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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8년 만재도...... ( # 3 ) Secret World

찌매듭 2009. 2. 9. 11:41
어쩌면 이렇게 자연의 변화가 놀라울까?
어제 같아서는 방구석에 콕~! 박혀 있던지…….
뒷방파제로 가서 학공치나 낚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걱정했던 날씨가
온화한 날씨로 바뀌다니 역시, 사람은 어떠한 종교라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니까?! ^^;;
밤새워 용왕님을 찾은 것이 효험이 있었는지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기에
오늘이라면 간 여 쪽으로 가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선장이 더욱 느긋한 모습을 보이기에 의아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생각해 둔 곳이 있기에 서두를 것이 없으니
오늘만큼은 자기가 생각한데로 맡겨 달라니
꿈에서라도 조상님에게 명당을 점지 받은 모양이다……. ^^;;
다른 배들이 한껏, 엔진의 마력수를 높여 달려 나갔어도
슬금슬금 쳐지는가. 했더니
‘에게 게~~~~~~!’
방파제를 벗어나자마자 근처의 작은 골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잔잔한 여름날의 어느 날을 택하여 
한번 대를 담가 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그 골창이 오늘의 황금 나침반……. 아니…….
과부가 넘어지길 고대했다는 그 황금 가지 밭이 이곳일까? ^^;;;;;
발판도 좋다보니 폴짝~!하니 뛰어내리긴 했다만
나만 홀로 내려 주곤 엄군을 싣고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안쪽에는 만조시간이 되면 잠기는 여도 있는 것이
대물이 쉬었다 갈만도 하겠다만 방파제를 벗어나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이다 보니 지나치기만 했지 
채비를 담가 보기는 또 처음일세.~~~
고기가 물릴 시간대야 어디든지 비슷할 터이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에 여유가 있었고
떠오르는 겨울 해를 만끽하자니 저 멀리 수평선에 보이는 것이
맹골도여? 우이도여? 독거군도여?!
태도며 흑산도, 홍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맑은 날이다…….


발밑부터 차근하니 훑어보다간 건너편의 직벽 밑이 좋아도 보여
멀리까지 찌를 흘려 보았지만 수심이 얕은 곳이었던지
바닥을 걸어 승강이를 하다가 그만, 찌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불경기속에 허접하달수도 있는 값나가지 않는 찌라도
손해를 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찌를 건져낼 수 있는 채비를 달아
두어 번의 던짐 끝에 되찾고 보니 콧구멍이 약간 넓어지는 것 같다. ^^;;
안쪽에 있던 여가 잠기어 가기에 더욱 신경을 쓰며 바짝 조여 보았지만
감쪽같이 깐 새우만 후려 가는 것이 망상어 짓이 분명했다…….
이른 도시락을 갖고 온 선장이 수확이 있었는가 묻더니만
남은 들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보자고 배를 디밀었는데
엄군도 타고 있는 것이 아침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주사장님이 만재도를 오면 항상 손을 들어 가르키며
마음에 들어 하던 연인상이 있는 바위 밑이었는데 
남들은 지나쳐 보는 바위의 형상이었지만
주사장님에게는 한 쌍의 연인이 보듬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는데
아리따운 아가씨가 늠름한 총각의 품에 살포시 안겨 있는 모습이라니
주사장님 소싯적에 슬픈 이별이 있었을까나?
설명을 들어가며 자세히 보니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묵은 생강이라더니 변죽을 맞추어주다 보면 
시원한 캔 맥주도 얻어먹을 수 있었기에
‘그럴싸하옵니다.~~~~!’
크게 외치곤했었지만 보면 볼수록 눈에 담겨 온다…….
  
  
들물이 끝나지 않았으니 오른쪽 절벽 밑을 더듬다 보면
수확이 있을 법도 했지만 번번이 덮쳐오는 너울 기에 
몸을 피하기가 바쁘다 보니 짐 가방을 멀리 옮겨 두어야 했고 
아예 뾰족한 높은 곳에 걸쳐 두어야만
마음이 놓일 정도로 파도가 괴롭히다 보니 
물이 나아가는 시간이 됐고 미리 허기를 달래두려고 도시락을 펼치니 
오늘도 열기 한 마리가 반찬으로 곁들여 졌다.......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이다 보니 여름철에 밤낚시를 하면서
밑밥만 정확히 흩뿌려 가면 농어가 제법 잡히는 곳이었고
겨울철에도 간간히 크지 않은 농어가 모습을 보이는 곳으로
물색만 나오면 루어도 곧잘 물고 늘어지는 곳이기에 집중을 했지만 
오늘만큼은 농어 보다는 감성돔이 목표가 아니겠는가?!
 
