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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건강&정보

치매 진단과 예방법

by 찌매듭 2019. 1. 17.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65세 이상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간병비가 2000여만 원. 치매에 드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14조 원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이 된다. 4060세대부터 치매 예방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매의 진단과 예방 방법을 다뤄 본다.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때마다 물건을 잃어버린다면 속이 탄다.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탄식까지 나온다.

 

만취한 뒤 택시를 탔다가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다. 두 달 전 장만한 최신 제품인 것도 안타깝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모두 날리게 돼 더 속상했다. 돌이켜 보니 술을 마시던 중간부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른바 필름이 완전히 끊기는 현상(‘블랙아웃’)인데 최근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있음도 느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사람들 이름도 자주 잊어버리며,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모든 게 치매의 전조 증세처럼 여겨져 걱정이 됐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알코올, 장기적으로 치매에 치명타

 

김 교수는 술부터 끊으라고 했다. 술이 당장 치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랙아웃이 잦다면 아주 위험하다고 했다.

 

블랙아웃은 뇌의 해마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마는 기억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부위다. 컴퓨터의 저장장치와 같다. 저장 버튼을 누를 때 컴퓨터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것처럼 해마가 이 저장 버튼을 수시로 작동시켜야 다음 날에도 기억은 온전히 살아난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해마가 알코올에 취약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당시의 일들은 뇌피질, 시각중추 등 뇌의 여러 부위에 분산돼 임시로 저장된다. 그러니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멀쩡히 행동하고 대화하지만 기억장치에 저장되지 않고, 이튿날 전날 상황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와 치매 구분해야

 

 주변 지인들 중에 50세를 넘어서면서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는 친구들이 많다. 치매와 관련이 있나

 반찬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휴대전화를 넣은 채로 닫았다는 중년 여성들 얘기도  이 모든 증세에 대해 김 교수는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은 단순 노화에 따른 현상이라 보면 된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폭음을 하지 않더라도 해마 기능은 약해진다. 해마 기능뿐 아니라 작업 기억기능도 떨어진다. 이는 일을 할 때의 기억을 뜻하는 것으로, 일종의 단기 기억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보통 7개까지의 단어를 동시에 저장하고 꺼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3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했다. 물건을 분실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전두엽의 세포 수가 줄어든다. 그 때문에 뇌에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는 기능이 약해진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건망증이 이렇게 해서 생긴다. 스트레스가 커질 때도 일시적으로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냉장고 속에 휴대전화를 넣는 순간에도 아픈 아이나 친정집 일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작업 기억을 갉아먹는다. 나이가 들면서 화를 자주 내는 것 또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비슷한 이치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해당 파일을 어느 폴더에 저장했는지 즉각적으로 알아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평소에 시각적 기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 정보를 기억하는 시각 영역과 이름 정보를 저장하는 언어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심하다면 동맥경화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두 영역을 연결해 종합적으로 정보를 인출하려면 신경섬유가 튼튼해야 한다. 이 신경섬유를 연결하는 미세혈관이 동맥경화 때문에 많이 끊겨서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탓일 수도 있다.

 

조기 검사로 빨리 발견하는 게 핵심

 

언어활동에 문제가 있는 사례는 어떨까. 이를테면 선풍기풍선기라거나 강아지아강지라고 발음하는 일이 많아지는 경우다. 이럴 때는 횟수를 세 봐야 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자주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그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치매일 가능성이 있다.

 

주변 어른 중에 갑자기 면도날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비싼 면도날을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특정 사물에 대해 집착하거나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폭력적인 경향이 심해졌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치매 진단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혈액검사부터 시행한다. 뇌에 혈액이 고인 뇌결막하혈종이 원인인지, 갑상샘의 기능이 떨어져서인지, 혹은 뇌에 필요한 비타민 결핍으로 인한 것인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만약 치매로 보이는 현상의 원인이 이런 질병들이라면 치료는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이런 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한다. 뇌의 영역별로 인지검사를 진행한다.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그 이후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치매를 확진한다.

 

 

위축된 해마를 펴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치매와 싸우기 위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춘다. 최근에는 뇌 세포를 새로 만드는 방법에 의학적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건망증 심해진다고 치매로 악화되지는 않아

 

치매에 대한 오해

 

뇌의 감정 기능은 노화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간호사가 짜증을 부리면 치매 환자도 싫어한다. 반대로 간호사가 애정으로, 엄마처럼 대하면 치매 환자는 말을 잘 듣는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김어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치매에 대한 오해들을 정리한다.

