보다……. (그래……. 그만하면 난다 긴다, 산전수전, 고해성사 수십 번씩 했을 테니 어련히 알아서 잘도 낚아내겠지…….) 한밤중이 되어도 고기가 물리지 않았는지 (실지로는 잡지도 못했겠지만......) 전화를 걸어와서는 곤히 자는 사람을 깨워서는 언제, 어디서 고기가 물고 늘어지는가고 물어오니 곁에 누워있다가 무슨일인가 눈이 휘둥그레졌던 마나님이 눈초리를 치켜 세웠기에 그만, 등골이 오싹해졌다 -_-;; “우이씨……. 웃기는 사람들이야~! 정말~!!!!!! 고기가 미쳤니????? 이 밤중에 물어주게?????????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 설명을 좀 잘 듣고 가랬잖아?" (스팸광고가 따로 없구먼……. 이 새벽에........) 이래서 밤에는 전화를 꺼놓는 습관이 생겼나보다.(매듭생각…….-_-;;) 사람은 평생을 배우며 산다. 배운다는 것은 묻는 것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남에게 묻고 배우며 나이가 들어간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면서도 묻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면서도 질문을 않듯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남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겠나....... 살아있다는 것이 아직 배워야할 것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인생수업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말이다.![]()
몸이 불편하다며 오래전에 낚싯대를 놓았던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얘, 너 거문도에 편하고 좋은 곳을 알고 있다며? 한번 안내해 주면 어디가 덧나니?” “알았으니까 얘. 너 해가며, 애 취급 좀 말아욧~! 나도 오십이 넘었다니까?” 예전에 먼저 낚시를 알았기에 약관을 갓넘긴 철없는 나를 꼬득여서 가거도, 추자도, 만재도로 끌고 다녔던 사람만은 좋았던 인생+낚시 선배였기에 날을 잡아 거문도의 가두리를 찾아가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바늘도 묶어주고 고기도 따주고, 회도 썰어가며 늦도록 재미있는 시간이 지나갔다. “형도 이젠 맛이 갔구려……. 나이 칠십에 손을 떨고 바늘도 제대로 못 묶으니…….ㅉ ㅉ ……. 그러다가 어디 백 마리나 잡겠 수? “ “너……. 가거도에서 바람에 날아가 굴러 떨어질 때 내가 왜 붙들어줬는지 후회하려고 한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가거도 가면 내 꼬리도 못 따라 오것수~~~~~ ^U^” 밤이 깊어지며 고기 망태기도 무거워졌으니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하려고 컨테이너 방으로 들어가 램프를 켜고 오늘의 수확물중에 가장 크고 싱싱한 고기를 안주삼아 이슬을 곁들이자 적당히 취기가 오르니 매달린 램프의 빛에 함께 물들며 홍조가 번져간다. 오늘, 우리가 머무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잠간 잊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은 깊은 밤으로 흘러갔다……. 80년대 초에 함께 댐 낚시를 즐겼던 선배가 몇 년간 보이지 않더니만 뒷짐 진 손에는 바다용 릴대가 들려 있었다. 댐낚시와 함께 바다낚시도 다니긴 했었지만 팔뚝만큼 굵은 우악스럽던 글라스롯드 낚싯대에 질려서 바다낚시는 할 것이 못된다고 한동안 외면했던 터라 저 가느다란 낚싯대로는 무엇을 잡을 수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바다에도 찌라는 것이 생기고 부터는 힘들지 않게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저 푸른 수평선을 향해 캐스팅을 하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에 넘어가 오늘날 이 고생길로 들어서게 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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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년 전……. 요즘과 같이 편리한 교통편이나 통신시설도 없던 시절의 추자도, 거문도, 태도, 만재도, 가거도등의 원도를 제집 안방 넘나들듯 다녔던...... 정말이지, 화려한 경력을 지졌던 꾼이 강하고 둔탁한 낚싯대를 접더니만 오늘은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를 찾아와서 짧은 낚싯대 하나만을 달랑, 펼치고 있게 되다니……. 곤고(困苦)한 불모의 시대에 나이까지 들어가니 감정도 무디어만 가고 욕망도 소진되어가나보다. 건강이 그러하니 모든 것이 심드렁하고 시큰둥한 모양이다. 몇 잔 의 소주를 들이키자 얼굴이 불콰해지는 모습에서는 예전의 말술을 마다않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얘, 요즘은 거울을 보기가 싫더라……. 가끔,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면 거울에서 발견하는 낯선 남자같은 내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랐다간 내 자신인걸 알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에대고 욕을 퍼붓곤 한단다......