 

기대하지도 않는 점박이 망상어가 몇 마리 달려 나왔고
눈을 들어 엄군이 갔을 외마도 쪽을 보니 이쪽, 저쪽으로 바삐 넘나드는 것이
그쪽도 시원치가 않은가 보다…….
지나쳐 가는 배중에 심통이 가득 찬 배는 한껏 속력을 내며 
파도를 몰아 부치고 지나갔고 비교적 심성이 착한 배는 
속도를 줄여가며 조용히 지나갔는데
이래서 사람은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여~~~~~~~! ^^;;
오늘도 좋은 날씨다 보니 어김없이 여객선이 모습을 보였고
시간이 되어 엄군을 실은 배가 다가왔는데
상기된 얼굴의 엄군을 보니 무언가 이상한 일이 생겼나 보다…….
“별 이상한 일이 생겼지 뭐예요?!
 아무리 별난 짓을 해도 입질이 없었는데 옆의 
 조그만 별 볼일이 없어 보이는 골창에 채비를 담그자마자
 소로록~! 하니 찌가 잠기기에 망상어다 싶어 채보니 
 욱~! 욱, 거리며 힘을 쓰며 감생이가 한 마리 튀어나오더니 
 계속해서 입질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용~?!
 서너 마리를 꺼내고 제대로 된 놈이 하나 걸려들었다 싶었는데
 탱~!거머니 2호 목줄이 끊어지지 뭐예요?!
 목줄을 바꾸어야겠다고 새로 산 2.5호 목줄을 찾았는데
 아침에 내렸던 곳에 떨어트리고 왔던 모양이에요……. -_-;;
 할 수없이 2호 줄로 버티다간 몇 번 더 팅~! 해 먹었고
 그래도 여덟 마리나 낚았으니 횡재한 날이라니께요?! ㅎ ㅎ ㅎ“ 
숨도 쉬지 않고 나불대는 녀석의 황홀해하는 얼굴을 보니
큰 병이 되겠지만 엄군이 부러운 날이 되어버렸다~~~~

방파제에 들어서니 아직도 철수를 하지 않은 꾼들이 잔뜩 모여 있었는데
배가 오지 않았다니 어찌된 일일까?
어제, 가거도와 태도 등지에서 철수하던 배 세척이
고래와 부딪기도 했고 기관고장으로 모두 견인을 했기에
남은 배로 두어 번의 운항을 한다니 늦도록 기다리게 된 모양이다…….
모처럼 엄군이 자신이 낚은 고기로 푸짐한 회를 장만하겠다며
쪼그리고 앉아 회를 떠내는 모습이 즐겁기 만한 모양이다…….
가만히 편히 앉아 회점을 얻어먹기도 그러하다보니
요리조리 회를 썰면 더 맛이 있고 푸짐하니 멋져 보인다는
헛보이는 피날레를 섞어가며 잠시 회뜨기 시범을 보여 놓고는 
먼저 방안에 들어앉았다만 왜 이리 배가 살살 아파 오는 것일까? -_-;;
무언가 감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며 미안한 기색을 보이던
선장님에게 문어 삶은 것이 너무 맛있게 되었다며 연락을 하니
머뭇거리며 내려와 이슬 잔을 기울이며 멋쩍어한다…….
“내가 보기에는 오늘 거기가 딱~! 이었는데
 고기가 외마도의 골창으로 몰렸구먼. 이라.......
 내일은 무조건 외마도 쪽의 골창으로 가보아야겠소야~~~~~~!!!“