 

 

[1] 건망증은 치매로 악화하지 않는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의 저하라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건망증은 의학 용어로 단기 기억장애. 뇌가 일시적으로 검색이나 추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건망증은 치유가 가능하다. 반면 치매는 인지 기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다.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해서 치매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2] 치매와 섬망은 다른 질환이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헛것을 보거나 다른 사람, 시간, 장소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질병을 섬망이라고 한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가 회복 단계나 장기 입원 시에 자주 나타난다. 치료 후유증일 수도 있고 약물 부작용일 수도 있다.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1020%에서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이다. 섬망은 밤에 증세가 심하며 낮에는 비교적 덜한 것이 특징이다.

 

[3]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해 주지는 않는다

 

평소 고스톱을 많이 쳤다면 치매 후에도 고스톱은 칠 수 있다. 다만 고스톱 자체가 치매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뇌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하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똑같은 활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집과 병원을 오가는 활동을 많이 하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그 활동을 이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치매 초기 환자라면 꼭 필요한 활동은 반복 훈련시키는 게 중요하다.

 

매일 3km 이상만 걸어도 치매위험 70% 낮아져

 

치매는 일단 걸리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약물 치료를 통해 증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 예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이다. 혼자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뜻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로는 자주 걷고 라디오를 많이 들으라고 했다. 이런 신체 활동이 뇌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

 

김 교수는 치매 예방법에 대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많다. 대체로 맞을 수도 있지만 의학적 근거가 있는 예방법을 따르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 치매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 의학자들이 개발한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건강수칙은 좋은 예방법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이 수칙은 크게 6가지로 돼 있다. 해당 수칙이 어느 정도의 의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근거수준(Level of evidence)이라 한다. 근거수준은 A, B, C, I 4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최고)은 연구의 80% 이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란 뜻이다. B등급(매우 우수)은 연구의 6079%에서, C등급(우수)은 연구의 5059%에서 효과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I등급(불명확)은 연구의 50% 미만에서 효과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6가지 수칙을 충실히 따른다면 치매는 예방 가능하다라며 특히 A등급에 주목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라

 

친구나 친척을 꾸준히 만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때때로 여행도 즐기는 중년과 노년 세대라면 치매 걱정을 덜 해도 좋을 듯하다. 이런 사회활동이 뇌 기능을 촉진하고 신경세포 간 연결을 활발히 해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뇌 손상이나 기능 저하에 맞설 수 있는 저항력도 커진다. 그 결과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사회활동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판단의 근거수준은 A등급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란 뜻이다.

 

주변 사람도 자주 만나는 게 좋다. 지인들을 자주 만나면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은 30% 낮아진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 만나는 횟수에 따라 1543% 낮아진다. 반면 홀로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아진다.

 

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다. 친목 모임도 좋고, 자원봉사 활동도 좋다. 종교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런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치매에 걸릴 위험을 15% 이상 낮춘다. 2가지 이상의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면 치매 위험도는 59%까지 낮아진다. 만약 3개 이상의 모임에 가입해 적극 활동한다면 이 위험도는 80% 줄어든다.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중년에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은퇴 후에 홀로 지내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9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을 만나 즐겁게 떠들고 웃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무엇이든지 적극 임하는 자세가 중년 이후에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두뇌활동을 하라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라디오를 많이 듣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 TV를 시청할 때는 뇌가 수동적으로 변한다.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를 청취할 때는 귀를 기울이면서 상상을 하게 되고 그동안 적극적인 두뇌 활동이 일어난다. 그러니 치매가 걱정된다면 TV 시청을 줄이고 라디오 청취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두뇌를 적극적으로 쓰게 하는 활동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수준도 A등급이다. 사회활동과 더불어 치매 예방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두뇌 활동은 적잖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르면 신문이나 잡지, 책을 읽는 것이다. 이런 독서활동은 인지장애에 걸릴 위험을 20% 낮춘다. 반면 이런 독서활동과 글쓰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4배가량 높다. 이른바 생각을 많이 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창작 활동이나 퀴즈, 퍼즐 맞히기 같은 게임도 좋다.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컴퓨터, 악기, 외국어 같은 것에 몰입하면 뇌가 꾸준히 자극된다. 때로는 여가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연극이나 공연 등을 관람하거나 여행을 다니고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정원을 가꾸거나 뜨개질을 하고, 집 안 청소나 요리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도 치매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뇌도 마찬가지다. 뇌의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뇌신경이 보호되며 신경세포 간 연결도 원활해진다. 결과적으로 운동은 뇌 기능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 이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려면 운동은 필수다. 이 수칙의 근거수준은 B등급이다.