“ “내가 예전에는 나이든 노인들에게 참, 지겹게도 오래 산다고 경멸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 줄에 가깝게 다가가 있지 뭐니........ 요즘은 한순간도 느긋하지 못하고 좀스런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니......“ “우스꽝스럽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채 되어있지도 않은데 예고 없이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눈도 흐려졌는지 작은 글씨나 바늘이 잘 안 보이고 거울을 보니 눈꼬리가 쳐져있고 안구의 흰자위가 탁해졌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란 것이 점진적이지도 순하지도 않겠지만 선배의 얼굴에는 지나온 세월과 싸워온 피곤의 더께가 어깨위에도 머리위에도 잔뜩, 올라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도 한창 때는 머리며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며 어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스무 살이 되어서는 드디어 미성년자를 벗어났다고 환호를 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한마디를 해주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니 어른이 된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 때는 어느정도 지나치게 나이가 들어 있었던건 아닐까...... 어린아이였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고 이제 어른이 되어서는 어려 보이려고…….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고,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걸 아쉬워하는 것이 어쩔 수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되어 버렸나보다……. 어른이 되면 아무리 좋은 스피커로도 그 소리를 전부 들을 수가 없단다. 아니, 듣게 될 수가 없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귀의 신경이 조금씩 약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의 동심이란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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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 선배를 누여놓고 잠시 내려다보니 몇년 안본 그새에 참 많이도 늙었구료........ (도대체 왜 쓸데없는 청승맞은 이야기로 사람정신을 말똥말똥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_-;;;) 잠이 안 오니 혼자 나가서 낚시나 다시 해볼 수밖에……. 희미해진 전지찌의 불빛을 쳐다보려 눈에 힘을 주어 보면 다시 날카롭게 빛나기는 하기에 멀리, 흘러가 있는 찌를 보는데는 아직, 지장이 없구나 생각을 했지만 누구나 나이는 들어간다. 신체적으로 인간은 스무 살부터 성장을 멈추고 늙어간다니 아직도 에서 벌써로 변하는 걸 느끼지도 못하고 넘어가기도 하기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안달하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겠지만……. 성취해 놓은 것도 없고, 계획도 안 되어 있다면 더욱, 심각하겠지만 홍안백발(紅顔白髮) 이 자기만은 피해가리라 생각하며 사는거지 뭐...... 덕분에 후련하고 시원하고 재미있는 이틀간의 시간을 보냈다며 미리 준비해 두었을 봉투를 하나 내밀었는데, 오가며 들었던 경비보다 넘치도록 담겨있었었다. 아직, 너는 활력 넘치고 완숙한 세대를 구가하라는 말을 남기고 차문을 털컥~!, 닫고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니 너무 처량한 넋두리를 들었었는가 싶다. 울컥, 하니 무언가가 치오르며 눈가에 물기가 도니 참, 별일이다...... 세상이라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긴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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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어도 수온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朴 군이 낚은 스무 마리 남짓의 전갱이가 오늘의 장원이 되었다. 내가 낚은 열 마리도 안 되는 자잘한 전갱이를 老母 앞에 내놓는다면 아마 낚시를 다녀왔다는 것을 믿지도 않으실 게다........ 장대까지 뽑아들고 가두리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두마리 고기구경을 한, 朴 고문은 그래도 유쾌한 모양이다. 진작에 마음을 비운탓이겠거니........ 벌써 오후 네 시가 되었으니 짐을 꾸려야겠다……. 거제 쪽으로 선상낚시를 간 일행들은 고기 구경을 했을까? 맹신적으로 감성돔과 벵에돔만을 고집하는 갯바위에 내린 폼생폼사팀은 또, 어찌들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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