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염증 반복되면서 기능장애 초래…만성환자, 췌장암 발생률 6배 높아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위염, 위궤양, 맹장염(충수염), 담낭염, 췌장염 등 복통을 일으키는 질환 중에 가장 통증이 심한 질환으로 췌장염을 꼽는 의료진이 많다.
췌장(膵臟)은 이자(Pancreas)라고도 불리는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 중 하나다. 성인 췌장의 무게는 80g, 길이는 12∼20cm 정도이며 마치 커다란 혀가 배 안에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모양으로 췌장의 머리 부분이 십이지장에 둘러싸여 있다. 췌장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능이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 췌장염이다. 췌장염은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으로 구분한다. 급성췌장염은 회복 후 췌장이 정상 상태로 돌아오지만 만성췌장염은 췌장의 염증이 반복되면서 기능장애를 초래하고 정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만성췌장염의 주된 원인은 음주와 흡연
만성췌장염의 원인은 80%가 술이다. 음주자 중에 5∼15%에서 만성췌장염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기간 많은 양의 음주를 하면 췌장액 안의 단백질 양이 많아지고 끈적끈적하게 돼 ‘단백전(protein plug)’을 형성한다. 이것이 췌장 흐름을 방해해 췌장 세포의 위축과 췌장의 섬유화로 이어진다.
급작스러운 폭음으로 급성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자주 재발하는 경우 만성췌장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음주와 함께 흡연을 하면 급성췌장염에서 만성췌장염으로 진행이 촉발된다. 음주와 흡연이 만성 췌장염 발생의 독립적인 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둘 다 할 경우 상승작용으로 만성췌장염 발병률을 높인다.
급성췌장염은 금주와 금연만 실천해도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주자·흡연자들은 증상 없이 천천히 췌장이 망가지고 결국 반복적인 염증과 섬유화가 비가역적으로 진행돼 만성췌장염이 발생한다. 만성췌장염은 병이 진행되면서 췌석, 췌관협착 등이 동반되고 여러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 낮을 때도 만성췌장염 의심
만성췌장염은 내시경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특히 혈액검사로 아밀라아제(Amylase)와 리파아제(Lipase)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을 경우 췌장에 이상이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게 나올 경우에도 만성췌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권창일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 170명과 만성췌장염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 차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두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 아래일 경우에 만성췌장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100%를 나타냈다. 권 교수는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가 높은 경우도 문제이지만 수치가 낮은 경우 췌장에도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만성췌장염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췌장암의 발생률이 6배가량 높아진다. 이 때문에 결국 만성췌장염을 예방하는 것이 췌장암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만성췌장염이 진행돼 통증 조절이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한다. 췌석이나 췌관협착 등의 합병증은 내시경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내시경 치료는 보통 췌관 내 췌석을 제거하고 췌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성공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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