엄군은 휴대폰을 다른 회사로 바꾼 모양이다…….
갯바위에서도 집에 들어와서도 사용을 할 수가 없는 것이
가거도나 만재도, 태도와 외연도 쪽으로 낚시를 다니는 객이라면 
011이나 017만을 사용해야만 통화가 된다는걸. 몰랐나 보다…….
2000년경 만재도에서는 017만이 사용이 가능했는데
휴대전화의 사용을 섬사람들은 탐탁하게 여기질 않았었다.
경운기 엔진의 택택이 배 시절에는 가장 먼 
간 여 쪽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때였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담배를 한 대 피우려는데 
라이터를 물에 빠뜨렸으니 간여로 라이터를 갖다달라는 
황당한 주문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고기잡이를 나간 배들이 돌아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들어오게 되면 섬 마을에 비상을 걸고 
모든 배들이 찾아 나섰다는데 물길을 알다 보니 
그날의 물때에 따라 어느 쪽으로 달려 가보면 물위에 둥실하니 떠있어
끌어 오기도 했다는데 가끔씩 그러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017 을 이용하는 휴대전화의 서비스가 몇 달되지도 않아
011과 017이 야합을 즐기게 되자 서비스가 중단되었는데
점차 문명의 이기에 눈을 떠가는 섬사람들에게도 
휴대폰이 필요하다싶었나보다…….
섬사람들이 목포에 나가서 휴대전화 사용을 신청하니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며 거절하기만 하니 사용방법을 알아봐 달라는 
민박집 아저씨의 부탁이 있었기에 SK쪽에 알아보면
광주관할입네……. 제주관할입네…….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는데에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다 보니 조금 높은 분이 있는 곳까지 들린 모양이다…….
“사랑하는 고객님~~!!!
 저희도 몹시 안타깝습니다만 그 섬에는 인구가 고작 40명 정도인데
 사용자가 많지도 않은 그곳에 설치를 하자니 비용도 그렇고……. 이것, 저것, 그러네요.
 언제고 사용객이 늘어나서 저희가 떼돈을 벌수있는 그날까지 기다려 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사용 객이 없다니요? 수많은 낚시인들이 드나들며 얼마나 불편을 겪는데?
 사고라도 나서 연락할 길이 없다면 당신네들이 책임질 껴???? “
“그 섬에 낚시 가는 사람이 많은가 보죠?”
“하모~~~~ 이용객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예전에 017에서 설치한 장비가 녹이 쓸고 있던데……. “
다시 알아보고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하겠다고 약속한 그네들이 
철이 들기까진 또 몇 해가 지나야 했고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되자
민박집 아저씨의 자랑 섞인 전화를 받게 되었다…….
“허~~~! 내가 지금 어떤 전화를 사용하는지 알겠소이까?
 나도……. 형님도……. 섬사람 모두, 모두 휴대폰을 장만했다니까?!”
낯선 휴대전화 번호였기에 광고전화인가 했더니만…….

작업 일정이 걱정이 되었는지 민박집의 전화를 이용하여 
엄군이 집에 전화를 했는데 그도 엄처시하였는지 불호령이 떨어졌다…….
“뭐시여? 전화를 안 받더니만 이제는 이상한 번호로 전화를 혀~???
 도대체 거기가 어디여? 내가 당장에 달려갈테니께.......“
‘이 사람아~! 이상하긴 뭐가 이상혀~? 민박집 전화구먼~!’
 오늘 제대로 손맛을 보아서가 아니라 날씨가 이상스러울 것 같으니
 오늘은 못갈 것이여~~!
 내일이나 돼야 배가 올 것 같으니 그리 알라고~~~!!!‘
엄군의 처가는 가까운 내만의 어느 섬이었기에 
주의보하고는 상관없이 항시 배의 운항이 가능한 곳이다 보니
배 운행이 안 된다는 말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언쟁이 오가는듯하더니 소리가 적어지며 싹싹 비는 품이
어쩌면 사람 사는 방식이 다 똑같을꼬........ -,,-
“에라 이놈아~~~~~~ 방울을 떼어버릴 수는 없으니
 얼른, 잘 달래어 보렴.~~~~~~ ^^;;
생각난 김에 나도 우리 집 지킴이, 천사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하이~! 마이달링~!! 오늘은 무얼하고 계시나?!"
쉰듯한 낯선 목소리에 잘못 걸었나 싶었더니 갑자기 독한 감기에 걸려
꼼짝을 못하고 누워있다니 집을 비우노라면 약간, 걱정이 될 정도로 
평소 한 인물 하는 위인이었기에 무척이나 안심이 된다……. ^^;;
“허~! 예술이라도 하러 나간 줄 알았더니만 꼼짝을 못하고 계시는구먼?!”
 내가 빨리 가서 괴롭히면 안 될 테니 하루 더 있다 가리다~~~
 몸조리 잘하시고 푹~!!! 쉬시구려.~~~~~ ^^;;

오늘도 일찍 일어나 갯바위에 올라서서
동트기전의 푸른빛이 감도는 바다를  바라보니 
언제나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에게 또 다시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그리고 새벽이 주는 의미가 
다시 한 번 새로웠기 때문이다. 
여명이 밝아 오기전의 새벽녘의 하늘은 
밤보다 어둡고 차가웠다. 
그 짙은 어둠을 뚫고 
저 수평선에서부터 밝아오던 태양의 햇살은 
온 누리를 깨우며 찬란한 생명력을 전해주었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그 뒤에서 좇아온 새벽의 빛은 
오늘도 많은 것을 암시해 주었는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삶의 무게가 힘겨워질 때,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난 우리에게,
휴식의 시간이주어지고,
하루를 시작했던 순간과 
하루를 마쳤던 순간이 공존하는 
섬에서의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우리네 사는 모양이 그런 것처럼 
낚시같은 여행도 결국은 마음의 문제다.
내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매번 풍경도 달라 보인다.
마음이 몸을 따르는 것일까? 
몸이 마음을 따르는 것일까…….
결국 낚시를 떠난다는 것은 
마음을 움직여 몸을 따르게 하는 것이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여…….
잠시,
머물다 가시라…….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 다녀 보면은
조선팔도,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 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가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황지우 시인의 '길'