 

다만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운동 요령을 정확히 숙지하는 게 좋다. 우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을 31% 낮춘다. 매일 운동한다면 이 위험도는 80% 줄어든다. 1주일에 3회 이상 숨차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 만약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는 높아진다. 한 달에 30분 이하로 운동하는 사람은 10년 후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3.5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전거, 등산, 수영, 헬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일상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걷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1주일에 3회 이상 3km 이상 걸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1% 낮아진다. 만약 매일 이렇게 걷는다면 위험도는 70%까지 낮아진다. 최소한 1주일에 한 시간 반 이상은 걷도록 하자. 다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만약 질병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운동 종목을 결정하는 게 좋다.

 

금주가 어려우면 절주라도 하라

 

과음과 폭음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과음과 폭음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수칙의 근거기준은 B등급이다. 실제로 지나친 술은 뇌 건강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과음 혹은 폭음을 하면 뇌가 위축되며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이 1.7배 높아진다. 젊었을 땐 술을 덜 마셨다가 중년부터 술을 많이 마셨다면 노년기에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은 2.6배로 더 높아진다.

 

몸에 해롭지 않은 음주도 있다. 소량의 알코올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치매가 생길 확률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포도주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제와 폴리페놀 성분은 뇌 기능과 심혈관계 기능을 개선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한 번에 소주 기준으로 1, 2잔을 마시고 음주 횟수를 1주일에 3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절주 요령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식으로 술을 마실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45%, 혈관성 치매의 위험을 7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소량이라 하더라도 알코올 자체의 긍정적 기능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서양의 경우 소량의 포도주를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마신다. 그런 문화가 뒷받침됐기에 소량의 음주가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혼자 집에서 매일 조금씩 술을 마시는 것은 치매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활동과 연결해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식사와 체중도 관리하라

 

잘 먹는 것이야말로 치매 예방에 필수적이다. 다만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육류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육류를 주로 먹는 사람은 채식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기준은 B등급이다. 필요하다면 비타민제를 복용해도 좋지만 음식으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선이 대표적이다. 생선에는 뇌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생선을 자주 먹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60% 낮출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으로는 정어리, 참치, 고등어, 꽁치, 삼치, 연어 등이 있다.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30% 낮출 수 있다. 우유도 곁들이는 게 좋다.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이 신경기능을 조절함으로써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은 충분히 마셔주는 게 좋다. 녹차나 커피 형태로 마셔도 괜찮다. 녹차를 하루에 13잔 마시면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26% 낮아진다.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30% 낮아진다.

 

금연도 하는 게 좋다

 

금연의 근거수준은 I등급이다. 연구의 50% 미만에서만 금연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금연의 치매예방 효과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담배연기가 유해산소를 만들고 염증반응을 유발해 신경세포를 퇴화시키며, 그 결과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흡연이 뇌 건강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흡연과 치매의 연관 관계를 입증한 논문에 따르면 흡연을 시작한 지 2530년이 지난 후부터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중년에 흡연한 사람은 노인이 된 뒤 기억력 장애에 걸릴 위험도도 높아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모두 감소할 위험이 2.9배 높다. 전체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나중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은 3,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은 2배 더 높다.

 

담배를 덜 피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연이 최선이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금연해서 6년을 이어간다면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은 41% 줄어든다.

 

 

[4] 일부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

 

치매를 절대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뇌종양, 뇌출혈, 뇌수종 등의 뇌 질환과 감염성 질환, 만성 알코올성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 같은 것이 원인이라면 그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치매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5] 치매 환자 간호 원칙을 지켜라

 

치매 환자가 있다면 환경을 갑자기 바꿔서는 안 된다. 성격이 날카로워지므로 논쟁을 해서도 안 된다. 대화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하는 게 좋다. 위험한 물건은 모두 치워야 한다. 낮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시간표를 짜야 한다. 목욕탕과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달고 바닥에는 매트리스를 깔아둬야 한다.

 

 

뇌의 에너지 대사 증진, 치매치료 신약개발 주력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는 치매 환자를 주로 상대한다. 주 연구 분야도 치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행동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2년여 근무하다 최근 돌아왔다.

 

김 교수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보통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뇌 조직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에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 교수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독성 단백질 자체가 치매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뇌의 에너지 대사 장애가 원인이라 본다. 따라서 뇌의 대사를 증진시키는 원리의 항치매 약물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며, 현재 국제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발휘했지만 인체실험에서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대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인지행동평가를 하는 방법과 기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또 이 방법을 실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치매 환자의 유전자를 주입해 만든 치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행동장애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뇌과학(뉴로사이언스)지에 게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