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은 목재·석재·금속 따위에 구멍을 뚫거나 깎아내기 위한 공구로 그 기원은 석기시대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에는 돌도끼[石斧]에 자루를 붙여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철제 끌을 고분출토품(古墳出土品)에서 볼 수 있는데, 5세기 이후부터 상당한 발달을 보여 주고 있고, 날의 폭도 10여 종이나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의 끌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계의 발달과 전동공구(電動工具)의 보급으로 끌의 사용범위는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끌은 자루의 머리에 링이 있고 없음에 따라 구멍파기용과 깎기용으로 크게 나뉜다. 형태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① 박음끌:홈이나 구멍을 팔 때 망치로 쳐서 사용하는 끌, ② 홈끌:박음끌과 같이 머리에 링이 있으며, 좁고 깊은 홈을 파는 데 알맞은 끌, ③ 밀끌:손으로 밀어 사용하는 끌인데, 대패를 사용하기 곤란한 곳을 깎거나, 대패질할 곳이라도 가공 여유가 많아서 막깎기를 할 때 사용하는 끌, ④ 원형끌:곡면깎기에 쓰이는 끌(여기에는 외원끌과 내원끌이 있다), ⑤ 삼각끌:삼각홈을 파내기에 알맞은 끌 등이 있으며, 이 밖에 얇은끌·긁기끌·맞뚫기끌 등이 있다. 건축연장은 생김새가 단순할수록 쓰임새가 넓어지는 '이상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와 기능의 원리가 복잡한 먹통, 그므개 등이 상용되어지는 범위에 비해 자귀, 마치 등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생긴 연장의 쓰임새가 훨씬 넓은 것도 그 '이상한' 원칙에 준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끝은 어떨까, 단순한 생김새로 친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연장이 바로 끌이다. 지금은 나뭇자루에 박힌 쇠날 의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아주 옛날엔 통쇠만으로 만들어진 끝도 있었다. 다른 연장들 대부분이 나무와 철이 결합된 복합소재였던 것에 비해 끌의 원초적인 형태는 단일 소재였던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끌이었다면 '이상한' 원칙에 따라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끌이 그렇게 쓸모가 많은 연장이었을까? 끌은 흔히 목재에 구멍을 뚫거나 대패를 사용하기 곤란한 부분을 깎아내는 데 쓰였다. 때문에 때론 작은 자귀의 역할을 , 때론 대패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또 어떤 때에는 넓적한 날을 이용해 목재의 표면을 밀어서 다듬기도 했다. 못을 쓰지 않고 부재를 결합시키는 데에도 역시 끌이 사용됐다. 못을 쓰지 않고 부재를 결합시키는 방법은 목재 맞춤을 하는 것인데 그 맞춤을 위한 쌍장부 구멍을 끌만이 뚫을 수 있었다. 끌은 이렇게 일반적인 용도에서부터 특수한 용도에까지 실제로 광범위하게 쓰였다. 그러나 초창기 끌의 모양새는 아주 원시적이었다. 10cm정도 되는 길이의 방형 통쇠 형태가 고작이었다. 여기에서 좀더 발전한 형태가 자루는 여전히 방형이면서 날 쪽으로 갈수록 점점 얇아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끌에 비하면 여전히 뭉툭한 형태였다. 웬만한 옹이는 쉽게 깎아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섬세한 면에 있어서는 많이 뒤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끌의 형태는 쇠날 이 좀더 날렵해지고 자루는 방형에서 원형에 가까워졌다. 또 자루 소재로 목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신을 거듭해 원형 나뭇자루에 쇠날 이 박힌 오늘날의 형태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형태의 변화와 더불어 기능의 세분화도 많이 이뤄졌다. 기능에 따라 때림끌, 박이끌, 푼끌, 쌍장부끌, 손끌 등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이중 때림 끌은 날이 두껍게 돼있어서 구명을 깊게 팔 수 있는 것으로 주로 마치 등과 같은 도구로 때려 사용한다 해서 때림 끌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박이끌 또한 말 그대로 살짝 박기만 하는 끌로, 때림 끌로 파내려는 구명의 자국만 살짝 표시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푼 끌은 끌 중에서도 특별히 날이 좁고 작은 것으로 작은 구명을 파낼 때 사용했다. 쌍장부끌은 목재를 맞춤할 때 필요한 쌍장부 구명을 뚫기 위한 것으로 특별히 같은 치수의 날 두 개가 한 자루에 붙어있는 끌을 말한다. 손 끌은 망치로 두드리지 않고 손으로 밀어서 다듬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날이 특히 넓적하게 생겼다. 손으로 밀어 사용한다 해서 '손밀이끌' 또는 '미는 끌' 이라고도 불렀다. 이렇게 원시적 형태에서 벗어나 그 형태와 기능에 있어 많은 변신을 거듭해온 끌이지만 이 역시 다른 연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식에 밀려 그 옛 자취를 많이 감추고 말았다. 또 하나의 토종이 사라져 가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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